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4권 -- >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서경으로 천도를 해야 흔들리는 국운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망건이 김돈중을 보며 말했다.
“옳소. 또한 바른 황제를 옹립해야 할 것이요.”
“바른 황제라 하시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망건의 물음에 김돈중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딱 한 명 떠오르는 존재가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주실 분이지요.”
“생각하신 분이 있습니까?”
“모든 도천밀교들이 따를 수 있는 분이 될 것이고 또한 지금까지 수많은 능력을 보이신 분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고려 황족 중에 그런 분이 있습니까?”
“오직 미륵이 되시고 대제국 고려의 지존이 되실 분은 하늘만이 정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저 우리는 그 문을 열리게 하기 위해 조금 빨리 움직이는 것뿐입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맞습니다. 하늘이 여시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이번 거사를 통해 우선은 이의방과 금나라 오랑캐를 척살하고 부덕한 황제를 폐위시켜야 할 것입니다.”
김돈중의 말에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다.
“옳소이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우리가 일을 시작하면 하늘이 점지해주신 황제께서 끝내 움직이실 겁니다.”
김돈중은 내심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말했다.
“그게 누구란 말입니까?”
망건도 어리석은 위인이 아니기에 김돈중이 내심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난과 시련이 참 많은 분이었다고 해 두지요.”
김돈중은 더는 말하지 않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건 그렇고 일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소?”
“우선은 밀군 결사대가 사냥터에서 금나라 오랑캐와 이의방을 비롯한 무부들을 척살 하게 될 것입니다.”
망건이 보고를 하듯 말했다.
“그리고요?”
“전국각지에 모인 밀군들이 일순간에 황궁으로 급습하여 황궁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무부들의 전략을 그대로 쓸 참입니다.”
망건의 말에 김돈중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가장 중요한 것은 황제를 밀군의 손에 넣는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부본주. 그럼 이소응은 어찌 합니까?”
망건이 김돈중을 보며 물었다.
“그 역시 무부이지 않습니까?”
이건 한 마디로 사냥터에서 이 소응도 처단을 하라는 말이었다. 이 순간 회생이 짜놓은 판에 다른 것들이 올라서서 춤을 추려 움직이고 있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순간 이것이 회생에게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다.
“차질 없이 진행이 되어야 할 것이며 만약 일이 틀어지게 된다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김돈중은 성공만 생각하지 않고 실패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망건의 대답에 김돈중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는 머릿속으로 단 한명의 황족을 떠올리고 있었다.‘벼락으로 다시 태어나신 분이고 이제는 이 고려의 적통이신 분이시다. 또한 그 역량이 제국의 황제가 되시기 충분하다.
나는 그를 위해 나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고려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드디어 서서히 때가 무르익고 있었다.
역시 세상의 모든 일은 인간이 꾸미고 움직이지만 결국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인 것 같다.백화의 침소.백화는 다소곳이 침상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허나 그녀는 마치 악몽을 꾸는 뜻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연신 신음을 나직이 토해내고 있었다. 이 순간 백화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악!”
백화의 악몽이 절정에 달했는지 놀라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일어났고 백화의 침소를 지키는 여무사 둘이 백화의 비명에 놀라 급히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무슨 일이시옵니까? 마님!”
여무사 하나가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백화를 보며 물었다.
“괜찮으시옵니까?”
“아무 일도 아니다. 악몽을 꾼 모양이구나.”
“마님께서 악몽을 꾸시다니요? 무슨 꿈이시기에 그리 놀라시는 겁니까?”
여 무사가 놀라 백화에게 되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예. 마님!”
백화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니 여 무사 둘이 백화에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했다. 하지만 백화는 여전히 그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표정이 창백하기만 했다.
“불길한 악몽이 분명해! 상공께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구나.”
백화의 악몽 속에서는 회생이 활 3대를 맞아 쓰러져 있고 활을 쏜 자들이 회생의 주변에 모여 회생을 내려 보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회생의 몸에서 뽑아낸 화살이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이 이사하다는 거였다.
“뭔가 이상해! 그냥 꿈은 아닌 것 같아!”
백화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백에 누구 없느냐?”
