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71화 (271/620)

< -- 간웅 14권 -- >간웅 14권.1. 모든 이들의 준비.하루가 지났다. 어제 하루를 위해 명종황제는 스스로 고려 황제임을 포기하고 나 하나를 쳐내고자 했다.

황제의 패착이다. 또한 스스로 무능함을 보인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명종이 움직이기 시작을 했고 탈 많고 일 많은 내 삶에 이제는 누가 내 적인지 분명해진 하루이기도 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준비다.

그리고 모든 고려 무장들과 권력자들은 어제 하루 야망과 함께 위기감도 느꼈을 것이다.이렇게 용상이 하찮다는 것을 안 순간 용상의 무게는 참으로 가벼워지고 또 자신들의 야망은 무거워 질 것이다.

이제 고려는 황제의 패착으로 인해 신의가 사라지고 말은 것이다.

“참으로 놀랍네. 그리고 사위의 판단이 아주 정확했어.”

이곳은 이의방의 사택이다. 이의방이 고려가 치욕에 빠졌던 날의 하루가 지난 후에 조용히 나를 자신의 사택으로 불렀다.그 역시 이제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할 것이고 또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기감도 한없이 느꼈을 것이다.

“제가 사냥개인 모양입니다.”

난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냥개라 그렇다면 나 역시 후일 토사구팽을 당하겠지.”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이제는 장인께서도 칼산지옥에 스신 것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나? 내 생각으로는 사신단의 수장으로 금으로 가는 것은 목을 금나라 황제께 바치러 가는 길이 될 것이야.”

역시 이의방도 어제의 사태를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저 역시 지금의 형국은 칼산지옥에 선 것이지요.”

“그렇지.”

“허나 칼산지옥에 섰기에 제가 병권이 주어졌습니다.”

“상장군이라,,,,,,,.”

이의방은 내 새로운 직위를 말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표정은 내가 금으로 가서 무사귀한을 하지 않는다면 상장군이 아니라 고려의 황제의 자리가 내정되어 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냐는 그런 표정이었다.

“압니다. 장인 저 역시 쉬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겠지. 알아야 내 사위겠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의방은 내 위기가 스스로의 위기처럼 느껴지는 듯 했다. 아니 어제 이후로 허울 좋은 황제의 외척이라는 것은 버린 듯 했다.

나는 분명 이의방의 최측근이고 황실의 최측근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배신이었다. 내가 정리가 되는 순간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이 고려의 권력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쪽이 던졌으니 이제 준비를 해야지요.”

“그래야겠지. 그런데 너무 막막하군. 무엇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저희는 그냥 황제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됩니다.”

“황제가 시키는 일부터 한다?”

“그렇습니다. 제가 상장군의 직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중앙군이 만들라 어명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니 신하된 자로 어명을 따르면 될 것입니다.”

난 이의방을 빤히 봤다.

“사위 자네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 순간의 답은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의방도 그 눈빛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군을 새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군을 새롭게 만든다? 1군을 더하는 것으로 그건 틀이 잡히지 않았나?”

“그 틀에 장인과 저의 미래를 담는 것입니다.”

“미래를 답는다? 비록 준비를 한다고 해도 제 3군이 될,,,,,,,.”

아마 내가 지휘를 할 군영의 이름이 없으니 잠시 말을 멈춘 것이다.

“신수군이라 할 것입니다.”

“신수군?”

“그렇사옵니다. 4방을 지키는 신수들이 하나로 뭉쳐진 새로운 고려의 제 3군의 이름입니다.”

이의방이 날 봤다. 그리고 미소를 머금었다.

“하하하! 자네가 지휘할 군이라 하여 벌써 이름까지 생각해 둔 것인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들고 말고가 없지. 신수군이라 그렇다면 그 내부의 조직도에 4대가 있겠군.”

예리하다.내가 고려 제 3군의 이름을 신수군이라고 말하자말자 이의방은 내 신수군의 세부 조직도의 큰 틀을 읽어낸 것이다.

“그렇습니다. 장인. 저의 신수군은 4대로 구성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1만 5천의 사병들을 4천씩 나눠 4대를 만들고 1천을 중군으로 하겠군.”

이의방은 산술적인 계산과 나눔을 내게 말했다.

“오합지졸들을 나누어서 무엇에 쓰시겠습니까.”

난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 아직 내게 주어지지도 않았지만 곧 주어질 1만 5천의 사병군들은 말한 것처럼 분명 오합지졸이 될 공산이 클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주인의 밀명을 받고 내 군에 편입될 것이다.

물론 그 첫 번째 밀명은 위험한 전장에서 몸을 보존하라는 것이 그 첫 번째 명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휘체계가 엉망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분열이 될 것이고 부대의 영이 서지 않게 될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총사령의 영이 바로 서지 않을 것이네. 그들을 4대로 찢어 사위의 사병과 참지정사의 사병에게 통제케 해야 총사령의 영이 설 것이네.”

이의방도 분열을 걱정하는 듯 했다.

“부대의 영이 서지 않는다면 오합지졸이지요.”

“그걸 알면서 1만 5천의 사병들을 하나의 예하대로 만들겠다는 건가?”

“스스로 분열하고 저의 영을 거스르게 할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예. 그것이 제 의도입니다.”

그제야 이의방은 내 속내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 항명은 즉결처분이겠지?”

“그렇사옵니다. 장인! 각 가문의 사병들을 이끌고 오는 자들에게 죄를 입혀 압수를 넘기 전에 참할 것입니다.”

“압수를 넘기 전에?”

“그렇습니다. 그래야 영이 서는 강군이 될 것입니다.”

