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75화 (275/620)

< -- 간웅 14권 -- >고달기의 침소.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야율강이 몽혼약에 취해 고달기를 품고 나서는 이제 고달기를 품는 것에 스스럼이 없었다.

야율강은 고달기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개고 마지막 그 순간의 절정을 즐기고 있었고 비록 금나라 문신의 관을 쓰고 있으나 그 역시 흐르는 피는 거란인 이기에 여자를 품는 것에는 모든 것에 거침없는 야수와 같이 자신의 절정이 순간에 고달기의 풍만한 가슴을 한 손으로 움켜지고 그 절정을 즐기고 있었다. 또한 고달기 역시 야율강의 몸 아래에 깔려 그녀 스스로도 절정을 탐닉하고 야율강의 마지막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다.

“히야!”

야율강은 마지막 순간 거친 숲을 달리는 기병처럼 탄성을 토해내며 축 늘어졌다. 그리고 물끄러미 고달기를 봤다.

“너는 요녀다.”

“칭찬으로 알겠사옵니다.”

고달기의 말과 함께 야율강은 정복한 고달기의 몸에서 마치 말에서 내리는 것처럼 내려 침상에 앉았다.

“벌써 아침이구나!”

“그렇사옵니다. 오늘이 회생을 제거할 날이옵니다.”

“너는 항상 회생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구나.”

“제게는 원한이 있는 존재이고 상공께는 위험한 존재이기에 이러는 것이옵니다.”

고달기의 말에 야율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옳다. 위험한 인물이지. 오늘 죽이지 못한다면 금으로 가서 반드시 죽일 것이다.”

“오늘이 금으로 가서 죽이는 것보다 더 수월할 것입니다.”

어떻게 되었던 회생은 고려 사신의 신분으로 갈 것이니 계략을 꾸며서 금에서 죽이는 것보다 사냥대회가 열리는 오늘 죽이는 것이 수월하다고 말하는 고달기였다.

“그래. 네 말이 옳다. 오늘이 쉽지.”

“그렇사옵니다.”

“그건 그렇고 너의 방중술이 날로 늘어나는구나.”

야율강이 고달기를 보며 야릇한 눈빛을 보였다.

“금에 가면 대륙의 모든 미녀들이 황제의 옆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을 것이니 상공께서 기회를 만들어주신다고 해도 제가 매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허사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그러니 너는 참 요부다.”

“예. 전 요부가 될 것이옵니다.”

“그래. 내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을 만들지 보자.”

이 순간 야율강도 그 나름대로 대망을 꿈꾸고 있었다.

“갑주를 준비했습니다.”

고달기가 침상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 순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고달기의 몸은 악녀의 마력과 같은 눈부심이 가득했다.

“갑주?”

“그렇사옵니다. 사냥대회에 가시지 않사옵니까?”

고달기의 말에 야율강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준비를 했다면 어디 보자.”

야율강의 말에 고달기는 실오라기 하나 감추지 않은 몸으로 침소 구석에 어두운 천으로 가려놓은 곳까지 걸었고 그 순간 고달기의 뒤태를 본 야율강은 순간 다시 한 번 음욕이 발통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갑주이옵니다.”

고달기는 어두운 천을 벗겼다.

“금빛 갑주이구나!”

황금빛 갑주는 황제가 아닌 자는 입을 수 없는 그런 상징적 갑주였다.

“그렇사옵니다. 이 고려에서 앞으로 가장 존귀해지실 분이 바로 제 상공이시지 않사옵니까?”

“내가 존귀해 진다?”

“그렇사옵니다. 고려가 망하고 제 아들이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되면 재상으로 가장 존경받게 되실 것이옵니다.”

이것이 야율강에게 심어놓은 고달기의 마수였다.

“그렇지. 그렇게 되겠지.”

“그렇사옵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금빛 갑주보다 너의 몸이 더욱 빛나는구나.”

야율강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 번 고달기를 품었다. 그리고 고달기는 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야율강의 거친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이래서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인 거다. 그렇게 고달기와 야율강은 또 한 번 거친 들판에 말을 달리는 무장과 말이 되어 거친 신음을 토해냈다.

“내가 매번 너에게 놀라는 것처럼 너를 통해 고려를 놀라게 해 줄 것이다.”

야율강은 고달기를 탐하면 말했다.

“저를 통해 놀라게 하시다니요?”

“이번 사냥에 너를 전면에 새울까 한다.”

야율강의 말에 고달기가 놀라 야율강을 빤히 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제에게는 많은 여자가 있지. 어느 부족의 딸도 있고 저 사막 너머의 작은 나라의 공주도 있지. 너의 신분이 공녀인 것이 너무 부족하지 않겠느냐?”

그제야 고달기는 야율강의 말뜻을 알고 야릇하게 웃었다.

“제 신분을 높여 주실 참이시군요.”

“그래야지. 그래야 귀한 대접을 받지. 고려황실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공주를 공녀로 보내지 않으려면 말이다.”

