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5권 -- >"하하하! 내가 큰 무장이 될 가신을 얻었어. 하하하! 오늘 참으로 즐거운 일이야!"난 호탕하게 웃었다."구명해주신 은혜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암 그래야지."
"예. 합하!"나는 또 한 명의 고려의 영웅을 가신으로 얻게 됐다. 이것만 봐도 내가 꿈꾸는 북벌이 그리 어려운 일은 분명 아닐 것 같았다.'좌선봉장 이의민과 우선봉장 경대승이라 부월과 장창이 요동을 호령하고 중원을 넘어 사막까지 향하겠군.'이 순간까지 난 경대승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도 경계할 것을 결심했다. 또한 그의 쓰임이 이의민과 다르지 않다고 결정했다.
그 만큼 나는 경대승 경계할 것이다.'적이 될 수도 있는 존재를 죽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내 앞에 둬야겠지.'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그렇게 난 경대승을 얻었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북벌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제 그만 나가 보시게."
"예. 합하!"경대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경대승은 자신의 부친과 자신의 목숨을 내게 구명 받고 중방을 나섰다. "처음 계획하신 것과 달라지셨습니다.
합하!"위위경 이의방이 내게 말했고 나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참 지략이 놀랍지 않습니까? 황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고 바로 자신과 경대장군을 노릴 것을 알고 이렇게 제게 왔습니다. 지략 면으로만 따진다면 따를 무장이 없을 것입니다."내가 경대승을 꽤나 높게 평가하자 위위경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사옵니다.
허나 더 대단한 것은 그의 장창입니다."
"그리 대단합니까?"나는 이미 꽤나 뛰어난 장창 실력을 경대승이 가졌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그렇습니다. 군막에 이런 말이 있지요."
"무슨 말입니까?"
"환두대도를 찬 이의방과 도의 이고가 어느덧 늙어지면 부월을 든 이의민이 앞에 서게 될 것이다. 허나 멀리 뒤에 서서 관망하는 장창의 경대승이 있는 한 아무리 금강야차의 부월이 매섭다고 해도 크게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다."이 말은 어린 경대승의 장창 실력이 이미 증명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또한 이의방과 이고가 무신정변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는 했을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말이기도 했다."그렇다면 고려 최고 무장 넷을 제가 다 얻은 것이군요."
"그렇사옵니다. 경하 드리옵니다. 합하! 이제 황도의 일만 수습을 하시면 바로 서경부터 정벌하여 북변으로 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겠지요."난 짧게 말하며 인상을 찡그렸다."왜 그러십니까? 합하!"
"경대승이 황궁에 심어놓은 귀를 찾으세요."
"예? 경대승이 황궁에 간자를 심어뒀다는 말씀이십니까?"
"무인본분 위국헌신은 제가 태후마마께 올린 다짐입니다. 그 말을 제가 한다는 것은 자신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지만 황궁에 귀를 심어놨다는 자복과도 같은 것입니다."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알겠사옵니다.
합하! 개가 호랑이를 낳았습니다."경진을 개로 비유하는 위위경 이의방이지만 경대승을 호랑이라고 말하기 주저하지 않는 이의방이었다."딱 맞는 말씀이십니다. 장인!"
"예. 합하! 제가 황궁에 심어놓은 간자를 찾아낼 것입니다."
"은밀히 하셔야 합니다."
"은밀이요?"
"그렇습니다. 경대승이 심어놓은 간자는 환관이나 상궁과 나인일 것입니다. 그들은 저의 눈과 귀이기도 합니다. 장인께서 색출해 내실 때 거칠게 움직이신다면 환관들은 바로 저에 의해 자신들이 토사구팽을 당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비천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쓰임이 많은 자들이기는 합니다."
"비천하지는 않습니다."
"송구하옵니다. 합하! 제가 또 실언을 했습니다."황궁의 눈과 귀가 되는 자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들이 나를 사찰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무난하게 일을 처리할 방법을 찾으세요."
"누군지 알아낸다면 처리 방법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방법이 있으십니까?"
"환관과 나인이나 상궁이 사통을 한다면 바로 목이 베어지지요."위위경 이의방이 말한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 같았다."최준 공께 미리 알리세요."
