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89화 (289/620)

< -- 간웅 14권 -- >

“대감마님! 대, 대감마님!”

김보당과 그의 일파들이 은밀히 회동하고 있는 곳에는 누구도 얼씬하지 말라고 김보당이 명령을 내렸지만 김보당의 집사가 급히 안채로 달려 들어왔다.

“멈추시게.”

이 안채를 지키고 있던 김보당의 사병장이 집사를 막았다.

“급합니다.”

“무슨 일이 그리 급하다는 건가? 대감마님께서 이곳에는 누구도 얼씬하지 말라는 명을 내리신 것을 모르는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급합니다.”

“무슨 일인가?”

“사택을 병사들이 둘러쌌습니다.”

“뭐라?”

김보당의 사병장도 기겁한 표정이 되어 집사를 봤다.

“그, 그것이 참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알았네. 들어가 보시게.”

사병장의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집사가 안채로 급히 들어섰다.

“대감마님! 대감마님!”

밖에서 급히 김보당을 찾는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다급함이 담겨 있었다.

“왜 그러는 것이냐? 내 이 안채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명한 것을 잊었느냐?”

김보당은 안채 방문도 열지 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큰, 큰일이 난 것 같사옵니다.”

“무슨 큰일이 났기에 이리 호들갑인 것이냐?”

“쇤네 들어가겠사옵니다.”

집사가 김보당이 들어와도 된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인 것이야? 허락도 없이 문을 열고.”

“밖에, 밖에 수백 명이나 되는 군사들이 창검을 대감마님의 사택 쪽으로 겨누고 있습니다.”

“뭐라? 수백이나 되는 병사들이 창검을 들고 포위했다고?”

김보당이 놀라 집사를 봤고 이 자리에 모여 있던 장순석을 비롯한 김보당 일파는 기겁한 표정으로 김보당을 봤다.

“어찌 된 일입니까?”

장순석이 김보당에게 물었다.

“나 역시 모르는 일이지?”

그리고 다시 김보당은 집사를 봤다.

“용호군이더냐?”

“아니옵니다.”

용호군이 아니라는 말에 김보당은 인상을 찡그리며 혹시 하는 마음에 파르르 눈동자를 떨었다.

“설, 설마 견룡군이더냐?”

만약 이 순간 김보당 자신의 사택을 포위한 군사들이 견룡군이라면 회생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선수를 쳤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까지 더듬는 것 같았다.

“아, 아닌 것 같사옵니다. 각기 그 복색이 달랐습니다.”

“뭐라? 복색이 달라?”

“그렇습니다. 대감마님!”

“그럼 도적떼가 아니더냐?”

이 황도에 수백이나 되는 도적떼가 출몰할 수 없다는 것은 김보당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쇤네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다 죽이고 있습니다.”

집사의 말에 김보당의 표정이 굳어졌다.

“밖으로 나가면 벤다는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마치 가택연금을 당한 것 같사옵니다. 나가는 족족 다 죽이고 있습니다.”

“으음,,,,,,,,.”

집사의 말에 김보당이 깊게 신음하다가 집사를 봤다.

“알았다. 나가 봐라.”

“예. 대감마님!”

집사가 굳어진 표정으로 조심히 뒷걸음질을 쳐서 물러났다.

“밖에 사병장 있는가?”

“예. 주군!”

김보당의 사병장이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내 사택 안에 사병이 얼마나 있는가?”

“사택을 경호하는 100명이 전부이옵니다.”

“겨우 100명?”

“그렇사옵니다. 대감마님!”

사병장의 말에 김보당이 인상을 찡그렸다.

“뚫고 나갈 수도 없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제가 집사의 말을 듣고 살핀 결과 이 사택을 포위한 자들의 수가 기천이 넘습니다.”

“기천?”

“그렇사옵니다. 또한 혹여 포위망이 뚫릴 것까지 생각하고 추격할 기마대까지 배치된 것 같습니다.”

