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76화 (276/620)

< -- 간웅 14권 -- >3. 독하고 모진 년은 허망하게 가는 법!드디어 금으로 귀국할 야율강의 환심을 사기 위한 사냥대회가 열렸다. 이렇게 내 숙부인 명종황제가 거란족 오랑캐 야율강에게 지극정성인 것은 금과 고려가 이역만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거다.

그가 금황실로 가서 고하는 모든 사적인 생각은 고려의 현실이 되고 금에 취하는 고려의 행동이 되니 말이다.또한 명종황제 스스로 그 정통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스스로 황제가 되지 못했기에 이렇게 비굴할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걸 거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형인 의종황제와 금나라 광종의 친분이 상당하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라면 하나일 것이다.

사실 야율강이 이 고려까지 온 것은 의종황제가 명종에게 황제의 자리를 양위한 것에 대한 것을 조사하고 그것이 의종황제의 뜻이 아니라면 그 죄를 추궁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런 사실을 명종황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렇게 야율강을 대함에 있어 지극정성인 거였다.

그리고 야율강의 등장과 함께 그의 뒤에 따라나선 계집을 보고 나를 비롯한 이의방 그리고 이고는 절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저 여인은,,,,,,,.’난 야율강의 옆에 따라 나선 계집의 얼굴을 보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렇게 된 것이군. 야율강이 나를 그리 모질게 죽이고자 했던 것은 모두 채원의 딸 때문이군.’난 이 순간 내 너그러움에 화를 내야했다. 역시 이래서 화근의 싹은 잘라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해!’그때 채원의 딸인 것을 확인한 이의방이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말을 몰아 다가왔다.

“회생아!”

“예. 장인어른!”

“저 여인은,,,,,,,,.”

이의방은 차마 전 태자비이며 채원의 딸이 아니냐고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맞사옵니다. 채원의 딸이며 태자비가 될 뻔 한 계집입니다.”

“계집이라,,,,,,,.”

이의방은 내 거친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 모든 계략이 저 계집에게서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태자비 간택에서 꽤나 영악함을 보였던 계집입니다. 저의 너그러움이 이런 실책을 불러온 듯 합니다.”

“너의 너그러움?”

“그렇사옵니다. 차마 채원을 베고 그의 딸을 베지 못했습니다. 아비가 베어지는 것을 봤으니 저와 장인어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어찌 너의 너그러움 때문에 관노로 갈 아이가 저기 있는 것이냐?”

“아마도 사신관 사신의 노리개로 뽑힌 모양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그래도 태자비 간택까지 오른 아이다. 어찌 오랑캐의 노리개가 될 수 있단 말이냐?”

이의방도 이 상황이 불쾌한 듯 내게 말했다.

“어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사오나 이렇게 등장한 것을 보면 야율강이 또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뭔가를 꾸며?”

“그렇사옵니다.”

그때 난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왜 그러느냐?”

“장인어른!”

“말해 보거라! 답답하다.”

“무례하고 부덕하지만 힘을 가진 자가 제일 먼저 남을 겁박하여 자신의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면 그다음은 뭘 하실 것 같사옵니까?”

내 말에 이의방이 인상을 구겼다.

“설, 설마,,,,,,,.”

“대대적인 공녀를 요구할 것이옵니다.”

“공녀?”

“그렇사옵니다. 금은 여자의 수가 부족하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래서 여전히 약탈혼이 이어져내려 오고 있다고 아옵니다.”

“약탈혼?”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마 고려와 금의 우호를 다진다는 명목으로 국혼을 요구할 것 같사옵니다.”

너무나 심한 비약이 분명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항상 현실이 되는 법이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는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에게 그 나라의 여인을 공녀로 요구했다.그래서 고려말기 몽고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몽고로 끌려가는 공녀들이 너무나 많았고 또한 병자호란 이후 후금으로 끌려가는 공녀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다시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공녀들을 사람들은 화냥년이라 불렀다.

원래 그 뜻은 화향녀다.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더러운 오랑캐에게 몸을 더럽혔다고 그녀들을 공녀로 보낸 남자들은 화냥년이라 욕했다. 자신들이 힘이 없어 지키지 못한 여인들을 말이다.

“국혼을 요구한다고?”

“그렇사옵니다. 그리고 곧 수많은 공녀들을 요구할 것입니다. 거친 들판에 나고 자란 오랑캐 계집보다 고려의 여인이 더 절색인 것은 부인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 되게 할 수는 없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느냐? 어찌 그런 더러운 것을 요구할 자리에 채원의 딸을 대동하고 왔는지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나 역시 그게 의문이라면 의문이었다.

