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12화 (312/620)

< -- 간웅 15권 -- >'내가 향할 고려에는 저런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반드시 죽여야 할 경대승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허나 경대승을 얻는다면 나는 그의 무의를 얻게 되는 것이고 또한 그의 지략을 얻게 되는 거였다. 그게 욕심이 나는 나였다.

이래서 마음먹은 되로 인생이 흘러가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그러고 보니 또 그렇다.

내가 처음 이 고려시대로 왔을 때 그냥 편하게 배불리 먹고 미녀를 얻어 편하게 살겠다고 결심을 했었다.권력은 권불십년이라 생각하며 절대 위험한 자리로 나를 이끌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나는 달라져 있었다.

이런 것이 인생일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경대승을 잠시 봤다.

여전히 혈기가 넘치는 경대승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고려에서 유일하게 경대승 그의 천수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그를 내가 살려두는 이유 중 하나였다.'30대 초반이면 죽게 될 것이야!'

경대승이 이제 살아갈 시간은 10년 남짓이다. 그 10년 동안 나는 경대승을 최대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그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역사는 그를 지덕을 겸비한 무장이라 기록할 것이고 영웅이라 기록할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내가 그에게 내린 것은 10년의 삶과 함께 영웅으로 죽을 수 있는 자리인 거다. 그리고 또 한 없이 의심할 것이라고 다짐 했다.

신하를 의심해서 폐위까지 당하는 내 숙부처럼 나는 그리 변하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내 숙부인 명종황제와는 다르다.내가 신하를 의심한다는 것을 결코 들키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들킨다면 나는 절대 내 마음을 들긴 신하를 결코 살려두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우선 일어나시게."

"소장의 아비의 낙향을 허락해주시옵소서!"

"일어나시게. 나랑 이야기를 하세. 그러면 되는 것이야! 말과 말로 전하지 못할 것이 없지."

"합하! 신의 충정을 물리치지 마시옵소서."쿵!이 순간 중방 댓돌에 머리를 찍은 것은 윤인첨이 아니라 경대승이었다. 그의 머리에는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이마에서 흐르는 피는 그의 눈가를 통해 주르륵 흘렸고 마치 경대승은 자신의 부친을 살리기 위해 내 앞에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모진 구석이 나와 같다.'나는 경대승을 통해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거두지 않으면 이유 불문하고 베어야 한다.'가지겠다는 마음과 버리겠다는 마음이 다시 공존했다. 그리고 지금 경대승이 나와 담판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서로에게 줄 것이 무엇인가? 또 받을 것이 무엇인가를 따지며 그렇게 경대승은 나와 담판하고 있었다."소장의 아비의 낙향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합하! 필부로 살겠나이다.

살려주소서."그의 비장한 한수가 어쩔 수 없이 통하게 되는 순간이었다.진정 그는 한신이 되려 했다.

아니 한신 보다 더 자신의 몸을 낮춰서 내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단 한 점의 자존심 따위는 없었다.

오직 이 순간을 살아남기 위해 저리 몸을 낮추고 있는 거였다.'살려 쓰지.'난 물끄러미 피를 흘리고 있는 경대승을 봤다.베는 마음보다 쓰려는 마음이 커진 거였다. 또한 나와 경대승을 보고 있는 눈이 많았다.

애원하는 자를 가차 없이 벤다면 나에 대한 저들의 충심이 희석될 것이 분명했다.'이래서 난입을 했군.'이 순간이 바로 내가 쳐놓은 덫에서 경대승과 경진 부자가 살아나는 순간이다.죽이고자 했던 마음을 접고 나는 경대승을 물끄러미 봤다."허락하지. 허락 할 테니 그만 일어나! 그리고 들어와!"난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다시 중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나를 압박할 정도의 기개다.

서경에 웅크리고 있을 대령후를 베는 것으로 시작해서 오점 하나 남기게 만들고 다시 영웅으로 만들어주지.'난 경대승의 쓰임에 대해 결정했다.'경대승! 너에게 너의 인생에 오점 하나를 남긴다면 이 고려제국의 충신은 될 것이다.'나는 나를 압박하는 경대승을 품을 결심을 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숙청시킬 생각을 한 경진과 경대승은 내 숙청을 벗어나게 됐다.

