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69화 (269/620)

< -- 간웅 13권 -- >사신관 고달기의 내실의 아침.스스로의 야망에 의해 욕망이 불타던 밤이 지났다. 야율강은 금나라 관복을 고쳐 입고 있었고 고달기는 마치 그의 아내인 것처럼 야율강의 옆에서 관복을 입고 있는 야율강을 거들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젊은 부부가 분명할 거다. 허나 그들의 교접은 금과 고려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고 갈 것이 분명했다.

야율강은 자신이 관복을 입고 있는 것을 거들고 있는 고달기를 잠시 물끄러미 봤다.

“왜 그러십니까?”

“이럴 때 본다면 그대는 영락없이 착한 여인 같소.”

“그리 보이십니까?”

고달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대를 그리 독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오?”

몸을 섞고 정을 통하니 예전에 보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되는 야율강이다. 그럴 것이다. 사내는 여자를 품고 나면 그 품은 여인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니 말이다.

“저를 그리 독한 계집으로 만든 것은 다른 모든 고려 무장들의 욕망일 것입니다.”

이 순간 착해 보였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변화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고달기였다. 그 모습에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가 고달기를 향해 웃어주는 야율강이다.

“그런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인! 제는 알았습니다. 힘이 없는 착함과 귀함은 그저 부질없다는 것을요.”

고달기는 자신의 부친 채원이 죽던 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에 잊을 수 없는 회생의 얼굴을 떠올라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대가 달라질 수는 없는 건가?”

“제가 달라지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그대가 달라진다면,,,,,,,.”

야율강이 말을 하다 피식 웃었다.

“제가 달라진다면 대인께 버려지는 꽃이 되실 것입니다. 착한 계집은 어디든 흔하지요.”

“어디든 흔하다?”

“아니옵니까? 그 흔한 들꽃이 고향이 그립거나 무언가를 아련히 생각할 때는 한번 뜯어 볼 수는 있으나 그것이 끝이지요. 저는 이제 누구에게든 버려지는 들꽃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버려지지 않겠다?”

“그렇사옵니다. 절대 저를 누구도 다시는 버리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고달기는 다짐을 하듯 말했다. 그 다짐에 야율강이 물끄러미 다시 고달기를 봤다.

고달기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저 흔하게 자신만을 유혹하려 했다면 한번 품고 버렸을 고려의 계집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달기는 다른 계집과 달랐다.

그녀의 야망이 고려를 망칠 거라는 것을 알았고 또한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야합을 했다. 또 이정도면 됐다는 멈췄던 자신의 욕망이 고달기를 통해 다시 꿈틀거리게 만들었다.그게 바로 고달기였다.

멈췄던 자신의 욕망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 것이 바로 고달기인 것이다.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 그리고 그것이 싫지 않은 야율강이었다.

“그대는 나다.”

“그렇사옵니까?”

고달기는 야율강이 무엇을 말하는지 아는 눈빛이었다.

“오늘 고려 조정에 등청을 하면 내 그대에게 선물을 주지.”

순간 야율강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명종황제의 칙령을 드디어 받는 날이고 그 칙령의 핵심은 야율강과 명종황제의 밀약이 들어나는 날이기도 했다.대전.대전의 분위기는 사뭇 묘했다.

용상에 앉아 있는 명종황제의 눈빛은 분명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자의 음침함이 가득했고 무신들과 문신들을 명종황제의 칙서를 기다리고 있는 야율강을 향해 적개심을 가득 뿜어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대전 중앙에 마치 받을 것을 받기 위해 온 빚쟁이처럼 야율강은 당당히 서 있었다. 이런 장면은 또 한 번의 굴욕이 분명할 것이다.

고려가 힘이 없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난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이 모든 치욕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나일 것이다.

나는 내 입지의 강화와 앞으로 내 적이 될 존재를 약화시키기 위해 야율강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이의방을 종용했다. 그것이 후회스럽고 부끄러웠다.

‘뭔가를 분명 숨기고 있음이야!’불길한 마음과 함께 내 역시 차분히 야율강을 보며 또 명종황제를 보며 이 순간을 감내해내고 있었다.

“공표하라.”

명종황제가 고개를 들려 근엄하게 하명했다. 그러자 차분히 부복을 하고 있던 김보당이 앞으로 나섰다. ‘김보당이?’이건 김보당이 명종황제의 측근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 거다.

물론 이미 난 김보당이 들고 있는 칙서의 내용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칙서는 이의방과 나 그리고 회의를 통해 기록된 거였다. 물론 그 회의가 일방적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예. 황제폐하!”

김보당이 짧게 말하고 고개를 들어 야율강을 봤다.

“황제폐하의 칙서를 공표하겠소.”

김보당의 말에 야율강이 피식 웃었다. 이미 그 역시 이 칙서의 내용을 대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고려는 황제국 금의 요청에 의해 무도한 송을 정벌하기 위해 2만의 병력을 3개월 안에 파병할 것이다.”