“무슨 계략이 있을 것입니다. 비록 지금 황제께서 금의 힘에 눌려 있으나 국혼을 쉽게 허락하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니 계략이 있을 것입니다.”

“계략?”

“그렇사옵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지요. 가시지요. 장인!”

난 금빛 갑주를 차려 입은 야율강을 보며 앞으로 천천히 말을 몰았다.‘항상 내 뒤통수를 치는 놈이구나!’절로 화가 치미는 순간이었다.

“오셨소? 순문사!”

명종황제는 이 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야율강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환하게 웃어 야율강을 맞았다.

“예. 폐하! 이렇게 황공할 때가 없사옵니다. 소신을 위무해주시기 위해 이렇게 직접 사냥대회를 열어주시니 소신은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흡족하다니 짐은 더 바랄 것이 없소.”

명종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야율강의 옆에 서 있는 채원의 딸을 힐끗 봤다. 마치 그의 눈빛은 어디선가 한 번 봤다는 그런 눈빛이 분명했다.

“황제폐하!”

순간 야율강의 표정이 다소 무거워졌다.

“왜 그러시오? 순문사!”

“지금 소신이 황상폐하께 심려를 끼쳐드릴 말씀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심려?”

“그렇사옵니다. 어제 금에서 긴급한 파발이 왔나이다.”

물론 이 말은 거짓이다.

“긴급한 파발?”

“그렇사옵니다. 소신이 황상폐하께서 허락하신 것을 대국 황제께 아뢰니 대국 황제께서 참으로 기뻐하셨습니다.”

“그럼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인데 왜 짐이 걱정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이,,,,,,,,.”

야율강은 잠시 뜸을 들이듯 말을 끊었다.

“말을 해 보세요. 순문사!”

“대국 황상께서는 황제폐하의 결심에 참으로 기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보답으로 대국 황제폐하의 황자분과 고려 공주와의 국혼을 성사시키라고 하셨사옵니다.”

“국혼?”

순간 명종황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사옵니다. 또한 고려의 지혜로운 딸들과 금의 용맹스러운 무장들의 혼례를 대대적으로 치루라는 명을 제게 내렸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요?”

순간 명종 황제의 표정도 돌변했다. 아무리 자신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고 해도 내심 금은 오랑캐라고 여기고 있는 명종황제였다. 그런데 지금 국혼과 혼례라는 핑계로 공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못 마땅한 명종이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황제폐하!”

“너,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국혼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야율강이 명종황제를 노려봤다.

“어렵다기 보다 고려 황실에는 장성한 공주가 없소. 내 슬하에 공주가 둘 있기는 하나 아직 그 나이가 미령하여 국혼을 하기는 어렵소. 또한 짐은 공주가 먼 이국 만 리 금나라까지 가서 외로워지는 것을 원치 않소.”

어떻게든 야율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달이 나 있던 명종황제도 이번만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라면 마음일 거다.

“그렇사옵니다. 그래서 제가 황제폐하의 심려를 덜어드리기 위해 이 여인을 데리고 왔사옵니다.”

“짐의 심려를 들어준다고?”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의 양녀도 공주이지 않사옵니까?”

그 순간 명종황제의 표정이 밝아졌다.

“순문사!”

그리고 명종황제는 야율강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 여인을 양녀로 들이시여 공주로 명하신다면 이 여인을 제가 데리고 가서 대국 황제께 고려의 공주라 아뢰겠습니다.”

야율강은 명종황제를 보며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야율강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 모양이군!’난 명종황제가 손을 덥석 잡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조심히 말에서 내려 명종황제의 옆에 섰다.

“부마도위도 왔는가?”

“그렇사옵니다. 폐하!”

“순문사가 짐의 심려를 덜어주고 있네.”

명종황제는 기쁜 듯 다짜고짜 내게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소신은 모르겠나이다.”

난 그렇게 말하며 날 노려보고 있는 채원의 딸을 봤고 채원의 딸도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정말 재수가 없군.’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분명 자신의 부친의 목을 벤 철천지원수는 분명할 것이다. 허나 그 원수를 갚기 위해 오랑캐에게 몸을 내어줬다는 생각이 드니 속으로 화가 났다.

“대국 황제께서 국혼을 하자고 짐에게 파발을 통해 뜻을 전했다고 하네.”

“국혼이라고 하셨습니까?”

역시 불길한 생각은 현실이 되는 법이다.

“그래. 그렇다네.”

