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84화 (284/620)

< -- 간웅 14권 -- >같은 시간.사냥터 깊은 숲.이의방 보다 더 위급함에 몰린 것은 지금까지 기세등등했던 야율강이었다. 야율강은 지금 20명이 넘는 도천밀교의 병사인 도천밀군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이 기회를 이용해 금나라 오랑캐를 베고 고려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여기는 이의방과 이 회생을 제거하는 거였다.

“네놈은 누구냐?”

야율강은 자신을 빠르게 포위해 들어오는 놈들과 자신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망건을 보며 물었다.

“지금은 구국의 열사라고 해 두지.”

“구, 구국의 열사?”

“그래. 오랑캐에게 능욕당한 고려를 구할 천군이 바로 우리들이다.”

천군!하늘이 내린 군대를 말한다. 어떻게 보면 도천밀군들이야 말로 미륵을 따르는 존재이니 자기나름대로는 천군이라면 천군이었다.

“천, 천군?”

“그렇다. 오랑캐를 처단할 천군! 또한 강대한 고려를 만들어 금을 칠 천군이다.”

그 순간 야율강은 예전에 죽었다는 묘청이 떠올랐다.

“묘청이라는 중을 따르는 놈들인가?”

묘청은 서경천도를 주창하면서 금을 정벌하자고 고려황제에게 주장한 자였기에 야율강도 그런 묘청을 잘 알고 있었다.

“묘청대사이시다.”

망건의 말에 야율강이 인상을 찡그렸다.

“맞군.”

“네놈을 응징하여 오랑캐들에게 본을 보일 것이다.”

“내가 이 고려에서 죽으면 전쟁이 일어날 것인데?”

야율강은 망건을 위협하듯 말했다.

“전쟁! 고려가 어디 오랑캐에게 진 적이 있더냐?”

척준경 때까지만 해도 고려는 단 한 번도 금에게 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었다. 지금의 금 광종은 현명한 황제였고 그때에 비해 금의 국력과 군사력은 몇 배나 더 발전해 있었다.

“예전과 다른 것이 현실이지. 네놈들은 과거만 추억하는 망상가들이다.”

야율강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려 했다.

“네놈이 그렇게 이죽거려도 네놈을 구해줄 자는 아무도 없다. 이미 우리의 천군이 이미 이의방을 제거 했을 것이다.”

“뭐, 뭐라,,,,,,,.”

야율강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저 오랑캐의 목을 베라!”

그와 동시에 도천밀군들 중 하나가 급히 야율강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와 동시에 은밀히 야율강을 지켜보고 있던 별초낭장 박현준이 수리검을 뿌리며 달려 나왔다.쉬웅! 슈슈슈슈!양 손에 두 개씩 도합 4개의 수리검이 도천밀군의 몸에 날아가 박혔다.퍽! 퍼억!

“으악!”

“아아악!”

그리고 수리검이 날듯 박현준도 날아 야율강의 앞에 서서 야율강을 보호하듯 그의 앞을 막아서며 검을 뽐아 도천밀군들을 겨눴다.

“함부로 나서는 자는 내 검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이 순간 자신이 포위되었을 때보다 더 놀란 야율강이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오랑캐 너도 닥치고 있어.”

박현준의 말투는 그리 부드럽지 않았다.

“뭐라?”

“주군의 명만 없었다면 네가 너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

별초낭장 박현준의 말에 야율강은 놀라 그의 뒤통수를 봤다.

“너의 주군이 누구냐?”

“누굴 것 같으냐?”

그 순간 야율강의 머릿속에는 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회생이더냐?”

“알면 닥치고 있어.”

별초낭장 박현준이 이죽거리듯 말하며 점점 다가오는 도천밀군을 노려봤다.

“갑작스럽고 놀라운 등장이군!”

망건이 인상을 찡그리며 앞으로 나섰다.커어엉!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난 뛰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싶은 산에서 위기에 빠진 야율강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하지만 난 번개를 맞은 다음부터 그 감각이 탁월했고 누구보다 무언가를 찾는 일에 소질이 있었다.

“이 근처다!”

난 달리며 주위를 살폈다. 진하게 밀려오는 피 냄새를 난 감지했다.

“지금 누가 죽고 있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오직 고려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야율강을 구하기 위해 뛰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적에게 포위된 야율강과 박현준을 발견했다.

