소설리스트

간웅-314화 (314/620)

< -- 간웅 15권 -- >회생의 사택 안채.황궁을 장악하고 고려 조정을 아우르는 무혈혁명을 성공한 후부터 난 내 사택의 경호를 강화하고 이 사택 안에서 생활하는 노비의 수를 늘렸다. 무혈혁명 전까지 내 사택 안에는 단 한 명의 노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난 노비의 수를 늘린 거였다. 하지만 그 노비는 진짜 노비는 아니었다.

별초를 비롯한 내 사병들이 노비라는 이름으로 변신해 나와 내 사택을 지키는 거였다.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거지만 사병혁파를 주창한 내가 사병을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에 취한 조치였다. 그렇기에 검술보다는 수박희에 능한 자들을 선발해 허름한 옷을 입혔다. 또한 곳간과 여러 은밀한 곳에 병장기를 숨겼다.

그리고 내 사택 주변으로 해산시킨 사병들의 집거 촌을 만들었다. 그 수가 족히 천이 됐고 그들이 내 사택 주변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난전을 세웠고 벽란도에서 독점하고 있던 일부 품목으로 새롭게 생긴 난전에 팔게 했다.'사람이 모이겠지.'낮에는 상인으로 밤에는 내 사병의 역할을 하는 거였다.

표면적으로 단 한 명의 사병도 없지만 내 사택 주변에는 5분 전투대기조처럼 일천의 병사들이 모여 있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며칠 만에 사택에 돌아왔지만 쉴 수가 없었다. 몸이 가만히 있다고 해도 내 머릿속은 계속 내일과 미래를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으음,,,,,,,."난 탁자 위에 엎어놓은 거울을 잠시 봤다.

황궁에서 내 이름이 어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가져온 거였다."내 이름이 어찌 변했을까?"자신의 이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었다. 운명처럼 정해진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이름을 보고 앞으로 어찌 움직여야 할지 아니 예지몽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분명 내 행동에 따라 이름은 바뀐다. 그러니 그 이름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절대불면이 아니니 내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이다.'왕 씨가 되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최 씨일까?'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나는 최충헌이었다. 하지만 지금 많은 것이 변했기에 그 이름이 예측되지 않았다."으음,,,,,,,."남들이 할 필요도 없는 고민을 나만 하는 거였다. 그리고 난 조심히 뒤집어진 거울을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거울을 봤다."망, 망할!"난 나도 모르게 욕지걸이를 했다.'아직도,,,,,,,,.'내 이름은 아직도 최 씨 무신정권을 창출해낸 최충헌이었다.

'왜? 이유가 뭘까?'뭔가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난 내 이름이 여전히 최충헌인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아직 태자도 아니고 황자의 신분도 찾지 못했다.

권력의 최상층에 서 있지만 여전히 난 이 회생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니 아무도 모르는 최충헌일수밖에.'이것이 이유라면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황자로 인정을 받아야 해! 그리고 태자가 되는 순간 이름이 바뀔 것이야!'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사택 안채로 들어서는 몇 명의 발자국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봐서 홍련이고 범 같이 무거우나 기척이 없는 것을 봐서 외숙이시군.'홍련의 안내를 받아 이고외숙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일이 잘 되신 모양이군!"난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일이 잘된 것은 내 이복형님께서 비명에 가셨다는 걸 거다. 그리고 이리 급히 돌아온 것은 이 사실을 내게 알리기 위함이고 비밀을 유지하기 위함일 거다.

-합하! 이고 대장군이 뵙기를 청하시옵니다."카랑카랑한 홍련의 목소리가 들렸다."안으로 모셔라!"-예. 합하!홍련도 이제 나를 합하로 부른다. 이래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거다.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선채로 이고외숙을 맞이했다.조심히 문이 열리고 홍련이 나를 향해 목례를 했다."안채 전각의 호위까지 물려라!"내 말에 홍련은 잠시 나를 봤다.

