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85화 (285/620)

< -- 간웅 14권 -- >6. 운명을 가르는 3발의 화살.

“왜 그러십니까? 부본주!”

망건이 놀라 김돈중을 봤다. 허나 김돈중은 망건에게 대답도 않고 쓰러진 회생에게 달려갔다. 회생이 쓰러진 자리에 별초낭장 박현준과 야율강도 화살을 맞아 쓰러져 있었다.

“안 돼! 안 되는 것이야! 이리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야!”

김돈중만 오직 회생이 의종황제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김돈중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그리고 김돈중은 화살을 맞고 쓰러진 회생을 조심히 돌려 눕혔다.

“이리 가시면 안 되십니다. 아니 됩니다. 아니 되고말고요.”

김돈중은 회생의 상태를 살폈다.

“왜 그러시옵니까? 난신적자 무부를 드디어 처단했는데 왜 그리 참담한 모습을 보이시는 것입니까? 부본주님!”

망건이 다시 김돈중에게 물었다.

“지금 설명할 수는 없네.”

그리고 다시 회생을 김돈중이 살폈다.

“아직 숨이 끊어지시지 않으셨어.”

김돈중이 급히 고개를 돌려 망건과 다른 도천밀군들을 봤다.

“다른 자들의 상태가 어떤지 살피시게.”

“예. 알겠습니다.”

도천밀군들이 급히 김돈중의 지시를 받아 거란족 야율강과 별초낭장 박현준의 상태를 살폈다.

“오랑캐와 이 무장은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오랑캐는 베라!”

김돈중은 회생이 저리 쓰러진 것에 대한 분노를 거란족 야율강에게 푸는 소리쳤다.

“예. 부본주!”

도천밀군 하나가 허리에 찬 검을 뽑아 거꾸로 잡고 야율강의 목을 향해 검을 내려치려 했다.

“으윽!”

그때 회생이 정신을 차렸다. 그 모습에 김돈중이 놀라 급히 회생의 상태를 살폈다.

“으윽! 안, 안 돼! 죽, 죽여서는 안 돼!”

난 급히 몸을 일으키려다가 가슴 쪽에 밀려드는 고통에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 했다.

“정, 정신이 드시옵니까?”

나를 품에 안은 자는 김돈중이었다. 그의 모습에 난 고통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안, 안돼! 야율강을 죽여서는 안 돼!”

난 김돈중을 보고 있다는 충격보다 지금 괴한이 야율강의 목에 검을 쑤셔넣으려는 것을 보고 더 놀라 안 된다고 소리쳤다.

“안, 안 됩니다. 야, 야율강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내 말에 김돈중이 급히 고개를 돌려 괴한을 보며 소리쳤다.

“멈춰라! 우선은 멈춰!”

김돈중의 명령에 괴한이 검을 다시 검집에 넣고서야 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으윽!”

그리고 다시 깊게 신음을 토해냈다.

“내, 내가 죽, 죽지 않을 것입니까?”

가슴에 화살 3대를 맞고도 죽지 않는다는 것은 한 마디로 하늘이 도왔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아니 나를 살린 것은 내 품에 넣어둔 도천밀서 때문이었다.

“상태를 살피겠습니다.”

김돈중은 조심이 내게 말했다.

“왜 여기에 계신 겁니까? 그리고 왜 내게 이리 대하시는 것입니까?”

난 내 가슴에 박힌 화살이 얼마나 깊게 박혔는지 살피려는 김돈중의 손을 움켜잡고 물었다.

“차차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상태부터 살피겠습니다.”

“야율강부터 그리고 내 무장부터 살펴주십시오.”

내 말에 김돈중이 다시 고개를 돌려 망건과 나머지 괴한들을 봤다.

“저들의 상태를 살펴라!”

“예. 부본주!”

망건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지만 김돈중의 명령이라 야율강의 상태와 별초낭장 박현준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김돈중은 나를 한 없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내 상태를 살피려 했다.

“제가 화살이 얼마나 깊게 박혔는지 보겠습니다.”

“상처는 그리 깊지 않습니다.”

“그래도 고귀한 분이시니 살피겠습니다.”