“기마대까지? 기마대까지 배치되고 이 사택이 포위될 때까지 네놈은 무엇을 한 것이야?”

김보당은 노한 얼굴로 사병장을 노려봤다.

“송구하옵니다. 주군!”

“젠장! 기마대까지 준비를 했다면,,,,,,,.”

김보당의 사병장이 말한 기마대는 회생의 명을 받아 이곳으로 급파된 말갈 전사들이었다.

“감금된 것이 분명하옵니다.”

사병장이 김보당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어찌된 일입니까? 김대부!”

장순석이 더욱 다급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은 확실합니다. 그것도 우리에게 아주 위험한 일이,,,,,,,.”

“위험하다니요?”

김보당에게 말하고 있는 장순석은 이미 울상이 되어 있었고 나머지 김보당 일파의 문신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마 집사가 사택 밖으로 나가는 자들을 모두 베고 있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면 이 순간에 뛰쳐나갈 것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독 안에 든 쥐 꼴이 되었으니 위험하지.”

김보당 애써 담담하려 했으나 두려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우리를 감금했다는 것입니까?”

“회생 그놈이겠지.”

김보당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 어찌 되는 것입니까?”

“편히 죽기는 틀린 것이지요.”

김보당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말했다.

“편, 편히 죽기는 틀, 틀렸다니요? 우리가 무, 무슨 죄를 지었다고?”

“하지만 아직 겁먹을 것은 없습니다.”

“편히 죽기는 틀렸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회생 그자를 대신해 더러운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요.”

김보당의 말을 장순석은 이해가 되지 않는 눈빛이었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제가 바뀌겠지. 으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김보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탁자 아래에 내려놓은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하하! 너도 참으로 기구한 인생이구나!”

갑자기 이의방이 호탕하게 웃더니 내게 하대를 했다. 이것은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는 증거일 거다.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이렇게 너는 또 나에게 갑작스럽게 선택을 요구하는구나! 예전 흥왕사에서 내게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던 너처럼 말이다.”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때도 진심이었고 지금 이 순간도 장인을 대하는 마음은 진심입니다.”

“나는 지금도 고려의 외척이고 훗날에는 고려의 국구다. 훗날 황제의 장인이 될 내게 더 무엇이 필요하겠느냐?”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이 시점이 중요하다. 이의방은 지금 나를 선택하게 된다면 자신의 장녀를 포기해야 하고 또한 자신의 또 다른 사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어쩜 너의 인생도 참으로 기구하구나 라는 나에 대한 외침은 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너는 무엇을 줄 수 있느냐?”

“저와 같이 하신다면,,,,,,,,.”

난 잠시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

“너와 같이 한다면?”

“훗날 역사는 장인어른을 고려를 대제국으로 이끈 영웅으로 기록할 것이옵니다.”

“영, 영웅으로 기록한다?”

다시 한 번 내 말이 이의방의 심장을 뛰게 만든 듯 했다.영웅!사내라면 한 번은 꿈꾸고 떠올릴 말이 분명하니 말이다.

“지금도 나는 내 스스로 범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입으로 영웅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는지 범인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의방이었다. 이것은 이의방 자신도 영웅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 저와 같이 가시지 않는다면 후대의 역사는 권력에 눈이 멀어 황제를 폐위하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여 무신정권을 이룬 무부라 기록할 것입니다. 또한 장인의 권력이 다 하는 날 다른 이들이 장인이 이루신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입니다. 후대는 장인을 역신이라는 불도장을 찍을 것이옵니다.”

“역신의 불도장!”

이의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권불십년이라 하였습니다. 사사로운 권력은 10년을 넘지 못합니다. 또한 황제께서는 황실을 도운 저를 내치려하고 계십니다. 그것을 장인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으음,,,,,,,,.”

“그런 황제를 위해 이 사위를 버리실 참이십니까?”

“으음,,,,,,,,,.”

