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4권 -- >나와 그녀와의 사이는 몇 걸음 되지 않으나 그 몇 걸음이 천 길처럼 멀게만 느끼는 영화공주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공주는 이 암담한 순간에 이겨내기 위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
“공주마마! 미안하게 되었소.”
난 나직이 영화공주에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이 다 운명일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영화공주는 나를 탓하지 않았다. 진정 그녀는 내 여인이 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백화는 변했는데 영화는 그대로이구나!’난 은밀히 백화의 움직임을 보고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나만 생각하고 내 옆에 선 영화공주가 더 가엽게 보였다.‘절대 그대를 버리지는 않겠소.’난 그렇게 다짐하며 떨리는 영화공주의 손을 살포시 잡아줬다. 그리고 그 순간 내게 손을 잡힌 영화공주가 날 물끄러미 봤다.
그리고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갑시다! 이 서러운 밤을 빨리 끝내야 할 것 같소.”
내가 영화공주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서자 문이 열렸고 그 문 앞에는 김돈중이 서 있었다. 그리고 김돈중의 모습을 보고 영화공주가 놀라 눈이 커졌다.
“이제 소신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김돈중은 내게 나직이 말했다.
“걱정을 덜어 드리세요.”
“예. 주군!”
“놀라시지 않게.”
“명심하겠사옵니다.”
드디어 내 혈통의 비밀이 황실의 최고 어른에게 밝혀지는 순간이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옆에서 여전히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영화공주를 봤다.
내 신분이 밝혀진다면 한없이 가여워지는 사람은 또 영화공주일 거다.‘없던 일도 아니고 예전 황실에서는 근친혼이 있어 왔다.
’나는 이 순간 내 혈통이 밝혀진다고 해도 영화공주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버리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가여운 여인이다.
그리고 이 순간 이 처소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그녀는 고려 황실이 아닌 나를 위해 움직일 여인이 될 것 같았다.‘그래! 어쩌면 내가 끝내 쉴 수 있는 곳은 이 여인이겠지.’많은 것이 달라진 백화와는 다르게 영화공주는 그 자리 그대로이니 말이다.
그리고 난 영화공주의 손을 꼭 잡고 태후마마의 전각을 나와 전각 앞마당에 섰다.
“처소에 가 있으세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 순간 영화공주는 곧 폐위될 위기에 놓인 자신의 오라비 명종황제보다 날 더 걱정하는 눈빛을 보였다.
“조심하지요. 그러니 처소에 가계세요.”
“예.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나는 태후마마와 한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을 겁니다.”
내 말에 영화공주가 물끄러미 날 봤다.
“그 약속 믿겠사옵니다.”
“그러세요.”
난 그렇게 영화공주에게 말하고 뒤에 있는 응양군 무장들을 봤다.
“공주마마를 안전히 처소까지 모셔라!”
“예. 부마도위!”
“철통같이 호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고려에 가장 존엄한 여인 중 한 분이 되실 것이다.”
내 이해 할 수 없는 말에 응양군 무장이 잠시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으나 그것도 잠시 영화공주의 옆에 섰다.
“예. 알겠사옵니다. 부마도위!”
“뫼시어라!”
“예. 부마도위!”
무장 몇이 영화공주를 호위하듯 섰다.
“가시지요. 공주님!”
“그래. 가자!”
그렇게 영화공주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사실 내가 이 고려에서 가장 존엄한 여인 중 한 분이라고 한 것은 내 옆에 위위경 이의방이 있기 때문이다.그 역시 내 장인이 되니 그녀의 딸 역시 이 고려에서 가장 존엄한 여인 중 한명이 될 것이다.
“공주마마를 끝내 버리지 않으실 모양입니다.”
“운명이라고 여길 겁니다.”
나와 위위경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응양군 무장들이 호위를 하고 있으나 꾀나 떨어져 있어 위위경과 내가 하는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고모가 되십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을 위위경 이의방이 말해주고 있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지요.”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가시지요. 대전으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황제를 끝내 제 손으로 페위시킬 것입니다.”
“예. 주군! 모시겠습니다.”
이제는 내 장인이면서 내 무장이 된 이의방이 우렁차게 대답했다.이 밤이 가기 전에 이 고려는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나는 피의 숙청과 함께 북벌을 준비할 것이다.
“이제 시간이 되었어!”
