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06화 (306/620)

< -- 간웅 15권 -- >5. 진도로 향한 이고.회생의 명을 받은 이고는 단숨에 진도로 달려갔다. 비밀스러운 일이기에 그를 따르는 무장은 겨우 셋뿐이었고 그들 역시 진도로 향하는 나루에서 그 걸음을 멈춰야 했다."배를 마련했사옵니다."건장한 무장 하나가 차분히 나루터에 앉아 있는 이고에게 부복하며 아뢨다.

"알았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대기해라!"이고의 말에 무장들은 아무 말도 못했다.

처음 이들이 이고를 따라 영문도 모르고 말을 달릴 때에는 자신들이 왜 말을 달리는지 몰랐다. 허나 쉬지 않고 달려가는 곳이 남변이라는 것을 알고 말을 못했지만 진도에 유폐된 폐서인이 된 태자를 참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짐작하고야 말았다.

허나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아니 물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단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엄청난 거라는 것만 알아야 했다. "하오나,,,,,,,."무장 하나가 이고의 눈치를 보며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나 혼자면 충분하다. 나는 너희들까지 베고 싶지 않다."이 순간 무장 셋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자신들의 눈으로 뭔가를 봐야 한다면 그 후에 자신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그건 다시 말해 엄청난 일이 이 진도에서 일어난다는 거였다."예. 알겠사옵니다. 대장군!"

"기억에서 지워라! 내가 그리고 너희들이 이 남변까지 왔다는 것을."

"알겠사옵니다."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다. 자네들은 나와 같이 해야 할 일이 앞으로 참 많으니 말이다."

"예. 대장군!"무장들의 짧은 대답을 듣고 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공을 보며 자신의 조카인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베야지. 베어야지! 참으로 독하신 조카님이시만 진정 옳은 선택이시다. 내가 가시는 길에 밑돌이 되어 드리리다.'이고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마련된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중방.며칠 전만해도 이곳의 주인은 분명 위위경 이의방이었다. 허나 이제는 내가 이곳의 주인이 되어 상석에 앉아 있다.

감개가 무량하다고 해야 할까?그게 아니면 내 인생도 참으로 기구하다고 해야 할까?나는 만감이 교차했다."저는 이번 김보당의 고신으로 많은 것을 얻어야 합니다."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사옵니다. 합하!"

"장인께서 저를 위해 앞으로 해주실 일이 많습니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김보당을 고신하여 자백을 얻어내는 것은 대장군 한 섬이 하고 있사오니 크게 걱정하실 것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

"그렇지요. 제가 이제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서경정벌 때문입니다."난 스스럼없이 서경정벌이라고 말했다.우리 민족이 작은 한반도로 내려앉은 첫 번째 이유가 강렬한 웅지를 잃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거다.

그 다음이 그 웅지의 발판이 되는 요동벌판을 비롯한 북변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북변을 잃게 첫 번째 계기가 바로 후삼국시대를 통일한 태조께서 민족의 중심이었던 고구려의 수도 서경을 황도로 삼지 않고 버리고 개경으로 수도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태조께서 나고 자라신 곳이니 그의 선택을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허나 분명 북변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서경에 힘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서경은 옛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이다.

천해의 요새이며 수당을 비롯한 수많은 100만 외세들의 침략을 막아온 곳이기도 했다.고조선시대부터 평양성은 무척이나 주목되는 곳이며 실제로 고조선의 마지막을 같이 한 곳도 바로 이 평양성이다.

한(漢)나라에 패할 때 끝까지 지키던 도성이기도 하다. 평양성의 구성은 대동문 아래에서 서북쪽으로 남산 고개를 지나 만수대 끝까지가 내성이고, 그 북쪽으로 가장 높은 모란봉을 중심으로 한 북성으로 구분이 됐다."정벌이라고 하십니까?"위위경 이의방이 나를 보며 물었다."그렇습니다.

제가 앞으로 향할 모든 곳은 정벌이라 명해 질 겁니다."내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위위경 이의방의 심장을 요동치게 할 것이다."이것이 평양성입니다."휘리릭!난 바로 평양성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지도를 보고 위위경 이의방은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참으로 철저히 준비를 하셨습니다."물론 이 지도를 준비한 것은 흥선이다. 그는 어리게 보이는 몸을 가지고 책사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렇습니다.

내성의 남쪽으로 대동교에서 안산까지 연장된 중성과, 평지로 대동강과 보통강으로 둘러싸인 외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경사가 약간 있는 석축인데, 기초 부분과 성벽 부분 사이를 점토와 자갈로 굳게 다져놓았다."