"예. 합하! 나가보겠습니다."

"그래."난 짧게 말하고 가만히 서 있는 이고외숙을 봤다.

"앉으십시오."

"예. 합하가 되셨더군요. 잘 하셨습니다.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여야 하는 겁니다."

"계획한 수순이었습니다. 상석에 오르시지요."난 이고외숙에게 상석을 권했다."제가요?"

"예. 외숙이시지 않습니까?"이미 이 전각 주변의 경계까지 물린 상태다. 그래서 난 이고외숙을 숙부라 불렀다."신하지요."

"제게는 숙부이십니다. 잃어버린 외 조카를 찾기 위해 평생을 허비하신 고마우신 숙부이십니다."

"그리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허나 감히 주인의 자리에 앉을 만큼 무도하지 않습니다."

"숙부님!"

"마음만 깊이 감사하옵니다. 또한 저의 목은 하나입니다. 어디 감히 불충하게 그 자리에 앉겠습니까. 앉으십시오. 황자마마!"

"예. 그러지요."내가 자리에 앉아 이고외숙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난 이고외숙을 뚫어지게 봤다."가신 일은?"

"잘 모셨습니다."이고외숙의 말에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복형님이다.

비록 내 영혼이 미래에서 왔다고는 해도 이 육신이 같은 아비에게서부터 왔기에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그리고 또 내가 의종황제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것을 안 다음부터 내 출생에 대한 감정이입이 빠르게 됐다.

이래서 인간은 간사한 마물일 거다."이 조카의 죄가 큽니다."

"그리 하시지 않으시면 더 많은 피를 흘리셔야 할 것입니다. 편히 보내드렸습니다. 고귀하게 태어나신 분이시기에 몸에 상처 없이 제 손이 아닌 그분이 받아드릴 수 있는 분에 의해 사사되셨습니다."그분이 받아드릴 수 있는 분이라면 무덕이 분명할 거다."무덕이라는 그 아이 참으로 슬픈 생을 보냈습니다."

"예. 황자마마! 그분께서는 마지막까지 원망은 없었습니다. 차후 태자로 추증하심이 옳을 것입니다."

"그래야지요. 그리고 무덕은 충비이라는 이름으로 태자비에 추증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흔적은?"

"그 아이까지요?"이고외숙이 조금은 놀라 날 봤다.내가 무덕을 태자비로 추층하고 충비로 만들려는 것은 내가 무덕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속죄였다.허나 죽어 태자가 되고 또 충비가 되면 뭘하겠냐는 생각도 들었다."충분히 그리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흔적을 남기시지는 않으셨지요?"

"예. 합하!"

"모레쯤이면 김돈중 대부가 진도로 갈 것입니다."이고외숙도 김돈중이 진도로 가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아무걱정 마십시오. 진도는 남변입니다. 남변은 치안이 불안하고 또한 진도는 중앙의 힘이 미치지 않습니다.

제가 내려갈 때 큰 도적이 남변에서 일어나 온갖 약탈을 일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김돈중 대부가 내려갔을 때는 그들의 소행이라 여길 것입니다. 그리 보이게 만들어 놓고 왔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이제 시작이군요. 내일이면 평락후의 목이 떨어질 일이 벌어질 겁니다."

"김보당이 자백을 한 것입니까?"

"그리 되게 만들어 놨습니다."난 나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그럼 내일 살생부에 오를 자들이 누구입니까?"

"우선 평락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지방호족들과 또 몇몇 문신이 될 것입니다. 또한 황도에 있는 조위총의 혈족들이 모두 그리 될 것입니다."

