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05화 (305/620)

< -- 간웅 15권. -- >

“내가 행하는 일이다. 아무도 모르게 내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을 할 것이다.”

흥선이 앞으로 나서며 박주태에게 말했다.

“뭐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일이 벌어졌다. 폐주가 죽는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그러니 나서지 말고 물러서라. 나는 그대를 베고 싶지 않다.”

흥선이 처음으로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지는 못하겠다. 나서는 자들은 다들 벨 것이다. 나는 다른 것은 모른다. 이곳에서 폐주를 지키라고 명을 받은 것뿐이다. 그러면 지키는 것이다. 그것이 고려의 무장의 본분이다.”

이 순간 흥선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는 법이군. 그래야 인생이지. 그리고 난 항상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했어.”

흥선은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무서운 눈빛으로 변했다.

“베라! 역시 나도 조조와 다를 것이 없구나! 박주태 당신도 꽉 막힌 관우 같구나!”

흥선은 얻고자하는 박주태를 얻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를 조조에 비유했다, 하지만 흥선이 조조와 다른 것은 미련스럽지 않다는 거였다.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누구도 가질 수 없게 만들 참이었다.

“예. 도련님!”

별초조장이 조심히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나섰다.

“박낭장! 우리랑 같이 가시지요. 새로운 고려입니다.”

“새로운 고려는 없다. 원래부터 고려였다. 조금 흔들린다고 해서 고려가, 고려가 아닌 적이 없었다.”

“부마도위께서는 북벌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예전에 저와 같이 북벌이 있는 날 같이 말을 달리자 하지 않으셨습니까?”

“으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폐주는 끝내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아까운 목숨 버리지 마십시오.”

별초조장의 말에 잠시 박주태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북벌이라 했나?”

“그렇소. 부마도위께서는 위위경과 북벌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분명 고려무장에게 북벌은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말이 분명할 거다.

“북벌?”

“그렇소. 북벌이요. 북벌!”

잠시 박주태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다시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박주태였다.

“북벌! 그대들이 하시오. 나는 폐주를 지킬 것이요.”

칭!다시 바람을 가르는 장창이 자신의 앞에 선 별초낭장을 겨눴다.

“아쉽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나는 준비가 되었네. 그대는 그대의 일을 하시게.”

박주태가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고 검을 뽑아든 별초낭장도 박주태를 향해 검을 겨눴다.어쩔 수 없이 이 순간 진정한 고려의 무장 하나가 위대한 결과를 위해 이 참혹한 순간 앞에 서 있었다.

“미안합니다.”

별초조장이 짧게 말했다. 그리고 박주태를 포위하고 있는 별초들을 봤다.

“쳐라!”

그와 동시에 일제히 10명의 별초들이 박주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검들과 장창 하나가 50합 이상 겨눴다. 그리고 3명의 별초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결국 박주태 역시 검을 맞고 쓰러졌다.

“으윽!”

장창을 움켜쥔 박주태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무릎을 꿇은 상태로 적이 되어버린 옛 동료를 노려봤다.그때 뒤에 있던 흥선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정말 날 미련스럽게 만드는 자군. 내게 바로 오지 않으려는 것이 마음에 들어. 정말 죽이기 아깝군! 이제는 생포해!”

“예. 도련님!”

그 순간 7명의 별초들이 일제히 달려들었고 박주태가 몇 번 장창을 휘둘렀으나 끝내 별초조장의 칼등을 맞고 기절했다. 분명 상처가 깊기는 해도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을 줄 필요가 있겠군.”

흥선은 스스로 미련스러운 조조가 되려 했다. ‘무엇으로 저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까?’그것도 잠시 흥선은 명종황제가 감금되어 있는 전각을 노려봤다.

“열라!”

“예. 도련님!”

“너희들은 나와 별초조장이 들어간 후에 전각에 장작을 쌓고 기름을 부어라.”

“예. 도련님!”

박주태를 포박한 별초들이 짧게 대답했다.

“들어가자!”

흥선은 뭔가 명종황제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아아악! 아아악! 왜 이러는 것이요?”