"예. 알겠사옵니다. 합하!"
"내일이면 문극겸 공과 최준 공께서 강화로 가실 것입니다. 이제 3일이면 됩니다. 3일!"의종황제의 복위가 딱 3일 남은 거였다. 물론 나는 그 이후에도 섭정의 직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하여튼 참으로 대단합니다. 경대승이 감히 황궁에 귀를 심어놓다니요."
"참으로 경계를 해야 할 위인이지요. 경대승은."
"그리 저어되신다면 베시는 것이?"위위경 이의방이 나를 봤다."무장이 죽을 자리는 이제 차고 넘칠 것입니다. 서경부터 북변 그리고 금까지 훌륭하게 죽을 자리는 차고 넘칩니다."내 손으로 베지 않고 영웅으로 죽게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를 강제로 사지에 밀어 넣지는 않겠다는 결심도 했다.'경계를 할 뿐이지 시기나 질투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야! 절대 옹졸하게 굴지 않을 것이야!'난 스스로 다짐했다."이제 3일 남았습니다. 3일! 그 3일이면 서경정벌과 함께 북벌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예. 합하!"위위경 이의방이 짧게 대답을 했고 나는 이 순간 섭정의 자리를 유지하겠다고 마음먹은 나를 거울로 보고 싶어졌다.'내가 여전히 그 이름 그대로 일까?'이제 내가 내다볼 수 있고 알고 있는 미래는 거의 없을 것이다. 허나 내 이름을 통해 그 미래를 유추해 볼 수는 있었다.'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사택으로 가 내 머리위로 떠 있는 내 이름을 확인해 볼 생각을 했다.'여전히 내 이름 석 자가 최충헌이라면,,,,,,.'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더 많은 피기 흐를 것이고 더 많은 황족들이 죽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내가 모르는 또 무엇인가가 있다는 거였다.그 무엇인가에 따라 고려는 변하게 될 것이다.
7. 흥선! 새로운 이름을 얻다.황궁 옥사."으으윽!"여기저기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황궁 옥사는 김보당 일파와 그들의 가솔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은 모진 고신을 당한 후 이 옥사에 갇혔다."김, 김대부! 으윽!"장순석이 홀로 옥사에 따로 갇혀 있는 김보당을 불렀다."왜 그러지요?"
"어, 어찌 되는 것입니까?"장순석의 물음에 김보당은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쉽게 죽지는 못할 것 같소."
"그, 그 말씀은,,,,,,,,."
"죄를 추궁하는 것도 없이 모진 고신만 하고 있소이다. 이것은 뭔가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거지요."
"노림수라면?"
"차차 알겠지요. 허나 편히 죽기는 틀렸소. 그러니 알아서 하시오."김보당은 이곳으로 잡혀 올 때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았다. 그러니 이런 말도 하는 거였다. 그리고 천천히 벽을 보며 돌아앉았다. 이제는 장순석과 더는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회생과 맞서지 말았어야 했어. 맞서는 것이 아니었어.'후회를 해도 이제는 소용없다는 것을 김보당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옥사 문이 열리고 건장한 무장 둘이 들어서자 김보당 일파는 또 모진 고신이 이어질까 하는 두려움에 모두 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건장한 무장 둘이 자신들을 지나가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끌어내라!"무장 하나의 말에 옥졸이 김보당을 옥사에서 끌어냈다."또 시작인가?"퍽!"감히 역적 주제에 내게 하대를 하는 거야?"무장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때를 잘 타면 충신이고 때를 놓치면 역신이지."퍽!다시 무장이 김보당의 복부를 검끝으로 가격했다."으윽!"
"문신이라 세치 혀만 여전하구나!"
"으으윽!"그렇게 김보당은 건장한 무장에 이끌려 어디론가 끌려갔다.'이제 내가 어찌 쓰일지 답이 나올 모양이군.'김보당은 이 순간 자신을 부르는 자가 회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옥사 한 켠에 고신을 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방에 김보당이 끌려가 형틀에 묶여 있었다.
