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4권 -- >지금 복면 괴한은 일체의 방어도 없이 오직 이의방을 죽이기 위해 찌르기 공격을 해 온 것이다.이건 검을 진 무장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위다.
검은 베는 검이다. 그런데 지금 복면 괴한은 베기의 검으로 달려드는 이의방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의방은 크게 당황했다.사실 이의방은 복면 괴한이 검을 높이 들어 자신을 베려고 할 때 그의 심장으로 돌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간파당한 이의방이었다.
‘만만치 않다.’이의방은 자신을 포위한 자들이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얍!”
거친 이의방의 기합이 폭우보다 더 강하게 주변에 울려 퍼졌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뿜어지는 이의방의 환도대도에 의해 놀란 복면 괴한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조금 전의 굳은 의지를 망각하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얍!”
그 순간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 괴한의 가슴팍은 어느덧 예리한 환도대도에 의해 기다란 상처가 나고 말았고 옷자락도 찢어졌다.
가슴팍의 근육이 베어진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으윽!”
쿵!복면 괴한 한놈이 쓰러졌다.
“뭐 하는 것이야? 어서 난신적자를 처단해라!”
이소응의 복면 괴한 몇이 품에서 단검을 꺼내 이의방에게 던졌다.슈슈슉! 슈슈슉!그 순간 수십 개의 단검이 이의방을 향해 뿌려졌고 이의방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뿌려진 수리검을 피하려 안간힘을 쓰며 환두대도로 날아드는 단검을 막고 처냈다.
“망할 놈들!”
이의방이 소리를 쳤다. 그 순간 2개의 단검이 이의방의 팔과 어깨에 파고들었다.수욱!
“으윽!”
그 순간 이소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의방이 상처를 입었다. 어서 놈을 죽여라!”
“예. 알겠습니다.”
“이얍!”
복면 괴한의 검은 마치 교묘한 뱀처럼 끊임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의방을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하지만 부상을 당한 채로 이의방은 복면 괴한의 검을 막아 냈다.챙!역시 상처를 입었어도 무장 이의방은 굳건하고 강인했다.챙!순간 복면 괴한의 검이 금이 갔다.
“젠장!”
찡그랑!쉬웅!이의방의 환두대도가 바람을 갈랐고 그 순간 앞에 섰던 놈의 몸이 양단됐다.
“으악!”
쿵!
“어서 이의방을 죽여라!”
복면을 쓴 자 중에 하나가 소리를 질렀고 긴 검을 이의방을 향해 날아왔다. 이의방은 본능적으로 날아드는 검을 피했다.쨍그랑!그리고 검을 강하게 쳐 냈다.그 순간 뒤에서 예리한 장창이 이의방을 향해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용케 피하고 있던 이의방은 그 장창을 피하지 못했다.슈욱!
“으윽!”
이의방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크게 힘을 줘서 장창을 뽑아냈다.서억!그리고 바로 자신을 향해 장창을 찌른 암살자에게 단검을 뿌렸다.
쉬웅!챙챙! 챙챙!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이의방은 용케 단검을 막아냈다. 그리고 성난 맹수처럼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쉬웅!서걱! 서석!그의 검이 마치 살아 있는 듯 날았고 그 검이 나를 때마다 복면을 쓴 자들이 하나들 쓰러졌다.
“헉헉! 헉헉!”
허나 이의방도 뼈와 살로 된 인간인지라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놈이 지쳤다. 어서 베라!”
이 소응 대장군이 소리를 질렀으나 이제는 반도 남지 않은 복면괴한들은 쉽게 이의방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어서 베라! 어서!”
이 소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마지못해 복면 괴한 하나가 달려나가 이의방에게 검을 뿌렸다. 하지만 쓰러지는 것은 복면괴한이었고 바닥에 뿜어지는 것은 복면 괴한의 피였다.
“아악!‘쏴아악!쿵!피가 뿌려지고 복면 괴한이 죽었다.
“헉헉! 어서 와라! 너희들 같은 승냥이는 몇 백이 와도 상대할 수 있다.”
이 순간 이의방의 외침이 거짓이 아닌 것처럼 들리는 복면괴한이었다.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지.”
이의방이 환두대도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복면괴한을 향해 달려들었다.서걱!
“아악!”
쿵!마치 지붕 위를 타고 올라갔던 호박 넝쿨에서 호박이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것은 장창을 쥐고 있는 암살자의 목이 베어져 땅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모두 뵐 것이다.”
정말 이의방은 이 순간 지옥의 야차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를 흘리는 만큼 점점 더 몸은 느려질 것이 분명했다.
