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07화 (307/620)

< -- 간웅 15권 -- >바닷가에 지어진 오두막이 멀리 보이고 그곳을 향하고 있는 이고의 뒤편에는 붉은 노을이 피처럼 붉게 보였다.천천히 그리고 당차게 걸어 다가가는 이고의 발걸음은 마치 전장으로 향하는 무장의 그 모습 그대로였으나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그리 참 된 것은 분명 아니었다.'내 조카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지금 이고는 회생을 위해 이복형이라고 할 수 있는 폐서인이 된 의종을 장자를 베기 위해 향하고 있었다.

작게 보였던 오두막이 크게 보였고 그 오두막 앞에 무장 둘이 서서 오두막 안에 있는 폐서인이 된 의종을 장자를 지키고 있었다."누구시요?"다 늦은 저녁에 갑작스럽게 검을 든 무장이 다가서자 경계를 서던 무장 둘이 급히 앞을 막으며 물었다."안에 폐서인 있는가?"이고는 나직이 물었다.그 순간 오두막 싸리문 안에서 이고를 보던 환관 둘과 상궁 둘이 조용히 이고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누구냐 물었소?"이들은 폐서인을 지키라는 명을 받은 자였다. 그리고 검을 찬 이고가 다가서자 다급히 다시 문든 거였다."폐서인 있냐고 물었다."

"나는 누구냐고 물었소?"

"안에 폐서인이 있사옵니다."상궁 하나가 이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는 순간 무장 둘이 놀라 상궁을 봤다."나는 너의 주군의 명을 받고 왔다."이고의 말에 상궁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줄 알았다는 그런 눈빛이었다."하오시면?"

"마무리를 할 것이다."그 순간 이고는 바로 검을 뽑아들고 무장 둘을 노려봤다."미안타!"쉬웅!바람을 가르는 검이 무장 하나의 목을 향했고 무장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 잘에서 쓰러져 죽었다.자신이 행하는 일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고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오두막에 있는 모든 자들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고였다.

물론 그 척살의 대상에는 상궁과 두 환관도 포함되어 있었다."네 이놈!"또 하나의 무장이 검을 뽑아 이고에게 겨눴다. 하지만 검을 휘두를 겨를도 없이 이고의 검에 속절없이 쓰러져야 했다.검을 들고 있다고 해도 모두 다 뛰어난 무장은 아닐 것이다.

이 고려에 3대 맹장이 있으니 그 첫 번째가 위위경 이의방일 것이고 두 번째가 이고일 것이다. 그 둘의 무위는 하늘아래 서로 용호상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회생이 가진 진정한 맹장은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금강야차 이의민이었다. 용호상박이 이의방과 이고라면 금강야차 이의민은 하늘의 벨 무위를 가졌다."으악!"두 명의 무장이 쓰러졌지만 이고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상궁을 봤다."나를 원망해라!"그 순간 상궁은 자신과 환관들 모두를 죽여 입막음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주군의 명이시요?"상궁의 말에는 회생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은 없었다."너의 주군께서 언제 가신을 배신하던 적이 있더냐?"

"대장군의 뜻이군요."

"그렇다. 나를 원망해라!"이고가 상궁에게 검을 겨누자 상궁도 어쩔 수 없이 품에 숨겨놓은 단검을 꺼냈다.

"저도 사람이라 살고 싶소."

"미안타!"이고는 그렇게 말하고 상궁에게 검을 휘둘렀고 그 순간 놀란 환관 둘이 겁을 뽑아 이고에게 겨눴다."이리 토사구팽을 시키는 건가!"환관 둘이 대노에 이고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오두막 안."도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폐서인이 된 태자는 밖에서 들린 비명 소리에 놀라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는 무덕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이 난 모양이옵니다.

마마!"

"무슨 일? 내가 뭐라고 이 남변까지 와서 일을 낸단 말이냐?"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둘 중 하나?"무덕은 지혜로운 여자다. 그 지혜가 결국 태자를 망쳤고 고려를 망치는 결과를 가지고 왔지만 말이다."그렇습니다.

마마! 강화에 계신 폐하께서 군사를 일으키셨거나 그게 아니면,,,,,,,."무덕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아바마마께서 군사를 일으키셨다고? 참으로 잘 됐다. 내 무부들을 요절낼 것이다."이리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 폐서인이 된 태자였다."그리 되면 참으로 좋을 것이옵니다."무덕은 폐서인이 된 태자에게 그리 말하며 자신의 품에 숨겨둔 단검을 조심히 만졌다.'큰 사단이 난 것이야! 큰 사단이!'무덕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허나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무덕은 너무나 잘 알았다."제가 잠시 나가 보겠습니다."무덕이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그렇게 해라! 분명 아바마마께서 보내신 충신일 것이다."

"예. 마마!"무덕은 짧게 말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돌아섰다."으악!"검을 쥔 환관 하나가 피가 뿜어지는 목을 부여잡고 앞으로 쓰러졌다."우리의 충절에 대한 대가가 이것이요?"환관이 이고를 보며 소리쳤다."미안하구나!"이고는 다시 그리 말하고 검을 환관에게 겨눴다. 그리고 환관은 그냥은 죽지 못하겠다는 듯 검을 휘두르며 이고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고려 최고의 무장 이고를 그의 검이 벨 수는 없었고 끝내 그도 목을 부여잡고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상궁 하나였다.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토사구팽을 당할 줄은 몰랐소."

"미안하다고 했다."그와 동시에 상궁이 들고 있던 단검을 이고에게 던졌고 그와 동시에 무덕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고 밖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놀라 눈이 커졌다.그리고 어쩌면 정말 의종이 보낸 무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곳을 지키는 무장과 함께 두 환관을 베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쉬웅!바람을 가르는 단검이 이고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이고는 그 단검을 바로 검으로 쳐냈다.