“1만 5천의 대병을 예하대로 만든다? 그렇다면 나머지 3대는 어찌 편성할 것인가?”

“부대를 지휘할 장수만 있다면 3대를 구성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어렵지 않다?”

“예. 장인어른.”

“허나 그 모든 것이 자네가 금에서 무사귀한을 해야 이루어질 것이네.”

고려 제 3군 신수군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내 무사귀환이 제일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요. 장인.”

“그럼 내가 무엇을 준비해 주면 되겠나?”

이의방이 날 뚫어지게 봤다.

“장인어른!”

“말해 보시게.”

“지금 분명한 것은 제가 상장군이라는 것입니다.”

“상장군? 상장군! 그래 내 사위가 상장군이지. 고려에 유일한 상장군! 하하하! 그렇지. 자네가 상장군이지. 상장군.”

역신 정중부가 죽은 후에 이 고려에는 상장군의 직을 가진 자가 없다. 그런데 내가 이제 상장군이다.금에서 무사귀한을 한다면 이 고려에 나보다 더 높은 직을 가진 무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다.‘역사를 통해 내일을 준비한다.’이것이 바로 내가 가진 최고의 발톱일 거다.

대전.명종황제는 김보당을 찬찬히 보고 있었다. 어제의 일이 흡족한지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보당은 무척이나 표정이 어두웠고 그것이 참으로 대조가 되는 순간이었다.

“왜 그러시는가? 김대부.”

“회생에게 병권을 주는 것은 위태로운 결정이십니다.”

김보당의 표정이 어두운 것은 이회생이 상장군이 되고 1만 5천의 사병들을 지휘한다는 것 때문인 듯 했다.

“약조를 했네.”

“약조라 하시면?”

“금나라 순문사가 짐에게 약조를 했지. 부마가 아니 회생 그놈이 다시 고려 땅을 밟는 일은 없을 것이야.”

순간 명종황제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허나 그래도 군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패착이옵니다.”

김보당의 말에 명종황제의 눈빛이 달라졌다.

“패착? 김대부는 짐이 패착을 두었다고 생각하는가?”

어투가 날카로워지는 순간이었다.

“폐하! 그것이 아니옵고,,,,,,.”

“그놈의 일은 짐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자네는 짐의 밀명을 수행할 준비를 잘하면 되는 것이야.”

“예. 알겠사옵니다. 폐하!”

“김대부!”

“예. 황제폐하!”

“왜 내가 황실에 그리 충성하는 그놈을 쳐내려는지 아는가?”

그놈은 이회생을 말하는 걸 거다.

“용손십이진 십팔자위왕의 참요 때문이지 않습니까?”

김보당의 말에 명종황제가 피식 웃었다.

“짐이 곧 고려다. 그런데 짐의 위에 어떤 경우에서도 서려는 자는 역신이다. 짐을 가르치려는 자도 역신이고 짐의 생각과 반하는 자도 역신이다. 그대도 역신이 될 것인가?”

순간 김보당은 섬뜩했다. 작아도 너무 작은 그 마음에 가득한 살기를 느낀 거였다.

“짐은 황제폐하의 충신이 될 것입니다.”

“그래. 그래야 할 것이야! 그건 그렇고 어찌 되고 있나? 봐둔 장수는 있나?”

명종황제가 김보당을 빤히 보며 물었다.

“예. 황제폐하! 있사옵니다.”

“누군가?”

“황제폐하께서도 보신 장수이옵니다.”

“나도 봤다?”

명종황제는 어제 연회장에서 봤던 이의민을 떠올렸다.

“그렇사옵니다. 옥에 지금 하옥되어 있는 이의민이 제격인 것 같사옵니다.”

김보당의 말에 명종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월을 제법 쓰더군.”

“그렇사옵니다. 소신이 알아본 것으로는 이의민 역시 무신정변의 주동자였사옵니다. 허나 여전히 별장이옵니다. 옥공의 자식 놈이며 황궁 문지기에 불과했던 조원정도 장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현원에서 문신들을 그리 많이 참살한 자가 여전히 별장이니 이의방과 회생에게 불만이 많을 것이옵니다.”

참으로 빨리 많은 것을 알아본 김보당이 분명했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이의방과 이회생에게 앙금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무식한 것이 개돼지와 같다 하옵니다.”

“개돼지는 생각이 없겠군.”

“그렇사옵니다. 그런 미물들은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니 내일의 걱정 따위는 없을 것입니다. 장군의 인장만 쥐어주신다는 약속만 하셔도 부월을 번쩍 들 것이옵니다.”

“그렇지. 짐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으로 안성맞춤이네.”

“예. 황제폐하!”

“그럼 옥에서 빼내야 하지 않겠나?”

“이의민에게 고초가 크면 클수록 충심은 올라갈 것이고 이의방에 대한 앙금은 더욱 쌓일 것입니다.”

김보당의 말에 명종황제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당장이라도 모든 화근덩어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형 의종황제를 참살해야 속이 후련해질 것 같은 명종황제였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일을 꾸미자는 투로 말하는 김보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였다.

“뜸을 드리자는 건가?”

“지금 당장 일을 행할 명분이 없습니다. 황제폐하!”

“명분?”

“그렇사옵니다. 명분이옵니다.”

“명분? 명분이라,,, 그런 일까지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짐이 그대에게 은밀히 일을 진행하라고 명한 것 같은데?”

“음지에서 행하는 일은 후일 황제폐하의 치세에 누가 될 것입니다.”

“아무도 모른다면,,,,,,.”

“세상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은 없사옵니다. 소신이 알고 황제폐하가 알고 이의민이 알 일입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그 비밀이 새어나갈 것입니다.”

비밀이 밝혀진다는 말에 명종황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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