“호호호! 참으로 제 팔자가 기구하고도 화려하군요. 태자비에서 공녀로 다시 거짓이지만 고려의 공주로 변하니 말입니다.”

“고려황제의 양녀도 공주는 공주다.”

“호호호! 그렇지요.”

이른 아침 회생의 사택.내가 고려 3군 신수군의 상장군이 되고 3일이 지났다. 오늘은 고려 명종은 굴종 적으로 금나라 사신 야율강을 마지막으로 위무하기 위해 사냥대회를 여는 날이다. 그리고 금나라 사신 야율강이 금으로 돌아가는 날도 일주일 후로 정해졌다.

그건 다시 말해 나도 일주일 후면 금나라 사신 야율강을 따라 금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죽여서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야율강을 금까지 안전하게 보내고 내게는 사지가 될 금에서 무사귀환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또한 금나라 사신의 귀국과 함께 고려 명종이 약속한 파병군들까지 북변까지 재배치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그 일 때문에 내 의도에 의해 파병준비 총사령이 된 경대장군과 그의 아들 경대승은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난 그 파병군인 신수군에 내 사병들을 배속시켰다.

전직 별초들이니 그 역량은 탁월할 것이고 순식간에 소부대들을 장악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또한 내 식읍인 북변에도 신수군과 합류하기위해 출정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북변 식읍에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별초낭장 출신인 박현준이 준비해놓은 내 사병 3천과 속말말갈에서 귀부한 자들 중 차출한 말갈기병 1천이었다.

내 사병 총 5천 중 2천은 개경으로 와 신수군에 합류했고 지금 북변에는 3천이 내 명령을 대기하고 있는 거였다. 사실 이 군세만 해도 충분히 회군을 해서 고려를 뒤집을 수 있는 병력이라면 병력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회군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명분은 명종께서 만들어 주실 거다.’난 내 숙부인 명종의 검이 내 부친인 의종에게 향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금의 모든 일은 따지고 본다면 그 스스로 명분이 없고 화근이 될 의종황제를 살려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가 내가 움직일 때인 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금으로 끝까지 다녀와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금의 멸망을 앞당길 일을 꾸밀 것이다.

먼 미래를 위해.

“이것이 내 운명을 적은 책이란 말인가?”

난 탁자 위에 올려놓은 도천밀서를 물끄러미 봤다. 처음 내가 정중부의 사택을 털 때 이 도천밀서를 손에 넣을 때만해도 난 그저 사람을 현혹시키는 요설을 적어놓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이 책을 태우지 못한 것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도 야망이 불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허나 지금 내 마음속에 숨겨놨던 야망을 이제는 내 스스로 대망으로 바꿔놓은 이상 이 책이 진정한 예언서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도 인간이기 때문일 거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용손이지 십팔자위왕의 참요가 돌 때만 해도 나를 벨 계략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하지만 이제는 그 참요처럼 내가 움직이고 있으니 세상이 나의 변신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이래서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 옳다고 여기는 존재일 거다.

“결심을 했다면 움직여야지.”

“박현준이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때 내 방 문 앞에서 별초낭장이었던 박현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난 빠르게 도천밀서를 품에 넣어 숨겼다.

“들어와.”

별초낭장 박현준은 내 지시에 의해 북변에서 이곳으로 별초들을 이끌고 당도해 있었다. 또한 그는 기존 50여명의 별초와 북변에서 수련시킨 500명의 하별초들을 이끌고 왔다. 또한 말갈무사 100여명도 거느리고 개경으로 왔다. 말갈무사까지 대동시키고 개경으로 오라고 지시한 것은 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기병 양성이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어느 순간 기병이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니 말이다.

“고려 3군 신수군은 어찌 꾸려지고 있나?”

난 은밀히 박현준에게 내 사병들을 신수군에 침투시키라고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이의방 어른과 이고 어른께서 관심을 보이고 있기에 신수군 창단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하별초들을 모두 침투시켰습니다.”

“물론 그 하별초들을 문신들의 사병부대에 침투 시켰겠지?”

“물론이옵니다. 경대장군의 아들 경대승이 소집된 문신들의 사병들을 모두 다 분리시켜 소부대를 만들었기 때문에 침투시키는 일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역시 경대승이다.경대승은 문신들이나 무신들의 사병들이 각각 하나의 부대를 이루고 있으면 신수군 내에서 파벌이 만들어질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이렇게 스스로 응집해 힘을 쓰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지. 자기 아비와 그릇이 차이가 나는 인물이지.”

“그렇사옵니다. 지금 창설되고 있는 신수군 내에서도 점점 따르는 인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내게 이로운 일이 절대 아닐 것이다.

“역시 송곳은 그렇게 삐져나오는 법이군.”