"경대장군과 경대승은 아닙니까?"내가 경진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자 이고 외숙이 내게 물었다."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인명은 제천인 모양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군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를 죽이지 않기로 했습니다."그때 요란하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발자국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분명 경계를 물리라 했는데.'난 인상을 찡그렸다.-합하! 박위이옵니다."무슨 일인가?"난 목소리에 다소 역정을 담아 소리쳤다."이의민 장군께서 급히 뵙기를 청하옵니다."박위의 말에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모셔라!"-예 합하!그와 동시에 급하게 박위와 이의민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이 순간 이의민은 굳어진 표정이었고 박위 역시 표정이 밝지 않았다."무슨 일이십니까?"난 이의민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내 앞을 지켜줄 자이니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큰일이 일어났사옵니다.

합하!"

"뭡니까?"백화가 기거하는 전각."경계를 물리라 했다?"

"그렇사옵니다. 마님!"

"합하께서 이고대장군께서 오신 후에 경계까지 물리라 했단 말이지?"백화도 회생을 이 고려의 섭정인 합하라 불렀다. 그리고 그 칭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백화였다.합하에서 저하 그리고 폐하로 바뀌는 수순이라는 것을 백화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예. 마님! 모든 경계를 물렸사옵니다. 그래서 내부에서 나누신 말씀을 듣지 못했사옵니다."

"내 아니 들어도 알지."백화가 차갑게 웃었다. '합하께서 진도로 보내셨군. 이제 드디어 마음을 굳히신 것이야!'백화는 이고가 왔다는 말에 진도에 있는 폐서인인 회생의 이복형이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만큼 백화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자였다.그러니 회생을 처음보고 또 그가 의종황제의 숨겨진 황자라는 것을 안후부터 아무것도 모른 척 하며 회생을 따른 거였다.'계집의 팔자는 상공이 정해주시는 것이지. 내 반드시 황후가 될 것이다.'백화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영화공주와 이영을 이기기 위해서는 황손을 제일 먼저 생산해야 한다.

그것도 황자로 말이야!'이영은 이의방의 장녀였다.무섭게 변한 백화였다.

아니 처음부터 무섭기만 한 백화일 거다. 그리고 그녀는 황후가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영화공주와는 아직 국혼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고 회생은 아직 이영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미 자신은 회생과 만리장성을 쌓았으니 말이다.'곧 이 고려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될 것이다.'황궁 옥사.회생이 김보당을 만난 후에 누구도 김보당을 찾지 않았다. 아마 문무백관들 중 김보당과 자신이 조금이라도 연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저벅! 저벅!그때 조심히 옥사 복도에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옥사무장 함께 해월이 이 옥사로 찾아온 거였다.

그녀가 이리 은밀히 옥사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용호군 대장군의 패찰 때문이었다. 이고가 회생과 함께 그리고 이의방과 함께 고려의 권력을 잡은 후 해월과 이고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패찰을 보이니 옥사무장도 어찌 막지 못했다."여세요."

"위험하옵니다."무장의 말에 해월이 옥사 주변을 봤다. 모두 다 모진 고신에 지쳐 있었고 김보당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모진 고신에 육신이 무너졌고 저 무거운 관까지 쓰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시오."

"하오나!"

"태후마마의 명이십니다. 저는 또한,,,,,,,."태후의 뒤에 회생이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옥사무장이었다. 그리고 또한 이라는 말에 옥사무장은 더는 해월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 고려에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자인 회생의 권력을 떠받들고 있는 이고를 여자이니 더는 막을 수 없었다."예. 상궁마마!"철컥!작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지만 죽음처럼 고요했기에 그 소리를 듣고 김보당이 놀라 깼다. 문이 열리면 모진 고신을 받는다는 것을 김보당의 몸이 아는 것이다."물러가 있으세요."

"예. 상궁마마!"옥사무장이 옥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해월은 주변을 조심히 살폈다. 여전히 다른 옥사에 갇힌 김보당 일파는 죽은 듯 잠들어 있거나 기절해 있었다.

"아직 아침이 멀었네. 쉬엄쉬엄 하시게. 첫닭이 울지도 않았어."김보당은 해월을 볼 수 없게 등이 돌려져 있었기에 들어온 자가 옥사무장이라고 생각해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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