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5권. -- >다시 대전.이고외숙이 내 밀명을 받고 대전을 나선 후에도 나는 한참이나 주인이 사라진 옥좌를 봤다. 그 순간 내 가슴에 저 옥좌에 앉고 싶다는 욕망이 끌어 올랐다.
나도 사람인 모양이다. 욕망에 불타는 사람.나는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옥좌에 다가섰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옥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참아야 한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옥좌에 욕심을 낸다면 내 적이 늘어날 것이니 말이다.또한 그 선두에 할마마마이신 공예태후가 설 것이 분명했다.'아니지. 지금은 아니지. 느린 소가 천리를 간다.
아직은 아니다.'난 다시 나를 다독였다.
“그 옥좌에 앉으실 참이십니까?”
뒤에서 카랑카랑한 공예태후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놀라 고개를 돌려 공예태후를 봤다. 공예태후는 김돈중과 함께 나를 보고 있었다.
“태후마마를 뵈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참으로 이 늙은 할미를 잘도 속이셨습니다. 황자!”
김돈중이 모든 것을 밝힌 모양이다.
“송구하옵니다.”
“이제 어찌 하실 참이십니까?”
이것은 내게 따지는 것이 분명했다.
“저는 황실의 존귀함을 위해 움직일 것이옵니다. 또한 고려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대국으로 거듭나게 만들 것이옵니다.”
“황자의 그 거대한 대망이 고려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소이다.”
“소인은 자신이 있사옵니다.”
“그렇겠지요. 아무 힘이 없을 때도 놀라운 일을 잘도 보여줬으니 말입니다.”
“송구하옵니다.”
“처음부터 이러실 참이셨습니까?”
이건 내게 따지는 거였다.
“그건 아니옵니다. 그저 신하의 자리에서 고려를 보위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이 할미의 아들이 황실을 피로 물들이는 시초를 제공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까?”
“송구하옵니다.”
“그럼 폐주는 어찌 하실 참이십니까?”
“폐주는,,,,,,,,.”
나를 노린 폐주이나 분명 내 숙부다. 그렇기에 나는 명쾌하게 답을 내지 못했다.
“답이 없으신 모양입니다.”
“아직,,,,,,,,.”
“좋습니다. 곧 답이 나오겠지요. 이제 어찌 하실 참이십니까?”
“날이 밝으면 문무백관을 소집하여 상황전하의 복위를 선포할 것이옵니다.”
“내가 그 역할을 하면 됩니까?”
“그렇사옵니다.”
“무신들의 반발은 어찌 하실 참이십니까? 어찌 되었던 강화로 보낸 자들이 바로 무신들입니다.”
“황실의 존귀함에 반하는 자는 숙청할 것입니다.”
“그 숙청에 포함되어 있는 혈족은 누구입니까?”
아마 폐서인이 되어 진도에 유폐되어 있는 내 이복형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송구하옵니다.”
“결국 뜻대로 하실 참이시구려.”
“송구하옵니다.”
“그렇게 하세요. 어디한번 옥좌를 가져보세요.”
공예태후가 무슨 영문인지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아마 이 눈빛은 원망일 것이다. 허나 그 원망도 잠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할마마마는 누구보다 더 대단한 여걸이라는 것을 난 이미 알고 있으니 말이다.
“내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분부 내리십시오.”
“모든 것은 황자 뜻대로 하세요. 오직,,,,,,,,.”
“예. 할마마마!”
“오직 영화만은 제 뜻을 따라주세요.”
다시 한 번 공예태후가 영화공주를 내게 부탁했다.
“예. 알겠사옵니다.”
“그게 이 늙은 할미의 마지막 청입니다.”
“예. 할마마마!”
“그것만 해 주신다면 상황은 제가 잘 이해시킬 것입니다. 상황도 어찌 할 수 없는 아들이니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공예태후가 말한 것처럼 난 무섭게 변해 있었다. 아니 강한 힘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훗날 지금의 독한 마음을 잊지 마세요.”
“예?”
