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4권 -- >대전 황궁.명종황제는 야율강이 참살된 것 때문에 똥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옥좌에도 앉지 않고 대전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이를 어쩔꼬? 이를 어쩌란 말인가?”
명종황제는 그렇게 걸으면 계속 혼잣말을 했고 최준이 명종황제의 표정을 살피면서 속으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를 어쩌란 말인가? 금에는 어찌 설명을 한단 말인가? 감히 어떤 놈이,,, 감히,,,,,,,,.”
“황상폐하! 무슨 일이시옵니까?”
최준이 묻자 명종황제는 최준을 노려봤다.
“아무 일도 아니다.”
“예. 황상폐하!”
상선 최준은 조심히 뒤로 물러났다.
“김보당을 불러라. 김보당을 불러.”
“김보당 대부를 부르겠나이다.”
“황궁을 수비해야겠다. 용호군 대장군 이고도 불러라. 이고를 불러 황궁을 수비하라 명해라.”
점점 더 이성을 잃어가는 명종황제였다.
“이러다가 찾지 못하면 어찌 한단 말이냐? 어찌!”
명종황제는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소신은 이고 대장군을 부르겠나이다.”
“그래. 이고를 불러라.”
“소신 물러가겠나이다.”
상선 최준이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상선!”
“예. 황제폐하!”
상선 최준이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만약 순문사가 이 고려에서 참살을 당했다면 어찌 될까?”
명종황제의 말에 상선 최준은 야율강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된다면 바로 전란이옵니다. 황제폐하!”
“그렇지. 그리 되는 것이지?”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감히 누가 순문사를 참살한 것이옵니까?”
“짐도 모른다. 짐도 몰라! 짐이 너무나 놀라 아무 판단도 못하고 황궁까지 오고 말았다.”
명종황제는 반쯤 미친 것 같았다. 그러다 순간 눈빛이 번뜩였다.
“금과의 전란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순문사를 참살한 자를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황제폐하!”
“옳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짐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라도 사냥터를 포위한다면 순문사를 참살할 자를 잡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상선 최준의 말에 명종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포위를 한다?”
“그렇사옵니다. 찾지 못한다면 바로 전란이옵니다.”
“찾아야겠지.”
“그렇사옵니다.”
“누구든 상관이 없지. 암 그렇지. 황금을 산으로 쌓아 보내고 공녀를 수도 없이 보내면 될 것이다.”
명종황제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누구든 이라고 하시는 것은?”
“대국 황제께서 순문사의 죽음에 납득이 가실 수 있는 인물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납득이 갈 정도의 인물이라고 하셨사옵니까? 황제폐하!”
“그래. 그 정도의 인물이 되려면 적어도,,,,,,.”
그 순간 명종 황제의 얼굴에는 이의방과 이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선!”
“예. 황제폐하!”
상선 최준이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 위위경과 필적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 위위경이 응양군을 장악하고 있으니 용호군을 장악한 이고 대장군이면 되겠는가?”
“필적하다니요? 소신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누구의 세가 이의방과 맞먹느냐 짐이 묻는 것이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짐을 지켜줄 자가 누구인지 그대에게 묻는 것이다.”
명종황제의 말에 상선 최준은 이 순간 황제가 외척인 이의방을 팽시킬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황제가 참으로 무서운 성정을 가진 인물이며 또 어리석은 인물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상선 최준이었다. 허나 이 순간 자신의 양아들인 회생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 최준이기도 했다.
“폐하께서 소신의 어리석은 생각을 무르신다면,,,,,,,,.”
상선 최준이 명종황제의 눈치를 힐끗 봤다.
“시간이 없다. 급하니 어서 말하라.”
“맞습니다. 용호군 대장군 이고이옵니다. 또한 참지정사 강일천 공이시옵니다. 허나 용호군 대장군 이고는 위위경과는 막역한 사이옵니다.”
