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4권 -- >황궁 옥사.옥사에 갇힌 이의민의 모습은 모진 고신 때문에 참담했다. 지금도 옥사 밖으로 끌려 나가 이유 없는 모진 고신을 받고 반송장이 되어 병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 다시 옥사 안으로 던져졌다.우당탕탕!
“으윽!”
“이 별장! 나를 원망하지는 마슈! 나도 위전에서 시켜 하는 일이니.”
이의민을 옥사 안으로 던진 병사가 마치 이의민에게 변명을 하듯 말했다.
“으윽!”
“토사구팽이라는 글자를 내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지만 그 뜻은 아는데 딱 이별장이 바로 그 짝이요.”
“뭐, 뭐라?”
반송장이 된 이의민이 병사를 노려봤다.
“위위경께 충성을 하면 뭐하우? 이리 버려지는 것을.”
“닥, 닥쳐라!”
“나한테 화낼 것 없소. 나는 그저 이별장이 하도 딱해 하는 소리요.”
“내, 내가 딱하다?”
“그렇소. 참으로 딱하오. 이런 모진 고신을 며칠만 더 받으면 온몸이 걸레처럼 찢겨 죽게 될 것이요. 운이 좋아 살아난다고 해도 더는 검을 잡지 못할 것이요.”
“네 상관할 것이 아니다.”
이의민이 병사를 노려봤다.
“쯔쯔쯔! 걱정을 해 주는데 역정을 내니 참,,,,,,,.”
병사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옥사 밖으로 나갔다.
“내 위위경을 못 믿어도 옥련사는 믿을 것이다.”
바드득!이의민은 자신에게 맹세를 하듯 중얼거렸다.
“내 반드시 믿을 것이다. 내 아우 회생은 날 이렇게 버려지는 않을 것이야.”
그렇게 이의민이 다짐을 할 때 옥사 밖을 나간 병사는 옥사 밖에서 김보당의 지시를 받고 이의민을 만나로 온 장순석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위위경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옵니다. 나리!”
“그럴 것이다. 지금 믿을 곳은 위위경뿐이니. 허나 우리가 손을 내민다면 달라질 것이다.”
장순석은 차갑게 웃었다.
“옥사 문을 열라!”
“예. 나리!”
그렇게 장순석은 옥사로 들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이의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쓰러져 죽은 듯 보이는 이의민을 내려 봤다.
“이 별장!”
장순석의 말에 이의민이 천천히 눈을 떠 장순석을 봤다.
“무, 무슨 일이요?”
“위위경을 아직도 믿나?”
“무장이 믿을 존재는 상관뿐이요.”
“그렇지. 그런데 그대가 믿는 상관은 금나라 오랑캐와 웃으며 사냥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장순석의 말에 이의민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부마도위께서도 같이 가신 것이요?”
“물론이다. 그대는 끝내 토사구팽당할 것이다.”
“으음,,,,,,,.”
이의민이 깊게 신음을 하자 장순석은 지금이 이의민을 포섭할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위경이 너를 버린다고 해도 황제폐하와 김보당 대부는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뭐라 했소?”
“그 용맹한 부월을 이제는 신의 없는 위위경이 아닌 황제폐하와 김보당 대부를 위해 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네.”
“내, 내 부월을?”
“그래. 이대로 옥사에 있다가는 그대는 죽을 것이야! 이 모진 고신이 누구의 지시 같은가?”
“뭐, 뭐라 했소?”
“이 모든 것이 자네가 옥사에서 죽기를 바라는 위위경의 지시겠지. 아니 그런가?”
“나는 믿을 수 없소.”
이의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잘 생각해 보게. 황제폐하께서 금과 화친하기로 했고 크게 연회와 사냥을 금나라 오랑캐에게 베풀고 계시네. 이런 상황에서 금나라 장군을 죽인 자네가 달갑겠는가? 황제폐하께서는 그대를 살리고 싶어 하나 위위경이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네. 자네는 금나라 오랑캐를 베어 이제는 군부의 영웅이 됐네. 그런데 자네가 이 옥사를 나서면 곤란해지는 것은 금과 화친하자고 한 위위경이겠지. 아니 그런가?”
