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4권 -- >어리게 보이는 흥선이 작은 입에서 엄청난 말이 나오자 현기증이 느껴지는 공예태후였다.
“야, 야율강이 죽어? 금나라 순문사가 죽어?”
“그렇습니다.”
그리고 별초에게 들었던 모든 일을 흥선이 공예태후에게 설명했고 그 순간 공예태후는 놀란 눈이 되어 흥선을 봤다.
“그, 그 말이 참이더냐?”
“예. 태후마마! 참이옵니다. 이제 황제께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비록 명종황제가 야율강을 죽은 것은 아니었다. 허나 그전에 명종황제가 걸어왔던 행보가 야율강의 참살과 함께 맞물려 지금 고려 황실의 위급에 빠트리고 있었다.
“내가 부마를 불러 다독일 것이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부마가 황제를 살펴줄 것이다.”
“이미 그 둘의 관계는 다시 붙일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또한 황제폐하와 부마도위가 서로 다시 손을 잡는다면 고려는 전란에 휩싸일 것입니다.”
명종황제와 회생이 다시 자신들의 속마음을 숨기고 손을 잡는 그 순간이 금에서 100만 대군이 고려를 향해 진군하는 그 순간이라는 것을 흥선이 공예태후에게 말했다.
“전, 전란?”
“그렇사옵니다. 이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때이옵니다.”
금나라가 아무리 오랑캐가 세운 나라라고 해도 대국은 분명했다. 그러니 금나라 순문사의 죽음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으음,,,,,,,.”
“태후마마!”
“왜 그러느냐?”
“아들을 생각지 마시고 고려황실을 생각하십시오.”
“고려황실?”
“그렇사옵니다. 고려황실이옵니다. 또 강화에 계신 상황전하를 생각하십시오.”
그 순간 공예태후가 뚫어지게 흥선을 봤다.
“너의 뜻이냐? 아니면 부마의 뜻이냐?”
“부마의 뜻이옵니다. 허나 훗날 부마가 이 고려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흥선의 말에 공예태후는 쿵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 부마가 역천을 생각한단 말이냐?”
“역천이 아니라 양위지요.”
“양, 양위?”
“그렇사옵니다. 양위입니다.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을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흥선이 말한 경순왕은 문성왕의 6대손으로 927년 견원의 침공으로 경애왕이 죽은 후에 왕이 되었다. 허나 이미 그의 재위 때는 신라는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고 견훤의 계속된 공격으로 날이 갈수록 그 영토가 크게 줄고 있었다.
이때 신라의 민심이 고려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 경순왕은 군신회의를 소집하여 스스로 고려에 귀부하기를 결정하고 고려태조에게 항복하며 신라의 왕위까지 고려태조에게 양위했다. 이에 태조 왕건이 크게 기뻐하여 유화궁을 하사했고 낙랑공주를 아내로 내렸으며 정승공에 봉했다. 또한 경주를 식읍으로 내려 예전처럼 살게 했다.
왕의 자리를 스스로 버렸으나 왕처럼 살다죽은 인물이었고 또한 경주의 사심관이 되어 옛 신라의 황성을 다스린 최초의 인물이 됐다.
“경순왕?”
“그렇사옵니다.”
“이제 왕 씨 고려의 기운은 다했습니다.”
“허나 부마는 내게,,,,,,,,.”
“무인본분위국헌신이라고 했지요. 그런 마음을 꺾게 만든 것은 고려황실이고 또 황제폐하입니다. 스스로는 조조가 되려고 했으나 고려황실이 부마를 조비로 만든 것이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무인본분위국헌신은 이제 뜻 없는 과거에 불과합니다.”
“허나 부, 부마는 내게 약조를 했다.”
“그 충심이 담긴 마음을 깨트린 것은 황제이십니다. 황제의 그 작은 그릇이 결국 고려를 깨트린 겁니다.”
“허나,,,,,,,.”
“태후마마의 결정이 참으로 중요하십니다.”
“내 결정이 중요하다?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제가 비록 몸은 크지 못하는 병신이나 마음과 생각은 자꾸 커지는 괴물이옵니다. 이런 날을 위해 열성조께서 저를 이렇게 만들어 내려 보냈나 봅니다.”
“흥, 흥선아!”
“이 고려황실이 부마도위에게 양위를 못하게 되어 진정 부마도위께서 역천을 행하시면 이 고려에 왕 씨는 씨가 마르게 될 것입니다.”
흥선의 말에 태후가 기겁했다.