쉬우웅!다시 이고의 검이 바람을 갈랐다. 그리고 가슴을 부여잡고 상궁이 죽었다. 이 진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멸사공멸이 끝났다.

그와 동시에 오두막 앞에 선 이고를 무덕이 보며 놀라 기겁했다."당, 당신은,,,,,,,,."

"안에 폐서인 계시오."이고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무덕에게 물었다."이, 이리 오신 것은,,,,,,,."무덕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죽음과 폐서인이 된 자신의 정인인 태자의 죽음을 직감했다."묶여놓은 매듭을 풀 것이요."이고의 대답에 무덕은 이제 모든 것이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는 절대 자신과 폐서인이 된 태자가 구명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이고 대장군이시지요."

"그렇소."

"그 풀고자하던 매듭 내가 풀면 아니 되겠소?"무덕의 말에 이고는 잠시 무덕을 봤다."그대가 푼다?"

"그렇소. 그 묶인 매듭 내가 풀겠소. 비록 폐서인이나 태자셨소. 검으로 해하실 수 없는 분이시오."

"어찌 한단 말인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드시고 가실 저녁 한번 올리고 싶소."무덕의 말에 이고가 잠시 무덕을 봤다. 그때 밖에서 일어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폐서인이 된 태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고의 모습을 보고 놀라 현기증이 났는지 비틀거렸다."내 목을 가지러 온 것인가?"폐서인이 된 태자의 말에 이고가 바로 폐서인이 된 태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용호군 대장군! 태자마마를 베옵니다."지금까지 이고는 폐서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폐서인이 된 태자를 보고 태자라 부르며 무릎을 꿇었다."무슨 의미인가?"

"태자가 되실 것입니다."이고의 말에 폐서인이 된 태자가 놀라 이고를 봤다. 그리고 무덕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상황폐하께서 복위가 되실 것이옵니다. 그러니 태자가 되실 것이옵니다."

"그런가? 그 말이 진정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내가 다시 태자가 된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그대는 충신이다. 그대는 참으로 충신이다. 아바마마께서 그 어려운 고초를 감내 하시고 다시 복위가 되신단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진정 열성조께서 도우셨다. 열성조께서 도우신 것이야!"폐서인이 된 태자는 고개를 돌려 무덕을 봤다."무덕아! 술상을 내 오너라! 어서!"

"예. 태자마마! 감축 드리옵니다."

"그래. 내 오늘 차축을 할 것이다. 자축을! 하하하!"아무것도 모르는 폐서인이 되어 있는 태자는 이고의 말고 무덕의 속임을 통해 자신이 다시 태자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물론 그는 태자가 되었다. 문제는 그는 태자로 훗날 추증되었다는 거였다."예. 마마!"무덕은 그리 말하고 조심히 오두막에 딸린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바로 소박한 상에 언제 숨겨놨을지 모르는 술병 하나와 말린 생선 한 조각을 올려놨다."내 이것을 쓰게 될 줄은,,,,,,,,."무덕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도 잠시 무덕은 결심을 했다는 듯 소박한 상에 올려놓은 술병에 조심히 비상을 탔다."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렇게 무덕은 스스로 태자를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술상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태자마마! 준비를 했사옵니다."

"그래. 잘했다. 이보시오. 용호군 대장군!"

"예. 태자마마!"

"나와 같이 대좌를 하세."

"아니옵니다. 태자마마!"

"아니야! 어서 이 평상으로 대좌를 하게."

"신은 신하일 뿐이옵니다. 어찌 감히 주군이 되시는 분의 형님과 대좌를 할 수 있사옵니까?"

"주군이 되시는 분의 형님?"폐서인이 되는 태자가 잠시 이고를 봤다."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그래. 그리 중요한 말은 아닌 것 같군. 어서 앉으시게. 어서!"

"송구하옵니다. 어찌 감히!"끝내 이고가 사양했다. "참 고지식하군! 그러니 충신이지."폐서인이 된 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 평상에 앉았고 그 평상 위에 무덕이 조심히 비상이 든 술상을 내려놨다.

그 순간 이고는 그 술병에 비상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무덕아! 내 이 초라한 삶도 끝이다. 술을 따라라!"

"예. 마마!"무덕은 조심히 술을 따랐다. 그리고 술잔을 받은 태자가 술상에 두 개의 잔이 있다는 것을 보고 무덕을 봤다."너도 한 잔 받아라! 내 너를 비로 맞이할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태자마마!"그렇게 태자는 자신이 든 술병에 극약인 비상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르고 무덕에게 술을 따랐고 무덕은 공손이 술잔을 받았다."마셔라! 마셔! 내 이 비루한 삶도 오늘이 끝이다.

하하하!"폐서인이 된 태자의 말에 무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상이 든 술을 들이켰고 그 모습에 폐서인이 된 태자가 놀라 무덕을 다시 봤다."그리 술을 잘 마셨더냐? 하하하! 아니 줬으면 나를 원망할 뻔 했구나!"폐서인이 된 태자는 그리 말하고 들고 있던 술잔을 들이켰다. 그 순간 무덕이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모습을 이고 대장군이 찬찬히 보고 있었다."왜 그러느냐?"

"절 받으소서! 태자마마!"

"절?"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암 받아야지. 내가 이제 다시 태자가 되었으니 받아야지. 으윽!"순간 폐서인이 된 태자가 몸속에서 뭔가 요동친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옵니다."무덕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태자에게 말했다.

"무, 무덕아!"

"비상이옵니다."

"비, 비상?"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를 기다리는 황도는 없사옵니다. 소녀와 같이,,,,,,,,."울컥하며 무덕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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