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88화 (288/620)

< -- 간웅 14권 -- >7. 이의방과의 담판!

“어찌된 것인가?”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이의방이 나와 시체가 되어 돌아온 야율강을 보고 놀라 급히 일어나 물었다.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즐겁게 사냥을 끝낸 명종황제가 견룡들과 함께 사냥터 막사로 돌아와 야율강이 참살된 모습을 보고 놀라 기겁했다.

“무슨 일인가? 부마도위! 금, 금나라 순문사께서 어찌 이리 되셨는가?”

명종황제는 말에서 급히 뛰어내려 황제이면서 체통도 없다는 듯 달려와 내게 물었다.

“이산 곳곳에 매복이 있었사옵니다.”

난 비통한 표정으로 명종황제를 봤다.

“소신이 순문사 대인이 위급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달려갔으나 이미 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순간 명종황제는 엄청난 충격에 머리가 어지러운 듯 휘청거렸다.

“순, 순문사를 노린 자객이 있었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폐하!”

“이를 어찌 할 것인가? 대국에 어찌 설명을 한단 말인가?”

정말 너무도 금나라를 두려워하는 명종황제였다.

“황제폐하! 이곳은 위험하옵니다. 속히 피하셔야 하옵니다.”

“이곳이 위험하단 말인가?”

놀란 명종황제가 주변을 살폈다.

“그렇사옵니다. 어디에서 다시 자객들이 나타날지 모르옵니다. 속히 환궁하셔야 하옵니다.”

“정, 정말인가?”

“그렇사옵니다.”

난 바로 명종황제의 옆에 있던 견룡군들을 봤다.

“견룡들은 무엇을 하는가? 속히 황제폐하를 보위하여 환궁하라.”

“예. 견룡행수님!”

적이 있는 순간이라 견룡군들은 나를 견룡행수라 불렀다.

“황제폐하! 속히 환궁하셔야 하옵니다.”

“그, 그대는 가, 가지 않겠다는 것인가?”

“잡아야 할 것입니다. 순문사를 죽인 자들을 반드시 잡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대국 황제께 설명을 하던 사죄를 하던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쟁이옵니다.”

난 잔뜩 명종황제를 겁줬다.

“전, 전란이라고 했는가?”

“그렇사옵니다. 더는 설명드릴 시간이 없사옵니다. 속히 피하셔야 하옵니다.”

“알았네. 부마도위.”

명종황제는 그렇게 말하고 위위경 이의방을 봤다. 지금까지 이의방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찬찬히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맹호처럼 사나웠고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것을 아는 눈빛이었다.

“위위경도 같이 갑시다. 짐과 같이 가며 짐을 보위해 주시오.”

“폐하. 소신은 이곳에서 역심을 품고 이번 일을 도모한 자들을 찾겠나이다. 반드시 찾아야만 고려에 전란이 없을 것이옵니다.”

모든 것을 짐작하면서 남겠다는 것은 이의방 그 역시 이번 일에 대해 내게 그 답을 듣고자 함이 분명했다.

“알, 알겠소.”

그렇게 명종황제는 말에 올랐고 20여명의 견룡군과 함께 급히 환궁했다. 그리고 멀어지는 명종황제를 보던 이의방이 순간 눈빛이 변해 나를 봤다.

“어찌 된 것이냐?”

“보시는 것과 같사옵니다. 장인어른! 금나라 오랑캐 야율강이 화살에 맞아 죽었사옵니다.”

난 힐끗 바닥에 기절해 있는 이 소응 봤다.

“이 소응이 꾸민 일이더냐?”

내가 만약 이의방까지 숙청할 생각이었다면 그렇다고 대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난 이의방을 내 편으로 두고 싶었다.

“이 소응이 꾸미기는 했으나 죽이기는 제가 죽였습니다.”

“뭐라?”

내 말에 이의방이 성난 맹호처럼 날 노려봤다.

“야율강이 죽으면 바로 전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네가 죽였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순간 그럴 상황이라는 것은 없다. 금의 30만 대군이 고려로 남진한다면 고려는 크게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것을 다 알면서도 네가 야율강을 죽었다는 것은 너의 큰 실책이다.”

