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08화 (308/620)

< -- 간웅 15권 -- >사약과 같은 비상은 위의 점막에 침투해 피를 역류하게 만들어 사람을 죽게 하는 극약이니 저렇게 입에서 피가 흐르는 거였다. 피를 흘리는 만큼 오장이 찢어지는 고통이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 폐서인이 된 태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자신의 육신에 밀려드는 고통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옆을 지킨 무덕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거였다."어, 어찌 된 건가?"폐서인이 된 태자가 놀라 이고를 봤다."태자마마의 아바마마이신 상황전하께서는 회생 공에 의해 복위될 것이옵니다. 그러니 태자마마도 태자마마가 되실 것이옵니다."

"그, 그런데 왜? 어찌 내게,,, 내게 이, 이런 일이,,,,,,,."이 순간 이해가 안 되는 그였다."추증되실 것이옵니다."이고가 무거우면서도 차갑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죽어가는 태자를 보며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죽는 유일한 이유는 태자의 품격에 맞지 않을 만큼 어리석다는 거고 또 아우로 이복동생 회생이 너무나 뛰어난 인물이라는 걸 거다.

옥좌는 하나고 같은 배를 빌어 나온 형제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고 회생의 야망이 하늘을 나는 봉황처럼 크고 넓으니 그 날개아래 저리 죽어야 할 자가 한둘은 분명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고였다.그리고 그 일을 자신이 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아귀가 될 것이다.

황족이라는 황족은 다 잡아 먹는 아귀가 되어 내 조카님을 도울 것이다.'이고는 다시 한 번 결심을 했다. 분명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고가 회생하는 그 마음은 피와 같다. 하지만 분명 피는 물보다 진할 것인데 이렇게 폐서인이 된 태자는 그리 같은 피를 가진 회생이 명령에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는 거였다."추, 추증? 추증이라 했느냐?"

"그렇사옵니다. 이 회생 공께서 폐하의 숨겨진 황자이십니다. 그러니 이 한 많은 세상 그냥 모두 잊고 가시옵소서!"

"뭐, 뭐라?"폐서인이 된 태자는 기겁해 눈동자가 커졌다. 회생이 부마도위가 되었다는 것은 이곳을 지키던 무장에게 들은 적이 있는 그였다.

고모부 정도가 된다고 생각을 했고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준 것이 회생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무덕도 그렇게 말했고 폐서인 그도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을 분노하고 포기하고 또 자책하며 후회하며 살며 모난 부분이 모두 깎여 이리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었다.

그저 이 앞을 지키는 자들이 없다면 그냥 무덕과 이 섬의 촌부로 무덕과 한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추스른 이 순간에 죽음이 닥쳐오고 있는 거였다."편히 가소서! 다음 생에는 저 아이와 그저 권력과 쟁투가 없는 세상에서 필부로 사소서."이고 대장군이 머리를 조아렸고 그와 동시에 폐서인의 입에서 피가 뿜어졌다.

뿜어지는 피가 검은 것이 오장육부가 다 녹아내린 것 같았다."으윽! 무, 무덕아! 어, 어찌 된 것이냐? 이, 이고 대장군의 말이 진, 진정이더냐?"

"저, 저도 으윽 모르겠나이다. 태자마마!"

"나는 태자가 싫다. 이제는,,,, 으윽 이제는 싫다. 그냥 너랑 살면 필부로 살고 싶다."어찌 인생이 바라는 것이 이뤄질까?"태, 태자마마!"

"나는 그냥 그리 살고 싶어졌다. 살고 싶다. 너랑 이 진도에서 그리 그냥 살, 살고 싶다."입에서는 피가 역류하고 눈에는 그 피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폐서인이었다."태, 태자마마!"

"아, 아니 되는 것이냐? 아는 태자도 싫다. 이제는 싫다.

아니 되는 것이냐?"죽음이 닥친 그 순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버린 태자였다. 그래서 더욱 후회가 되는 폐서인이 된 태자였다."무, 무덕아! 내가 참으로 너에게는,,,,,,,."무슨 말을 하려다가 태자는 하지 못했다."모, 모셔서 행복했나이다. 그 행복 이 마음에 품고 죽어도 모시겠나이다."무덕의 입에도 피가 뿜어졌다. 그렇게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 무덕은 폐서인인 된 태자에게 큰 절을 올렸고 끝내 그 자리에서 절을 한 상태로 죽었다.