"그냥 본다면 산성과 평지성을 결합해 놓은 형태이라 정벌을 할 때 평지성 쪽을 공략하는 것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이것이 바로 함정이라면 함정일 거다."아닙니다. 산성에 해당되는 부분을 공략해야 합니다."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놀라 나를 봤다."산성 쪽 방향은 험지입니다. 천해의 요새이옵니다. 합하!"

"알고 있습니다. 천해의 요새가 서경입니다. 허나 그곳을 지킬 병사가 없다면 공략도 그리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위위경 이의방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나를 봤다."소장은 이해가 안 됩니다."

"황도에서 중앙군이 서경 정벌을 위해 진격을 하면 은밀히 북변의 제 별초들이 후방을 타격할 것입니다."

"은밀히 움직이는 것이옵니까?"

"우리가 보기에는 은밀히 허나 저들이 아는 은밀함이 될 것입니다."

"저들이 은밀히 움직이는 것을 알게 하신단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내 말에 여전히 위위경 이의방은 영문을 몰라 나를 봤다."용호군과 응양군은 서경 정벌을 위해 보란 듯 진격을 합니다."

"예. 합하!"

"신수군은 수군을 이용해서 대동강을 역류하여 진격합니다."

"수군까지 이용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북변에 있는 제 사병들이 남산 고개를 점령해서 만수대까지 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 것입니다. 보란 듯 그리 움직일 것입니다."

"세 방향으로 공격하시는 것은 힘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위위경 이의방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니었다.허나 이미 도천밀군은 벌써 서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최고의 장점은 삼삼오오 은밀히 움직인다는 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대한 군세가 되어 거짓말처럼 밀집한다는 거였다. 내가 가진 군대 중에 가장 신출기몰 한 군대일 것이다."도천밀교라 들어보셨습니까?"

"도천이라면,,,,,,,,."위위경 이의방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도 묘청의 잔당인 도천밀교를 아는 눈치였다."그렇습니다.

서경천도를 주창한 묘청대사가 만들어낸 천군입니다."과거에는 적이 분명한 존재가 이제는 편이 되었다는 것에 놀라는 위위경 이의방이었다."그들이 은밀히 움직입니다. 그리고 내부에서 움직여 성문을 열 것입니다. 한 마디로 빈집털이를 하는 겁니다."이런 계략은 별로 놀랍지도 않은 계략일 거다.

허나 위위경 이의방은 내 말을 듣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였다."그렇다면 서경 정벌을 위해 얼마의 병력이 움직인다는 말씀이십니까?"

"12만입니다."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기겁했다."1, 12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12만이 바로 금으로 진격할 것입니다."

"하오나 그리 많은 대군이 움직이면 금나라 오랑캐들이 진격을 알게 됩니다."

"어찌 저의 속내를 알겠습니까."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합하!"

"3만 5천의 신수군은 금으로 파병되는 파병군입니다. 금도 그리 알 것이고 저도 그리 할 것입니다.

북변을 넘어서고 금의 국경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금을 위한 파병군이 바로 금을 정벌하는 정벌군이 될 것입니다."죽은 야율강이 고려를 압박하기 위해 파병군을 요청한 것이 이 순간에는 참으로 큰 계략으로 변하고 있는 거였다."그렇습니다. 그리 되는 것입니다.

허나 어찌 금의 수도 성까지 숨기지 않고 금의 국경 관문에서 속내를 드러내시는 것이옵니까?"은밀히 속내를 숨기고 이동을 하면 바로 금의 수도성 앞까지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위위경 이의방도 잘 아는 것 같았다."3만 5천의 신수군은 금나라 대군을 요동으로 유인할 미끼가 될 것입니다."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기겁했다."그, 그 말씀은,,,,,,,."

"내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금이 아닙니다. 그러니 많은 병력을 잃을 수는 없지요."

"허나 신수군 3만 5천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역사에 기리 남을 명장이 지휘를 하신다면 역사에 빛날 큰 대첩이 될 것입니다."난 그리 말하고 위위경 이의방을 물끄러미 봤고 위위경 이의방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말한 역사에 기리 남을 명장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은 거였다."소장이 이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이것으로 서경정벌을 비롯한 북변진격까지 큰 틀을 위위경 이의방과 조율한 거였다.'신라방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것이야!'중서문하성 안.이제는 모든 권력을 잃고 노신들의 사랑방으로 전락한 중서문하성에는 문신들이 모여 있었다."도대체 저는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찌 부마도위가 섭정이 되어 이 조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또 위위경과 어찌 배가 맞아 범 같은 위위경이 부마도위를 주군처럼 따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윤일첨이 구겨진 표정으로 조영인을 보며 말했다.

