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66화 (266/620)

< -- 간웅 13권 -- >황궁 으슥한 곳에 있는 퇴물 상궁들의 처소.홍련이 상궁의 복색을 하고 주변을 살피며 퇴물 상궁들의 처소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늙은 상궁 한명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머금고 다가갔다.

“박순이 상궁마마이십니까?”

홍련의 물음에 늙은 상궁이 홍련을 봤다.

“너는 누구냐? 못 보던 얼굴인데?”

“부마도위의 사택에서 왔습니다. 마마!”

부마도위의 사택에서 왔다는 말에 늙은 상궁은 인상을 찡그렸다.

“오늘인가?”

“예?”

“아니네. 혼잣말이네.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것이지.”

“제가 모시는 분이 그렇게만 말씀하시면 아신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오늘이군.”

“모시겠습니다. 가시지요.”

“정말 오늘이었어.”

늙은 상궁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가지 않겠다면?”

“반드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마마님!”

“그렇지. 어찌 하찮은 인간이 타고난 사주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그래 가세. 모든 것이 이 요망한 입에서 나온 말이니 결자해지를 해야겠지.”

이 회생의 사택 중 백화가 생활하는 내실.-홍련이옵니다. 마님!백화가 생활하는 내실 문 앞에서 홍련의 목소리가 들렸고 백화는 지금까지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문 쪽을 봤다. 그리고 스르륵 문이 열렸다.

“모시고 왔느냐?”

“예. 마님!”

그리고 보니 홍련의 뒤에는 예전 공예태후의 전각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던 늙은 상궁이 조심히 서 있었다.

“어서 모시 거라.”

“예. 마님!”

그와 동시에 늙은 상궁이 조심히 백화의 내실로 들어왔고 홍련이 백화를 보며 짧게 목례를 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누구도 내 내실 근처에는 얼씬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 마님!”

“이 모든 것이 상공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마님!”

이미 백화와 홍련은 많은 말을 주고받은 그런 눈빛이었다. 그리고 홍련이 짧게 목례를 다시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앉으시지요.”

백화는 다급한 표정이었고 늙은 상궁은 백화가 자신을 찾을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선은 인사부터 올리겠나이다.”

늙은 상궁이 백화에게 말하고 두 손을 조심히 모우고 큰절을 했다. 그 입은 복색이 상궁이니 절을 받고 있는 백화가 황제의 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상궁 박순이 마님을 뵈옵니다.”

“그때 제게 했던 말을 되묻고자 모셨습니다.”

“하대를 하셔도 되옵니다.”

“어찌 그리 합니까. 제가 천기를 말씀해주신 분이신데.”

“그러고 보니 끝내 저를 잊지 않고 찾으셨습니다.”

“그때 하신 말씀을 더 정확하게 듣고자 합니다. 또한 제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싶어 모셨습니다.”

백화는 그렇게 말하며 지금은 남변 그 어딘가에 있을 한 많은 여인 무비를 떠올렸다. 그리고 무비와 함께 엄청난 말을 했던 김돈중도 같이 떠올렸다. 사실 처음부터 백화는 회생이 의종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또한 목숨을 걸고 회생을 도운 거였다.

사실 백화가 회생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 것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회생이 모르는 것처럼 백화가 회생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생 그가 의종의 장자라는 것 때문이었다. 또한 마지막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늙은 상궁이 자신에게 한말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는 그냥 아주 귀한 상을 타고났다고만 들은 백화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모든 것을 종합해 본 결과 그 귀하다는 상이 바로 황후의 상이었던 거였다.

이것만 봐도 백화는 참으로 무서운 여인이 분명했다. 사실 처음 백화가 회생을 만났을 때 그녀는 참으로 잔인한 여인이었다.

수라간에서 상궁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베어버릴 수 있는 여자가 바로 백화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회생이 모르고 있는 백화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여자는 남자보다 무섭고 치밀하다.

