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03화 (303/620)

< -- 간웅 15권. -- >대전에 모인 문무백관들이 갑작스러운 공예태후의 출현에 의아한 눈빛을 보이면서도 그녀에게 부복해 예를 올렸다.

“내가 대전으로 온 것이 갑작스러울 것이요.”

공예태후도 문무백관들의 눈빛을 읽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갑작스러움보다 더한 충격을 곧 받게 될 것이다.

“내가 황실의 최고 어른이기는 하나 아녀자의 몸으로 대전회의에 참석한 것은 어제 일어난 일 때문이요.”

공예태후의 말에 신하들이 조용히 웅성거렸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태후마마!”

참지정사 강일천이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역시 상선 최준은 참지정사에게 어제 일어난 일을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늙으셨어. 그리고 정보력이 약해 지셨어.’난 어제 일을 모르고 있는 참지정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만큼 내 거사는 급하고 또 정확하게 정광석화처럼 이뤄졌다는 것이다.

“나는 어젯밤에 눈물을 흘리며 결단을 내렸소.”

점점 더 신하들이 모를 말을 하는 공예태후였다. 하지만 난 이미 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내가 써준 대본대로 명연기를 하고 있는 할마마마니 말이다.

“결단이라니요?”

참지정사 강일천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고 그의 옆에 서 있던 문하시중 조영인이 더욱 놀란 눈빛으로 공예태후를 봤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태후마마! 또 황제폐하께서는 왜 소신들을 불러놓고 용안을 보여주시지 않는 것이옵니까?”

정해진 각본대로 신하들은 동요하고 있었다.

“폐주는 더 이상 이 대전에 들어 올 수가 없소.”

공예태후가 단호하게 말했고 순간 이 대전에 모인 신하들은 멍해지면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마치 자신의 귀로 듣고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오르시지요.”

난 짧게 공예태후에게 말했다. 그리고 공예태후는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 천천히 옥좌에 올라 자리했다. 그 모습을 본 신하들은 더욱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옥좌가 비록 의자이기는 하나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당히 공예태후가 그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간밤에 자신들이 모르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슨 짓인가? 부마도위!”

참지정사 강일천이 내게 물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묻는 것은 공예태후에게 묻는 것과 같았다. 왜 황제가 앉은 옥좌에 태후께서 앉느냐고 묻는 거였다.

“나는 내 아들인 익양후를 폐위했소.”

공예태후는 명종을 익양후라고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태후마마!”

조영인이 공예태후에게 물었다.

“그는 부덕한 황제였소. 존귀한 고려를 오랑캐가 새운 금에게 굴종하게 만드는 죄인이요. 그래서 이 태후는 눈물을 머금고 황실과 고려사직을 바로 새우기 위해 부마도위에게 결단을 지시했소.”

“결단이라니요?”

“이 자리에 없는 황제는 폐주가 될 것이고 강화에 있는 상황께서 복위되실 것이요. 그로 인해 이 고려의 정통성과 사직이 바로 설 것이요.”

“허나,,,,,,,,.”

“또한 이번 일로 금과의 전란을 막을 것이요.”

“전란이라니요?”

참지정사가 놀라 되물었다.

“내가 내 아들을 폐위한 것은 그가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을 척살하라고 대장군 이소응에게 지시를 했기 때문이요.”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공예태후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분명 태후마마께서는 황제폐하께서 금나라에 굴복했기에 폐위의 결단을 내렸다고 했사옵니다. 그런데 야율강이 죽다니요. 그것도 폐하의 지시를 받은 이대장군의 손에 죽다니요?”

정확하게 요지를 짚어내는 참지정사 강일천이었다.

“그것은 소신이 설명드리겠습니다.”

“나는 부마도위에게 묻지 않았소.”

참지정사가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것은 의외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의외의 반응을 보였기에 다른 신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내 말에 어폐가 있는 것을 나도 알고 있소. 하나 분명한 것은 처음 폐주가 금에게 굴종하는 모습을 하다가 갑자기 변해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을 죽였다는 것이요. 그런 성정을 가진 폐주에게 더는 고려의 운명을 맞길 수가 없소.”

“그럼 이소응은 어디에 있습니까?”

참지정사 강일천의 물음에 공예태후가 날 봤다.

“죄인 이소응은 국문 중에 죽었습니다. 참지정사!”

“죽었다?”

“그렇사옵니다.”

“으음,,,,,,,,.”