“적의 수가 20이 넘군!”

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이 순간이 내게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분명할 거다. 예전의 나라면 이 위기에서 뒤로 물러나 피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대망을 품은 나였고 나의 대망을 위해서 야율강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분명했다.

“적의 수를 줄여야 한다.”

난 이 순간 내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활통에 남아 있는 모든 화살을 꺼내 땅에 뿌리듯 던졌다.쉬웅!10여발의 화살이 땅에 박혔다. 그리고 난 야율강과 박현준을 포위한 놈들을 노려봤다.

“속사로 적의 수를 줄인다.”

난 바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땅에 박힌 화살을 빠르게 하나 뽑아 누군지 알 수 없는 적을 향해 쐈다.쉬웅!바람을 가른 내 화살이 날아가 야율강과 박현준을 포위한 적을 등에 박혔다.퍼억

“으악!”

순간 화살을 맞은 놈은 비명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놀란 놈들이 돌아섰다. 그리고 내 남은 화살이 연속적으로 9발이 날아가 적을 향해 박혔다.슈슈슈! 슈슈슈!퍼퍽! 퍼퍼퍽!이 순간 9명의 적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대장 격으로 보이는 놈이 돌아서서 날 봤다. 그리고 난 놈의 얼굴을 보고 저 놈이 이소응의 부장인 망건이라는 것을 알았다.

“망건!”

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 스스로 여전히 포위된 야율강을 향해 뛰었다. 한 마디로 스스로 내가 놈들의 포위망에 뛰어든 거였다.

“네놈이 스스로 죽으려 이곳에 왔구나!”

망건은 잠시 놀랐다가 바로 안정이 되었는지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가 죽는지는 봐야지.”

난 망건을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부, 부마도위!”

야율강은 내 출현에 놀라 날 불렀다.

“닥치고 있어. 재수 없으니까.”

내 말에 야율강이 놀라 날 멍하니 봤다.

“왜 나, 나를 구하기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건가?”

“네놈이 죽으면 바로 전쟁이니까.”

난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오랑캐와 결탁을 해서 오랑캐를 살리겠다는 놈은 오랑캐의 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지금 야율강이 죽게 된다면 바로 고려는 적의 기마병에 의해 밟혀야 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이 오랑캐를 죽이면 바로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나?”

“고려에 위급이 닥쳐야 고려의 무장이 단결하고 새로운 고려를 만든다. 또한 진정한 미륵이 나신다.”

난 망건의 말에 가슴에 품고 있는 도천밀서가 떠올랐다. 미륵의 강림을 소망하는 것은 도천밀서의 중심교리였으니 말이다.‘저놈이 혹시 도천밀교?’난 망건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허나 도천밀교와 이 소응과는 서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륵이고 나발이고 강림하기 전에 가여운 백성이 죽는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은 있는 법이다.”

망건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옆을 봤다.

“강한 놈들이다. 검으로 상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순간 난 망건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망건은 참으로 영악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진정 멍청하게 사지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로 쏴 죽여라!”

그와 동시에 10명의 적들이 일제히 나와 야율강 그리고 박현준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꼴깍!그 순간 난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주, 주군!”

“젠장! 고려를 구하려다가 내가 죽을 판이다.”

“제 뒤에 숨으십시오.”

박현준은 자신의 뒤에 숨으라고 말했다.

“너 죽고 나면?”

“예?”

“그 다음에는 저 오랑캐 뒤에 숨을까?”

내 농담 같은 말에 박현준이 피식 웃었다.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이 순간 박현준은 마지막처럼 내게 말했다. 아니 저들이 겨누고 있는 화살이 날아들면 마지막 순간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었다.

“헛소리 집어치우고 하나둘 셋 하면 돌진해서 적을 벤다.”

“예. 주군!”

그냥 화살을 맞고 죽을 수는 없는 순간이었다.그때 야율강이 내 허리에 차고 있는 단검을 뽑아 내 옆에 섰다.

“서로 나라가 같다면 꽤나 친한 벗이 되었을 것이다.”

야율강도 이 순간 마지막을 직감한 것 같았다.

“난 오랑캐랑은 친구 먹지 않아!”