백화의 부름에 조금 전 백화의 침실로 들어섰던 두 여 무사가 다시 급하게 방으로 들어왔다.
“예. 마님!”
“내가 지금 꾼 꿈이 요상하구나. 그러니 해몽을 잘 하는 무녀를 데리고 와라.”
“예. 마님!”
“어서 데리고 와라!”
백화는 다급하게 말했다. 이 순간 백화는 자신이 꾼 꿈이 악몽은 분명했으나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듯 했다.그렇게 백화의 지시를 받은 여 무사 둘이 급히 밖으로 나가 늙은 무녀 하나를 데리고 왔다. 늙은 무녀는 깊은 밤에 갑자기 불려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잔뜩 겁에 질린 것 같았다.
“네가 꿈 해몽에 능하다는 무녀이냐?”
“이 늙은 것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저 조금 꿈 풀이를 할 줄 압니다.”
늙은 무녀는 이곳이 회생의 사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겁이 나는 그녀였다. 만약 자신이 꿈 해몽을 위해 이곳으로 왔고 그 해몽이 비범한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오래 산 그녀기에 잘 알고 있었다.
“조금 할 줄 안다?”
“그렇사옵니다. 마님!”
“두려운 것이냐?”
백화는 단번에 늙은 무녀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두렵사옵니다. 이 깊은 밤에 이리 온 것이 두렵고 또한 꾸신 꿈이 예사롭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렵사옵니다.”
“꿈의 해몽에 따라 내가 널 해하기라도 할 것 같으냐?”
“쇤네는 모르지요.”
툭!백화는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무릎을 꿇고 있는 늙은 무녀의 앞에 던졌다. 이 순간 백화는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 늙은 무녀를 비밀 유지 때문에 벤 것이 아쉽기만 했다.
“이 정도면 너의 생이 꽤나 흡족할 것이다.”
“많은 보화가 손에 들어오면 무엇을 합니까? 제가 죽으면 그만인 것을 말입니다.”
신기가 있는 무녀가 분명한 것 같았다. 이 순간 차가운 살기를 느끼니 말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너를 베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정이십니까?”
“그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니 너무 두려워 마라.”
순간 백화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믿겠사옵니다.”
늙은 무녀는 짧게 말하고 백화가 던진 주머니를 품에 넣었다.
“제가 해몽해드릴 꿈이 무엇입니까?”
“내 어리석은 아녀자의 기우일지 모르나 하도 꿈이 요망하여 내 상공께 화가 될 것 같아서 너를 불렀다..”
“꿈은 미래를 알려줄 때가 있습니다.”
늙은 무녀의 말에 백화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꿈이 현실이 된다는 말인가?”
“그럴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을 예지몽이라고 합니다.”
“예지몽?”
백화는 표정이 굳어졌다.
“마님의 표정을 보니 흉몽을 꾸신 모양입니다.”
“그래 그런 것 같다.”
“무슨 꿈이십니까? 이렇게 왔으니 해몽을 해 드리지요.”
늙은 무녀의 말에 백화가 늙은 무녀를 물끄러미 봤다.
“내가 꾼 꿈은 내 상공께서 누군가에게 쫒기다가 등에 3대의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꿈을 꿨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화살을 쏜 자들이 쓰러진 상공의 몸에서 3대의 화살을 뽑아 땅에 내려놓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백화의 말에 늙은 무녀가 기겁한 표정으로 백화를 다시 봤다.
“왜 그런 표정인 것이냐? 진정 흉몽이란 말이냐?”
“흉, 흉몽이기는 하옵니다.”
“흉몽이라?”
“허나 그 흉몽에 숨겨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예사롭지 않다?”
“쇤네를 진정 살려주신다고 약조해 주시옵소서.”
늙은 무녀가 다시 한 번 백화에게 다짐을 받듯 말했다.
“네가 너를 왜 죽이겠느냐?”
“진정 약조해 주셔야 하옵니다.”
“물론이다. 어서 해몽을 해 보거라. 나는 참으로 불길한 마음이 든다.