“혈족도 베어내는 그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겁니다. 오직 황실만 생각하고 고려만 생각하세요.”
순간 난 공예태후마마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 그녀의 말이 훗날에 있을 고려의 안정을 위해 내 신하들을 다시 한 번 숙청할 때를 생각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예. 잊지 않겠사옵니다.”
“나는 이제 황자를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상황이 복위가 되면 나는 이 황궁을 떠나 흥왕사로 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모든 이들의 극락왕생을 빌 것입니다.”
말릴 수 없는 순간이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예태후는 다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충격이 크신 모양입니다.”
난 자리에 남아 있는 김돈중을 보며 말했다.
“이겨 내실 것이옵니다.”
“그래야지요.”
난 다시 주인이 없는 옥좌를 잠시 보고 돌아섰다.
“중방으로 가시는 것이옵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나의 전위가 될 무장을 찾아 갈 참입니다.”
난 그렇게 김돈중에게 말하며 옥에 감금되어 있는 이의민의 얼굴을 떠올렸다.
“황자마마의 전위라,,,,,,,,.”
내가 말한 전위는 중국 삼국시대 조조의 수호장이었다. 역사서에는 전위는 얼굴이 못생긴 추남이나 힘이 천하장사라고 적혀 있다.
한헌제 때 장막의 부하가 되었다가 후일 하후돈의 부하가 되어 공을 세워 사마가 되었다고 한다. 쌍극이라는 무기를 사용했으며 그 쌍극을 다루는 것에 따를 자가 없었다고 한다.
후일 조조를 경호하는 수호장이 되었고 조조가 여포를 쳤을 때 포위되었는데 그의 무력으로 포위망을 뚫고 조조를 구해 교위가 되었다. 그 후 완성에서 조조가 죽은 장제의 아내 추씨를 후궁으로 삼은 것에 반발하여 완성의 장수들이 조조의 진영을 야습했고 조조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놓이는 상황이 되었을 때 목숨으로 이를 막아 조조를 구하고 장수들이 쏜 화살 수십 발을 맞고 서서 죽었다고 한다.
물론 그의 죽음으로 조조는 목숨을 구했다.
“누구이옵니까?”
“금강야차!”
황궁 옥사.난 이 급한 순간에도 나만 믿고 있는 이의민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황궁 옥사로 향했다. 그리고 내 이른 행보에 김돈중의 의구심이 가진 눈빛으로 놀라워 하고 있었다.
“김 대부!”
“예. 황자마마!”
“계륵이라고 아십니까?”
“계륵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무슨 뜻으로 하문하시는 것입니까?”
“저 옥사 안에 있는 무장이 제게는 계륵입니다. 또한 김 대부가 지금 계륵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돈중은 참으로 머리가 좋은 문신일 것이니 단번에 내 말의 뜻을 알 것이다.
“옥에 갇혀 있는 무장이 계륵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요. 버리기는 아까운 무위를 가진 존재지요. 아마 이 고려에 대적할 무장은 없을 겁니다. 그의 부월은 천하제일 일 겁니다.”
“부월을 쓰는 무장이옵니까?”
“그렇습니다. 금강야차 이의민이 제게는 계륵입니다.”
내 말에 김돈중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것도 잠시 내가 후에 한 말이 떠올랐는지 김돈중은 나를 보며 기겁했다.
“송, 송구하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보통사람들은 계륵은 그냥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 된다. 하지만 나는 그 계륵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 상황을 더욱 크게 생각한다.계륵의 일화가 숨겨놓은 참 진리는 참으로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특히 신하가 군주를 섬기는 행동의 지침이 되는 예일 것이다.후한서에는 양수라는 무장의 일화를 기록한 것이 있다.
거기서 계륵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당시 조조는 유비와 한중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으나 승패를 결정하지 못하고 진퇴를 놓고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깊은 밤에 야간 암호를 정하려고 찾아온 휘하 무장에게 조조는 탁자 위에 있는 닭 날개를 보며 계륵이라 말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휘하 무장이 군막으로 돌아와 조조의 총신들과 계륵의 뜻을 상의하였으나 그 뜻을 몰라 했는데 오직 양수만이 조조의 속마음을 알고 바로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부하들에게 짐을 싸게 했다.