“어서 공격해라! 저놈은 이제 지치고 상처를 입었다.”
다시 이소응이 부하들을 독려하기 위해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다다닥 소리를 내며 두 자루의 단검을 쥐고 덤벼드는 자가 있었다.
“계집이군!”
이의방은 두 자루의 단검을 들고 뛰는 자의 모습을 보고 바로 복면 속의 암살자가 여자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것을 직감하는 순간 강하지는 않지만 빠르고 예리한 단검이 이의방을 파고들었다.챙!이의방은 겨우 단검 공격을 뿌리쳤다.
그 순간 다시 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가 여자 암살자는 더욱 강렬하고 예리하게 이의방을 공격했다.
“계집이라 역시 독하군!”
이의방은 환두대도를 쥐고 있지 않는 손으로 여자 복면 괴한의 가슴을 힘껏 후려쳤다. 퍼억!마치 물을 잔뜩 담은 항아리를 맨손으로 내려치는 듯한 파열음이 울렸고, 그와 동시에 일격을 맞은 계집은 복면을 한 상태에서도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이것이 바로 수박희의 위력이었다.쿵!그리고 복면을 쓴 계집은 앞으로 쓰러졌고 이의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향해 들고 있는 환두대도로 그녀의 목을 찍었다.
수욱!
“컥!”
그렇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복면을 썼던 계집이 죽었다.
“어. 어떻게?”
이소응은 이 순간이 참으로 놀랍기만 했다. 이제 이의방과 대치하고 있는 부하는 고작 3명에 불과했다. 조금 전 자신 있기만 했던 이소응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이제야 왜 네놈을 내가 어리석다고 했는지 알겠느냐?”
이의방이 이소응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 지옥의 야, 야차 같은 놈!”
“그래. 나는 지옥의 야차다. 네놈과 같은 적에게는 지옥의 야차다.”
이의방이 살기가 이소응에게 뿜어냈다.용호군 군영 이고의 군막.용호군 대장군인 이고의 앞에는 용호군의 젊은 무장들이 모두 몰려와 자리하고 있었다. 2만 용호군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자들이 바로 지금 이고의 앞에 앉아 있는 젊은 무장들이었다.
“대장군! 이리 가만히 앉아만 계실 것이옵니까?”
누구보다 혈기 왕성해 보이는 젊은 무장 하나가 마치 항명을 하듯 이고에게 물었다.
“무엇을 말인가?”
“고려가 어찌 오랑캐 금의 속국이 된단 말입니까?”
젊은 무장의 말에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고 이고이 옆에 앉아 있던 전존걸은 무섭게 젊은 무장을 노려봤다.
“무엄하다. 너희가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이것이 항명이라는 것을 너희들도 알 것이다.”
“이곳에 모인 하급 무장들은 장군께 목을 내놓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입니다. 대장군!”
“목을 내놓기 위해 왔다?”
“그렇사옵니다. 항명처럼 보일 것입니다. 허나 충정이라는 것을 대장군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으음,,,,,,,,.”
젊은 무장의 말에 이고가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그대들이 고려에 충성을 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사하옵니다. 대장군!”
“허나 이미 정해진 일이다. 신수군이 창설되고 각각 3천씩 응양군과 용호군이 신수군이 증원되었다. 그런데 이 마당에 어찌 하자는 말이냐?”
“막아야 하옵니다. 소장들은 장군께서 막아주실 줄 알았사옵니다. 위위경께서는 무신혁명의 초심을 잃으셨습니다. 또한 사특한 회생이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회생은 벼락출세를 한 자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위위경 이의방을 난신적자로 만들고 있는 존재가 회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마도위께서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
“허나 지금 행하고 있는 모든 행동이 그리 되고 있지 않습니까?”
“때를 기다려라. 신수군이 창설된다는 것은 금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병력의 수를 늘리게 된 것이다.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은 아니다.”
“허나 그 신수군이 금으로 가 송을 정벌하는 전쟁에 끌려간다는 것이 문제이지 않습니까? 이것은 굴욕적인 일입니다. 노장들의 이야기로 들은 것이지만 척준경 상장군께서 계신 때에는 금나라 오랑캐는 두려운 것들이 아니라 쓸어버리는 것들에 불과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저희가 금나라 오랑캐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것입니까?”
“지금 금의 기세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너희들도 알지 않느냐?”
“허나 분명한 것은 이 고려가 틀린 길을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나라 오랑캐를 위해 황제께서 직접 사냥대회를 여시고 그의 비위를 맞추고 계십니다. 틀린 것입니다.”