“그렇습니다. 허나 죽이지 않는다면 제가 죽을 판입니다.”

“뭐라?”

이의방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이 순간 장인인 네가 사위인 너를 벤다고 해도 너는 나를 원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게는 사위인 너보다 고려가 더 중하다.”

순간 살기를 뿜어내는 이의방이었다.

“저를 베시겠습니까?”

“못 벨 것 같으냐?”

이의방이 바로 환두대도를 뽑았다. 이것은 결코 나를 향해 위협이 아니었다. 그리고 별초낭장 박현준도 검을 뽑아 이의방에게 겨눴다.

“별초낭장이었던 박현준이라 하옵니다.”

“네가 나와 대적이 될 것 같으냐?”

“동귀어진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별초낭장 박현준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바로 이의방이 들고 있던 환두대도를 고쳐 잡았다.

“사위야! 장인을 원망하지 마라. 내 박현준을 베고 너를 벤 후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이 순간 이의방이 권력만을 쫒아서 무신정변을 일으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그 현실이 달랐다. 역사라는 것이 후대가 기록하는 것이고 그 기록자가 그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니 이런 일이 있는 걸 거다.

“태자비 때문이십니까?”

“아니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저의 내자가 될 사람은 어찌 합니까?”

이의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 너를 생각하며 다른 곳으로 출가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말을 탄 김돈중이 달려왔다. 명종황제가 사라진 후에 내가 오라고 지시를 했기에 지금 달려온 거였다.

“위위경은 그 칼을 멈추시오. 지금 그 칼을 휘두르신다면 참으로 크게 후회를 할 것이요.”

김돈중은 피를 토하듯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말에서 뛰어내렸다.

“김, 김돈중!”

이의방은 놀라 김돈중을 노려봤다.

“네놈이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 모두 다 네놈이 상황제 폐하를 복위시키기 위해 꾸민 일이더냐?”

“복위는 될 것이나 그리 꾸민 일은 아니오. 나는 오직 회생 황자마마를 위해 꾸민 일이 되었소.”

김돈중의 말에 이의방은 영문을 몰라 날 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네가 어찌 황자마마라 불리는 것이냐?”

“장인어른께 말씀드리지 못했으나 제가 상황폐하의 숨겨진 아들이었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의 눈빛이 더욱 떨렸다.

“사, 사실이더냐?”

“그렇습니다. 저도 안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진정이더냐?”

“그렇습니다. 만약 제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면 장인어른의 혁명거사를 돕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더욱 사위를 베어야겠다.”

이의방이 검을 휘두르며 내게 달려들었고 그 휘두른 환두대도를 별초낭장 박현준이 막았다.챙!

“제 목을 베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저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한 후에 베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난 간곡하게 이의방에게 말했다.

“더 깊은 이야기?”

“그렇습니다.”

“너는 내가 이리 나올 것을 알고 별초낭장의 옆에 뒀다. 그런 너와 내가 무슨 말을 한단 말이냐?”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장인께 죽으면 장인께서는 반드시 황제께 죽게 될 것입니다.”

이의방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그리된다면 처제께서도 채원의 딸과 같은 신세가 될 것입니다. 장인께서 힘이 있어야 태자비이십니다.”

“젠장!”

역시 이의방도 아비였다. 이의방은 들고 있던 환두대도를 다시 허리에 찼다.

“좋다. 이야기를 해 보자.”

이의방이 앉았던 탁자로 가서 앉았다.

“이리 와서 앉으시게. 이제 아니지 앉으시지요.”

이의방은 김돈중의 말을 믿겠다는 눈치였다.

“예. 장인어른!”

“그대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장인께서 저를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장인을 도왔지만 이제는 장인께서 저를 도와주시는 것이옵니다.”

“도와 달라? 지금까지 내가 이룬 모든 것이 틀린 것으로 만들고 반역을 하라는 것입니까?”

이제 내가 하대를 하지 않는 이의방이었다.

“지금까지 하신 일은 틀린 것이 없습니다. 단지 이제 하실 일이 달라졌다는 것뿐입니다.”