주변 동료 무장들이 그 이유를 양수에게 묻자 계륵은 먹음직한 살은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뜻으로 조조가 곧 돌아갈 것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양수의 말처럼 조조는 철수 명령을 내렸다.그리고 몇 달 뒤 그 이야기를 들은 조조가 양수를 참수했다.
물론 그 죄목은 군심을 동요케 한다는 것이지만 결국 군주의 속마음을 간파하고 그것을 자랑처럼 떠벌렸기 때문이다. 또한 신하가 말하지 않는 군주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것 역시 죄가 된다는 예를 보여주는 거였다.
“아시면 됐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는 것을 아시려 하지 마십시오.”
물론 신하가 군주의 마음을 미리파악하고 준비를 하는 것은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허나 군주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신하는 박명인 것은 분명할 거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옵니다.”
“저를 관찰하거나 시험할 생각은 마세요. 저는 조조처럼 차갑습니다.”
“예. 황자마마!”
이것은 일종의 경고다.허나 말은 나 스스로 차갑다고 했지만 난 지금 옥에 갇힌 금강야차를 손수 꺼내주기 위해 옥으로 가고 있었다.
‘이 모습이 후일 소문이 되어 나를 존경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젊은 무장들이 나를 따르게 될 것이다.’사람을 부리고 이끄는 통솔에 있어서 모범을 보이는 것과 능력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또한 부하들의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그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걸 거다.
“으으윽!”
옥에 깊이 들어갈수록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옥에 울리듯 들렸다.
“모진 고신을 당한 모양이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크게 공을 취하해도 모자를 무장을 저렇게 고신한 것에 못내 화가 치밀었다.
“괜찮으신가?”
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금강야차 이의민을 보며 물었다.
“으윽!”
“이보시게. 이보시게.”
내가 이의민에게 하대를 하지 않자 김돈중은 놀라 나를 봤다.그리고 그때 쓸어져 있던 이의민이 스르륵 눈을 떠서 나를 봤다.
“견, 견룡행수!”
그의 눈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내가 다시 이의민에게 존대를 하자 김돈중이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황자마마! 한낱 무장이옵니다. 황자마마께서 존칭을 쓰신다는 것은,,,,,,,,.”
“괜찮습니다. 제가 황자인지 모를 때 의형제를 맺은 사이입니다.”
이건 이의민이 들으라고 한 말이다.
“황, 황자라니요?”
이의민은 겨우 몸을 일으키며 내게 물었다.
“제가 황자랍니다.”
“황, 황자이시면,,,,,,,.”
“아직은 아는 분이 몇 되지 않습니다. 몸은 어떻습니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직접 옥문을 열었다.
“늦어 미안합니다. 처리할 일이 많아 이리 늦었습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나를 보는 이의민의 눈이 촉촉이 젖었다. 아마 자신의 믿음에 대한 감격의 눈물일 것이다.‘당신은 나를 위한 전위가 되어야 해!’난 금강야차 이의민을 내 무장으로 품으려 했다.
“일어나세요. 나랑 할 일이 많습니다.”
내 말에 이의민이 나를 물끄러미 봤다.
“하대를 하십시오. 주군!”
이의민이 그렇게 말하고 모진 고신을 받아 걸레처럼 변한 몸으로 내 앞에 크게 절했다.
“주군?”
“그렇사옵니다. 진정한 주군으로 모실 것이옵니다.”
이의민의 말투에는 충성심이 가득했다. 나는 드디어 진정한 내 수호장을 얻은 거였다.
‘역사는 내 의지대로 변할 것이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작품 후기 ============================철웅!대하장편 스토리 야설 판타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토리 있는 진짜 야설을 써 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간웅을 좋아하시는 독자분들이라면 충분히 철웅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간웅처럼 치밀한 구성과 스토리 그리고 암투와 함께 야설의 즐거움과 시원스러운 주인공의 성격까지 더해진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