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80화 (280/620)

< -- 간웅 14권 -- >회생이 금나라 무장과 병사들을 척살 하고 있을 때 야율강은 백호를 쫒아 말을 달리고 있었다. 분명 야율강은 거란족일 것이다.

그의 뛰는 심장 속에 흐르는 피는 유목민족의 피인 것이다. 지금 인간과 구차하게 맞서지 않고 피하려는 백호를 그는 초원을 달리는 유목전사인 것이다.

비록 지금은 금의 신하가 되어 또 문신의 관을 쓰고 있으나 그는 초원의 야수 유목전사였던 거였다. 그래서 더욱 이 순간 미친 듯 백호를 쫒는 걸 거다. 지금까지 숨겨왔고 또 감춰왔던 초원의 그 야성이 살아나서.

“대인! 백호가 산으로 도망칩니다.”

“놓칠 수 없다. 저놈만은 내가 꼭 잡을 것이다.”

이 순간 야율강은 승부욕이 발동한 것 같았다.

“대인! 위험하옵니다. 백호는 영물이라고 들었사옵니다. 영악한 것이 보통의 맹호들과는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그러니 사신기인 것이지. 청룡, 주작, 현무와 함께 백화가 4신수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저놈을 잡아서 대국 황제께 바칠 것이다.”

이 순간 야율강은 과욕을 부리고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서 뛰는 심장이 자신에게 말하는 그대로 움직이고 있는 거였다.

그것이 과욕이라면 과욕이고 또 숨겨진 본성의 발견이라면 발견인 것이다. 허나 참으로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또한 그 과욕을 부리는 것들은 그 순간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야율강이 그렇게 백호를 쫒을 동안 뒤에서는 망건이 야율강이 더 깊은 산으로 들어서기를 바라며 그의 뒤를 쫒고 있었다.

“고려의 천지신명도 우리를 돕기 신수인 백호를 보내 저 오랑캐의 마음을 홀리는군.”

망건은 이 모든 것이 열성조와 고려의 천지신명의 공덕이라 여겼다.

“은밀히 축격한다. 더 깊은 숲까지. 그리고 반드시 척살한다. 그를 척살한다면 고려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죽어버린 고려의 혼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제국 고려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예. 분주!”

그렇게 망건을 비롯한 도천밀군들은 야율강의 뒤를 미행했다. 물론 그의 목적은 그를 척살하기 위함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야율강은 점점 더 백호를 따라 숲을 질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백호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게 아니면 저 오랑캐를 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돌아서서 붉은 안광과 함께 거대한 송곳니를 드러냈다.

“네놈이 드디어 섰구나!”

야율강은 바로 활통에서 화살을 꺼내 시위에 올렸다. 그리고 백호를 향해 힘껏 시위를 당겼다. 그 순간 백호는 천천히 앞으로 겁도 없이 야율강을 향해 나섰고 그것도 잠시 마치 인간처럼 살짝 눈썹을 씰룩거렸다가 뒤로 물러났다.야율강의 뒤에서 꽤 많은 인간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감지한 백호였다.

“네놈이 뒷걸음을 쳐도 이제는 소용없다.”

야율강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 번 백호에게 활을 겨누고 나서 시위를 놨다.쉬웅!화살이 날자 거대한 백호는 마치 자신은 이 산의 영물이라는 밝히는 것처럼 비호처럼 날아 그 화살을 피하는 것 같았다. 마치 재주를 부리는 것 같았다. 퍼억!하지만 화살보다 빠른 동물은 없을 거고 백화는 뒷다리에 화사를 맞았다.

“캬아악!”

백호는 고통과 함께 거대한 송곳니를 보이며 산이 떠나가도록 울부짖었다. 보통 이럴 경우의 맹수는 죽자 살자 덤비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백호는 야율강의 뒤에 있는 자들을 감지하고 바로 몸을 돌려 숲으로 뛰었다.도망치는 것 역시 비호처럼 빨랐다.

“놈이 화살을 맞았다. 쫒아라!”

“오랑캐는 거기에 서라!”

그때 지금까지 야율강의 뒤를 추격하던 망건이 나섰다. 망건의 소리에 놀란 야율강이 고개를 돌려 망건을 봤다.

“네놈은 누구냐?”