“위위경께서 내가 이 옥사에서 고신에 의해 죽기를 바란단 말입니까?”
“그래야 하급 무장들의 원망이 없지.”
“으음,,,,,,,.”
“잘 생각해 보시게. 잘! 그리고 이 별장의 생각이 정리가 되면 아까 본 병사를 찾으시게.”
“아까 본 병사?”
“그래. 그 병사에게 말하면 내가 오지.”
“오면?”
“그대를 이 옥사에서 은밀히 꺼내 줄 것이네. 그리고 위위경에게 복수할 기회를 줄 것이네.”
장순석의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이의민이었다.
“알겠소. 깊이 생각해 보겠소.”
“그러시게.”
장순석은 그리 말하고 옥사를 나섰다. 그리고 이의민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살기를 뿜어 냈다.
“내가 믿는 것은 위위경이 아니라 내 아우 회생이다. 내 아우 회생만 믿을 것이다.”
만약 회생의 지시를 받아 해월이 이 옥사를 찾지 않았다면 금강야차 이의민은 김보당의 편에 섰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부월은 위위경 이의방을 노렸을 것이 분명했다.
“아직은 그리 믿을 것이다.”
이의민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참지정사 강일천의 사택.강일천과 백화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흔들림이 없던 강일천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는 거였다. 또한 그런 강일천을 보고 있는 백화는 눈처럼 차가워보였다.
“이제는 용서해 드릴 것입니다.”
백화의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강일천이었다.
“백, 백화야!”
“제 어미가 더러운 종년이라 희롱하시고 버린 것도 다 용서할 것입니다.”
“나는 그때,,,,,,,.”
“알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태후마마를 사모하시고 몸으로는 제 어미를 희롱하셨다는 것을.”
“내, 내 너에게 할, 할 말이 없다.”
“그 모든 것을 다 용서할 것이옵니다.”
“진, 진심이더냐?”
“아버님께서 저를 여식으로 생각하셨기에 아끼시는 별초낭장 박현준을 제 상공께 보낸 것이 아니옵니까?”
“내 너에게 몹쓸 짓을 너무나 많이 했다. 그래서,,,,,,,.”
“다 용서해 드릴 것입니다. 또한 아버님의 딸로 살 것입니다.”
“고, 고맙구나! 백화야!”
“그러니 사위를 도와주십시오.”
“내 신명을 다해 돕고 있다.”
강일천은 백화를 보며 말했다.
“소녀 어젯밤에 꿈을 꿨습니다.”
백화가 이 순간 뜬금없는 말을 하자 참지정사 강일천은 영문을 몰라 백화를 빤히 봤다.
“꿈을?”
“그렇습니다. 제 상공께서 어젯밤 제 꿈에 화살 3대를 맞고 쓰러지셨습니다.”
백화의 말에 강일천도 인상을 찡그렸다.
“흉몽이구나!”
“그렇습니다. 허나 그 흉몽의 뒤에 길몽이 있다고 점쟁이가 말했습니다.”
“흉몽의 뒤에 길몽이 있다?”
“그렇습니다. 화살 세대를 뽑아 당에 놨는데 그 모양이 임금 왕자이더이다.”
백화의 말에 강일천이 놀라 백화를 빤히 봤다.
“뭐라? 임금 왕자?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지금 회생이 역천을 꿈꾸고 있단 말이더냐? 그리는 안 되는 것이다. 어디 감히 신하가 임금의 자리를 노린단 말이냐?”
강일천의 눈에 분기가 뿜어졌다.
“역천이 아니라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뭐, 뭐라? 역천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제 상공께서는 이 고려의 왕자님이십니다.”
“왕자?”
강일천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백화를 봤다.
“나는 너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지금은 사라진 무비가 그리 말했습니다.”
“무, 무비가?”
“그렇습니다. 아버님! 제 상공이신 회생공께서는 상황전하의 숨겨진 아들이라 회생공 앞에서 자복을 했습니다.”
“자복을?”
“그렇습니다. 이제는 도와주시겠습니까? 제 상공께서 옥좌에 오르도록 아버님께서 도와주시겠습니까?”
백화의 다그침에 강일천이 잠시 백화를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네 설마,,, 처음부터 알고 그리 회생을 따른 것이냐?”