참지정사가 길게 신음하고 공예태후를 봤다.

“진정 그 결단이 태후마마의 결단이옵니까?”

참지정사 강일천이 나와 이의방을 보며 태후에게 물었다.

“나의 결단이요. 그대들은 이제 상황이 복위할 때까지 조정을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쓰세요.”

태훙의 말에 누구하나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신 위위경! 국방을 강화하고 북변의 경계를 강화하겠나이다.”

“옳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예. 태후마마!”

권력을 쥐고 있는 이의방이 태후의 말을 따르겠다고하자 다시 한 번 조용히 웅성거렸다.

“대부 문극겸은 들으라!”

태후가 문극겸을 부르자 내게 언질을 받은 문극겸이 조심히 앞으로 나섰다.

“예. 태후마마!”

“그대는 상선과 같이 강화로 가서 황제를 보위해 오라.”

“태후마마의 명을 받잡사옵니다.”

대쪽 같은 문극겸이 고분고분 대답하자 이번 일을 내가 꾸몄다는 것을 참지정사가 직감한 눈빛을 보였다.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대신들은 들으시오.”

“예. 태후마마!”

“내가 아무리 황실의 최고 어른이라고는 하나 아녀자의 신분으로 이 중대한 국정을 수행할 능력이 없소.”

이제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공표되는 순간이었다. 공예태후의 말에 내 장인인 이의방이 이제는 되었다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태후마마!”

“황제께서 강화에서 올라오실 동안 황제의 직무를 대리할 자를 말하려는 거요.”

공예태후의 말에 모두 다 놀라 이의방을 봤다.마치 이번 일을 꾸민 자가 이의방이라는 눈빛을 보이며 말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자는 없었다.

국문 중에 이 소응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으니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거였다.참지정사 또한 가만히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이유를 따지던 그였는데 지금은 조용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 알고 있기에 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오나 태후마마! 어찌 신하된 자가 황제의 직무를 대리할 수 있단 말이옵니까?”

눈치 없는 조영인이 태후에게 말했다. 그 순간 차가운 눈빛으로 이의방이 조영인을 봤다.그리고 난 살생부에 조영인을 포함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늙어 자리만 채우는 자다. 죽일 필요는 없지만 대전에서 볼 필요도 없다.’난 이 순간 그런 결심을 했다.

“옳은 말이요. 허나 직무를 대리할 황자가 없소. 그러니 믿을 수 있는 신하에게 당분간의 직무를 맡기려는 것이요. 그런데 김보당 대부가 보이지 않소?”

내가 알려준 대로 태후는 김보당을 찾았다.그제야 신하들은 김보당이 없는 것을 알았는지 웅성거렸다.

“소신이 아뢰겠습니다.”

“무엇인가? 부마도위!”

“김보당은 반역의 증자가 있어 황궁 옥사에 가뒀습니다.”

“반역의 증자?”

“그렇사옵니다.”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말인가?”

태후가 내게 물었다.

“김보당이 서경과 내통하여 반역을 도모했사옵니다.”

내 말에 신하들이 다시 놀라 웅성거렸다.

“김보당이? 서경 유수가 반역을 도모하고 있단 말인가?”

공예태후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사옵니다. 서경에 은거해 있는 대령후께서 서경유수 조위총과 김보당을 앞세워 옥좌 찬탈을 꾸미고 있사옵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

“그렇사옵니다.”

“으음,,, 부마도위가 신중히 조사하라.”

“예. 태후마마!”

엄청난 일이 빠르게 지나가자 더욱 신하들이 놀라 공예태후를 봤다. 그리고 다시 공예태후가 모인 신하들을 봤다.

“정말 어려운 시기이요. 그래서 내가 한시라도 이 옥좌를 대리할 신하를 지명하려는 것이요.”

누구도 이제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는 순간일 거다.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 이유도 따질 것 없이 김보당의 일파가 될 거라는 것을 정치를 하는 신하들은 다 알고 있었다.

“나는 황제께서 다시 복위될 때까지,,,,,,,.”

공예태후가 잠시 말을 멈췄다.

“황제께서 복위 될 때까지 부마도위를 국정을 아우르는 섭정으로 명할 것이요.”

드디어 내가 원하는 것이 공표되는 순간이었다.

“태후마마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제일 먼저 반발 할 줄 알았던 이의방이 명을 따르겠다고 아뢰며 부복하자 누구도 할 말이 없어진 순간이었다. 그저 이 엄청난 일이 순식간에 이뤄졌다는 것이 마치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은 눈빛을 보였다.