이 순간 난 김돈중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귀한 분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김돈중은 내게 진심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심이 내 갑주를 벗겼다. 만약 내가 전장에서 입는 무장의 갑옷을 입고 이 사냥대회에 나섰다면 나를 향해 쏴진 화살은 내 갑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을 거다.

허나 지금 입고 있는 갑주는 얇은 갑주라 화살이 그대로 그 갑주를 뚫은 거였다. 그래도 인명은 제천이라는 말처럼 난 그 갑주 안에 도천밀서를 품에 넣었기에 내게로 향한 그 화살이 도천밀서를 뚫고 가슴에 살짝 박혔던 거였다.

“살피겠습니다.”

김돈중은 조심히 벗겨진 갑주를 봤다. 그리고 놀라 날 다시 봤다.

“이, 이 서, 서책은?”

김돈중이 이리도 돌라는 것은 김돈중도 내가 가지고 있는 도천밀서가 평범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거였다.‘뭐지? 왜 저런 눈빛이지. 그리고 왜 이 자리에 김돈중이 있는 거지? 그리고 왜 내게 이리도 공손한 거지?’무엇 하나 의문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김돈중이 나를 우러러 보고 있다는 거였다.

“말하면 깁니다.”

“알겠습니다.”

김돈중은 내 상태가 그리 심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듯 했다. 정말 김돈중이 이곳에 나타난 것도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가 지금 내게 보이는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화살을 뽑겠습니다.”

“마음대로.”

날 살리기 위해 화살을 뽑겠다는데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김돈중이 조심히 내 가슴에 다행스럽게 살짝 박힌 화살 한 대를 뽑아 바닥에 내려놨다. 마치 황제를 대하듯 하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렇게 김돈중의 3대의 화살을 모두 뽑아 조심히 바닥에 놨고 난 그 화살이 이 순간 임금 왕자의 형태로 놓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괜한 것이 보이네. 젠장!’

“참으로 다행이십니다. 상처가 깊지 않습니다.”

“그게 다 이 책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김돈중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망건과 나머지 괴한들을 봤다.

“동굴로 모셔야겠다. 이곳에서는 아니 되겠다.”

“예. 부본주!”

김돈중의 명령에 바로 괴한들과 망건이 나를 부축하고 또 겨우 숨이 붙어 있는 야율강과 별초낭장 박현준을 들쳐 업었다.갚은 시간 창설을 준비하고 있는 신수군 진영.신수군 진영에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스스로 자원입대한 장정들이 훈련이 끝난 상태였지만 갑주를 풀지 않고 마치 대기를 하듯 막사 안에 앉아 있었고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마치 무슨 신호라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연락이 없는가?”

눈빛이 사납게 생긴 장정 하나가 옆에 차분히 앉아 있는 장정에게 물었다.

“아직 없소.”

“통문은 다 돌렸는가?”

“그렇습니다. 바로 신수군을 장악하고 황궁으로 진격할 준비를 하라고 연락해 놓은 상태입니다.”

“잘 했네. 신수군에 오천! 그리고 신수군을 포위하고 있는 도천밀군 북군 1만이 신수군 군막을 포위하고 있네.”

나직이 말하고 있지만 엄청난 것을 말하고 있는 상태였다.

“바로 명이 떨어지면 밖에서 치고 들어오겠군요?”

“그래. 그리 될 것이야. 그리고 도천밀군 남군 1만이 지금 고려 황궁 야산에 은거하고 있네.”

“알고 있습니다.”

“서군과 동군은 용호군과 응양군의 진격을 막을 것이네. 이 모든 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움직여야 하네.”

“그 역시 알고 있습니다.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전서구로 연락이 올 것이네.”

“오면?”

장정 하나가 자신에게 설명하고 있는 장정을 뚫어지게 봤다.

“천지개벽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도천의 세상이네.”

바드득!장정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이 순간 위급한 것은 회생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도천밀군의 병력의 수가 4만이 넘는다는 거였다.

수십 년의 세월동안 웅크리고 숨고 그렇게 모습을 숨기며 자신들의 힘을 키웠던 거였다. 어떤 것들은 산적이 되어서 때를 기다렸고 또 어떤 것들은 저잣거리 왈패가 되어 때를 기다렸다. 또 어떤 존재들은 집성촌을 만들고 화전민이 되어 이렇게 때를 기다렸던 거였다.

