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94화 (294/620)

< -- 간웅 14권 -- >고려 황궁 앞.기 보고된 것처럼 황궁을 용호군이 철통같이 포위하고 있었다. 황궁 외성의 성루에는 용호군 깃발이 휘달렸고 병사들은 황궁 안에서 밖으로 나서는 이들을 철통같이 막고 있었다.

나는 그런 황궁을 긴 횃불을 밝히며 여기까지 진군했다.이 황궁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난 누구보다 사악하고 잔인해 질 것이다.

“보시는 것처럼 이미 황궁은 용호군에 의해 장악된 상태입니다.”

대장군이면서 내 외숙인 이고가 내게 공손히 보고 했다.

“신수군은 어떻습니까?”

이 상황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수군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휘하고 나를 위해 만들어진 군대이기는 하나 지금 그 신수군을 통솔하고 있는 것은 대장군 경진과 그의 아들 경대승이니 말이다.

“신수군 안에는 도천밀군들이 잠입해 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옵니다.”

김돈중이 내게 보고했다.

“그렇습니까? 김대부! 참으로 치밀하게 준비를 하셨군요.”

물론 내 사병들 역시 신수군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기에 신수군이 급작스럽게 움직이게 되면 바로 별초를 통해 보고하게 되어 있다.

“예. 황자마마께서 계신 줄 모르고 복위를 위해 준비를 했사옵니다.”

“잘 하셨습니다. 어찌 되었던 제가 좋게 된 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용호군과 응양군 역시 3000천씩 신수군에 병력을 파병하고 있으니 특이한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보고를 해 올 것입니다.”

이의방이 내게 보고를 했다.

“다행입니다.”

“예. 황자마마!”

“지금은 밤이니 장인께서 하신 말씀은 쥐가 들게 될 것입니다.”

“송구하옵니다. 부마도위!”

“곧 밝혀질 것이니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예. 부마도위!”

이의방이 다시 공손히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다행이기는 하나 정리가 되어야 할 자들입니다."

"경대장군을 숙청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이고외숙과 이의방이 나를 보며 물었다."예. 그럴 것입니다."

"여유라도 있으십니까?"내게 경대장군을 제거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저들에게 납득시켜 줄 방법은 없다. 허나 경대장군의 아들이 경대승이니 내가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날 잘 알고 있었다.'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어서는 안 되듯 영웅이 둘 일 순 없다.'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경대승을 나 스스로도 높게 보기 때문일 것이다."신수군을 지금 이끌고 있는 자가 경진입니다. 하지만 신수군은 제 친위군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죄를 짓고 죽어야겠죠."내 말에 이고외숙과 이의방이 놀라 날 물끄러미 봤다.

저 눈빛은 한 마디로 내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는 눈빛이었다."왜 그리보십니까?"

"아닙니다. 옳으신 판단이십니다."위위경인 이의방이 내 말에 먼저 동의를 했다.

이 순간 누구라도 제거될 수 있고 또 숙청될 수 있는 순간이다.황제를 폐위하기 위해 황궁으로 진격해 온 이마당에 누구라도 숙청을 못 시키겠는가."방법이 있으십니까?"이고외숙이 내게 물었다."예. 다 있습니다."순간 난 그렇게 말하며 황궁을 보고 있는 눈빛에 살기를 담았다.'그 이유이기에 지금까지 살려두고 있는 것이야!'바드득!난 김보당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대장군이시다!”

성루에서 진격하는 부대에 제일 앞에 선 이고를 확인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이고가 그 무장의 외침을 듣고 앞으로 나섰다.

“부마도위시다. 어서 성문을 열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황궁 성문이 열렸다.

“이제 소장들이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이고가 내게 물었다. 내가 무신정변이 있을 때도 병졸의 신분으로 그들의 머리가 되어 뒤에 숨어 병력들의 움직임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앞에 나서 바로 움직여야 하고 또 지시를 해야 했다.

“숙부께서는 바로 대전 앞마당에 국문을 위한 장을 마련해 주십시오. 비명이 대전 전각으로 울려 퍼지게 된다면 일이 쉽게 될 것입니다.”

“위협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부덕한 황제라도 황제입니다. 만약 이 황궁의 모든 무장들과 환관들이 저를 돕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번 황제의 계략에 제가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습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환관들과 나인들의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기에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혁명에서 헛된 피를 흘리지 않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외숙!”

“예. 그렇습니다. 저는 명을 받겠사옵니다.”