“하오나 장성하신 공주님은 영화공주뿐이지 않사옵니까?”

난 야율강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지. 허나 영화공주는 이미 그대의 아내이지 않나?”

비록 국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는 해도 영화공주는 내 아내라는 것을 이미 만천하에 공포된 상태였다.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폐하의 미령하신 두 공주 마마뿐이옵니다.”

“내 어찌 그 어린 공주를 이국 만 리 대국까지 보내고 편히 지낼 수 있겠는가? 내 심려를 순문사가 해결해 줬네.”

명종황제의 말에 난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하옵시면?”

“저기 저 이 여인을 내 양녀로 삼아 공주로 삼고 국혼을 할 생각이네.”

그제야 안 영문을 모르나 야율강이 채원의 딸에게 공주의 신분을 줄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여인을 양녀로 삼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그리고 대대적으로 금나라 무장과 고려의 여인들의 혼례를 성사시킬 생각이네. 말만 형제 국이 아니라 진정한 형제 국이 될 것이네.”

명종황제는 자신의 딸이 금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야율강의 모든 말을 따라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난 속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겉으로는 옳은 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옳으신 생각이시옵니다. 말로만 형제국이 될 것이 아니라 혼례를 통해 피가 섞여야 진정한 형제 국이 되는 것이옵니다.”

내가 순순히 명종황제의 말을 받아드리는 것처럼 말하자 야율강이 신기한 눈빛으로 날 봤다.

“그렇게 생각을 하시오? 부마도위!”

“그렇습니다. 순문사 대인!”

“하하하! 역시 그대는 대의와 대세를 아시는 위인입니다.”

“과찬입니다. 이 거국적인 일에 고려가 여인을 금으로 보내고 또한 금에서도 금의 여인을 고려에 보낸다면 진정 두 혈통이 하나가 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야율강이 날 보며 피식 웃었다.마치 네놈이 그럼 그렇지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것도 옳은 말씀인 것 같소. 허나 그것은 후일의 일입니다. 우선은 어버이 되시는 황제폐하의 근심부터 덜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야율강은 내 말에 되받아치지 않고 채원의 딸을 공주의 신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말했다.‘왜 한 번 품은 계집을 고려의 공주로 만들려는 걸가?’난 이것이 내심 의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고려황실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일이나 대국 황제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진노하지 않겠습니까?”

“공주를 보낸다고 하고 양녀인 공주를 보내는 것이 진노할 일이지 양녀이나 공주인 분을 보낸 것으로 진노하실 대국 황제폐하가 아니십니다. 어찌 되었던 고려의 공주마마이지 않습니까. 부마도위!”

“그렇기는 합니다.”

“또한 후일 황제폐하의 미령하신 공주님께서 장성하신다면 다시 국혼을 치르면 되는 것입니다.”

이 순간 명종황제는 자신의 선택이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는 것을 알았다.

“순, 순문사!”

“우선은 시간을 벌자는 말씀입니다. 황제폐하!”

“우선은 시간을 벌자?”

“그렇사옵니다.”

“어쩔 수 없지. 사냥대회가 끝이 나면 절차를 밟겠소.”

“예. 황제폐하! 제가 이렇게 묘책을 낸 것은 모두 다 황제폐하께서 저를 이리도 위무해 주셨기 때문이옵니다.”

“그리 생각을 해 준다면 짐도 고맙소.”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난 이 순간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음모가 야율강과 채원의 딸에게서 꾸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양녀라도 공주는 공주인 것이지.’난 채원의 딸을 보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내 너그러움에 대해 화를 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리를 해야겠어.’이 순간 명종황제에게는 누가 양녀가 되든 상관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야율강까지 구워 삼을 수 있는 채원의 딸이라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래서 화근의 싹은 그냥 두는 것이 아닌가 보다.

============================ 작품 후기 ============================다시 돌아왔습니다. ^^글이 빠르게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인물들도 빠르게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벌도 시작할 생각입니다.

우선 추천도 좀 부탁드리고 댓글도 부탁드리고 인세도 부탁드립니다. ^^염치가 없지만,,,,,,,.3월 1일 분량까지 예약 걸어놨으니 당분간 연중은 없을 겁니다.

간웅 참 쓰기 힘드네요. 아니 솔직하게 쓸 힘이 안 나네요.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매번 열심히 쓰겠다고 말하고 나서 한 달씩 잠수를 하기는 했지만 ㅠㅠ추천과 선작 그리고 쿠폰이 작가의 집필 요구를 향상시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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