모진 고신을 참지 못한 장순석이 비명을 질렀고 여기저기서 모진 고신을 이기지 못한 자들의 비명소리가 대전전각 앞마당에 울려 퍼졌다. 죄를 묻지도 않는 일방적인 고신이었고 대전에서 고려의 문무백관들이 밖으로 나올 때 그 고신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그 모진 고신을 힐끗 힐끗 보며 문무백관들은 다급히 사라졌다.

오직 참지정사 강일천만이 나를 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무엇을 할 참이신가?”

참지정사 강일천이 내게 물었다.

“무엇을 말이옵니까?”

“저 일방적인 고신 말이네.”

“이번 일로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것입니다.”

“얻고 싶은 것이 뭔가?”

“제가 원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옥좌인가?”

내 장인인 참지정사 강일천이 나를 보며 말했다.

“참지정사께서는 말을 삼가십시오.”

내 뒤에 있던 이의방이 나서며 말했다.

“참 놀라운 변화지. 하루아침에 주군과 가신의 자리가 바뀌었어.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드렸어. 내 깊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원하는 것이 서로 부합되는 모양이군.”

참지정사 강일천이 뒤에 있는 고려의 핵심 무장들을 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뜻이 같사옵니다.”

“뜻이 같다?”

“그렇사옵니다. 저는 고려를 가장 강성한 제국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옛 고구려처럼 아니 하찮은 당에 멸망한 고구려보다 더 큰 제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인어른!”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장인어른께서 금으로 가셔서 시간을 잠시만 벌어주신다면 가능합니다.”

“정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섭정 그대는 항상 놀랄 일만 해 왔지. 안 될 거라는 일도 끝내는 해 내고 말았지.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네.”

“가 주시겠습니까?”

“이미 가라고 하지 않았나?”

“송구하옵니다.”

“저들에게서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고신을 당하고 있는 김보당을 보며 참지정사 강일천이 내게 다시 물었다.

“자백을 받아낼 것입니다.”

“자백이라? 모진 고신에 섭정 자네가 원하는 답을 말해주겠지.”

“그럴 것입니다.”

“섭정 자네 변한 거 아나?”

“압니다.”

“눈이 변했어. 무섭게 변했네.”

“세월이 지나면 사람은 다 변합니다.”

“꿈이 변한 모양이지. 예전에는 참 보기 좋은 눈동자였는데 이제는 참 무섭게 변했어.”

“송구합니다.”

“휴우~ 흐르는 물을 막을 수는 없지. 그대 뜻대로 하시게.”

참지정사 강일천은 내게 그리 말하고 천천히 고신을 당하고 있는 김보당에게 다가갔다.

“멈춰라!”

참지정사 강일천의 말에 고신을 하고 있던 병사가 날 봤다. 그리고 난 잠시 고신을 멈추라고 지시했다.

“김대부!”

“왜, 왜 내게 이러는 것입니까?”

“나야 그 이유를 모르지.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김대부 자네가 한 짓이네.”

“뭐라고요?”

“용손 십이진 십팔자위왕!”

참지정사 강일천이 나직이 말했다. 그 순간 김보당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나, 나는 모르는 일이요. 나는 그런 참요를 퍼트린 적이 없소.”

“고신을 좀 더 당해보면 없던 일도 있게 되지. 몸을 상하지 않고 죽으시게. 그대는 끝이 났어. 내 사위는 참 독하게 변했네.”

참지정사 강일천의 말에 김보당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난, 나는 황제폐하의 명을 받은 것뿐이요.”

“그렇겠지. 허나 어찌 하겠나 폐하께서는 이미 폐주가 되신 것을.”

그 순간 김보당은 놀라 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동자가 크게 떠야 했다. 마치 동공이 터질 것 같아 보였다.

“뭐, 뭐라 하셨소.”

“그리 되었네. 그리 되었어. 그러니 참지 마시게. 원하는 것을 다 주시고 가시게. 그게 편히 죽는 방법이네.”

참지정사 강일천은 나직이 말했지만 난 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 그리고 참지정사는 잠시 다시 김보당을 보다가 대전전각 앞마당을 떠났다.