중방 회의실."서경에서 곧 변란이 일어날 것이네."난 경대승을 보며 말했다."그리 들었사옵니다."

"나는 곧 중앙군을 이끌고 서경정벌을 나설 것이네."내가 정벌이라는 말에 경대승이 놀라 나를 빤히 봤다."서경유수의 뒤에는 대령후가 계시지."내 말에 경대승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경대승은 알 것이다."자네가 선봉이 되어 대령후를 베시게."

"소장이 말이옵니까?"

"그렇다네. 못하겠는가? 지금 이 고려를 가장 위태롭게 하는 자는 황족이신 대령후이시네. 이 순간에 변란의 조짐이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옥좌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네. 감히 누군가 대망을 품는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네. 대령후의 야욕이 고려를 망칠 수 있어. 내 이리 사전에 파악이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네. 할 수 있겠는가?"난 무섭게 경대승을 노려봤다. 이것을 거부한다면 나는 경대승을 내치고 바로 그를 역적으로 지목하게 만들 것이다.

난 마지막 순간까지 경대승을 시험하고자 했다."아니옵니다. 고려에 역심을 품은 모든 자를 베겠사옵니다."

"그러시게. 그대가 그리만 해 준다면 내 다시는 그대 부친의 숙청시키려는 덫을 파지 않겠네. 경대장군이 낙향을 하신다고 했지?"

"그렇사옵니다. 부친께서는 권력에 미련이 없사옵니다. 또한 권불십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낙향하시어 필부로 사신다 하셨습니다."

"낙향을 하실 것이 무엇에 있겠나?"

"예?"

"황도에 머무시게."경대승을 경계하기 위해 볼모가 되어야 할 존재가 경진일 거다."그리고 절대 나로 인해 그대의 부친이 위급해 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네."내가 순순히 경진을 죽이고자 했던 것을 말하자 경대승이 놀라 다시 나를 봤다."그것을 알기에 온 것이 아닌가?"

"송구하옵니다. 합하! 허나 제가 이곳에 온 것은 합하께서 꿈꾸시는 고려가 제가 꿈꾸는 고려와 같기 때문이옵니다."

"꿈꾸는 고려가 같다?"

"그렇사옵니다. 북벌을 향하시려는 고려가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목숨을 걸었나이다."이 순간 경대승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나 역시 경대승을 뚫어지게 봤다.

순간 어쩌면 나를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숨 두 번 걸면 반드시 벨 것이다.

나를 시험하지 마라. 이제껏 너를 능가하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내게 없었을 것이다."내 말에 경대승이 입술을 깨물었다."명심하겠사옵니다.

합하!"

"가신은 주군보다 능력을 보이면 역심을 품지."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소장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합하! 믿으소서! 충심을 다할 것입니다."그와 동시에 경대승이 품에 숨겨놓은 단검을 꺼냈다.

그 순간 위위경 이의방과 윤관이 급히 검을 뽑았다."무엇을 하는 것이냐?"위위경이 대노해 소리를 질렀다."이 검으로 증명하겠나이다."정말 끝까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여전히 한신처럼 굴고 있는 경대승이었다."증명?"

"그렇사옵니다."

"해 봐! 그 증명! 단지 따위나 혈서 따위를 써서 내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베어낸 단지는 곧 아물 것이고 맹약으로 쓴 혈서도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리지. 마음을 담고 보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디 내 마음을 움직여 봐."난 뚫어지게 경대승을 봤다.'단지를 해도 혈서를 써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나는 한 없이 너를 의심할 것이다.'난 그렇게 생각하며 경대승을 뚫어지게 봤고 경대승은 바로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 탁자 위에 혈서를 써내려갔다.그리고 그 혈서를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무인본분위국헌신!내가 태후께 했던 그 말을 경대승이 쓰는 거였다. '하늘이 경대승을 살리라 하는군!'난 우선은 하늘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그를 의심함에 있어서 나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다.

이래서 절대자로 향하는 자들은 외로운 법이고 독해져야 하는 법인 모양이다.

"그만 하시게."

"이것이 제 충심이옵니다."

"그대의 충심이 향할 곳은 내가 아니라 고려네."

