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11화 (311/620)

< -- 간웅 15권 -- >"그렇소이다.

저는 곧 북벌을 할 것입니다. 검으로 회복할 고토에는 오랑캐들이 많습니다.

검은 빼앗고 다시 찾을 수는 있으나 오래 지키지 못합니다. 그러니 대사성 같은 붓을 든 자가 옳은 정책을 조정에서 펼치시고 이 고려를 무신의 나라가 아닌 진정한 제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내가 소리치자 윤인첨이 멍해졌다."진, 진정한 제국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부국강병에 가장 첫 번째는 올바른 문신들이 조정의 중심이 되고 무신들은 변방을 지키며 창검을 가는 것입니다. 저는 백두산의 물로 검을 갈 것입니다. 그리고 북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러니 대사성은 조정에 남아 옳은 정책을 펼치세요."

"진정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섭정인 나를 지켜보세요. 내가 어찌 되는지."

"으음,,,,,,,,"

"내가 변하면 제일 먼저 대사성 아니 문하시중을 베지요."잠시 윤인천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섭정!"

처음으로 윤인첨이 나를 섭정이라고 불렀다."말하세요."

"속아드리지요. 그리고 목을 쭉 빼고 지켜보지요."

"그러세요. 절대 제가 옥좌를 찬탈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켜보겠습니다."

"돌아가세요. 지금은 저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곧 황제폐하가 오실 것입니다. 즉위식을 준비하셔야지요. 복위가 되는 것이니 더 성대하게 준비를 하셔야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문하시중!"윤인첨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섭정! 내 그리 준비를 하지요. 그리고 항상 지켜볼 것입니다."

"그러세요. 그렇게 돌아가세요."

"예. 그러지요."윤인첨이 당당하게 돌아서서 중방 전각 앞마당을 떠났다. 그리고 난 바로 견룡들을 노려봤다."누가 문하시중을 나의 허락도 없이 중방으로 안내했나?"내 외침에 젊은 무장 하나가 무릎을 꿇었다."소장이옵니다."

"너는 어찌 군령을 어긴 것이냐?"

"부친이시고 부친이 마지막으로 충신으로 죽고자 하는 길을 막지 못했사옵니다. 허나 군령을 어긴 죄 죽어 마땅하니 목을 베소서."젊은 무장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베라!"내 명령에 옆에 있던 견룡군 병사들이 기겁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무장 하나가 검을 뽑았다."예. 섭정!"당당히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 윤인첨이 흠칫 놀라 걸음을 멈췄다가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내가 벨 것이다."난 바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젊은 무장을 봤다.'윤관?'윤인첨의 아들이니 윤 씨가 분명할 거다. 하지만 이름이 관인 것이 이상했다.'당찬 아비가 참으로 당찬 이름을 아들에게 지어줬구나!'윤관을 모르는 자는 없을 거다. 고려시대의 명신·명장으로 문신이면서 무신인 충신이었다.

처음 여진을 정벌하다 실패해 별무반을 창설하여 군대를 양성하며 후일을 도모하다가 다시 출정해 여진 정벌군의 원수로 9성을 쌓아 침범하는 여진을 평정하며 일부 잃어버린 고토를 회복한 영웅이었다. '윤관은 윤관(尹瓘)이고 저 젊은 무장은 윤관(尹關)이다.'젊은 무장이 쓰는 관자는 빗장 관자다.

무엇인가를 지켜낸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 분명했다.'이름이 너를 살렸다.'난 무섭게 보며 검을 무장에게 받아 겨눴다."군령을 어긴 자 참수다."

"예. 섭정!"윤관은 각오했다는 듯 목을 쭉 빼고 입을 꾹 다물었다.'내 오늘 당찬 무장 하나를 또 얻는 군!'그렇게 생각하며 들고 있는 검을 고쳐 잡고 바람을 가르듯 검을 휘둘렀다.쉬웅!툭!이 순간 떨어지는 것은 그의 목이 아닌 그의 상투였다.