강일천 자신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딸 백화가 참으로 권력지향적인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두려운 강일천이었다.
“처음에는 구명지인으로 만났으나 아예 그 마음이 없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도와 주시겠습니까?”
“으음,,,,,,,.”
그 순간 백화는 품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 살포시 뽑아 강일천이 앉은 탁자 위에 내려놨다.
“무엇이냐?”
“도와주시지 못하시겠다면 이 여식을 베십시오.”
이 순간 백화는 절벽 앞에 강일천을 세우고 그 절벽 끝에 자신이 서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 이 아비가 어찌 너를 벤단 말이냐?”
“도와주십시오. 여식으로써 처음으로 부탁드리는 것이옵니다.”
“으음,,,,,,.”
잠시 강일천이 크게 신음했다. 그리고 뚫어지게 단검을 노려봤다.
“내 선택은 이거다.”
강일천의 손이 천천히 단검을 집어 들더니 백화를 물끄러미 보다가 단검을 검의 집에 넣었다.
“이제는 이런 것을 쓰지 말 거라.”
“도와주시는 것이옵니까?”
“나는 너의 아비고 회생의 내 사위다. 어쩔 수 없는 것이지.”
“감사하옵니다. 아버님!”
“백화야!”
“예. 아버님!”
“황후가 되고 싶다면 이제는 이런 흉악한 것을 마음에 품지 말거라.”
“예. 아버님!”
드디어 백화에 의해 참지정사 강일천도 회생의 대망에 합류하고 말았다. 5. 운명을 가르는 3발의 화살.사냥터 초입에 마련된 막사.이의방이 환두대도를 들고 맹호처럼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서 있었으나 진정 위급하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 20여명의 복면 괴한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승냥이라고 하셨소? 맹호도 승냥이에게 물려 죽는 법이요.”
복면 괴한들의 뒤에 서 있는 이소응이 이의방을 보며 말했다.
“늙은 네놈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네놈이 너를 포위하고 있는 이들을 다 죽인다면 후회하겠지. 허나 그게 가능할까?”
“채원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
이의방은 이 순간 시간을 끌려 했다.
“어리석기 때문이지.”
“옳다. 채원은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바랬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너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채원은 어리석은 자지만 날 달라. 채원 그놈은 네가 파놓은 함정에 걸렸지만 너는 내가 파놓은 함정에 걸렸다. 이 순간 누가 죽을 것 같나?”
이소응은 이의방을 조롱하듯 말했다. 아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끝은 끝나봐야 하는 것이지.”
“시간을 끌고 싶은 건가?”
이 소응은 정말 채원처럼 어리석지는 않았다. 잠시 이의방에게 말리는 것 같다가 이의방의 의도를 단숨에 간파했다.
“으음,,,,,,,,.”
“봐! 이곳이 네놈의 사지라는 것을 네놈도 잘 알고 있잖아. 네놈이 죽으면 네놈은 난신적자가 될 것이고 태자비 역시 곧 공녀로 금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소응이 마지막 순간 절대 이의방이 죽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이의방에게 말해주고 말았다.
“그렇군. 내가 죽으면 태자비마마께서 위험해지시는군.”
“그것이 네놈이 회생을 이용해 쓴 방법이잖아.”
“와라! 시간을 끌지 않겠다.”
이의방이 환두대도를 겨눴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저 난신적자를 참해라!”
이 소응이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예. 알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복면을 쓴 괴한들이 이의방을 보며 앞으로 나섰다.죽일 듯 복면 괴한들을 노려보고 있던 이의방이 눈을 깜박하는 순간 검을 쥐고 괴한 하나가 이의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얍!”
이의방의 귀에 그 기합 한마디가 들리는 순간, 복면 괴한의 검에서 싸늘한 광채가 갑자기 빛났다.
“이놈! 역시 승냥이 새끼구나!”
이의방은 그게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복면 괴한은 검을 뒤로 뻗치며 이의방의 가슴팍을 힘껏 찔렸다.
“죽어라 고려의 난신적자!”
이소응의 부하답지 않게 의협심이 불타는 외침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의방이었다.
“이얍!”
이의방은 복면 괴한의 공격을 느끼고 기겁을 했다. ‘이놈이! 동귀어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