사냥터 초입에 마련된 막사.이의방은 사냥에 나서지 않고 마련된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가하게 사냥을 하고 있기에는 이산 가득 뿜어지는 살기가 범상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위위 경께서는 왜 사냥을 즐기시지 않습니까?”

이 소응이 술병 하나를 들고 이의방의 앞에 섰다.

“이대장군이시구려.”

“이 노부가 알기로는 그 호방함이 고려 최고의 무장으로 아는데 이렇게 앉아계신게 이상합니다.”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 사냥 후를 준비해야지요.”

“사냥 후를 준비하신다고요?”

순간 이소응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

“곧 엄청난 산짐승을 황제폐하와 순문사께서 잡아 오실 것 아닙니까.”

이의방이 저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 회생이 고달기라고 스스로 이름을 고친 채원의 딸을 척살할 것이고 또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의방은 직감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렇지요. 저도 한잔 주십시오. 위위경!”

“드시겠습니까? 이대장군!”

이의방이 조심히 이 소응에게 술을 따랐다. 그리고 이 소응은 자신도 무장이라는 듯 호방하게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렇게 이 둘은 몇 순배 순을 나눠마셨고 이 소응의 얼굴은 취기가 오른 것 같았다.

“캬! 이 들판에 나와 사냥을 하며 마시는 술이 참 오랜만입니다.”

“그럽니까? 이대장군.”

“그렇습니다. 무장은 이렇게 사냥으로 수련을 해야지요. 옛날 척준경 상장군께서 계실 때는 항상 이렇게 사냥을 통해 군사들을 훈련시켰지요.”

이 소응은 과거가 떠오르는 듯 말했다.

“척준경 상장군께서는 참으로 용맹한 무장이셨지요.”

이의방도 척준경의 무력을 인정했다.

“맞습니다. 제가 모신 최고의 상장군이셨습니다. 아마 척상장군께서 살아계셨다면 오늘의 망극함 따위는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망극함이라?”

그 순간 이의방이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어디선가 자신을 공격할 준비가 된 무장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의방이었다.

“그렇지 않소. 오랑캐에게 머리를 굽히는 황상이나 무신들의 수장으로 실책을 하시는 황상을 간언으로 바로잡아 드리지 못하는 위위경이나!”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 순간 이의방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 차가움이 성난 맹호 같았다.

“이 늙은이가 실언을 한 것 같소?”

너무나 이 소응은 담담히 말했다. 마치 취한 사람처럼 말이다.

“실언은 아니지요.”

“그렇게 생각을 하시오? 위위경!”

“황제폐하를 바로잡아 드리지 못하는 것은 나의 실책인 것은 확실하지요.”

“하하하! 그렇게 너그러이 생각을 해 주시면 이 노장은 고맙소.”

“충고이니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야 하지요.”

“충고라?”

순간 이소응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이 이 술판 위에 살벌함이 춤추고 있었다.

“주변에 병력을 매복시켜놓고 무엇을 도모하시려는 것이요? 이대장군!”

이의방의 말에 이 소응은 속으로 놀랐지만 겉으로는 태어난 척을 했다.

“고려조정의 기강을 바로 새우고 고려무장의 기개를 다시 보이고자 함입니다.”

“오랑캐 하나를 죽여 그게 가능하다 봅니까?”

단번에 이의방은 이 소응이 야율강을 척살하려고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시작은 미미한 법이지요. 야율강을 척살하고 그대마저 허망하게 죽는다면 황제께서는 새로운 마음을 먹게 되실 겁니다. 그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서경에 계시는 대령후께서 다음 보위에 오르셔야겠지요.”

이래서 악당들은 항상 주인공들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이렇게 행동해야 할 순간에 말이 많으니 말이다.

“그 말씀 자체가 반역이라는 것을 아시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반역이면 그대가 한 것은 반역이 아닌가?”

이 소응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고 그와 동시에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도천밀군들이 일제히 이의방을 향해 검을 뽑아들고 포위를 했다.

“이 소응! 이 어리석은 늙은 것아! 네가 나를 벤다고 해서 이 고려가 너의 것이 될 줄 아느냐?”

“산원이었던 자가 가질 수 있는 고려라면 이 대장군이라고 해서 못 가질 것도 없지.”