"다음에는 목을 벨 것이다. 너 정도의 기개라면 내 뒤를 맞길 수 있을 것 같다."내 말에 윤관이 놀라 날 뚫어지게 봤다."섭정각하!"

"네 아비이신 문하시중께서 내 목을 노리면 어찌 할 것이냐?"난 무섭게 윤관을 보며 물었다."벨 것이옵니다."

"그 다짐 변치 않겠지?"

"부자의 의리는 한 번으로 족하옵니다. 제 소임이 섭정각하를 지키는 것이라면 벨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자식 된 자로 검을 거꾸로 물고 자결하겠나이다."이 순간 윤관의 말에 믿음이 갔다."어찌 보십니까? 위위경!"내 말에 위위경인 이의방이 잠시 윤관을 봤다."등을 맡기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지요."

"너를 앞으로 견룡부장으로 명한다."

"예. 합하!"내 검에 의해 봉두난발을 한 윤관이 댓돌에 머리를 박고 죽겠다는 듯 크게 바닥에 머리를 찍었다."충심을 다하겠나이다."

"너의 충심이 내가 아닌 고려로 향해야 할 것이다."

"예. 합하!"

"일어나라."

"예. 합하!"그렇게 난 당찬 무장 윤관을 얻었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사람을 베어고 숙청해야 할 일만 남았다.'지금쯤이면 부드러운 가죽이 되어 있겠지.'난 김보당의 얼굴을 떠올렸다."참으로 놀랍사옵니다. 합하!"위위경 이의방이 나를 보며 놀라 물었다."무엇이 말이옵니까?"

"합하를 부덕하다 말하는 자를 문하시중까지 만드시다니요."

"다 장인을 위함입니다."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날 봤다."예?"

"참지정사를 견제하셔야지요."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나를 다시 본다는 눈빛이 됐다."저를 위해 이렇게 하신 것이옵니까?"물론 100프로 진심은 아니었다. 위위경은 나를 위해 금의 100만 대군 앞에 서야 한다. 그러니 그가 나를 배신할 수 없게 만들어야 했고 그것은 다른 장인인 참지정사 강일천보다 내가 위위경인 이의방을 더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는 거였다."그렇습니다. 또한 이 고려에 저런 문신들도 필요합니다."

"예. 그렇습니다."그때 중방으로 젊은 무장 하나가 뛰어 들어섰다. 그리고 그 무장을 막기 위해 견룡 군들이 검을 뽑아들고 그를 향해 뛰었다."멈춰라!"병사들이 검을 뽑아 앞으로 나서며 소리를 질렀지만 젊은 무장은 그 외침을 무시하듯 달려들었다. 날렵한 것은 비호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난 난입한 젊은 무장을 봤다.'경대승!'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단독으로 난입을 했다? 오판을 한 것이냐?'경대승이 정중부를 벨 때 겨우 50여명의 도방의 사병들과 같이 혁명을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은 경대승 혼자였다. 이것은 경대승이 나를 베기 위해 난입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괴한이다.

합하를 보위하라!"

"자객이다."병사들이 질주하는 경대승을 놓치고 바로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위위경 이의방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윤관도 검을 뽑아들고 내 앞을 막았다."자객인 것 같사옵니다. 합하! 제 뒤에 몸을 피하소서!"

"자객이 검도 안 가지고 옵니까?"

"예?"

"왔군요. 올 줄은 몰랐는데 왔습니다."난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내가 인상을 찡그리는 순간 중방 전각으로 난입한 경대승이 전각 댓돌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고 난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한신의 한수를 쓰고자 하는 건가?'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경대승을 노려봤다."소장은 경대승이라 하옵니다."우렁차게 경대승이 내게 소리쳤다. '왔군! 왔어. 어리석지 않아서 오고야 말았어.'나는 경대승을 죽이려 했다.

내가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죽여야 할 인물 중 으뜸이 경대승일 거다. 그런데 그가 그것을 알고 이렇게 살기 위해 내게로 온 거였다.경대승!그는 고려 무장 중에서도 영웅에 속할 것이다. 또한 역사가 유일하게 무부로 기록하지 않은 무장이었다."그대는 경대장군의 장자가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합하!"경대승은 바로 내게 합하라 칭했다.