2만의 병력.그것은 경대장군이 거느리는 5천의 정규군과 문무백관들에게 차출한 사병들을 말하는 거다. 물론 그 중에 내 장인이 되는 참지정사 강일천의 사병 1천도 포함되어 있었고 문장필과 문극겸의 사병으로 위장한 내 사병 1천도 포함되어 있었다.

2천의 병력으로 2만이나 되는 병력을 통제할 수는 분명 없겠지만 그 부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파악하고 경대장군과 그의 아들 경대승을 감시하기는 충분할 것이다. 또한 내가 숨겨놓은 2천의 병력 중 경대장군과 경대승을 암살할 별초도 숨어 있었다.‘잔인해지려면 한없이 잔인해져야 한다.

’적에게 잔인해져야 내가 산다. 분명 경대승은 내게 가장 위협적인 적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지금 황제의 칙서를 입고 있는 김보당도 내 적일 것이다. 그리고,,,,,,.‘용상에 계신,,,,,,,.’난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고려 황제 폐하의 충심을 대국 황제폐하께서 높이 평하실 것입니다.”

도도하기 짝이 없고 무례하기가 개백정을 능가하는 언사를 스스럼없이 이죽거리는 야율강이었다. 허나 이 순간 누구하나 그의 언행에 문제를 삼는 신하는 없었다.

아마 예전 같으면 내가 나서서 따졌을 것이다. 그저 야율강의 말에 이의방을 비롯한 무장들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야율강을 죽일 듯 노려보는 듯 했다.

허나 그런 눈빛을 야율강은 즐기는 것 같았다.

“군량 20만석을 같이 보낸다. 이 모든 것은 금과 고려가 피를 나눈 혈맹임을 증명하고 대국황제께 고려 황제가 보내는 진심어린 성의이다.”

그리고 몇 가지 내용들이 더 공표가 되었으나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대략적으로 경대장군이 파병군의 수장이 된다는 내용과 3개월 안에 파병군을 꾸려 금으로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황제폐하! 감사하옵니다. 대국이 송을 징벌하여 중원통일을 이룬다면 그 영화를 고려와 함께 누릴 것입니다.”

지금 야율강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지고 들어갔으니 말이다. 또한 금이 송을 정벌하여 중원통일을 이룬다고 해도 고려와 같이 영광을 절대 누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송을 정벌한 대병이 바로 말머리를 돌려 고려로 향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2만의 병력을 내가 준비한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대는 대국 황제께 고려와 짐의 성의를 잘 말씀해 주시오.”

“그리할 것이옵니다. 폐하! 그런데,,,,,,,.”

야율강이 힐끗 나를 보다가 차갑게 웃었다. 야율강의 웃음에 난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순문사 짐에게 더 할 말이 있으시오?”

마치 명종황제는 연습이라도 한 듯 바로 야율강에게 물었다.

“소신이 대국으로 가서 대국 황제께 아뢰는 것보다 그 형식을 바르게 하여 고려에서 사신을 파견하여 대국 황제께 아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허나 지금 이 상황에서 절차를 따져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 분명했다. 고려 황제의 책봉을 득하기 위해 2만의 대군과 20만석의 군량을 내주는 판이다. 물론 그것을 통해 난 내 적들의 힘을 와해시키고 북변을 강화하고자 했지만 어떻게 되었던 굴욕적인 외교가 분명할 거다.

“허나 또 다시 고려에서 사신을 파견한다면 시일이 걸리지 않겠소?”

“하오나 모든 일에는 절차라는 것이 있사옵니다. 폐하! 대국 황제께서도 고려에서 사신을 파견한다면 그 정성을 어여삐 여기시어 고려 황제의 책봉칙서를 내리실 것이옵니다. 아울러 송을 정벌한 후에 요동지역을 고려에 하사 할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또한 소신이 그리되도록 도울 것이옵니다.”

이 순간 거짓말이라고 막하는 야율강이었다. ‘이 발언이 너의 목을 조르게 될 것이다.’요동은 금이 성지다. 그런데 지금 하찮은 거란 놈이 금의 성지인 요동을 고려에게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물론 지켜지지 않을 약속도 분명했다.

“요동이라고 하셨소? 순문사!”

“그렇사옵니다. 대국이 중원을 통일한다면 고려와 함께 그 영광을 나눌 것이라 대국 황제폐하께서 말씀하셨사옵니다.”

야율강의 입에서 요동이라는 말이 나오자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대신들이 웅성거리기 시작을 했다. 그런데 그 눈빛이 참으로 더럽다.마치 요동을 금이 주면 자신의 봉토가 얼마나 늘어날까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어리석은 자들!’이 순간 오직 내 두 장인 이의방과 강일천만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마 저 두분만이 괜한 선심을 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듯 했다.

“요동이라?”

요동은 금의 성지이기도 했지만 고구려를 계승하는 고려에게도 고토이면서 성지였다. 그러니 명종황제의 눈빛도 반짝이는 거였다.태조가 고려를 창건하고 국조로 선포된 것이 북진이다.

