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86화 (286/620)

< -- 간웅 14권 -- >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분명 지금 세상은 잘못된 세상입니다. 그래서 이런 참담한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소자는 사실 신수군이 창설되어 금으로 파병되는 것부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고려의 젊은이들이 오랑캐의 땅에 가서 피를 흘려야 합니까?”

“모든 것이 네가 옳은 것만은 아니다.”

“제가 모든 것에 옳지 않으나 이 세상과 지금의 황제폐하는 모두 틀리셨습니다.”

“왜 상황제 폐하를 복위라도 시키고 싶은 것이냐?”

경진 대장군의 말에 경대승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지요.”

“네가 지금 큰일을 낼 놈이구나.”

경진 대장군이 놀라 자신의 아들 경대승을 노려봤다.

“어찌 되었던 이 아비도 무신혁명의 공신이다. 상황제 폐하께서 복위가 되신다면 어찌 되겠느냐?”

“틀린 것을 바로 잡는 일에 그 뒤를 따질 수는 없습니다.”

“너랑 말을 해서 일이 될 것 같지 않다. 되었다. 그만 하자. 허나 명심해라. 압수를 넘으면 나는 회생을 벨 것이다. 너는 바로 신수군을 장악해야 할 것이다.”

“아버님!”

“그게 싫다면 이 애비를 베라!”

경진 대장군이 경대승을 노려봤다. 허나 자식이 부모를 벨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차!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경대승도 거부하지 못하고 따르겠다는 투로 말했다.

“회생을 베고 금에서 돌아온 후 신수군을 이용해서 황도를 장악하면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황제를 조종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네가 원하는 세상을 네 손을 만들 수 있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어찌 새롭고 바른 세상을 만들겠느냐?”

“옳지 않은 시작은 그 끝도 옳지 않습니다. 결과가 아무리 정당하더라고 그 과정이 정당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틀림입니다.”

“아직도 네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느냐?”

경진 대장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애비든 아니면 너의 결의든 압수를 넘기 전에 정해야 할 것이다.”

경진 대장군의 말에 경대승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이렇게 명종황제는 2중3중으로 회생을 제거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한 변수가 바로 사냥터가 있는 깊은 산에서 펼쳐지고 있었다.회생의 가슴을 파고든 3발의 화살과 함께.계곡 옆 깊은 동굴.

“어찌된 일입니까? 그리고 이곳에 왜 계신 것입니까? 또 저들은 누구입니까?”

난 가슴에 쓰라린 통증은 뒤로 하고 나를 여전히 우러러 보고 있는 김돈중에게 물었다.

“천천히 말씀 올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잡혔으니 천천히 말씀해 주십시오.”

난 나 스스로를 김돈중에게 잡혔다고 말했다. 김돈중을 제외한 망건과 나머지 인물들은 여전히 내게 적의와 의구심을 품은 눈빛을 보이니 말이다.

“야율강은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김돈중이 고개를 돌려 망건을 봤다.

“운이 좋아 급소를 피했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으으윽!”

그때 야율강이 신음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으윽! 여, 여기가 어디냐?”

야율강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 바로 적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김돈중과 망건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닥쳐라! 금나라 오랑캐의 개야!”

망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온전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우리가 어찌 되기 전에 네놈부터 명줄이 끊어질 것이다.”

망건의 거센 위협에 야율강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닥치고 있어라. 곧 저승으로 보내줄 테니까.”

그렇게 망건이 소리치고 다시 나를 보며 다가왔다.

“부본주 어찌 된 일입니까? 회생 이자는 난신적자이며 패악 무도한 무부 이의방의 개입니다.”

“말을 삼가시게.”

김돈중이 성난 눈으로 망건을 질책했다.

“제가 말을 상가하다니요? 제가 틀렸습니까?”

“틀렸네. 틀려도 한 참 틀렸네.”

“무슨 말입니까?”

“이분은 미륵이 되실 분이네.”

“미륵이요? 이의방의 개가 미륵이 되다니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부본주께서는 도천밀교가 이제 우습게 보이시는 것입니까?”

난 김돈중과 망건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도천밀교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어찌 그리 생각하겠는가?”

“그런데 왜 이리 나오시는 것입니까? 당장 저자를 처단하고 몰이꾼으로 위장하고 있는 도천밀군들에게 명을 내려 부덕한 황제를 잡고 이의방을 처단하고 황궁으로 진격해야 합니다.”