이고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용호군은 나를 따르라!”

이고의 외침에 이고를 호위하고 있던 한 무리의 용호군이 말을 달려 급히 황궁 안으로 진입했고 그와 동시에 말에 묶여 여기까지 질질 끌려 왔던 망건과 이 소응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따라 뛰었다.

“이제 어디로 가실 참이십니까?”

“안심을 시켜드리고 뜻을 받아와야지요.”

위위경 이의방의 물음에 난 태후 전으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진정 안심을 시켜드리기 위해서는 밝히시는 것이 어떻사옵니까?”

“내가 밝힌다고 믿으시겠습니까?”

“소신이 있지 않사옵니까?”

김돈중이 나섰다.

“김대부께서 나서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제가 나서겠습니다. 아셔야지요. 당분간은 비밀에 붙여진다고 해도 아시는 편이 움직이심에 수월하십니다. 태후께서는 황제폐하와는 다르십니다. 속마음을 숨기고 만약 그런 일은 없겠지만 주군께 대항하실 계략을 꾸미신다면 참으로 곤란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김돈중의 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지금 내가 흥선을 시켜 통보를 한 상태고 또한 내 뜻을 따라주겠다고 알려온 공예태후이나 그녀가 만약 움직이게 된다면 황제보다 더한 계략으로 나를 위기에 몰아넣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골육상쟁이 펼쳐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요. 허나 우선은 제 생각부터 말씀드린 후에 하시는 것으로 하지요.”

난 김돈중의 말을 반쯤 받아드리기로 했다.

“예. 주군!”

그러고 보니 김돈중은 나를 황자마마나 부마도위가 아닌 주군이라고 불렀다.

“황궁으로 갈 것입니다! 이랴!”

“모두 부마도위를 따르라!”

내가 황궁 안으로 진입하자 위위경 이의방이 소리쳤다. 그리고 내 뒤를 따르던 도천밀군들이 일제히 나와 함께 황궁으로 진입했다.처음 무신정변이 일어나던 날에는 수많은 죽음이 그 거사와 함께 했다.

허나 지금은 완벽한 무혈입성이었다.‘무혈입성이지만 이제부터 흘리는 피는 강이 될 것이다.

’대망을 가진 자는 잔인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공예태후의 전각.난 공예태후의 전각 복도를 차분히 걸었다.

저벅! 저벅!그 무게 있는 발걸음과 함께 영문을 모르는 나인들과 환관들은 잔뜩 긴장해 복도를 걷고 있는 나와 무장들의 눈치를 봤다.그래도 이들은 태후마마에 대한 충심이 있는지 이 전각을 떠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기특한 자들이군!’난 태후마마의 전각 환관들과 나인들을 보며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끝내 태후마마의 처소 앞에 섰다.

“주군을 뵈옵니다.”

태후마마의 처소 앞에는 검을 든 나인 둘이 나를 보고 바로 부복했다. 물론 이들은 내가 이곳의 눈과 귀가 되도록 하기 위해 심어놓은 내 여무사들이었다.

“태후마마께서는 안에 계시는가?”

“예. 주군!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인의 말에 역시 이 순간 흐르고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공예태후이고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잘 알고 있는 태후마마였다. 아마 태후마마께서 계시기에 이 고려 황실이 그래도 버티고 있는 걸 거다.

“김대부와 장인께서는 여기서 기다리시오.”

“예. 주군!”

김돈중이 짧게 대답했다.

“예. 부마도위!”

위위경 이의방도 따라 대답했다.

“아뢰시게!”

난 나인을 보며 말했다.

“태후마마! 부마도위 드셨습니다.”

나인의 낭랑한 목소리가 공예태후 전각에 울렸다.

“들이라!”

공예태후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처소 안에서 들었고 그와 동시에 처소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난 조심히 공예태후의 처소 안으로 들어섰다.공예태후께서는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탁자에 앉아 검을 차고 들어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또한 공예태후의 옆에는 영화공주가 한 없이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영화공주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난 영화공주가 참으로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가장 가엽고 서글픈 분은 내 할마마마이신 공예태후이실 거다.

“신 부마도위 이 회생! 태후마마를 뵈옵니다.”

난 바로 절도 있게 목례를 했다.

“이럴 수밖에는 없었는가?”

공예태후가 나를 향해 질타를 하듯 소리쳤다.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소신도 어쩔 수 없었사옵니다.”