“왕 씨의 씨가 마른다?”
“그렇습니다. 후환을 만들지 않는 것이 군주의 첫걸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엄청난 말만 하고 있는 흥선이었다.하지만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흥선이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새워졌을 때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은밀히 왕 씨의 씨를 말리는 거였다. 그렇기에 왕 씨의 성을 가진 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숨기며 전 씨가 되고 또 옥 씨가 됐다.
“그래서 경순왕을 생각하시라는 말씀이십니다. 후대인들은 경순왕을 비겁하다 손가락질 했으나 경순왕의 선택이 신라 황족의 대를 끊어지지 않게 했고 또 이 고려에 뿌리를 내리게 했습니다. 잘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그렇다면 어찌 한다는 것이냐?”
“부마께서는 현 황제를 폐위하실 생각이십니다.”
“으음,,,,,,,.”
연신 신음만하는 태후였다.
“그리고 강화에 계신 상황전하를 복위시킬 것이옵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것은 부마께서 상황전하께 영문을 모르겠으나 각별한 마음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각별한 마음?”
“그렇습니다. 부마께서는 상황전하를 복위시킬 것입니다. 그러니 결정을 하셔야 하옵니다.”
그때 공예태후의 처소 복도에서 급한 발걸음소리가 울렸다.
“태후마마! 상선 최준이 급한 전갈을 보냈다고 하옵니다.”
“내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급하다 하옵니다. 이 황궁이 다시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고 하옵니다. 또 영화공주께서 드셨습니다.”
영화공주라는 말에 급히 흥선이 침소 뒤로 몸을 숨기며 태후를 봤다.
“잘 결정 하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공예태후의 처소.
“뭐라? 상선이 그리 전하라 했다고?”
머리를 조아린 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전 흥선에게 들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끝내 이 고려를 망하게 하는 것은 부마도위인 회생이 아닌 자신의 아들 명종황제라는 생각이 드는 공예태후였다.
‘어리석다! 참으로 어리석다!’공예태후는 속으로 자신의 어리석은 아들을 질책했다.
“그렇사옵니다. 상선께서 황제폐하가 위위경가 부마도위를 참살하시겠다고 명하시었다고 하셨습니다.”
상선 최준의 명을 받은 나인이 공예태후에게 말했다.
“끝내 황상께서 마지막까지 달리고 계시는군.”
엄청난 일이 벌어진 상태였으나 공예태후는 무척이나 담당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마마마! 이제 어찌하옵니까?”
나인의 말을 듣고 있던 영화공주가 놀라 태후에게 물었다.
“너는 걱정할 것이 없다.”
“하오나 황제폐하께서 부마를 참살하라고 명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거의 울상이 되어 있는 영화공주였다.
“너의 낭군인 부마도위가 그리 어리석지 않은 인물이다. 지금 어리석은 위인은 황상이시다. 그리 고려조정의 판세를 보지 못한단 말인가?”
“하오나 이 고려의 황제이십니다. 어마마마!”
“자신의 편이 아무도 없는 황상이시지. 또한 모든 신하들이 황제 자신을 위해 검을 들어줄 자기 없다는 모르고 있는 내 어리석은 아들이시지.”
태후가 인상을 찡그렸다.
“또한 누가 진정한 이 고려의 충신인지 모르는 황상이시지. 끝내 황상은 부마도위를 난신적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야!”
태후는 스스로 회생을 난신적자라 말했다. 허나 그녀는 이미 자신의 아들인 황제의 편이 아닌 회생의 편에 서고자 하는 결심을 한 상태 같았다. 그녀에게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의 안위가 아닌 고려의 존폐이니 말이다.
“어, 어마마마! 부마도위가 난신적자가 되다니요?”
“어쩔 수 없이 부마도위가 황제를 폐하게 되는 것이니 난신적자가 되는 것이지.”
이미 공예태후는 흥선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또 상선 최준의 명에 의해 나인이 전한 이야기를 듣은 후였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감하고 있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예. 태후마마!”
그때 급하게 나인 둘이 들어섰다. 평범한 때와 다르게 나인 둘의 손에는 검이 들려져 있었고 그 모스블 본 공예태후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보였다.
“너희들도 부마도위의 사람이겠지.”
공예태후의 말에 나인 둘이 놀란 표정이 됐다.
“송구하옵니다.”
“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대전은 폐쇄되었더냐?”
대전에는 이고와 참지정사 그리고 김보당이 당도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리석은 명종황제가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폐쇄되었사옵니다.”