회생이 명령한 것처럼 대전 전각 앞에는 이소응을 비롯한 망건을 심문하기 위해 형틀이 놓였다. 그리고 회생이 의도한대로 전각 안에 있는 어리석은 황제를 위한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퍼어억!
“으악!”
망건이 거친 비명을 토해냈다. 비록 망건이 회생의 명을 받아 이리 죄인의 되었지만 고신만큼은 한 치의 틀림도 없었다. 모질다 못해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함이었다.
“누구의 지시가 있었더냐?”
대장군 이고가 망건을 보며 불호령을 내렸다.
“무엇을 말이옵니까?”
망건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되겠구나! 누구의 지시를 받아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 대인을 시해했는지 토설할 때까지 고신을 계속해라!”
이고 대장군의 명에 용호군 장졸들은 망건에 대한 고신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전 상단에 서 있던 이고 대장군이 차분한 눈빛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 이소응 대장군을 봤다.
“이대장군!”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모두가 알고 꾸민 연극이라는 것을 이 소응도 회생과의 담판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후손들을 위해 그 연극에 적극 동참할 생각을 하고 있는 이 소응이었다.
“왜 이러시는 것이요? 나는 사냥터의 수비의 소임만 맡은 것뿐이요.”
“누구냐? 누가 네놈에게 지시를 한 것이냐?”
이고의 물음에 이 소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대답을 해도 되나 이 소응은 회생과 같이 어쩔 수 없이 꾸민 연극에 최선을 다할 모양이었다.
“누구의 지시라니? 나는 고려제국의 대장군이다.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달라!”
“네놈은 이제 고려의 대장군이 아니다.”
이고 이 소응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아니 되겠다. 고신을 계속해라!”
“예. 대장군!”
용호군 장졸이 짧게 대답을 하고 이 소응을 노려봤다. 그와 들고 있던 몽둥이로 이 소응을 후려 갈겼다.퍼어억!
“으악!”
대전 전각이 떠나갈 정도로 이 소응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대전 안.
“이 무슨 소리냐?”
명종황제가 밖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 옆에 부복하고 있는 상선 최준에게 물었다.
“이고 대장군이 죄인들을 심문하는 모양입니다.”
“이고 대장군이 벌써 이의방과 그 망할 놈의 회생을 추포했다는 말인가?”
“소신은 모르겠나이다.”
“어서 가서 알아보라!”
“알겠사옵니다.”
상선 최준이 밖으로 나서기 위해 몸을 돌리마 차갑게 웃었고 이 순간에도 명종황제는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되는 것이야! 이 고비만!”
명종황제는 지금 이 밤이 자신에게 내려진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아악!”
대전 전각 밖 앞마당에서는 두 죄인의 비명소리가 이어졌고 그 비명소리를 들으며 나와 위위경 이의방이 대전 전각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이미 시작된 모양이옵니다.”
“그러나 봅니다. 장인! 이제부터 장인이 하실 일이 있습니다.”
“하명하십시오.”
“황궁을 나가셔서 김보당과 그의 일파들 그리고 그들의 가솔들을 모두 추포해 오십시오.”
“김보당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용손십이진 십팔자위왕의 참요로 저희를 압박한 자가 바로 김보당입니다. 또한 저와 장인을 위급에 빠트리기 위해 일을 꾸민 자 역시 김보당입니다.”
“한 번에 처리를 하실 참이십니까?”
“김보당은 다른 곳에 쓸 때가 있습니다.”
피의 숙청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예. 부마도위! 바로 소장이 추포해 오겠나이다.”
“그러세요. 이제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해야 합니다.”
“예. 부마도위!”
위위경 이의방이 내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그를 따라나선 일부 응양군 장졸들을 대동하고 바로 이 밤에 김보당을 추포하기 위해 황궁을 나섰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난 멀어지는 이의방을 보며 피의 숙청을 생각했다.
“한 번에 모두 처리한다.”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대전 전각 앞마당에 섰다. 내 모습을 보고 이 소응과 망건을 고신하고 있던 이고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부마도위를 뵈옵니다.”
“어찌 되었습니까?”
“꽤나 자신의 역할을 잘 할 모양입니다.”
“가솔들의 안위를 보장받았으니 잘 할 것입니다.”