“이고와 참지정사가 있으나 이고는 막역한 사이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렇다면 참지정사를 불러라.”
“허나 이고 대장군을 포섭하지 못한다면 용호군을 움직이지 못하옵니다.”
상선 최준의 말에 이고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이의방에게 준 권력을 이고에게 준다면 될 것이야. 이고를 불러라. 그리고 용호군에게 명하라. 황궁을 수비하라고 명하라.”
드디어 황제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허나 이 마지막 발악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황제만이 모르고 있었다.
“예. 황제폐하! 소신이 당장 황제폐하의 뜻을 이고 대장군에게 전하겠나이다.”
“그리하라! 또한 김보당도 불러라.”
“예. 황제폐하!”
“그리고 참지정사에게 짐이 찾는다고 전하라. 그리고 당장 위위경과 부마도위가 있는 사냥터를 사병으로 포위하라고 전해라!”
“예. 황제폐하!”
상선 최준이 뒤로 조심히 물러나려고 했다.
“상선!”
“예. 황제폐하!”
순간 명종황제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신수군 대장군 경진을 부르라.”
“신수군 대장군 경진을 말이옵니까?”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회생이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상선 최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명종황제가 신수군을 구성하고 있는 대장군 경진을 부르라는 말에 상선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신수군의 병력이 3만이라고 들었다. 그들을 우선 위위경과 부마도위를 막고 추포하는 일에 써야겠다.”
이 순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현명한 판단을 한 명종황제였다.
“하오나 신수군은 아직 그 구성이 완성되지 않았사옵니다.”
“허나 3만이다. 충분히 대장군 경진이라면 그 병력으로 짐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예. 경진 대장군에게 명을 전하겠나이다.”
“어서 짐의 밀명을 전하라.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어. 난 형님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없어. 이번 사태를 짐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것이다.”
“예. 황제폐하! 그리 전하겠나이다.”
상선 최준은 조심히 뒤로 물러났다. 사실 황제가 신수군의 대장군인 경진을 부르기 전까지는 황제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허나 지금 신수군을 부르라고 한 순간부터 회생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상선 최준이었다.‘아니되지. 그렇게는 안 될 것이야!’상선 최준은 대전을 물러나며 그렇게 생각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황제의 밀명을 자신이 전한다는 거였다. 그것은 다시 말해 그 밀명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이고 대장군은 절대 회생과 척을 지지 않을 것이야! 또한 참지성사도!’이고가 회생을 아끼는 마음을 상선 최준도 잘 알고 있었고 참지정사는 회생의 또 한 명의 장인이니 말이다.상선 최준은 대전 밖으로 나와 밖을 지키는 나인과 환관을 봤다.
“누구든 들어갈 수는 있으나 나올 수는 없다.”
상선 최준의 말에 나인과 환관이 기겁했다. 지금 상선 최준이 한 말은 이 대전에 황제까지도 감금하라는 말이니 말이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또 한 번 큰 폭풍이 이 황궁에 몰아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내 말을 따라야 할 것이다.”
“하오나,,,,,,.”
지금 상선 최준의 앞에 선 환관의 입장에서는 상선 최준의 말 자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허나 이 황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참으로 많이도 일어났었다.
“황궁이 불타던 날을 생각해 봐라. 누가 너희를 구명해줬는지 떠오를 것이다.”
상선 최준의 말에 환관은 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 상선어른!”
“지금 우리를 구명해줄 분은 오직 부마도위뿐이시다.”
“알고 있사옵니다.”
환관이 결심한듯 짧게 대답했다.
“너는 회생공의 사람이니 더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상선 최준이 나인을 보며 말했다.
“예. 상선어른!”
“그리고 지금 당장 달려가 태후께 전해라.”
상선 최준의 말에 나인이 상선 최준을 뚫어지게 봤다.
“태후께 어찌 전하면 되겠사옵니까?”