난 망건의 말에 기겁했다.그의 말을 통한다면 이 사냥터는 온전히 도천밀군이라는 존재들에게 포위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 포위되어 있다고 했소?”

난 놀라 망건에게 물었다.

“그렇다. 이제 곧 무부들이 전횡을 일삼는 세상은 끝이 나고 금나라 오랑캐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힘없는 고려도 끝이 나서 새로운 미륵이 다스리는 고려가 열릴 것이다.”

난 망건을 보고 현대의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미친놈! 미륵이 세상을 다스린다는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군.’하지만 내색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어찌 되었던 난 이들에게 잡혀 있으니 말이다.

“부본주 저자에게 왜 이러시는 것입니까?”

망건의 물음에 김돈중이 나를 잡시 보다가 내 품에 그대로 넣어둔 도천밀서를 꺼내 망건에게 보였다.

“이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아는가?”

그 순간 김돈중이 보인 책을 보며 망건을 비롯한 사람들이 나와 책을 번갈아 봤다.

“어찌 그 신서가 이의방의 개의 품에 있는 것입니까?”

망건이 놀라 김돈중에게 말했다.

“말을 삼가라고 했다.”

“송, 송구합니다.”

한 순간 망건의 어투가 달라졌다.

“도선대사가 명하기를 하늘이 미륵을 정하고 그 증표로 책을 내린다고 했다. 알고 있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허나 어찌,,,,,,,,.”

“또한 이 분은 이의방의 개가 아니라 상황제 폐하의 숨겨진 아드님이시다.”

난 김돈중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물론 무비와 함께 김돈중도 내 숨겨진 신분을 알고 있다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이해가 안 되는 순간에 마치 공표를 하듯 그것도 금나라 오랑캐인 야율강이 보고 있는 상태에서 말하니 난 앞이 캄캄했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어.’난 누구보다 놀란 야율강을 보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야율강은 뭔가가 두려웠는지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사실이옵니까?”

“그렇다. 도천밀교에서는 본주가 되시는 분이시고 고려황실에서는 황제가 되셔야 할 분이다. 그 모든 것을 이 책이 증명해주고 있다.”

김돈중의 말에 지금까지 날 노려보고 있던 망건과 사람들이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도천의 세상을 여실 도천밀교본주님을 한성지부장인 망건이 뵈옵니다.”

망건이 바로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신도들이 영명하신 본주님을 뵈옵니다.”

그리고 도천밀교라 스스로 말한 사람들이 망건처럼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정말 이보다 더 심한 광신도는 없을 것이다. 단지 한 권의 책을 내가 가졌다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난 놀랍고도 무서웠다.

“내가 도천밀교의 본주란 말입니까?”

난 김돈중에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겨우 한권의 책을 몸에 품고 있다고 본주가 된단 말입니까?”

난 의구심이 들어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그럼 이리 되면 어찌 합니까?”

난 바로 김돈중에게 도천밀서를 빼앗다시피 해 피워놓은 장작불 위에 던졌다. 그 순간 망건과 도천밀교의 밀군들이 놀라 날 봤다.

“진정한 도천을 뵈옵니다.”

“무슨 말입니까?”

“이 도천밀서를 세상에 내신 도선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뜻을 적은 것을 파쇄 하는 자가 나타날 것이니 그가 바로 미륵이라 하셨습니다.”

그의 말을 100프로 믿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행동들이 다 수백 년 전에 죽은 도선대사가 이미 예언해 놨다는 거였다. 참 어이없는 순간이 분명했다.

“내가 본주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내가 미륵이 될 존재라고요?”

“그렇습니다.”

“미륵은 부처지요?”

미륵은 불가에서 석가의 다음으로 부처가 된다고 약속받은 보살을 말한다. 미륵은 도솔천에 살며, 미래의 인간의 수명이 8만세가 된다고 했다. 또한 그 세상이 정토 화되면, 사바 세상에 내려와 용화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미륵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그이 강림을 가장 많이 바라는 시대가 바로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하며 백성들이 핍박을 받는 시대라는 거였다.그런 시대에 백성들은 미륵이라는 존재가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고 믿고 싶은 걸 거다.

또한 스스로 혼란한 시기에 미륵이라 칭한 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백성들을 혹세무민한 자들이 많았다.궁예가 스스로 미륵이라고 칭하며 자신이 존귀하다가 말했지만 그의 말년에 스스로 미친 광인이 되어 태조께 나라를 빼앗겼다. 또한 내 부친이라고 할 수 있는 의종황제도 광인이 되어 폭군의 삶을 살 때 스스로 미륵이라 말했고 아첨을 일삼은 자들이 미륵이라 칭송했다.