허나 힘을 잃은 지금의 고려에게 북진은 허망한 꿈에 불과했는데 금나라 사신 야율강이 송을 정벌한 후에 요동을 내어준다는 거짓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명종인 것이다.‘어리석다.

참으로 어리석다.’절로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송이 차지하고 있는 중원의 절반은 넓사옵니다. 또한 송의 아래에 남만이 있고 서역이 있으며 그 앞에 야만족들이 사는 초원이 있사옵니다.”

야만족들이 사는 초원이라는 것은 몽골족의 초원을 말하는 걸 거다. 그러고 보니 은연중에 참으로 꿈이 야무진 야율강이었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그 넓은 세계에 비한다면 요동은 중원의 변방에 불과하옵니다.”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그러니 지금이라도 사신단을 파견하여 대국 황제께 입조를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

야율강의 말에 명종황제가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역시 마치 많은 연습을 통한 표정처럼 느껴졌다.‘저들이 밀약이 고작 고려 사신을 금에 파견하는 것은 아닐 것인데,,,,,,,.’의구심이 드는 순간이고 불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절차라,,, 그렇지.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이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또한 고려의 충성스러운 파병군의 수장으로 하여 대국 황제폐하께 고려 황제의 책봉을 주청 드린다면 대국 황제 더욱 기뻐하실 겁니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고려의 충성스러운 파병군의 수장이라 하면 경대장군을 말하는 거군.”

이미 대장군 경진이 파병군의 수장이 되기로 한 상태였다. 그래서 명종황제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였다.

“실무적인 부분은 고려의 대장군인 경진이 행하면 되오나 대외적으로 보이고 또한 고려와 금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더욱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서는 고려 황실의 일원이 무도한 송나라 정벌의 파병군의 총사령의 직을 수행하고 사신으로 저와 함께 대국으로 간다면 금나라 황제폐하께서는 더욱 기뻐하실 같사옵니다.”

야율강의 말에 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이것이었군.’명종과 야율강이 대전에서 밀약을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이리 당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참으로 기고만장해지고 내가 원하는 것만 보고 또 듣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젠장! 사지로 몰리는 꼴이 되겠어.’그리고 명종황제가 나를 얼마나 시기하고 경계하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용손십이진 십팔자위왕의 망령이 나를 사지로 모는구나!’바드득!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황실의 일원이라니요? 황실의 일원이 어찌 그 험한 전장으로 나간단 말입니까?”

이의방이 앞으로 나서 야율강에게 물었다.

“그리하면 더욱 이번 결정이 빛날 것이라고 말씀 올리는 것입니다. 위위경!”

야율강이 이의방을 보며 말했다. 순간 두 사람의 눈빛에서 불똥이 튀었다.

“누가 있어 송나라 정벌의 파병군의 수장이 된단 말입니까? 황제폐하께서는 오직 태자마마 한분만 두고 있습니다. 순문사! 참으로 지금 순문사는 어려운 청을 폐하께 드리는 것입니다. 어찌 국본을 전장으로 보낼수 있겠습니까. 아니 될 말입니다. 아니 됩니다.”

“대통을 이으실 태자마마께서 험한 전장에 가실 수는 없지요.”

야율강은 그리 말하며 야릇하게 나를 봤다.

“또한 송나라 정벌은 고려의 파병군이 3개월 후에 꾸려지고 나서도 금나라에서 모든 준비가 끝난 6개월 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형식적으로 그런 모습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위위경. 저는 고려를 위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또한 대국 황제폐하께 입조를 할 분이 황자이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럼 누구를 말씀하는 것이요?”

이의방이 따지듯 물었다.

“고려에 황자가 귀하다면 충성스러운 부마도위는 어떻겠습니까? 비록 부마도위의 격이 황자의 아래라고는 하나 단 한 번도 황실의 일원이 금 조정에 입조를 한 적이 없으니 대국 황제폐하께서는 참으로 기뻐하실 것입니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부마도위라 하셨소?”

“그렇소. 고려 황제의 책봉을 허락받는 사신단에 부마도위가 주관을 한다면 그 모양새가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다 고려 황제폐하를 위해 드리는 저의 사견입니다.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것에 대한 보답이지요.”

“보답이라고? 참으로,,,,,,,,.”

이의방이 야율강을 노려보며 따지려고 하자 명종황제가 그만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저 눈빛만으로도 이미 명종황제는 나를 처낼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이 바로 밀약인 거였다.

“부마도위는 어찌 생각을 하는가? 짐이 대국 황제께 황제 책봉을 받는다면 고려는 더욱 안정이 될 것이다.”

이것은 묻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강요를 거부할 명분도 지금 당장 내게는 없었다.‘무인본분 위국헌신으로 살고자 했던 나를 위한 보답인가!’순간 지그시 어금니가 깨물어졌다.

============================ 작품 후기 ============================진행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기도 할 것 같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아 진행을 빨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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