“부마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사옵니다. 고려가 그리고 황실이 금의 개가 되려 하고 있사옵니다. 지금은 고려황실의 명예를 금의 오랑캐에게 내준 것에 불과하나 훗날에는 고려 전 국토를 금에게 내줘야 할 것입니다.”

“으음,,, 그건 부마도위의 변명이다.”

“송구하옵니다.”

“이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공예태후마마지만 내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은 내가 따로 할 말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존귀한 고려황실을 금의 종복으로 전락시킨 부덕한 황제를 폐하고자 하옵니다.”

“부덕한 황제라?”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 또한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이 죽었사옵니다. 그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할 것입니다.”

“금과 맞서겠다는 그대가 어찌 금의 눈치를 보는가?”

예리한 질문이다.

“금과 대적할 마음이나 우선은 시간을 벌어야 하옵니다. 또한 작금의 황제께서는 절대 북벌을 윤허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그리고 소신의 충심을 곡해하고 계시옵니다. 제가 항상 저를 향한 황제폐하의 창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기에 어쩔 수 없는 조치이옵니다. 윤허해 주시옵소서.”

“부마도위 그대가 내게 제일 먼저 온 것은 그대의 거사가 황실의 명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기 위함인가?”

“그렇사옵니다. 고려 황실을 위해 움직일 것이옵니다.”

내 말에 공예태후가 처음으로 눈썹을 씰룩거렸다.

“황실을 위해? 부마도위가 옥좌를 찬탈하기 위함이 아니고?”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옵니다.”

공예태후에게만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부정하지 않는군.”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내 말에 공예태후마마가 날 물끄러미 봤다. 그리고 드디어 결심을 했는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부마도위!”

“예. 태후마마!”

“나는 그대가 훗날 이 고려의 옥좌를 찬탈 할 것이라 확신한다.”

“송구하옵니다.”

“이 고려에 그대를 따르지 않는 자가 없으니 그리 될 것이다.”

역시 모든 것을 다 포기한 공예태후가 분명했다. ‘참으로 가여우신 분!’고려의 태후로 신하라고 여기고 있는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참으로 치욕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여걸이기 때문일 거다. 지금까지 고려를 지켜낸 황실의 여자이기 때문일 거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소신은 상황전하를 복위를 위해 움직일 것이옵니다. 또한 한 번 더 고려황실에 기대해 볼 참이옵니다.”

“나를 위로하려 들지 말라. 훗날 그대가 내 상황에게 양위를 받을 생각인 것을 다 알고 있다.”

“,,,,,,,,.”

“회생아!”

처음으로 공예태후가 내 이름을 불렀다.

“예. 태후마마!”

이건 아마 내게 다른 말을 하기 위함이 분명할 거다.

“다 좋다. 다 네가 하고 일을 해라. 나는 너의 앞에 서서 허수아비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또 너의 명분이 되어 줄 것이다.”

“송구하옵니다.”

“다만 영화공주만은 너의 옆에 두어다오.”

“공주마마를,,,,,,,.”

난 영화공주를 봤다.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있는 영화공주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지금 그녀는 고려황실의 굴욕을 스스로 감내하고 있는 거였다. 이 모든 것이 어리석은 내 숙부 명종황제 때문일 것이다.

“부탁한다. 영화공주만은 버리지 말아다오.”

다시 한 번 공예태후가 내게 부탁했다.

“공주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미 황실을 생각하는 마음을 넘어섰다는 것만 알아다오.”

“예. 태후마마!”

내 대답에 공예태후가 잠시 나를 보다가 영화공주를 봤다.

“영화야!”

“예. 어마마마!”

“이제 너는 황실의 여인이 아니다. 네 낭군을 따라 나서 거라.”

“어, 어마마마!”

“이 황실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너는 회생의 내자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공예태후의 말에 영화공주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어마마마!”

“부마도위!”

“예. 태후마마!”

“그대는 이 태후의 명을 받으라.”

“예. 태후마마! 하명하시옵소서!”

“금에게 굴복한 부덕한 황제를 폐위하고 상황을 복위시켜라!”

드디어 내가 원하는 대답이 떨어졌다.

“예. 태후마마! 신 부마도위 이 회생! 명을 따르겠나이다.”

난 다시 절도 있게 목례를 하고 돌아섰다. 그와 동시에 영화공주가 나를 따라 나서기 위해 내 옆으로 섰다.

============================ 작품 후기 ============================추천과 댓글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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