그만큼 미륵은 이 시대에 구원자적 요소가 많았다.

“그렇습니다.”

“전 사람입니다.”

“그러니 황제가 되실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숨겨뒀던 대망을 김돈중의 입을 통해 들으니 난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야율강이 야릇한 눈빛으로 날 봤다. 그의 눈빛은 참으로 복잡 미묘했다.그리고 이 순간 이 동굴을 나설 때 나든 야율강이든 둘 중 하나는 죽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황제가 된다고요?”

“그렇습니다. 저를 비롯한 한성지부 망건분주와 30만 도천밀교도인과 5만의 도천밀군 5군위가 본주를 고려의 황제로 만들 것이옵니다.”

김돈중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난 놀랍기만 했다.

“30만 교도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고려 본토를 비롯한 중국과 탐라까지 30만 도천밀교도가 미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탐라요?”

난 다른 것들 중에서 김돈중이 탐라를 말한 것에 주목했다.

“왜 그러시옵니까?”

“탐라에도 도천밀교도가 있습니까?”

“고려 본도보다 그 세가 더 큽니다. 그곳에 5만이나 되는 신도가 있습니다.”

“5만이라고요?”

난 놀라웠다. 내가 살던 시대에도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100만이 넘지 않았다. 그런데 수백 년 전 탐라에 은밀히 숨어 사는 도천밀교도인들이 5만이나 된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렇습니다.”

김돈중이 내게 짧게 대답했다.참으로 잘 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앞으로 뻗어나가야 할지 방향이 서게 되는 순간이었다.

대륙을 향한 진격은 내 식읍인 북변에서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다. 또한 탐라를 중심으로 해서 해양을 지배할 해상왕국도 건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꿈이 커지면 생각도 넓어지는 것이다.

‘강력한 군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국이 우선이다.’난 탐라를 중심으로 해상무역과 지배 그리고 침략을 생각했다.

내가 대망을 품은 그 순간부터 나는 항상 옳은 일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대망을 이루고 그보다 더 큰 대망을 위해 나간다면 내 앞에는 내 백성이지 못한 이들의 구슬픈 통곡을 지르밟고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수많은 약탈도 이어질 것이고 수많은 자들을 죽여야 할 것이다.

그것을 내 후대의 자손들은 위대한 정복이라고 할 것이다. 이 순간 이후 내 손에 수많은 피를 묻히면 묻힐수록 나는 더욱 빛날 것이다. 그렇게는 역사는 그 역사를 기록한 자들의 것이니 말이다.

“또한 도천밀군이라는 존재가 5만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본주! 동서남북의 4군과 중군을 포함해서 도합 5만의 도천밀군들이 지금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황궁을 포위할 준비를 끝냈고 신수군을 장악할 준비를 끝냈으며 응양군과 용호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순간 난 숨이 턱하고 막혔다.지금 김돈중이 하는 말이 50프로만 사실이라고 해도 고려황궁은 불바다가 될 것이 분명했다.

“진격을 시작한 겁니까?”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를 본주라 했지요?”

“그렇사옵니다. 본주!”

“그럼 중지시키세요.”

내 명령에 김돈중이 날 잠시 봤다. 그리고 바로 망건을 봤다.

“모두 중지시키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망건이 나를 다시 봤다.

“신도 망건! 본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난 이 순간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 심장에서 화살 3대를 뽑아내서 땅에 내려놨을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임금 왕자였어. 그랬어. 임금 왕!’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존귀한 본주의 명이시다. 모두 동서남북 4군과 중군을 모두 물리라 해라.”

“예. 지부장!”

마치 군영처럼 그 대답과 행동이 절도가 있었다.

“내가 본주란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본주님!”

“그럼 이제 어찌 해야 할까요?”

난 김돈중에게 물었다.

“명하시면 따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펼쳐진 상황 때문에 움직여야하겠군요.”

난 순간 야율강을 노려봤다.내 모든 것이 밝혀지고 이 엄청난 것을 야율강이 들었기에 나는 그를 살려둘 수가 없었다.조금 전까지 어떻게든 야율강을 구명해야 하는 것이 내 당면과제였으나 이제는 그의 입을 막기위해 그를 죽여야 했다.이래서 인명은 정말 제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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