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5권. -- >
“태자는 네가 되도 살려는 줘라.”
안 되는 것을 내게 말하고 있는 공예태후였다.
“노력하겠나이다.”
“회생아!”
“예. 할마마마!”
“너도 알지만 폐서인이 된 네 형은 네가 살린 목숨이다. 네가 살려준 목숨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공예태후는 주모의 젖을 먹여 살린 일을 내게 떠올리게 했다. 그때 만약 내가 왕자라는 알았다면 어떻게든 죽였을 거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휴우,,,,,,,,,.”
태후는 더한 것을 내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아마 그건 명종황제의 처분에 관한 걸 거다.
“하명 하십시오.”
“명을 내려도 되겠느냐?”
“예. 그렇습니다.”
“네가 크게 마음을 써서 네 어리석은 숙부를 구명해주면 아니 되겠느냐?”
나 역시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다. 물론 기회가 되면 죽이겠지만 말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보현원으로 모셨습니다. 제 아바마마처럼 조용히 섬에서 여생을 마감하게 하겠나이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저도 혈족을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 너의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다. 그럼 이제 내가 어찌 하면 되는 것이냐?”
“내일 대전에 납시어 숙부의 폐위를 명하십시오. 그리고 바로 상황이신 제 아버님의 복위를 명하시면 되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를 국정을 주관하는 섭정으로 명하시면 됩니다.”
“섭정?”
“그렇사옵니다. 고구려에 연개소문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고구려 태왕이 있으나 어지러운 국란에서 섭정이 되어 국정을 주관했습니다.”
내 말에 공예태후가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네 아비를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거구나.”
“잠시 동안이옵니다.”
내 말에 공예태후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 대해서는 내가 상황에게는 잘 말하겠다.”
“예. 감사하옵니다.”
“그런데 야율강이 죽은 것은 어찌 할 것이냐?”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방비를 할 것입니다.”
“방비라 하면?”
“전란을 준비할 것입니다.”
내 말에 공예태후가 놀라 날 봤다.
“정말 전쟁을 할 참이더냐?”
“우선은 방비를 할 것입니다. 허나 그것은 최후의 선택이옵니다. 야율강의 죽음에 대해 책임질 자는 이미 만들어놨습니다.”
“누구더냐?”
“김보당과 그의 일파 그리고 서경유수 조위총입니다.”
“서경 유수?”
“그렇습니다. 조위총이 병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조위총이?”
“그렇습니다. 내란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서경을 정벌하고 김보당과 조위총을 처단해서 금왕에게 그들이 야율강을 죽였다고 말하면 어쩌면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 되려면 누군가를 사신으로 보내야 하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참지정사와 황족인 원국국사를 사신으로 보낸다면 일이 잘 풀릴 것입니다.”
“원국국사를?”
공예태후는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고려를 위한 제 결단이옵니다. 할마마마!”
공예태후께서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내 장인인 참지정사도 같이 보내니 말이다.
“네 너의 마음을 알겠다. 참지정사도 사신으로 보낸다니 나도 원국국사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을 말릴 수가 없구나.”
“예. 할마마마!”
“허나 일이 잘못되면,,,,,,,.”
“제가 그런 일은 없게 할 것이옵니다.”
“없게 한다?”
“그렇사옵니다. 막대한 금을 보낼 것입니다. 그 금이 야율강의 죽음을 덮을 수 있을 만큼 말이옵니다.”
“알았다.”
공예태후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난 이 순간 숨겨놓은 한수가 있었다.
만약 일이 틀어져 원국국사가 금에서 죽게 된다면 난 내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숙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백화가 황후가 되기 위해서는 외척의 힘이 강해서는 안 되지.’난 정말 참으로 모진 마음을 먹었다.
원국국사가 금에서 죽임을 당하면 참지정사도 금에서 죽게 될 것이다.그럼 백화는 황후가 되고 외척의 힘은 약해 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숨겨놓은 비장한 한수다.‘조선의 태종이 세종을 위해 심온을 숙청한 것처럼 그리 할 것이다.
’심온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그리고 세종의 장인이 된다. 고려 말 문과에 급제하고, 1392년 조선이 개국한 뒤 병조와공조의 의랑을 지내게 된다.
정종 때는 대호군이 되었다. 그리고 훗날 태종에 의해 숙청을 당하게 된다. 물론 세종에게 강한 외척을 만들어주지 않으려는 태종의 마음에서 그리 숙청이 된 것이다.