김보당이 나를 보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이며 자신이 나와의 승부에서 졌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저 눈빛 어느 한 곳에서는 살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살고자 하는 마음"지금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나 그대에게 맞서지 말 것을,,,,,,,."
"이제 후회한들 소용이 없소."
"그렇지요. 편히만 죽여주시오."
"역적이 편히 죽을 수 있겠는가?"난 무섭게 김보당을 노려봤다."그대와 맞서는 자는 다 역적이지. 내가 역적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가 더 잘 알지 않소. 부마도위!"처음으로 김보당이 날 노려봤다."아직 질긴 가죽이군!"
"그렇사옵니다. 합하!"내 옆에 드디어 몸을 추스른 이의민이 섰다. 그는 내 수호무장이고 또 북벌 선봉장이 될 것이다."합하? 합하가 되셨소? 그럼 역적은 그대가 되시겠구려."
"아직 인가?"난 무섭게 김보당을 노려봤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서 저 역적 놈이 함부로 나불거리지 못하게 고신하지 않고."이의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예. 장군!"병사들이 이의민을 장군이라 불렀다.
내가 이의민을 신수군 장군으로 명했다. 그때 이의민은 감격해 눈물까지 흘렸다.
퍽퍽퍽!"아아악!"바지직!쇠몽둥이로 정강이를 후려치니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것은 당연할 거다."아아악! 아악! 그냥 죽게 해 주시오."김보당이 애원을 하듯 소리쳤다."그만!"내 명령에 병졸들이 고신을 멈췄다."예. 합하!"
"나가 있으라."
"예. 합하!"이제 드디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김보당! 그대도 알다시피 편히 죽기는 어렵소."
"어, 어찌 하면 내가 죽게 됩니까?"김보당은 이 순간 죽기 위해 내게 애원했다."서경유수가 대령후와 함께 반역을 도모한다고 자복하면 될 것이요."내 말에 놀라 김보당이 날 봤다.하지만 이것은 그가 놀라는 시작에 불과했다."그, 그 무슨 말씀이시요?"
"절대 그대를 고신으로 죽게 두지는 않을 것이요. 무슨 말인지 알지요."순간 난 차갑게 김보당을 봤고 내 눈빛에 김보당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하지만 이제 시작인 거다."그리고 평락후도 가담했다 고변하면 편히 죽게 해 주지."
"평, 평락후까지 말이요?"
"그렇다. 그렇게 하면 편히 죽게 해 주지."그 순간 김보당이 나를 노려봤다."나는 그리 못하겠소. 나는 그리 할 수 없소."
"아직 고신을 이겨낼 충심이 남았다는 건가?"
"네 이놈! 회생아! 네가 진정 이 고려의 옥좌를 찬탈하겠다는 것이냐?"김보당이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직 내게 반항할 힘이 있는 모양이군! 네놈의 딸을 어찌 만들어줄까? 그게 아니면 네놈의 아들들의 팔다리를 모두 잘라 돼지의 우리에 넣어둔 것을 본다면 그때야 그 충심이 꺾일까? 못 할 것 같나?"
"뭐, 뭐라?"
"눈을 뽑고 혀를 뽑아내지. 그리고 네 아들놈을 그리 만든 후에 손자 놈에게 회초리를 줘서 돼지처럼 때리게 만들 수도 있다. 나는 못 할 것이 없어."내 위협에 김보당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김대부!"
"으음,,,,,,,,."
"편히 죽고 싶지 않나? 내 약속하지 편하게 죽여주겠네. 아들은 당신을 따르겠지만 손자까지는 내 구명해주지."내 말에 처음으로 눈빛이 반짝이는 김보당이었다."정, 정말이시요?"
"물론이지. 나는 약조를 하면 지킨다."
"진정 약조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다."
"알겠소이다. 그리 할 것입니다."드디어 김보당이 내게 굴복을 했다. 물론 장순석을 비롯한 나머지 일파들은 위위경인 이의방과 대장군 한섬이 다른 자들의 역적으로 몰기위해 편한 죽음을 대가로 거래를 하고 있었다."잘 생각했네. 내일 아침 국문이 열릴 것이야!"
"알겠소."김보당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