“황제는 훗날 장인어른도 팽시킬 것입니다. 스스로 황제가 되지 못했으니 그리 할 것입니다. 지금의 황제는 뜻을 같이 하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나 작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그리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 될 것입니다. 장인어른의 마음이 확고하시다면 사위를 그 환두대도로 베십시오.”

또 한 번 내가 목숨을 걸어야 할 순간이다.사내는 누구나 죽을 자리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이의방이 죽을 자리가 분명 아니라는 거다. 그렇기에 난 내 목숨을 건다.사내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내가 베라면 못 벨 줄 아느냐?”

“베십시오.”

난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

“아니 되옵니다. 황자마마!”

김돈중과 별초낭장 박현준이 다급히 달려왔다.

“멈추라! 내 장인께서 하시는 일이다. 사위를 믿지 못하시는 장인께서 사위를 베시려 하신다. 그러니 지켜만 봐라.”

“황자마마! 아니 되옵니다.”

“내가 베인 후 너희들은 장인께서 훗날 장인이 오신 길이 허망함이 없도록 베어드려야 할 것이다.”

“황, 황자마마!”

“멈추라!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으라.”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다고 내가 못 벨 것 같은가?”

이의방이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베십시오."

"나는 너를 벨 것이다."

"장인어른이 확고하시다면 베십시오. 제가 아는 장인께서는 진정한 무장이십니다.”

“벤다!”

이의방이 크게 환두대도를 들었다. 그리고 마치 나를 벨 것처럼 노려봤다. 그 순간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하늘은 날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걸게 만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내 선택은 모두 옳았다는 거였다."하늘이 어찌 내게 너를 내려 줬단 말인가! 어찌! 어찌하여 내게 너를 내렸단 말인가?"원망과 탄성! 그리고 수많은 고민들이 한 번에 우레처럼 이의방의 입에서 터졌다."너를 어찌 내게 감당케 하신단 말인가!"이의방의 손에 의해 하늘로 높이 들었던 환두대도에 힘이 들어갔다.

“젠장!”

이의방은 크게 욕지거리를 하고 다시 날 노려봤다.

“젠장! 내가 틀렸단 말인가? 내 삶이 지금까지 모두 틀렸단 말인가!”

쉬웅!수욱!이의방이 우레처럼 소리를 지르며 검을 크게 휘둘러 땅에 박았다. 그리고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 이의방! 황자마마를 따르옵니다.”

이의방은 그렇게 말했고 난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떴다.

“일어나십시오. 장인어른!”

난 조심히 무릎을 꿇고 있는 장인인 이의방을 일으켰다. 내가 이제 이의방을 장인이 아닌 신하로 무신으로 얻는 순간이었다. 이제 내가 그에게 쥐어줄 것은 거친 대륙을 달리며 휘두를 고려 최고 무장의 검이 될 것이다.

“황자마마!”

“저는 장인께 언제나 사위인 회생입니다.”

“그래주시겠습니까?”

“예. 장인어른! 그리고 제가 약속드리겠습니다. 장인은 저와 함께 대륙을 호령하는 영웅이 되실 것입니다.”

“영웅이라,,,,,,,.”

“그렇습니다.”

“이제 이 장인이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이의방의 말에 난 잠시 이의방을 봤다.

“장인께서는 이제 저와 함께 황제이지 못한 황상을 폐위시키고 강화에 계신 상황폐하를 복위시키셔야 하옵니다.”

“상황폐하의 복위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이 가야할 수순입니다.”

“허면 진도에 있는 폐서인이 된 태자는 어찌 하옵니까?”

나와 같이 하겠다는 마음과 함께 내가 생각하는 어두운 면까지 말하는 이의방이었다.

“대망은 독하고 모진 법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고려 조정에 피바람이 불겠습니다. 황자마마!”

“썩은 것을 베어내면 피는 당연지사 흐르는 것입니다.”

============================ 작품 후기 ============================당일 조회가 조금 늘어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추천 주시고요. 댓글도 주시고요. 쿠폰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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