난 힐끗 야율강을 노려보며 다시 나를 겨누고 있는 놈들을 봤다. 놈들의 활은 거의 나와 야율강을 향해 겨눠져 있었다.

‘운명이 여기까지라면 받아드리지.’바드득!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그래도 내가 10명을 죽이고 이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우리에게 향할 화살이 열 발이 전부이니 말이다. 물론 그 중 다섯 발은 여전히 내게 향하고 있었다.

“하나!”

난 나직이 숫자를 셌다. 그 순간 박현준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고 야율강도 손에 쥔 단검을 더욱 꼭 쥐었다.

“둘!”

“쏘라!”

“셋!”

내가 셋 하는 소리와 함께 망건도 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안 돼에에!”

그 순간 김돈중이 급하게 달려 나왔다. 하지만 이마 화살은 나와 야율강 그리고 박현준을 향해 날았다.퍽퍽퍽! 퍽퍽퍽!

“으악!”

난 순간 세 발의 화살이 내 가슴에 파고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젠장! 너무 설쳤어.”

난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냥터 초입의 막사.이의방과 복면을 쓴 놈들이 여전히 대치해 있었다.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이제 이의방의 앞에 몇 남지 않았다는 거였다.

“야, 야차 같은 놈!”

이소응은 자신의 눈으로 보면서도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승냥이 백이 모인다고 해서 맹호를 잡을 수 없다고.”

이의방 역시 숨을 헉헉거리며 이 소응에게 말했다.

“그렇군.”

이소응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이의방을 노려보고 있을 복면괴한을 봤다.

“저놈을 베지 못하면 다 죽는 것이다.”

이소응의 말에 복면 괴한들이 용기를 얻었는지 아니면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직검했는지 검을 고쳐 잡고 앞으로 나섰다.그 순간 복면 괴한은 품속에서 손을 빼면서 힘 있게 휘둘렀고 그 순간 이의방을 향해 단검이 빠르게 날았다.

쉬웅!빠르게 이의방을 향해 날아간 단검은 이의방의 심장을 노리며 파고들었고 그와 동시에 이의방은 옆으로 살짝 피하며 복면 괴한을 향해 힘껏 뛰었다.다다닥! 다다닥!빠르게 달리는 이의방의 발자국 한 마디마다 살기가 가득 담겨 있는 듯 했다.

“이얍!”

이의방은 복면 괴한이 있는 지근거리까지 달려가 힘껏 날아오르며 힘껏 검을 휘둘렀다.쉬웅!검이 바람을 갈랐고 그 가른 검은 공간을 자르듯 복면괴한의 몸통을 일도양단했다.서어억

“으악!”

복면괴한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이의방은 급히 착지를 하며 고기를 굽기 위해 피워놓은 모닥불에서 불타는 장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부터 받아 봐라!”

이의방은 그렇게 외치며 불타는 횃불을 힘껏 복면 괴한에게 날렸다.쉬웅!불타는 횃불이 복면 괴한에게 날아갔고 그 순간 복면 괴한은 놀라 날아드는 불타는 횃불을 보며 뒷걸음질을 치자가 그대로 모닥불에 맞아 몸에 불이 붙었다. 파팍!지지직!

“으악!”

순간 복면 괴한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바닥에 뒹굴어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끈 것은 자신의 명줄이었다. 바닥을 뒹굴다가 이의방의 환두대도에 목이 잘렸으니 말이다.서억!

“컥!”

비명과 함께 그가 죽었다.이제 남은 것은 이소응과 복면 괴한 한놈이었다.

“이제 알겠지.”

이의방은 겁에 질린 이소응을 노려봤다. 그 순간 마지막 복면 괴한이 이의방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와 동시에 이의방은 쥐고 있던 환두대도를 힘껏 놈에게 던졌다.쉬우웅!검이 날아가 그대로 놈에게 박혔다.푹!

“윽!”

놈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이대장군! 참으로 가여운 형국이 되셨소.”

이의방이 이소응을 조롱하듯 말했다.

“베, 베라!”

이 소응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번 일을 책임질 위인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퍼어억이의방의 주먹이 이소응의 턱을 강타했고 그 순간 이 소응은 바로 뒤로 넘어지며 기절했다. 그 모습을 차분히 보고 있던 이의방이 다시 탁자에 앉아 따라진 술잔을 봤다.

“저 산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야!”

이의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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