이것은 바로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부친인 경진이 천길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였다.'죽이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가? 죽여야 하는데,,,,,,,.'이 순간에도 나는 경대승을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강력한 적이 될 자가 가신이 되고 또 그 가신이 나를 능가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적보다 더 위협이 되는 것은 능력 있는 가신일 거다.

그래서 나는 경대승을 베고 싶었다. 아니 베어야 했다. 하지만 경대승은 내 마음을 아는지 이렇게 내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거였다.

무뢰배의 가랑이를 통과하면 인내한 한신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 때문에 더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눈빛은 빛나고 영웅의 기품이 있다는 거였다.'내게 오직 충성을 한다면,,,,,,,.'욕심도 나는 순간이기도 했다."그런데 어찌 이러는 것인가?"

"제 아비의 낙향을 허락해 주시옵소서."경대승의 말을 통해 경대승은 이미 내가 김보당을 통해 경진을 숙청시키려는 것을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그것을 알면서 신수군을 이끌고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다.'저래서 영웅이라고 불린 거겠지.'상황을 보는 눈이 정확했다."신수군 창설에 박차를 가하시고 있는 경대장군의 낙향을 허락해 달라?"

"그렇사옵니다. 소장의 아비이신 경대장군은 절대 역심이 없사옵니다."내가 앞으로 던질 한 수를 던지기도 전에 파쇄해 버리는 경대승이었다."무슨 말씀이신가?"

"제 아비의 낙향을 허락해 주십시오. 합하! 김보당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거짓일 것이옵니다. 그러니 믿지 마시고 제 아비의 낙향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모든 것을 내놓고 낙향 할 것이옵니다. 절대 합하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옵니다."역시 내 생각을 다 짐작하고 있는 경대승이었다."무슨 말인가?"

"새로운 고려를 위해 깰 것은 깨고 벨 것은 베시고자 하시는 것 아니옵니까?"영특함이 역사의 기록보다 더 뛰어났다."그런 적 없다. 국문은 오직 죄만 묻게 될 것이다."

"죄가 없다고 해도 후일 고려의 장애가 된다면 죄가 되지 않사옵니까."

"뭐라?"

"소장의 아비인 경진 대장군의 낙향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모든 사병을 이미 해산했사옵니다. 또한 황도에 있는 가산도 모두 백성들에게 나눠줬습니다. 낙향하여 초가를 짓고 살 것이라고 했나이다.

부디 낙향을 허락해 주시옵소서."오직 살고자 경대승은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 순간 이 비굴함이 진정한 용기일 거다.

무식하고 모두한 자는 만용을 용기라 생각한다.하지만 경대승은 지금 스스로 한신이 되어 내 가랑이 사이로 기고 자신과 부친 그리고 자신의 가문을 지키려 했다.

'역시 한신의 한수군!'짜증이 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죽일 명분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순간 내가 경대승을 벤다면 신수군은 바로 황궁으로 진격할 거다.

물론 단 1리도 진격하지 못하고 도천밀군에게 포위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 과정에서 고려를 위해 검을 들어야 할 병사들이 죽게 된다.

이 순간 경대승은 신수군으로 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신수군을 볼모로 나를 협박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내가 병사를 아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신수군이 포위된 것도 짐작하고 있어.'지략을 겸비한 지장이 바로 경대승일 거다.

북벌에는 많은 도움이 될 인물이 분명했다. 허나 이 순간에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허한다면?"

"소장이 충심을 다해 모실 것이옵니다. 합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에는 목을 내어 디딤돌이 될 것이옵니다."

"나를 충심으로 섬긴다?"

"그렇사옵니다. 합하!"경대승은 자신과 자신의 부친을 살리고 내 옆에 머물려는 회심의 한 수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고민이 됐다.'죽여야 한다. 내가 간웅이면 경대승 저자도 영웅이 될 것이다.'난 경대승을 노려봤다.

허나 죽이기에는 그의 능력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감이 교차하고 찰나의 순간 몇 번이고 내 마음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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