“나는 죄가 없다. 나는 죄가 없다!”

김보당은 멀어지는 참지정사 강일천을 보며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 순간 죄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오직 내게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 중요하고 또 내가 원하는 답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그렇게 절규하던 김보당이 나를 노려봤다.

“네 이놈! 회생아! 이 무도한 놈아!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것이냐? 내게 왜 이러는 것이냐?”

발악이다. 허나 저 발악은 고통을 더할 뿐이라는 것을 김보당 그 역시 알 것이다.

“가장 거칠기 짝이 없는 가죽이구나! 더 담금질을 해야겠다.”

난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와 동시에 김보당 일파에게는 모진 고신이 다시 이어졌다.퍽퍽퍽!

“아아악!”

몽둥이로 때리고 불에 달궈진 인두로 지지고 그렇게 모진 고신은 이어졌다. 고문에게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했다.죽여 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고신을 해야 그때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는 법이다.

“계속하세요! 아직 국문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예. 합하!”

“그리고 절대 김보당은 고신에서는 죽어서는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합하!”

“조금 고분고분해지면 중방으로 끌고 오세요.”

“예. 알겠사옵니다.”

대장군 한섬이 내게 대답했고 난 위위경 이의방을 봤다.

“저랑 같이 서경을 칠 방법을 논의해 부셔야겠지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가시지요. 중방으로.”

“예. 합하!”

“네 이놈! 네놈이 누구인데 이리도 무도한 것이냐?”

명종황제는 안에서 흥선과 박주태가 한 말을 다 들은 모양이다.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으나 꼴에 황제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흥선은 속으로 가소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 들으셨습니까?”

“네 이놈! 천벌이 무섭지도 않느냐?”

“이미 천벌을 받은 몸입니다.”

흥선이 크게 소리쳤다.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 길지요. 그런 일이 있습니다.”

“짐, 짐에게 왜 이러는 것이냐? 이건 또 무슨 냄새냐? 이것은 기름 냄새가 아니더냐?”

순간 명종황제가 기겁했다.

“그렇습니다. 기름 냄새지요. 이 보현원은 불에 타 없어질 것입니다. 폐주와 함께.”

흥선이 무섭게 폐주가 된 명종황제를 노려봤다.

“짐, 짐에게 왜 이러는 것이냐?”

“새로운 고려를 열기 위함입니다.”

“새로운 고려를?”

“그렇습니다. 그러니 원망 말고 가십시오. 지금 사시면 폐주로 죽을 것이나 지금 보현원과 함께 사라지시면 황제로 죽게 될 것입니다.”

“뭐, 뭐라?”

“그리 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폐주의 아들은 폐서인이 되어 폐주의 뒤를 따르겠지요. 허나 폐주가 황제로 죽게 된다면 태자였던 아들은 태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해야겠지만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흥선이 이상한 말을 하자 옆에 있던 별초조장이 흥선을 힐끗 봤다.

“왜 나를 그리 보는가?”

“아니옵니다. 도련님! 송구하옵니다.”

“입은 무거워야 한다."

“예. 도련님!”

별초조장의 말에 흥선의 눈빛이 변했다.

“내게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형님!”

“뭐, 뭐라? 뭐라 했느냐?”

“제가 천벌을 받았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폐주께서는 저의 형님이십니다.”

그 순간 별초조장이 놀라 흥선을 다시 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어찌 네놈이 내 아우라는 것이냐?”

“죽은 자는 다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저승에 가시면 아바마마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그리 알고 가세요.”

“뭐, 뭐라?”

“제가 조카를 살려드리는 것은 마지막 형제의 정입니다. 그리 알고 가세요.”

“진, 진정 네가,,,,,,,.”

“다 죽으면 알게 됩니다.”

흥선의 지금 마음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일 거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택한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모진 선택에 보현원과 함께 타 죽을 명종황제였다.

“너는 왜 짐에게 이러는 것이냐? 짐은 죽고 싶지 않다. 짐은 이 고려의 황제다. 죽고 싶지 않아.”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화근은 만들지 말아야지요.”