물론 난 나를 위해 그리 할 것이다. 이 순간 내가 이리 독해 질 수 있다는 것에 나도 놀랐다.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차후에는 이의방도 처리할 것이다.
물론 그 시기는 금을 정벌한 후가 될 것이다. 물론 그는 영웅으로 죽게 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무장이라고 해도 많은 전장에서 항상 승리하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동녘이 막 떠오를 보현원.회생의 명에 의해 용호군의 무장과 함께 보현원에 유폐되기 위해 끌려온 명종은 보현원까지 오면서도 계속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들! 짐이 절대 네놈들의 얼굴을 잊지 않을 것이다. 네 너희들을 반드시 참수할 것이다.”
폐주가 된 명종을 끌고 온 자들은 젊은 무장들이다. 명종이 금에 굴복하는 것에 분노했던 젊은 무장들이기에 명종의 외침이 귀에 들리지 않았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
“폐주는 그입 다무시오. 내 부마도위의 명만 없었다면 단칼에 폐주를 베었을 것이요.”
혈기왕성한 무장 하나가 폐주가 된 명종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뭐라? 짐을 벤다? 네 이놈! 이 무도한 역적놈아!”
폐주가 된 명종은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다.
“내가 역적이 아니라 폐주가 고려와 황실의 역적이요.”
“네 이놈! 무슨 망발을 하는 것이냐?”
“폐주께서 역적이 아니면 누가 역적이요. 금나라 오랑캐에게 굴복하여 젊은 무장들을 금나라로 파병하고 어린 처녀들을 공녀로 바칠 생각을 한 폐주야 말로 이 산천의 역적이며 사직의 역적이요. 그래서 부마도위께서 일어나신 것이요. 또 대장군이신 이고 대장군이 도운 것이요.”
“네 이놈! 금은 강하다. 그 강한 금에게 맞서는 것은 전란으로 멸망한단 말이다. 내 고충을 네놈들이 어찌 알겠느냐?”
“폐주의 고충은 오직 옥좌를 지키는 것 아니셨소?”
혈기 왕성한 무장이 대노해 소리를 질렀다. 정말 당장이라도 달려가 폐주가 된 명종을 베려는 눈빛이었다.
“그만 하시게. 그래도 폐주가 되었지만 황제셨네. 너무 무뢰하게 굴지 마시게.”
중년의 낭장이 젊은 무장을 질책했다.
“낭장나리! 아무리 그래도.”
“이제 다 끝났네. 옥좌를 잃으셨으니 다 잃은 것이지. 그러니 자네가 더 질책할 필요가 없네. 폐주는 그것이면 다 끝난 것이네.”
역시 나이가 있는 자는 뭔가 달랐다.
“예. 알겠습니다.”
젊은 무장이 폐주가 된 명종을 잠시 노려보다가 낭장을 봤다.
“저는 보현원을 경계하겠습니다. 혹시 모르지요. 공녀로 끌려갈 뻔한 처자들의 아비들이 쟁기와 도끼를 들고 난동을 부릴지도 모르니.”
젊은 무장의 말에 낭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것이야. 이유 없이 끌려온 처자들이 500이 넘으니 말이야!”
낭장도 인상을 찡그렸다.
“예. 낭장 나리!”
젊은 무장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병사들을 봤다.
“그래도 지켜야 한다. 모두 보현원 주변을 경계하라.”
“예. 교위나리!”
병사들이 일제히 창검을 들고 뛰어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흥선의 명을 받은 별초들이 은밀히 정찰을 하고 있었다. 또한 흥선은 왕준명과 함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장작과 기름이 든 수레를 끌며 이 보현원으로 오고 있었다.
“폐주께서는 들어가시지요.”
“네 이놈! 너도 나를 폐주라 부르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허나 현실을 직시하셔야 하옵니다. 폐주십니다. 너무 크게 노하시면 군부가 폐주의 목숨을 그냥 두지 않으실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 하십시오.”
낭장의 말에 폐주가 된 명종이 뚫어지게 낭장을 봤다.
“박주태이옵니다.”
“박낭장!”
“예. 폐주!”
“짐이 보기에는 너는 저런 무례한 것들과는 다른 것 같다. 너는 충신일 것이다. 그러니 짐을 도와 이번 변란에서 짐을 구하라. 네가 그리만 해 준다면 너를 대장군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명종황제의 말에 박낭장이 명종을 뚫어지게 봤다.
“대장군이라고 하셨소?”
“그래. 네 너를 대장군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무슨 힘으로 그리 하신다는 것이요?”