난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주군께서 그를 포섭하여 휘하에 두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별초낭장 박현준도 경대승의 매력에 호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

“경대승과 나는 관우와 조조 같은 사이다. 아무리 내가 귀하게 여긴다고 해도 그의 마음을 내가 얻지 못할 것이다.”

조조는 관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조조는 관우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그런 실책을 저지른 거였다. 하지만 난 조조가 아니고 조조처럼 그런 실책을 저지르지도 않을 참이다.

“관우와 같다니요?”

“관우에게 유비라는 존재가 있듯 경대승에게는 고려라는 존재가 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고려에는 내가 없다. 나는 그저 권력을 쫒는 무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 결국,,,,,,,,.”

별초낭장 박현준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가지지 못할 자라면 베는 수밖에.”

난 이미 뜻을 새웠기에 한 없이 모질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진정 경대승을 베신단 말씀이십니까?”

“내가 생각하는 고려에는 경대승이 없다.”

난 다짐을 하듯 말했다.

“예. 알겠사옵니다. 주군!”

“그건 그렇고 신수군의 준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실명을 해 봐.”

“예. 주군! 지금 창설되는 신수군은 총 3만으로 구성될 것 같사옵니다.”

내가 처음 신수군의 창설을 황제에게 주청했을 때의 규모는 1만 5천이었다. 그런데 그 병력의 수가 배나 불어나 있는 상태였다.

“3만?”

“그렇습니다. 문신들과 참지정사 어르신 그리고 이고 대장군의 사병까지 해서 그 수가 2만이옵니다. 그리고 신수군의 창설과 함께 모집된 인원들 중에 5천 가량의 양민들이 자원했사옵니다. 거기다가 주군의 사병이 2천이 은밀히 입대한 상태이고 3천은 응양군과 용호군에 차출된 상태입니다.”

아무리 신수군이 문신들의 힘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에 의해 창설된 군이라고 해도 그 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군문에 몸을 담은 무장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의방과 이고 외숙은 스스럼없이 각각 1천5백의 병력을 신수군에 지원한 거였다.

“그렇지. 개꼬리는 10년 둬도 개꼬리지.”

내가 사병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병과 정규군은 분명 그 차이가 있었다. 그것을 보안하기 위한 조치라면 조치였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분명 금으로 가는 파병군이라는 것을 양민들이 다 알 것인데 5천이나 되는 장정들이 지원을 했다는 것입니다.”

“장정들이 5천이나 지원을 했다고?”

이건 놀라운 일이다. 백성들의 특성상 군에 이렇게 자원해서 입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사옵니다. 아무리 지금 가뭄이 들어 굶주린 자들이 많다고는 해도 이상한 일이 분명하옵니다.”

“그렇군.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 굶어죽느니 전장에서 배불리 먹고 죽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5천은 너무 많아.”

난 이 순간 창설되는 신수군에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했다.

“그렇사옵니다. 또한 제가 살펴본 것으로는 그냥 평범한 양인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범하지 않다?”

“그렇사옵니다. 쟁기를 든 손과 검을 쥔 손을 다르지 않사옵니까.”

박현준의 말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 분명할 거다.

“5천의 양인들이 검을 다를 줄 아는 인물이라는 건가?”

“소신의 생각으로는 그렇사옵니다.”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군.”

“그렇사옵니다. 주군!”

“3만의 신수군이라 그리고 그 안에 5천이나 되는 의문의 존재들이 있다? 뭔가 있군.”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주군!”

“북변의 상태는 어떤가?”

“즉각 출동할 수 있는 병력이 3천이옵니다. 그리고 말갈 기병이 1천이고 말갈병사까지 한다면 그 수가 6천이옵니다.”

“한 군영을 이루기 충분한 병력이군.”

“그렇사옵니다. 그 중 1천은 서경 주변에 응거시켜 놨습니다.”

내가 금으로 향할 때 처리해야 할 자중에 하나가 바로 서경에서 이 모든 음모를 꾸민 대령후였다.

“할 일이 참으로 많군. 그 자와도 일전을 벌어야 하니.”

내 주변에는 온통 적이었다. 개경 안에는 황제를 필두로 한 김돈중이 저렇게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서경에는 몸을 숨기고 있지만 고려의 최대의 위협이 되는 대령후가 야율강을 죽여 전쟁을 불러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자라 하시면?”

“서경에 숨어 있는 대령후지. 신수군이 금으로 진격을 할 때 대령후부터 처단하고 나갈 것이다. 그래야 후방이 안전하다.”

내 말에 박현준이 놀라 날 빤히 봤다.

“진정 주군께서 생각하시는 것이 무엇이옵니까?”

박현준의 물음에 난 박현준을 빤히 봤다.

“북변에서의 회군! 그리고,,,,,,,.”

내가 잠시 말을 끊자 박현준이 마른침을 꼴깍 살폈다.

“북벌!”

내 말에 별초낭장 박현준이 놀라 날 무엄하게도 뚫어지게 봤다.

“고려의 대망을 위해 이제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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