“참 어리석군!”

이의방은 허리에 차고 있는 환두대도를 꺼내 들었다.

“승냥이가 백이 모인다고 해도 맹호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

이의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달기와 두 명의 금나라 병사들은 회생이 도주한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마님! 숲으로 너무 깊게 들어온 것 같습니다.”

금나라 병사가 다소 걱정이 되는 듯 고달기에게 말했다.그때 한 발의 화살이 바람을 갈랐다.쉬웅!퍼억!

“아악!”

비명과 함께 금나라 병사 하나가 목에 화살이 박혀 고달기의 앞으로 고꾸라지며 고달기의 몸에 피를 뿌렸다.

“뭐야?”

놀란 고달기는 주변을 살폈고 그의 옆에 있던 병사가 급히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쉬웅!그때 다시 한 발의 화살이 바람을 갈랐다.퍼어억!

“으악!”

그리고 그 병사도 목에 화살이 관통당해 죽었다.

“누구냐? 누가 감히 대국 금나라의 병사에게 이런 무도한 짓을 하는 것이냐?”

고달기가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며 화살을 시위에 먹여 당겨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겨눴다.

“오랑캐의 밑에 깔려 낑낑 거리더니 오랑캐 년이 다 됐군.”

“회, 회생!”

“내가 너에게 너그러움을 보였다. 그런데 그 너그러움을 이렇게 후회하게 만드는구나!”

“회생! 네 이놈!”

고달기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나를 향해 겨누던 시위를 놨다. 그리고 나를 쏴 죽이겠다는 일념하나로 살짝 활의 시위를 비틀었다. 바람까지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는 했지만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가 된다는 것을 고달기는 모르는 것 같았다.

“네 너를 죽여 내 아버님의 원수를 갚겠다. 내 너를 죽인 후라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야!”

좀 더 더 정확하게 내 심장에 조준을 하겠다는 마음 때문인가? 고달기는 쉽게 시위를 놓지 못했다.그것이 실수라면 실수 일 것이다.

“용서?”

“용서는 네년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난 후회하고 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람이 한번 불고 난 후 무풍의 시간이 찰나에 왔고 고달기는 마지막 살기를 담아 나를 향했던 시위를 놨다.쉬우웅!귀신의 한 많은 울음처럼 바람이 갈라지며 그 바람과 함께 나를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다.

쉬웅!난 살짝 몸을 피해 날아든 그 화살을 피하고 급히 앞으로 달려 나가며 고달기을 힘껏 후려 갈겼다.짜악!

“아악!”

“망할 년!”

난 고달기를 향해 살기를 뿜어냈고 그 순간 고달기는 내 따귀에 쓰러졌다.

“네 너를 짐승의 밥이 되게 할 것이다.”

“나를 죽이면 야율강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금나라 무장을 저렇게 죽인 것을 그냥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네놈의 행동 때문에 이 고려는 그리고 네놈은 끝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려는 전쟁에 휩싸일 것이고 겁에 질린 고려 조정은 너를 묶어 금에 바쳐 용서를 구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 한도 풀리는 것이지. 내 이산에 죽어 짐승의 밥이 된다고 해도 너와 같이 훗날에는 동귀어진 하는 것이 되니 내 원한은 푼 것이다.”

고달기의 표독스러움에 난 잠시 놀람을 금하지 못했다. 이렇게 나에 대한 한과 원망이 가득한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뭐라? 오늘의 일이 동귀어진이라?”

“그렇다. 동귀어진이다. 나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내 처음 어린 마음에 고려를 믿었고 그래서 태자비로 간택 되었을 때 아버님을 설득해 고려를 예전의 그 고려로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고달기가 날 노려봤다. 이 순간 내가 그녀를 쫒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나를 유인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녀가 너무나 표독하기 때문일 거다.

“뭐라? 뭐라 했느냐? 네년은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그래. 내가 금나라 오랑캐 야율강을 믿을 것 같으냐? 한낱 계집에 취할 정도로 야율강이 어리석게 보이더냐? 나는 그를 이용했고 그도 나를 이용한 것뿐이다. 오늘을 위해!”

바드득!

“그럼 네년이 오늘을 준비한 것이냐?”

“그렇다. 내가 여인으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질 때부터 꾸몄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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