“지금 폐하께서 황실을 위급하게 만들고 계시다고 전해라.”
“황제폐하께서 말입니까?”
“그래. 지금 황제께서 위위경과 부마도위를 참하실 생각을 하시고 계시다고 전해라.”
상선 최준의 말에 나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허나 태후께서는 황제폐하의 모후이십니다. 상선어른!”
나인의 말에 상선 최준이 나인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태후께는 아들보다 더 중요한 고려가 있다. 그러니 전하라. 그래야 부마도위가 모든 일을 끝내고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예. 상선어른!”
나인 하나가 짧게 상선 최준에게 부복하고 대전 복도를 소리도 내지 않고 달렸다.
“이 황궁에는 바람이 잘 날이 없구나. 이 황궁의 터가 또 황성의 터의 기운이 분명 다한 것이야. 쯔쯔쯔!”
상선 최준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급히 대전전각을 벗어나 이고 대장군이 있는 용호군 군막으로 향했다.용호군 군막 이고 대장군의 막사.갑작스럽게 상선 최준이 자신의 군막을 찾자 이고는 놀라 상선 최준을 봤다.
상선 최준은 제일먼저 대장군 이고에게 달려왔다. 물론 신수군을 구성하고 있는 경진에게는 갈 마음도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상선!”
이고는 환관인 상선 최준을 무시하지 않고 존대했다. 그것은 모두 회생이 상선 최준을 크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큰일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대장군.”
“큰일이 나다니요?”
항상 차분한 표정으로 속을 알 수 없이 고요하기만 했던 상선 최준의 입에서 큰일이 났다는 말을 들은 이고는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나라 순문사가 척살 당했습니다.”
“예?”
이고 역시 놀라 눈이 커졌다. 이고도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이 고려에서 죽게 되면 바로 전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일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설마 황제께서 회생을 팽시킬 생각을 하시고 계신 것입니까?”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제까지 금나라 순문사를 따라 회생을 금 조정에 입조시키겠다고 말한 명종황제이니 회생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대장군! 또 대장군을 통해 위위경을 제거하실 생각이십니다.”
“그러고 나서 모든 일은 위위경과 회생이 꾸민 일로 만들 참이군요.”
“그렇습니다. 황상께서 찾으십니다. 황궁을 수비하라고 하십니다. 허나 결국은 위위경과 대결케 하실 것입니다.”
“나는 위위경과 척을 지지 않습니다. 허나 황궁은 수비할 것입니다.”
이고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래야 누구도 황궁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옳으신 판단이십니다.”
“이 위급한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선!”
“이 모든 것이 다 회생을 위한 일이지요.”
상선 최준의 말에 이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훗날 크게 공을 치하받으실 것입니다.”
“공을 얻고자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이 순간 상선 최준의 눈빛은 아비의 눈빛이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대장군. 그런데 황상께서는 신수군 대장군 경진도 부르라 명하셨습니다.”
“신수군의 대장군 경진이라고 하셨습니까?”
이고 대장군이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대장군!”
신수군이 아무리 급하게 만들어진 병력이라고는 해도 그 수가 3만이었다. 그러니 이고가 근심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거다. 하지만 어두웠던 표정도 금방 사라졌다.
“이리 급하게 일이 돌아가는 것을 경진이 알 턱이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경진이 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상선.”
“알아도 달라질 것이 없다니요? 3만입니다. 신수군은 3만이옵니다.”
“ 그 3만중 부마도위의 편에 설 자들이 2만이 넘습니다. 용호군도 3천이 파견되어 있으니 쉽게 경진이 신수군을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이고 대장군의 말에 그제야 상선 최준이 안심을 했다.
“드디어 이제 때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이고의 말에 상선 최준이 이고를 뚫어지게 봤다.
“때가 무르익고 있다니요?”
“나중에 아시게 되실 겁니다.”
“나중에요?”
“그렇습니다.”
이고 대장군은 이 순간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