“달라졌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저와 함께 북벌을 가시지요.”

내 말에 이의방이 놀라 날 봤다.

“북, 북벌?”

“그렇습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금과 일전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니 그 전장이 고려가 아닌 금의 땅이어야 합니다.”

“북벌이라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이기는 하나 그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있습니다. 제가 지금 바로 움직일 수 있는 10만의 병력이 있습니다. 또한 장인께서 8만의 고려군이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10만의 병력이 어디서 떨어졌다는 말입니까?”

“하늘의 뜻을 얻었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봤다.

“지금 저와 같이 가신다면 장인께서는 여전히 황제의 장인이실 것입니다. 허나 지금 저와 결별을 하신다면 이 자리는 장인께서 죽게 되실 자리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대를 벨 수 있습니다.”

“베시지요. 허나 저를 베면 또한 베이실 겁니다.”

“별초낭장 따위에게 당할 제가 아닙니다.”

나와 이의방이 불꽃을 튀기며 기싸움을 했고 그때 눈치 없는 이 소응이 정신을 차리며 겨우 일어나려 했다.

“으윽!”

퍽!그와 동시에 이의방이 빠르게 환두대도를 빼서 검의 등으로 이 이 소응을 다시 기절시켰다.

“헉!”

푹!그렇게 이 소응은 다시 쓰러졌다.

“제가 겨우 별초낭장 하나만 이끌고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난 그렇게 말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순간 몰이꾼으로 변해 있던 일천여명의 도천밀군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밀려 나왔다.

“장인어른 일당백이라는 말은 있으나 일 당천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래도 황제의 장인이고 저래도 황제의 장인이라?”

“그렇습니다. 전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장인의 사위입니다.”

내 마지막 말이 이의방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인 것 같았다.

“으음,,,,,,.”

이의방의 깊은 신음이 길게 피어나는 연기처럼 이어졌다.김보당의 사택.

“사냥터에 가보시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장순석이 김보당을 보며 물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데 내가 그곳에 갈 이유가 없소.”

“무슨 일이라고요?”

“그렇소. 이 소응이 어젯밤에 몰이꾼들을 모두 자신의 가병들로 은밀히 교체했다는 정확을 포착했소.”

김보당의 말에 장순석이 놀라 김보당을 봤다.

“그럼 정말 이 소응 그 미친 늙은이가 일을 꾸민 것입니까?”

“아마도 그럴 것 같소.”

“그러다가 일이 성공이라도 하며 어떻게 합니까?”

장순석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일을 성공하면 조정은 무주공산이 되는 거지요.”

“무주공산이라고요?”

“그렇지요. 이의방도 죽게 될 것이요. 또한 회생도 죽게 될 것이요. 그리고 제가 죽을지 모르고 야율강도 죽일 것이요. 그리되면 어찌 되겠소?”

“그리 되면?”

“나는 사냥개만 잡으면 되는 것이지요.”

김보당이 씩 웃었다.

“그렇습니다. 옳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준비를 해야지요.”

“가병을 소집하겠습니다.”

“바로 준비를 하시오. 황궁을 장악하는데 는 일천이면 충분할 것이요. 그리고 참지정사께도 전하시오.”

“참지정사요?”

“그렇소. 참지정사의 사위가 이 회생이니 참지정사도 내 뜻을 따라줄 것이요.”

김보당은 김보당대로 자신이 생각한 이이제이를 추진하려 했다.

“참지정사께서 동참을 해 주신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지요.”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사냥터에서 야율강이 죽었다는 보고만 오면 바로 움직이면 되는 겁니다. 이 소응이 황제를 겁박해서 개선장군처럼 황궁으로 돌아올 때 그의 뒤를 치면 되는 겁니다. 그럼 다 끝나는 겁니다. 무부들의 세상도 다 끝이 나고 나 김보당의 세상이 되는 겁니다. 하하하!”

김보당은 사냥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자신만의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이렇게 자기가 가진 패만 보는 자들이 있다.그런 자들은 100번 싸워도 100번 다 지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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