“황제가 결국 또 다시 대전에 감금되는 꼴을 이 늙은이가 보는구나!”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너희들은 지금 당장 이 궁을 빠져나가 부마도위에게 전하라.”
“어찌 전하면 되옵니까?”
“이 태후는 모든 것을 부마도위에게 맡긴다고 전하면 될 것이다.”
드디어 공예태후의 결심이 섰다. 이제부터 회생이 움직이는 것은 역천이 아니라 황실 최고 어른인 공예태후의 명을 받아 부덕한 황제를 옥좌에서 끌어내는 반정과 같은 것이 되는 거였다.
이것을 회생이 노리고 있는 거였다.힘으로 몰아붙이면 일은 쉽게 끝나나 그 뒷감당이 오래 걸리지만 이렇게 명분을 얻고 움직이면 일은 복잡하게 보이는 듯 해도 빠르게 훗일이 정리된다는 것을 회생은 잘 알고 있었다.
“예. 태후마마! 그렇게 주군께 전하겠사옵니다.”
나인 둘이 짧게 목례를 했다.그 냉정하고 빠른 움직임에 영화공주가 놀라 자신의 모후를 멍하니 봤다.
“이 황궁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황상이 어찌 부마도위를 이긴단 말인가? 어리석은 황상! 참으로 어리석다.”
다시 한 번 공예태후가 크게 명종황제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영화야!”
“예. 어마마마!”
“그런 일이 없기를 이 어미는 바라지만,,,,,,,.”
공예태후가 잠시 하던 말을 끊고 물끄러미 영화공주를 봤다.
“왜 그러시옵니까? 어마마마!”
“이 고려에 왕 씨가 왕이 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 어마가 하는 행동을 잘 봐둬야 할 것이다.”
“예? 무슨 그런 황망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사위가 왕이 되는 모습을 이 늙은이가 보는 일이 없었으면 참으로 좋겠구나.”
태후의 말에 영화공주가 놀라 기겁했다.
“설, 설마 부마가 옥좌를 찬탈한다는 말이옵니까?”
“그런 마음이 없었으나 자꾸 황상이 그리 만들고 있지 않느냐. 어리석은 황상이시다. 참으로 어리석은 황상!”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마는 절대 그렇게 패악모두한 자가 아닙니다.”
“사람의 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야.”
“어마마마!”
“명심해라. 어찌 되던 너는 절대 부마의 손을 놔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부마가 이 고려의 왕이 된다면 너의 아들이 다음의 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왕 씨의 피가 반이 흐르는 것이니 말이다.”
태후는 이 순간 가장 절망적인 순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공예태후에게 직시해 준 사람은 흥선이었다.
“어, 어마마마!”
“앞으로 너의 적은 백화가 되겠구나. 참으로 어려운 적이 될 것이다. 너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백화의 옆에는 참지정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자들이 백화의 눈치를 보겠구나. 참고 또 참아야 할 것이다. 영화야 알겠느냐?”
이 위급한 순간 태후는 여인들의 권력 암투를 예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 영화공주의 옆에 흥선이 있어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공예태후였다.‘흘러 가버린 물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내가 아니 된다 해서 아니 되는 것도 아니니 그저 순응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야!’공예태후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부마도위가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영화공주는 공예태후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 듯 했다. 허나 놀란 표정은 여전했다.
“만약을 대비하라는 것이다.”
“어마마마의 말씀이 모두 사실이 된다하면 어찌 역천이 일어났는데 제가 무사할 수 있습니까? 또한 부마도위가 저를 어찌 가까이 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럼 너는 부마도위를 버릴 수 있느냐?”
공예태후의 물음에 영화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 저는,,,,,,,,.”
“내가 아는 내 딸은 고려와 황실은 버려도 자기 낭군은 못 버리는 아이지. 그게 너의 최고의 힘이 되어 줄 것이다.”
“하오나 저는,,,,,,.”
“절대 부마도위가 너를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오나,,,,,,,.”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너는 부마의 편안한 쉼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너의 아들이 훗날 왕이 될 것이다.”
“예. 어마마마!”
“이제 정말 용손이지 십팔자위왕이 되는 것인가!”
공예태후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작품 후기 ============================이제부터 스피드 하게 달려야 할 것 같네요 투천 댓글 쿠폰 주세요다음 편 부터는 피의 숙청이 이어집니다 간웅은 음모와 계략에 의래 펼쳐지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