상공께서 내일 금나라 순문사를 위문하기 위한 사냥에 참석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내 이리 더 불안한 것이다. 사냥터에 화살이 난무할 것인데 화살을 맞는 흉몽을 꾸게 되니 어찌 한단 말이냐? 만약 그게 정말 에지몽이라면 그 화살을 피할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
“화살은 맞으셔야 합니다.”
늙은 무녀의 말에 백화는 기겁했다.
“화살을 맞아야 하다니?”
“그래야 예지가 되는 것이지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화살을 맞은 분의 몸에서 화살 3대를 뽑아 땅에 놨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상공께서 쓰러져계시고 상공의 몸에서 3대의 화살을 뽑아 땅에 놨다.”
“그 화살이 땅에 놓인 모양이 이렇지 않습니까?”
늙은 무녀는 탁자 위에 올려 있는 난초 잎 3대를 뜯어 탁자 위에 차분히 올려놨다.
“그, 그래. 어찌 아느냐?”
“이 모양을 보면서 어떤 글자가 떠오르십니까?”
“어떤 글자라니요? 아니 이 글, 글자는,,,,,,,.”
“그렇습니다. 화살 3대가 놓인 모양이 임금 왕 자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늙은 무녀의 말에 백화는 놀라 늙은 무녀를 봤다.
“그, 그렇다면,,,,,,,,,.”
“허나 분명한 것은 무척이나 위험하시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예지몽은 신하될 자들이 화살 3대를 공손히 받치는 것이 보통인데 죽이고자 쐈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러니 길몽이기는 하나 그 시작이 매우 위험한 흉몽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상공께서 큰 화를 입으실 수도 있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위험하고도 또 위험한 예지몽입니다. 허나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큰 힘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극복하면 큰 힘을 얻는다?”
“그렇사옵니다. 화살 3대를 어떻게 땅에 내려놓든 그것은 분명 길몽 중에 길몽입니다. 허나 그 앞이 위급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떻게 내려놔도 길몽 중에 길몽이다?”
“그렇습니다. 이리 내려놓으면 보시는 것처럼 임금 왕자가 분명합니다.”
“그렇지.”
“이렇게 내려놓으면 무슨 글자로 보이십니까?”
“그렇게 내려놓으면 내 천(川) 자가 아닌가?”
“개천에 모인 물은 끝내 대해로 모이게 됩니다. 또한 개천은 모든 목마른 이들의 목을 축이게 하는 곳입니다. 위급만 극복하신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길몽은 없습니다.”
“확실한가?”
“쇤네의 목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범인이 이런 꿈을 꾸었다면 화살을 맞아 죽을 꿈이나 이 사택의 주인이시라면 달리 해석되실 것입니다.”
“위기 후에 큰 힘을 얻으신다?”
“그렇사옵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진정 위기라는 것입니다.”
“알았네. 물러가시게.”
백화의 말에도 늙은 무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쇤네가 이 사택에 머물면 아니 되옵니까?”
“이 사택에 머문다?”
“그렇사옵니다. 제가 어제 점을 봤는데 제가 살아날 터는 오직 이곳뿐이었습니다.”
늙은 무녀의 말에 백화는 놀라 무녀를 다시 봤다.
“내가 너를 베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제 점괘가 그렇습니다. 제가 계속 이 사택에 마님의 옆에 있다면 비밀이 세어나갈 일도 없지 않습니까? 또한 또 꿈을 꾸시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용한 무녀를 찾기도 어렵지 않사옵니까?”
“너는 정말 용한 무녀구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났다는 것을 저는 잘 아옵니다. 그런데 이곳은 곧 잠저가 될 터이지 않습니까.”
이 순간 백화는 이 무녀가 참으로 용한 무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 그렇게 해라. 그건 그렇고 내 상공께서 위기를 모면할 방법은 무엇이겠느냐?”
“그것까지는 제가 어찌 알겠사옵니까? 허나 분명한 것은 두려움에 돌아서시면 꾸신 꿈은 깨지게 되는 것이고 당당히 나가신다면 마님의 상공께 그 어떤 화살이 날아든다고 해도 마님의 상공의 대망을 깰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상공께서 결정하실 일이라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늙은 무녀의 말에 백화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허나 이 순간 분명한 것은 하늘도 회생에게 뜻이 있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