쾅!젊은 무장의 말에 대장군 이고가 더는 참지 못하고 탁자를 내려쳤다.
“누가 감히 황제폐하를 판단한단 말인가?”
이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그 입 다물라! 무장은 그저 지키면 되는 것이다. 정치에 관여치 않고 지키는 것이다.”
이런 면 때문에 이고가 용호군에서 대장군으로 크게 떠받들려 지는 걸 거다.
“그대들은 하나만 명심하면 된다. 용호군은 고려 조정의 일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위위경과 반목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깊은 뜻이 있는 부마도위와는 척을 지지 않을 것이다.”
“대, 대장군!”
많은 무장들이 이고의 말에 실망했다는 눈빛을 보였다.
“잘 생각해 보라. 지금 이렇게 금에게 엎드려야 하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그리고 그렇게 만든 존재들이 누구인지. 지금 그것을 뒤집으려 하는 것이다.”
“뒤집다니요?”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전존걸이 이고에게 물었다.
“내가 아는 이의방은 목이 베일지언정 오랑캐에게 머리를 숙인 위인이 아니다. 우리의 신수군 3만이 금의 심장부에 아무 저항 없이 입성한다고 생각을 해 봐라. 어찌 되겠는가?”
“예?”
이고의 말에 모두 놀라 멍해졌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3만이다. 3만! 당당히 금의 심장부에 들어가는 병력이 3만이다. 내 비록 위위경에게 확답은 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내가 위위경이라면 지금의 순간들이 굴욕적인 순간이 아니라 고려에게는 기회라는 거다. 그러니 그리 알고 물러가라.”
“진, 진정이시옵니까?”
“나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고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알겠습니다. 저희들은 대장군만 따를 것이옵니다.”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소장들은 모두 물러가라.”
“예. 대장군!”
그렇게 모든 젊은 무장들이 물러났다. 그리고 전존걸이 이고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봤다.
“부마도위께서는 그리 생각하시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으음,,,,,,,,.”
“차후에 회군을 하게 되면,,,,,,,,.”
“저들이 반기를 든다면 베어야겠지.”
“대, 대장군!”
“내 부하들의 목숨이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나 고려가 더 이상 오랑캐 금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회군을 한 후 회생이라면 분명 고려의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북벌을 시작할 것이다.”
“부마도위께 무슨 언질을 받으셨습니까?”
“내가 알고 있는 회생은 그렇다.”
“예. 대장군!”
이미 용호군 수뇌부들은 신수군 상장군인 회생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물론 응양군을 지휘하고 있는 대장군 한섬도 회생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이미 밀약을 맺어놓은 상태였다. 이 고려의 중앙군인 3군들이 모두 지금 회생의 편에 선 것이다.
“문제는 회생이 금으로 입조할 때가 문제라면 문제인데,,,,,,,.”
이고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왜 문제라는 것입니까? 부마도위로 고려 황실을 대표해서 가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그렇기는 한데 뭔가가 불길하단 말이야!”
“불길하다시면?”
“금나라 오랑캐 야율강이 회생을 보는 눈빛이 참으로 살기등등했네. 그게 마음에 걸려.”
이고는 회생에게 자신이 금에 다녀온 후 북변으로 진군해 금으로 파병될 신수군을 회군시켜 고려 황궁을 장악할 거라는 말만 해준 상태였다. 그러니 그 내막을 알 턱이 없는 이고였다.
“오랑캐라 그럴 것입니다. 금나라 여진보다 더한 서요의 거란족이잖습니까.”
“그래. 그럴 것이야! 그런데 신수군의 창설은 어찌 되고 있나?”
“경진 대장군의 아들 경대승이 정말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훗날 크게 쓰일 무장이 분명할 것입니다.”
“크게 쓰일 무장이다?”
“그렇습니다. 사병이 주축은 신수군을 중앙군 못지않은 지휘체계를 만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그건 경대승과 아비 경진이 신수군을 어느 정도 장악했다는 말이군.”
“참지정사의 사병과 대장군의 사병 그리고 용호군의 3천 병력이 있는데 장악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누구나 병력이 있으면 거사를 생각하는 시대네. 그리고 거사가 성공을 하면 벽상공신이 되지.”
이건 살짝 이의방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습니다.”
“허나 두루두루 살피시게.”
“예. 대장군! 증원된 3천 중 200명은 제 심복이니 걱정마십시오. 바로 무슨 낌새가 난다면 바로 보고해 올 것입니다.”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