“서경으로 짐을 데려다 다오. 서경에는 3만의 정병이 있다. 그 3만의 정병이면 무도한 자들의 변란을 진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봉에 너를 세워줄 것이다. 그러면 후일 변란이 진압된 후에 너는 고려 군부를 이끄는 대장군이 될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소.”
“뭐라?”
“내가 그리 할 것 같으시오. 대장군이라 하셨소? 조위총 유수는 충신이 아니요. 또한 충신이라면 절대 폐주를 따르지 않을 것이요.”
조위총!고려시대의 문신이다. 역사적으로는 정중부 ·이의방 등이 정변을 일으키자 3년 후 절령 이북 40여 성의 호응을 얻어 난을 일으켰다.
그것은 고려를 위한 충정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권려긍ㄹ 가지려는 요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중앙군의 총공세로 위기에 처하자 금나라에 사신을 보내 원병을 요청했으나 실패하여, 서경이 함락된 뒤 처형되었다. 여기까지가 역사적인 이야기고 회생이 역사를 바꿔놓은 상태에서는 회생에 의해 내란을 일으키게 강요되고 만다.
“조위총은 충신이다. 짐의 위기를 그냥 보지 않을 것이다. 짐이 보현원에 감금된 것을 알면 짐의 지시가 없더라고 군사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들어가시오.”
“으음,,,,,,.”
폐주인 명종이 신음했다. 그 순간 박낭장이 안 되겠다는 듯 뒤에 있는 두 명의 병사를 봤다.
“뭐하는 것이냐? 폐주를 어서 전각에 감금하라.”
“예. 낭장나리!”
“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대못을 박아라!”
“예. 알겠사옵니다.”
그 순간 병사 둘이 폐주인 명종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 물건을 던지듯 전각으로 밀쳤다.쿵쾅!거센 힘에 의해 폐주가 된 명종이 쓰러졌다.
“네 이놈!”
쾅!
“어서 못질을 해라! 정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폐주다. 아니될 위인이시다.”
“예. 낭장나리!”
콰쾅! 쾅쾅!그렇게 전각에는 못질을 해 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를 별초들이 은밀히 숨어 듣고 있었다.
“뭐라? 폐주가 서경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고?”
수레에 걸터앉아 있는 흥선이 노한 눈빛으로 별초에게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정탐을 하는 과정에서 알아냈습니다. 박주태 낭장이 아니었다면 폐주의 꽤임에 빠졌을지 모르옵니다.”
“박주태 낭장?”
“그렇사옵니다. 지략과 무의를 겸비한 무장이옵니다. 또한 당찬 성격이 금강야차 이의민 별장과 쌍벽을 이룹니다.”
“그런데 어찌 두각을 내지 못했을까?”
“성격이 워낙 강직하여 윗전을 대할 때 굽힘이 없습니다.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휘는 성격이 못 됩니다. 그렇기에 중랑장도 되지 못하고 용호군 전방 낭장으로 머무는 것입니다.”
별초의 설명에 흥선이 고개를 끄덕였다.‘내 옆에 두면 좋겠군.’이 순간 흥선도 독자적인 세력을 가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독자적이 세력을 가져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 조만간 거친 권력쟁투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흥선이 잘 알고 있었다.
“알았다. 역시 하늘이 형님을 돕는 것이 확실하구나!”
“그렇사옵니다. 도련님! 만약 어리석은 무장이었다면 페주의 꽤임에 빠졌을 것입니다.”
“역시 아니 되겠다. 그냥 둬서는 안 될 위인이다. 서경이 안다면 기회라 여기고 내란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당장 금을 상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란이라니.”
“그렇사옵니다.”
“이제야 너희들이 왜 이런 참혹한 일을 해야 하는지 알겠느냐?”
흥선의 말에 별초들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도련님!”
“두고두고 가슴에 응어리가 될 것이다. 허나 너희들의 결단이 수만의 병사를 살리는 것이다. 폐주는 절대 포기할 위인이 아니다. 만약 폐주가 서경으로 도주를 한다면 바로 변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
============================ 작품 후기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독자님들과 같이 교감이 되어야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간웅의 후속작인 영웅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철웅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요즘 워낙 조아라에 필력이 높고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많아 생각 이상으로 철웅이 고전하고 있네요.정말 이제는 조아라도 무한 경쟁 시대인 것 같습니다.
제 필력은 그대로인데 자꾸 필력 좋은 작가님들이 늘어나니 힘드네요. ㅠㅠ물론 독자님들은 읽으실 것이 많아 좋겠지만 말입니다. 간둥도 철웅도 뒤쳐지지 않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철웅에 깊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