어리석은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죽음이기에 이리도 허망할 것이다. 허나 그 허망함이 그녀의 사랑이고 전체이며 끝이었다.

이 순간 자신이 죽어 행복할 수 있는 여자가 바로 무덕일 것이다."무, 무, 무덕아! 죽으면 아니 된다. 무덕아!"폐서인이 된 태자가 절규했고 꺼져가는 촛불 같은 노을은 이제 깊은 밤의 석탄처럼 어둡기만 했다."으으윽! 내, 내 어찌 이리, 이리 가여운 너를 볼꼬. 내 어찌!"울컥!다시 한 번 크게 피를 토하는 폐서인이 된 태자였다.

그리고 끝내 평상에 쓰러져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가장 고귀하게 태어나 가장 비참한 후회를 가지고 죽는 고려의 황족이 바로 그였다.

허나 분명한 것은 자신을 위해 같이 죽어줄 수 있는 여자가 있는 한 편으로는 행복한 남자이기도 했다."가여운 분이시고 또 가여운 여인이다."이고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리고 평상에 쓰러져 있는 추증될 태자를 조심히 앉아 오두막 안에 눕히고 나서 무덕도 그렇게 안아 오두막으로 옮기고 태자의 옆에 조심히 눕혔다."못 다한 정일랑 극락에 가셔서 이루시오."이고는 무덕의 손을 태자의 손 위에 살짝 올렸다."고맙소. 내 스스로 황자마마의 형님을 베지 않게 해 주셔서."이고는 무덕에게 그리 말하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불이 붙은 장작 하나를 들고 나와 오두막 초가의 지붕에 던졌고 바로 초가의 불이 붙었다.활활 타는 오두막을 이고가 물끄러미 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다 잊고 극락왕생하소서!"그렇게 회생의 이복형이 되는 의종황제의 장자는 그리 죽었다.

회생이 알고 있는 역사에서는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는 이의민의 의해 의종황제가 죽임을 당하는 거다.

회생이 바꿔놓은 역사에 의해 아비는 살고 아들이 죽은 거였다. 그리고 훗날 다시 복위된 의종황제에 의해 죽은 폐서인인 이고가 말한 것처럼 태자로 추증됐고 태자와 같이 죽은 무덕은 충비로 추증됐다. 죽어서 진정 추증된 태자의 비가 된 무덕이었다.

이들의 죽음은 분명 허무했으나 이들의 죽음이 가지고 올 파장은 아비와 아들의 반목이 시초가 되기 충분했다.신수군 대장군 군막.신수군 대장군 군막으로 들어서는 경진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아니 겁에 질렸다고 해야 옳을 것 같았다. 대전 전각 앞마당에서 울부짖는 김보당을 보며 마치 자신이 그 형틀에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진이었다.

군막 안에는 그의 아들 경대승이 차분히 앉아 있다가 대전회의에 소집되어 돌아온 경진의 표정을 보며 일어섰다."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아버님의 표정이 그리 어둡사옵니까?"

"대승아!"

"예. 아버님! 나는 놀랍기만 하다."

"무엇이 말이옵니까?"

"상장군이며 부마도위인 회생이 끝내 황궁을 장악했다. 그리고 위위경이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어. 이제 이 고려에 부마도위인 회생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어. 아무도."경진의 말에 경대승이 기겁해 다시 경진을 봤다."황궁에 다시 변란이 일어났다는 말씀이시옵니까?"경대승은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도 은밀히 정보조직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첩보를 수집하는 자들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경대승은 도방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들이 모르게 그렇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역사에 기록된 경대승의 도방이 만들어진 것이 이때쯤이었다."변란? 변란이고 할 수도 없지. 아니 변란이 아니지. 진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경진은 두려운 눈으로 경대승이 모를 소리만 했다.

경대승의 눈에는 조금은 넋이 나간 모습 그 자체였다. 그것은 다시 말해 김보당에게 가해지는 고신이 너무나 참혹하다는 반증일 거다."예? 아버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변란이 아니라 진압이라니요."

"태후마마께서 황제폐하를 폐위하시고 바로 부마도위를 섭정에 올렸다. 그러니 변란이라고 할 수도 없지. 황제폐하를 폐위하고자 거병한 것은 분명 부마도위와 위위경 이의방이겠지만 그 일에 동조해 주신 분이 바로 태후마마시다. 황제폐하께서 보현원으로 유폐되었으니 이제 태후마마께서 황실의 최고 어른이시고 곧 상황께서 복위되실 것이다.