이 말이 백화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쉬운 일이 절대 아니옵니다.”

“그렇지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리 모신 것입니다.”

백화는 여전히 늙은 상궁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고견을 제가 말씀해주십시오.”

“저 같이 하찮은 것에게 고견이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관상을 조금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관상을 보신다고 하시지만 하늘의 뜻도 보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백화도 무비의 호위 무사장으로 황궁에 오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여인이 공예태후의 측근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과찬이십니다.”

“이제 더는 숨기지 마시고 이야기를 해 주세요.”

“결심이 스신 것이옵니까?”

“예. 그래서 이렇게 모신 것입니다.”

백화가 다부지게 말했다.

“허나 그 결심이 실행에 옮기기에는 참으로 난국들이 많사옵니다.”

“난국이라고요?”

“그렇사옵니다. 새롭게 개천이 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내하셔야 하옵니다.”

“제가 무엇을 감내하면 되겠습니까?”

“그분께서 개천의 장을 여시기 위해서는 많은 눈물을 흘리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그 눈물이 모여 황룡이 승천하는 거대한 못이 되어야 하고 또 폭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눈물이 모여 그분의 등용문을 만들어야 하옵니다.”

“제가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를 해 주십시오.”

백화가 늙은 상궁을 뚫어지게 봤다.

“우선은 그분께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5명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5명의 도움이라고요?”

“그렇사옵니다. 그 5인의 운명은 황룡을 승천시키는 밑거름이 되기 위해 태어난 운명이옵니다.”

“그들이 누구입니까?”

백화의 물음에 늙은 상궁이 뚫어지게 백화를 봤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담담하게 눈빛을 보였다.

“모두 다 아시는 분이십니다.”

“제가 안 다고요?”

“그렇사옵니다.”

“누구입니까?”

“그들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 그분께서 황룡이 되지 못하십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이 누구이십니까?”

애가 타는 백화였다. 하지만 이 자리까지 온 늙은 상궁이지만 끝내 말을 아끼는 듯 보였다. 그리고 애를 태우는 백화를 보며 차분히 미소를 머금었다.

“제게 천기를 계속 누설하게 하시는군요.”

“이미 누설된 천기이지 않습니까?”

“허나 천기를 누설하는 자는 천벌을 받습니다.”

“그 천벌도 제가 막아드릴 것입니다. 그러니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백화가 부탁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늙은 상궁이 백화를 봤다. 사실 늙은 상궁도 그날의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지요. 이 요망한 것의 입에서 나왔으니 모든 것을 말씀드리지요.”

“예. 부탁드립니다. 누굽니까? 제 상공이 등천을 하기 위해서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까.”

“우선은 권력을 잡고 계시는 위위경 이의방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옵니다.”

백화도 이미 그것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요?”

“그 다음으로는 몸은 비록 사내이지 못하는 그 마음이 하늘을 품고 있는 환관 최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강화에 계시는 상황제께서 그분을 반드시 도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지금까지 거론된 인물들은 모두 다 회생을 돕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 회생과 연관이 되어 있는 인물이었다.

“또 누구입니까? 답답합니다.”

“그 다음이 대장군 이고가 그분을 목숨으로 도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마지막은요?”

순간 백화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마지막은 참지정사 강일천공이 도와야 할 것입니다.”

늙은 상궁의 말에 백화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자신의 상공인 회생이 개천의 장을 열고 스스로 황룡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눈물이 모여 거대한 못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백화였다.

“그 모든 분들은 지금도 제 상공과 의기투합하신 분인데 어찌 제 상공의 눈물이 모여야 한다는 것입니까?”

백화의 물음에 순간 늙은 상궁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 다섯 명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분을 돕고 마지막 순간 죽어야 황룡을 위한 개천이 되는 것입니다.”

쿵!순간 백화는 자신의 심장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무, 무엇이라고 하셨소?”