난 이미 모진 고신에 거의 반송장이 되어 있는 이 소응과 망건을 봤다. 이 소응이 지금 이런 모진 고신을 받는 것은 아무렇지 않으나 망건이 나를 위해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김돈중은 어디에 있습니까?”
“김대부는 태후마마와 마무리 지을 일이 있습니다.”
내 말에 이고외숙이 날 빤히 봤다.
“드디어 밝히시려는 겁니까?”
“걱정은 덜어드려야지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태후께서는 황실의 최고 어르신이시니 후일에도 노엽지 않게 알려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외숙! 이제 마무리를 합시다.”
난 이고 외숙에게 그렇게 말하고 망건 앞에 섰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난 물론 망건의 이름을 알고 있다.
“망, 망건입니다.”
망건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고신이지만 너무나 힘겨운 듯 겨우 내게 말했다.
“살고 싶으냐?”
“살려 주시겠습니까?”
“너의 배후가 누군지 말해라!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
내 말에 망건이 잠시 나를 봤다.그리고 다시 이 소응을 봤다. 이 소응은 여전히 주리가 틀려 모질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단지 제 주인께서 금나라 오랑캐를 죽이라고 명하신 것 밖에는 모릅니다.”
“너의 주인이 누구냐?”
“옆에서 고신을 받고 있는 이대장군이십니다.”
내가 왔으니 일이 술술 풀렸다.
“그리고 또 아는 것이 무엇이냐?”
“제 주인께서는 이 모든 것이 황제폐하께서 밀명을 내린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놈! 함부로 지엄하신 황제폐하를 이런 참담한 일에 끌어드리는 것이냐?”
“저는 그저 알고 있는 것만 말씀 드리는 것이옵니다.”
난 망건의 말에 그럴 수도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종복이 무엇을 알겠느냐?”
난 그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무장을 봤다.
“이 자를 명학소의 관노로 보내라.”
“예. 부마도위!”
용호군 무장이 우렁차게 대답을 했고 그와 동시에 장졸 둘이 형틀에 묶인 망건을 일으켜 세웠다.
“잠시 멈춰라!”
“예. 부마도위!”
장졸이 짧게 대답을 한 그 순간 난 반송장이 되어 있는 망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용히 그의 귀에 속삭였다.
“잘 참아주었다. 3년만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라!”
“예. 주군! 명학소에서 기다리겠사옵니다.”
망건 역시 조용히 나만 들리게 대답했다.그리고 끝내 망건은 용호군 장졸에 의해 이끌려 대전 전각 담 밖으로 끌려 나갔다. 그 마지막 모습을 보며 난 이 소응을 봤다.
“이제 더 할 말이 있는가?”
“이 난신적자야! 네 오늘 너희를 참살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될뿐이다.”
이제 드디어 이 소응이 자신의 소임을 다할 차례였다.
“누가 지시를 했느냐? 황제폐하이더냐? 대국의 사신을 참살하라고 지시한 것이 진정 황제폐하이시더냐?”
“황제폐하께서는 네놈들 무부들에 의해 쓰러지고 있는 고려를 걱정하시기에 결단을 내리신 것이다.”
참으로 짜고 하는 행동이지만 그 사실감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진정 황제폐하이시더냐?”
“그렇다. 황제폐하께서는 네놈들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이 소응 대장군이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할 소임을 다했으니 그만 보내달라는 눈빛을 보였다. 또한 그 눈빛 안에는 진정 내가 약속한 것처럼 자신의 가솔들을 무탈하게 보살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네놈은 지금 거짓을 말하고 있다. 아니 되겠다. 모질게 고신을 해라!”
“예. 부마도위!”
============================ 작품 후기 ============================추천과 댓글 선작 부탁드립니다. ^^비류도(이계 대륙의 지배자!)를 오늘부터 연재합니다.
현대백수가 처음으로 스토리 있는 야설에 도전합니다. 도한 간웅 이상으로 풍부한 스토리를 보장해 드릴 것입니다.
대체 역사가 아닌 퓨천 판타지에 도전합니다. 독자님들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간웅처럼 치밀한 구성과 스토리 그리고 야설까지 장착된 노블에 가장 적합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현대백수는 야설부분이 빠졌으니 이제는 그 부분에 도전합니다. 큰 기대 부탁드립니다.
물론 간웅도 계속 집필할 생각입니다. 간웅은 이제 중반부이니 말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비류도(이계 대륙의 지배자!)에서 선작 추천 댓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