그리고 지금 그때가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신수군 경진 대장군의 군막.대장군 경진은 자신의 아들 경대승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곧 출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아버님!”

“출정을 한다?”

“그렇사옵니다.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어찌되었던 황제폐하의 명으로 만들어진 제 3군이니 출정을 해야지요.”

“옳은 말이다. 허나 너는 주변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주변을 살피다니요?”

“이 신수군 안에 너의 적이 누군지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적을 은밀히 처단해야 할 것이다.”

순간 경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님!”

“나는 황제폐하의 밀명을 받았다.”

“황제폐하의 밀명이라니요?”

그 순간 누구 하나 보는 이 없었으나 경진은 주변을 살피듯 입구 쪽을 봤다.

“황제폐하께서 신수군이 압수를 넘으면 신수군의 총사령을 참하라 하셨다.”

그 순간 경대승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수군의 총사령을 참하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제폐하께서는 신수군의 총사령인 이 회생 상장군 허참!”

경진 대장군은 이 회생을 대장군이라고 불렀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다가 다시 자신의 아들 경대승을 봤다.

“회생을 첨하라 하셨다. 그리고 금나라 군단과 함께 송으로 진격하라 하셨다.”

“왜 그런 참담한 명을 내리십니까?”

“참다하다니? 회생은 우리의 편이 될 수 없다.”

경진 대장군의 말에 경대승이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가 누구이고 누구의 편입니까?”

마치 경대승은 부친인 경진 대장군에게 따지듯 말했다.

“겨우 산원이었던 이의방과 이고가 득세하고 있는 세상이다. 허나 이 시대는 무신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번 일만 잘 처리된다면 우리는 신수군을 장악하고 고려의 권력자가 될 수 있다. 황제폐하를 모시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 있다.”

경진 대장군이 드디어 자신의 야욕을 들어냈다.

“아버님!”

“왜 그러느냐? 대승아!”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그렇게 될 수 있다.”

“그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에 회생공을 참하고 또 3만의 신수군의 피를 오랑캐 땅에 흘려야 합니까?”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경진 대장군이 경대승을 노려봤다.

“이 시대가 옳은 시대라 여기십니까?”

“뭐라?”

“이 시대는 잘못된 과오의 시대입니다. 어찌 신하된 자가 황제를 핍박하고 황제 위에 군림한단 말입니까? 저는 지금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무인은 검을 잡고 전장에 나가야 하는 것이지 든 검으로 조정을 겁박해서는 안 된다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무장에게 배신을 종용하는 황제폐하를 믿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황제폐하는 황제이시지 못하십니다.

“뭐라고 했느냐?”

“황제를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폭군이라 불리기는 했으나 상황폐하께서는 이러지는 않으셨습니다. 또한 저는 회생 공을 벨 수 없습니다. 제 생각이 옳다면 지금 이 고려 황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회생 공입니다. 상황폐하를 구명하신 것도 회생공이고요.”

“회생은 우리의 적이다. 또한 황제폐하의 적이기도 하다.”

경진 대장군의 말에 경대승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님! 화를 부르는 욕심을 버리십시오.”

“사내로 태어났다면 큰 뜻을 품어야 한다.”

“그 뜻이 옳지 않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가지느냐? 못 가지느냐? 가 중요한 것이다.”

“권력을 가져서 무엇을 하실 참이십니까? 가문의 영달과 출세를 생각하시는 것이옵니까? 권불십년이라고 했사옵니다. 하물며 옳지 않은 권력으로는 1년도 버티지 못하실 것입니다.”

“뭐라? 옳지 않은 권력?”

“황제폐하께서 회생 공을 참하시겠다는 것은 이의방을 후일 숙청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의방이 누구입니까?”

경대승은 어린 회생에게는 공이라 말하고 위위경인 이의방은 그저 겁 없이 이름만 불렀다. 그것은 경대승 스스로 이의방을 무시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이의방은 현 황제폐하의 외척이십니다. 그런 외척도 베어내겠다는 황제이십니다. 토사구팽을 생각하십시오. 분명 팽을 다하실 것입니다.”

“난 그리 되지 않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