"명심하겠습니다. 합하!"

"내게 와 줘서 참으로 고맙네. 고려가 그대를 환영하네."내가 자신을 믿는 눈빛을 처음으로 보이자 그제야 안심하는 경대승이었다. 하지만 경대승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사족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무인본분위국헌신!난 탁자 위에 적혀 있는 피로 쓴 글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고 경대승도 미약하지만 나처럼 황궁에 첩자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오직 태후마마께만 올린 글이다.'다시 말해 이글을 아는 자가 누군가에게 흘렸다는 거고 그것을 경대승이 알게 됐다는 거다. '황궁에 귀를 심어놨군! 도방이겠지.'난 경대승이 도방을 창설해서 고려의 권력을 잡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경대승은 결국 실수를 한 거였다.'저잣거리의 왈패로 숨겨 힘을 키울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커지는 순간 자신이 꿈꾸는 대망을 이루려하겠지. 허나 그 꿈꾸기 참 어려울 것이야!'아마 경대승은 자신의 한 수가 뜻을 이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허나 그 이룬 뜻은 반쪽에 불과했다."무인본분 위국헌신이라?"

"그렇사옵니다."

"자네 무인이라고 생각을 하나?"

"그렇사옵니다. 합하!"경대승의 말에 난 경대승을 물끄러미 봤다."나는 사실 검을 잘 다룰 줄은 모르네. 그래서 검을 잘 다루는 무인을 아끼지. 내가 그대도 아낄 만한가?"

"소장은 장창을 조금 다룹니다."

"그럼 제법 기마술도 있겠군."

"부족하나 남에게 뒤지지 않사옵니다."

"좋아! 조자룡만큼만 되어준다면 내 좋지. 그대를 아주 귀하게 쓰지."

"감사하옵니다. 합하!"

"내게 왔으니 그대에게 그에 합당한 직을 내리지."

"예. 합하!"경대승이 짧게 대답을 했고 난 위위경 이의방을 봤다."어떤 직이 좋겠습니까?"내 눈빛의 뜻을 위위경 이의방을 잘 알 것이다."신수군 중랑장으로 하심이 어떻사옵니까?"위위경 이의방이 자신을 중랑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자 경대승은 조금 놀라 나를 봤다."중랑장이요?"

"그렇습니다. 합하!"

"소장은 미관말직이옵니다. 중랑장이 된다면 군영의 기강이 서지 않을 것입니다."경대승은 사양하겠다는 투로 말했다."그거 좋을 것 같습니다. 정벌의 선봉이 될 사람이니 중랑장이 좋을 것 같습니다."이제 고려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다.

"내 경대승 그대를 신수군 선봉장인 중랑장으로 삼지."

"합, 합하!"

"싫은가?"경대승이 비록 대장군인 경진의 아들이라고는 해도 중랑장으로 벼락승차를 하는 것은 파격에 가까울 것이다."아, 아니옵니다. 감사하옵니다."경대승이 머리를 조아렸다."서경정벌에 공을 세워! 그럼 내 바로 장군의 반열에 올려주지."

"감사하옵니다."내게 말을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의 눈빛은 전혀 감사한 것 같지 않았다.'내 얄팍한 수가 들켰군.'이 순간에도 경대승이 뛰어난 지략이 있다는 것을 난 알게 됐다. 사실 난 경대승을 벼락 승차시켜서 군부의 시기심을 자극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경대승이 아는 거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중랑장이 되라면 중랑장이 되어야 하는 것을."허나 중랑장이 되었다고 해서 기고만장한다면 바로 벨 것이다.

내 사람이면 조신하고 자중하며 정의로워야 한다."단초를 달았다는 것은 그리 하지 않는다면 벤다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벼락 출세를 하면 기고만장해지는 법이다.

아무리 영웅의 품격을 가진 경대승이라고 해도 그렇게 될 공산이 컸다.'내가 너무 숙부를 닮아가고 있어.'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힘을 가졌고 권력을 손에 쥐었으니 그 권력을 지키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거다. 단지 내가 숙부와 다른 것은 능력이 있다는 거였다.

또한 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는 거였다. '난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발전한다.'난 이 순간 다시 한 번 나를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명심하겠나이다.

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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