그는 대전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이 중서문하성에서 회생이 섭정이 된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리 진노해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큰 혈풍이 불 조짐입니다.

이에 이 고려의 운명이 어찌 될지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혈퉁이라,,, 혈풍이라?"

"그렇소이다. 지금까지 무부들의 안하무인들 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 대전전각 앞마당에서 문신들의 그리 고신한단 말입니까? 또한 황제폐하를 어찌 그리 빨리 폐위시킨단 말입니까?"

"황제폐하를 폐위시킬 수 있는 것은 태후마마의 뜻이 부마도위와 같기 때문이지요."아무 말도 없던 한문준 조심히 말했다."그것도 이상하다는 겁니다. 이리 되다가는 왕 씨가 망하고 이 씨인 부마도위가 황제가 될 판입니다.

아무리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는 해도 사위에게 그런 전권을 준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윤인첨이 강성한 발언을 하지 조영인이 인상을 찡그렸다."내 무신 난 이후 충절을 팔아 구차한 목숨을 건졌소. 덤으로 사는 세상 못 볼 것을 본다고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것이요. 무엇을 더 바라겠소. 충신이 되지 못하고 죽지 못했으니 이제 그저 이 쓰러져가는 중서문하성의 뒷방 늙은이가 되어야지."

"너무 자책할 것은 없사옵니다. 불가항력이었습니다. 너무나 은밀히 급히 무신의 난이 일어났고 황성이 장악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것입니다.

군대가 없는 저희들이 사병만 가지고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한문준이 사병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윤인첨과 조영인은 인상을 더욱 찡그렸다."이제는 그 알량한 사병도 거느리지 못하니 참으로 난감할 뿐입니다."회생은 대전에서 사병혁파를 공표했기에 이제는 문신들은 모든 힘을 잃게 되는 거였다."불가항력이라? 분명 부마도위는 아니 그 대단한 섭정은 상황폐하를 복위시키고 칼로 위협하여 나라를 훔칠 것입니다. 막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충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어찌 되었던 조정의 수장이십니다.

대전 댓돌에 머리를 찍어 죽는 한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윤인첨의 위험한 발언을 듣고 한문준과 조영인은 표정이 굳어졌다.회생에 의해 바뀌기 전의 역사적 기록을 보면 윤인첨의 본관은 파평이다.

파평 윤 씨로 조선조에서는 황후를 많이 낸 가문이기도 했다. 과거에 급제한 뒤 1153년 예부원외랑으로 사은사가 되어 금나라에 다녀온 뒤에 기거주가 됐고 1165년 서북면병마사가 됐다.

"부마도위가 사병을 혁파하고자 하는 것은 검을 쥐고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자들을 존재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허나 대항할 방법이 없소이다."

"지방 호족들이 있습니다. 지방의 호족들을 연합하면 부마도위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어요. 곧 상황전하께서 복위가 되십니다. 상황전하께서 황제로 복위되는 이 시점에서 호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내란이며 역심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지혜든 무력이든 부마도위를 따를 수 없습니다. 부마도위가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한문준이 윤인첨에게 말했다."참으로 부마도위는 간웅입니다.

간웅! 간신이라고 하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간웅입니다."윤인첨도 인상을 찡그렸다."태조께서 궁예대왕에게 나라를 받듯 그리 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이제 곧 왕 씨의 고려가 아니라 이씨의 고려가 될 것입니다."윤인첨의 말에 다시 조영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 늙은이는 앞으로 유구무언입니다.

유구무언! 그대로 다행인 것은 상황전하께서 복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지요. 곧 본색을 드러낼 것입니다. 상황전하를 황제로 만들고 허수아비로 만들 생각입니다. 왜 그것을 모르십니까?"

"이 늙은이는 또 유구무언입니다. 또!"조용히 한문준이 조영인과 윤인첨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문하시중이 댓돌에 머리를 박고 저 도적떼로 변할 부마도위를 막기 싫다고 하신다면 제가 하지요."윤인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를 가시려 그러시오?"

"이제 한 번 꺾었던 충절을 다시 세울 것입니다. 내 부마도위를 크게 꾸짖고 죽지요. 누군가는 해야 하지요."윤인첨은 그리 말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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