흥선도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잠시 울먹거리고 있는 명종황제를 물끄러미 봤다. 혈육이 분명했다. 친 형이 분명하지만 스스로 누구의 명령도 없이 친형인 명종황제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흥선이 정말 회생을 위해 스스로 재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일 거다.

“부디 극락왕생 하세요.”

흥선은 그리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끝내 명종황제가 감금된 보현원 전각은 폐쇄가 됐다.

“준비가 다 됐습니다.”

별초 하나가 다가와 어두운 표정으로 흥선에게 보고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어느 순간 박주태가 깨어나 절규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이 순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횃불을 다오!”

흥선은 스스로 명종황제가 감금되어 있는 전각에 불을 붙이려 했다.

“소장이 하겠습니다. 도련님!”

“그러고 나서 자결을 할 건가?”

흥선의 말에 별초조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 그렇사옵니다.”

“내가 하지. 어서 주게.”

“하지만,,, 어리신 분이 하시 기에는,,,,,,,.”

“난 어리지 않네. 나는 그저 늙지 않을 뿐이네.”

흥선은 그리 말하고 횃불을 빼앗다시피 받았다. 그리고 천천히 전각을 봤다.

“아니 된다. 절대 그리 해서는 아니 된다. 고려가 이리 돼서는 아니 된다.”

박주태가 다시 한 번 절규하듯 소리쳤다.그런 박주태를 보며 흥선이 고개를 들려 그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박주태에게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그대는 병사를 잃었지. 나는 이제 형님을 잃게 됐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일을 끝내고 내 다 이야기를 해 주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폐주께서는 내 형님이시다.”

흥선의 말에 순간 박주태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너무나 놀라 할 말을 잊고 멍해졌다.그런 박주태를 보던 흥선이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끝내 명종황제가 갇혀 있는 보현원 전각으로 걸어갔다.

“극락왕생하세요.”

나직이 말하고 흥선은 들고 있던 횃불을 전각에 던졌다.화화화! 화화화!순간 기름에 불이 붙자말자 큰 화마가 되어 순식간에 전각을 태웠다.

그 광경을 흥선은 입술을 질근 깨물며 지켜봤다.사실 회생이 바꿔놓기 전의 역사에서의 명종황제는1170년 무신정변을 일으키고 의종을 거제도로 유폐시킨 정중부, 이의방, 이고 등에 의해 왕위에 올랐다.

명종은 정중부를 참지정사를 거쳐 중서시랑평장사로 삼았고, 무신들을 공신으로 대우하였다. 무신들은 중방을 중심으로 국정을 장악하였고, 모든 관직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명종이 집권한 뒤에 권력을 장악한 무신들 내부의 갈등이 치열한 시기였다. 힘만 있으면 권력을 누구도 가질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1171년 이의방과 채원은 이고를 제거하였고, 뒤이어 채원도 이의방에게 살해되었다. 그리고 끝내 이의방 역시 정중부와 그의 아들 정균에 의해 살해되고 그 권력을 모두 정중부가 잡게 되었다. 허나 1179년 경대승이 정중부 일파를 제거하며 고려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병으로 죽게 된 후에 이의민이 권력을 잡게 됐다. 그러고 나서 1196년 최충헌이 이의민 일파를 제거하고 정권을 잡으니 진정한 무신정권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최충헌은 명종을 폐위시켰다. 이것이 명종의 일생이라면 일생일 것이다.

허나 회생이 역사를 틀어버린 순간 명종의 인생도 바뀐 거였다. 그리고 이렇게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거였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고려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아악! 아아악!”

불타는 전각 안에서는 명종황제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극락왕생 하소서!”

다시 한 번 흥선이 나직이 말했다. 훗날 1174년을 기록한 고려의 사서는 이날 보현원이 불탔고 북벌의 성공을 기원하던 명종황제가 그 화마에 승하했다고 기록했다.

물론 그렇게 기록되기를 지시한 것은 회생이었다. 1174년은 조위총이 서경의 난을 일으킨 바로 그해였다. 또한 저 불타는 화마가 이제는 서경을 향할 것이 분명했다.

< -- 공지 -- >15일부터 연재할께요.몸살이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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