허나 이제 이 고려는 회생의 세상이다. 부마도위의 세상이고 저잣거리에 떠도는 참요처럼 곧 용손 십이진 십팔자위왕이 날 거다.

그 위왕은 바로 회생이 될 거고."경진의 말에 경대승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역천이 이뤄진다는 말씀이십니까?노한 듯 놀란 듯 경대승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회생은 절대 그런 역적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차분한 눈빛으로 아비인 경진을 봤다.'그가 무인본분위국헌신이라고 했어.'회생이 처음 공예태후에게 한 그 말은 이제는 젊은 무장들의 결심이 되어 있었고 역사가 기록한 무신정권의 유일한 충신이며 영웅인 경대승도 그 무인본분위국헌신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분명 회생과 그는 비슷한 나이 또래였다.

허나 하나는 본이 되고 또 하나는 따름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그 본이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대승이었다.'아닐 것이야! 아니야!'어쩌면 경대승에게 혈혈단신으로 맹호 같은 위위경 이의방과 이고 그리고 수많은 노대장군들의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고려 황실을 보존케 하고 있는 회생이 자신의 영웅일지도 몰랐다."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대전 앞마당에 김보당의 일파가 역적으로 추포되어 고신을 당하고 있다는 거다."

"대전 앞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대전 안에서는 황제폐하의 폐위가 논해지고 바로 상황전하의 복위가 결정되는데 그 앞뜰에는 모진 고신과 국문이 이어지고 있어."

"대신들을 위협하고자 함입니다."

"위협할 것이 무엇에 있느냐? 이제 부마도위의 세상이다. 곧 고신을 당하는 그자의 입에서 거론 되는 자는 모두 역신으로 죽게 될 것이다.

멸문을 당할 것이 분명할 것이다."두렵기만 한 경진이었다. 허나 그의 아들 경대승은 그 혈풍이 자신과 자신의 부친에게 향할 것을 직감했다."그 혈풍! 아버님과 소자에게도 불 것이옵니다."경대승은 담담하지만 차분하게 말했다."뭐, 뭐라? 혈풍이 너와 내게도 분다고? 어찌? 어찌,,,,,,,."

"그렇사옵니다. 그리 될 것입니다. 그리 되어야 옳을 것입니다. 참으로 부마도위는 모질고 치밀하며 빈틈이 없는 분이십니다. 그리 될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리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수군이 바로 설 것이니 그렇게 할 것이옵니다."

"어, 어찌 그리 생각을 하느냐?"

"아버님께서 신수군을 창군하셨기 때문이옵니다. 신수군은 결국 상장군인 부마도위가 이끌 군이옵니다."

"그렇지. 허나 내게 신수군을 창설하라고 지시한 것은 상장군이 된 부마도위다."

"토사구팽이지요."경대승의 말에 경진이 기겁한 표정이 됐다."토, 토사구팽?"

"그렇습니다. 토사구팽입니다. 신수군은 고려의 군대가 아니라 부마도위의 사병이나 다름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참에 신수군에 미치고 있는 아버님의 영향력을 모두 없애려 할 것이 분명하옵니다."

"내가 뭐라고 내가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없앤다는 것이냐? 나는 그저 훈련시키라고 해서 훈련시킨 것뿐이다. 내키지 않는 자리에 억지로 앉은 것이다."듣고 보니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허나 그게 아니면 답이 나오지 않는 경대승이었다. 물론 그럴 것이다.

회생이 진정 노리고 있는 것은 자신의 부친인 경진이 아니라 젊고 어린 무장인 경대승 자신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는 그였다.그가 역사를 모르는 절대 알 수 없는 거였다.

허나 분명한 것은 바로 일어나는 상황을 보고 내일이 어찌 될지 아는 지혜를 가진 경대승이었다.뛰어난 무장으로 성장하기 충분할 정도의 혈기 당천한 무위를 가졌고 또 북변의 삭풍처럼 차갑고 내정한 지혜를 가졌으니 적이 된다면 위험한 존재가 분명할 것이고 가신으로 삼는다고 해도 항상 경계될 인물이 분명 경대승일 거다. 그래서 회생은 그를 제거하려는 거였다. 그리고 그가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할 영웅이기 때문에 제거하여 차후의 근심을 없애려 하는 회생이었다.

강한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주군을 능가하는 가신이라는 생각하고 있는 회생이기에 단 번이라도 경대승을 자신의 밑에 두려하지 않고 베려는 이유가 됐다.============================ 작품 후기 ============================추천 댓글 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