“부마도위는 우선 황제폐하를 대신해서 이 국난을 해결하라!”

“예. 태후마마!”

“섭정! 그대의 어깨에 이 고려사직의 운명이 달렸네.”

“명심하겠사옵니다. 태후마마!”

난 공예태후에게 예를 갖추고 대전 중앙에 섰다.

“섭정의 인을 받은 부마도위 이 회생이옵니다.”

나를 모를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내가 섭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감축 드리옵니다. 섭정 합하!”

이의방이 바로 내게 합하로 부르며 머리를 조아렸다. 정말 이 자리에 모인 대신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자꾸 일어나는 거였다.

“비상시국이요. 서경에서는 난을 준비하고 있고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이 죽었소. 내일 당잔 내란과 전란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섭정인 나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소.”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다시 가만히 있던 참지정사 강일천이 내게 물었다. 하대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신하들이 이 대전 분위기를 직감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나를 몰아새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참지정사는 나를 측면지원하고 있었다.

“나는 이 시간부로 섭정으로 귀족들의 사병을 해체할 것을 명합니다.”

내 말에 신하들이 놀라 날 봤다.

“또한 지방 호족들이 사사로이 병력을 이동시키는 것을 금지합니다. 그리고 지방 호족들 역시 사병들의 해산을 명합니다.”

고려의 고질적인 사병의 문제를 난 단숨에 해결하고자 했다.

“사병은 귀족들을 지켜주는 자위적인 조직입니다.”

참지정사가 신하들을 대표하듯 말했다. 내 장인인 그가 나서니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제 귀족들은 고려가 지켜드릴 것이요.”

내 마에 참지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서고 물러설 때를 정확하게 아는 참지정사였다. 이러니 나를 측면 지원하는 거였다.

“만약 일주일 안에 사병을 해체하지 않는 귀족들과 신하들이 있다면 김보당처럼 역심을 품은 자라고 여기고 추포할 겁니다.”

“하오나 귀족들의 안정을 위해서는,,,,,,,,.”

문하시중 조영인이 눈치를 보며 말하다가 이의방의 노려봄에 입을 꾹 닫았다.

“귀족들과 신하 분들의 품위 유지와 사택 경호를 위해 경호병사 50명은 허락할 것입니다. 그 이상은 역적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아셨습니까?”

그때 조심히 대전 문이 열렸다. 그리고 대장군 한섬이 검을 차고 갑주를 입은 상태에서 들어서서 공예태후에게 예를 올리고 날 봤다.

“역적 김보당을 대전 앞마당에 끌고와 국문 준비를 맞췄습니다. 부마도위!”

이 자리에 없었던 대장군 한섬이기에 나를 의도적으로 부마도위라 불렀다.

“이제는 섭정 합하시네!”

위위경 이의방의 말에 알았다는 눈빛을 한 섬이 보였다.

“송구하였나이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내 친히 대전 회의가 끝이 나면 국문을 할 것이다. 순순히 자백을 할 수 있게 고신을 하라!”

내가 고신이라는 말에 신하들이 놀라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합하의 명을 받잡습니다.”

대장군 한섬이 군례를 올리고 돌아섰다.합파!우리의 역사 중에서 합하라는 칭호로 불린 인물은 몇 되지 않는다.

처음 연개소문이 합하라 불렸고 무신정권을 이룬 최충헌이 합하라 불렸다. 후일 상국이라고 불렸다.

나라 위에 있다! 정말 놀라운 칭호일 거다. 신하가 어찌 나라 위에 있을 수 있겠는가? 황제도 나라 위에 있을 수 없는데 그만큼 최충헌의 권력은 대단한 거였다. 그러고 나서 흥선대원군이 합하라 불렸다. 그리고 내가 당분간 합파라 불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시간 동안 철저한 숙청을 진행할 것이다.

‘합하라! 합하! 황제가 되기 전에 합하가 되었어.’난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고려의 문무백관들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아악!"그 순간 대전 밖 앞마당에는 김보당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의 비명소리에 이 대전 안에 있는 신하들이 내 눈치를 보며 숨을 죽였다.'공포는 사람을 고분고분하게 만들지. 오늘은 공포를 경험하면 되는 것이야! 그리고,,,,,,,.'난 아무 말도 없이 차분히 서 있는 경진을 봤다.이제 드디어 숙청이 시작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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