“그들이 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부지게 말하는 늙은 상궁이었다.

“그래야만 개천의 장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들의 죽음을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려야 하고 심장이 뜯기는 고통을 느끼셔야 그 고통이 힘이 되어 황룡으로 승천하시는 것입니다.”

“진정 그런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천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늙은 상궁의 말에 백화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졌다.

“알겠소. 그런데 이 사실을 또 누가 압니까?”

“이 엄청난 사실은 이제 곧 마님께서만 알게 되실 것입니다.”

늙은 상궁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내 후일 그대의 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예. 그러세요. 저는 그만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예.”

백화가 짧게 말했고 그 말고 함께 늙은 상궁이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선 상태로 백화를 봤다.

“오늘을 기억하세요. 그래야 저의 공에 대한 후사를 하시게 될 것입니다.”

“예.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늙은 상궁이 밖으로 나갔고 조심히 홍련이 내실로 들어왔다. 순간 백화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모든 것이 다 우리의 상공의 위한 일이다.”

백화의 차가운 말에 홍련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황궁으로 향하는 길 중 으슥한 골목.백화와 엄청난 이야기를 나눴던 늙은 상궁과 홍련이 주변의 눈을 피해 급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홍련은 늙은 상궁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그때 늙은 상궁이 재촉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밀명을 받았을 것인데.”

늙은 상궁이 담담히 말하자 홍련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 아셨소?”

“천기를 읽는 내가 또 천기를 누설한 내가 천벌을 맞지 않는다면 하늘이 노하지.”

늙은 상궁은 체념을 한 듯 담담히 말했다.

“아, 아시면서 저를 따라오셨고 이리도 평온한 것입니까?”

정말 이리도 담담한 상궁을 보고 있는 홍련은 놀랍기만 했다.

“다 사람은 태어나는 이유와 목적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한 것 같으이. 어서 하려던 일 하시게.”

늙은 상궁의 말에 홍련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년이 죽어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천벌은 나처럼 죽기 전에 받는 것이네.”

이제야 늙은 상궁이 마지막 백화의 내실에서 나올 때 한 말이 뜻을 알 것 같았다. -이 엄청난 사실은 이제 곧 마님께서만 알게 되실 것입니다.이 말을 통해 오늘이 자신이 죽는 날이라는 것을 그것도 백화의 지시에 의해 죽는다는 것을 말해준 거였다.스르릉!홍련이 늙은 상궁을 보며 조심히 검을 뽑았다.

“고통 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시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더는 여한이 없네. 허나 명심하시게. 그분께서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거대한 못이 스스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 무엇이 있습니까?”

“알고 싶나?”

순간 홍련은 무척이나 궁금한 표정이 됐다.

“알려 주십시오.”

“거기까지는 나도 모른다네. 어찌 한낱 미물과 같은 인간이 하늘의 뜻을 다 알겠는가. 하지만 명심하게 자네도 마님만큼 참으로 귀한 상이라는 것을.”

“제, 제가요?”

놀라는 홍련이었다.

“그래. 아주 귀한 상이지. 그러니 그것을 잘 숨기시게. 그래야 나처럼 되지 않고 천수를 누릴 것이네. 그리고 또 황룡이 되실 분의 옆에 계신 분이 누가 되실 지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네.”

늙은 상궁은 엄청난 말을 하고 홍련을 봤다.

“마, 마마님!”

“이제 하시게. 자네가 날 살려줄 것도 아니지 않는가.”

“죄송합니다.”

“자네가 내게 죄송할 것이 없지. 그저 잘난 척을 하며 천기를 누설한 이 늙고 요망한 년의 입이 죄라면 죄고,,,,,,,,.”

늙은 상궁은 마지막 말을 흐렸다.

“어서 하시게.”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늙은 상궁이었다. 그 순간 홍련이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고 천천히 눈을 감은 늙은 상궁을 끝내 벴다.쉬웅!

“으윽!”

늙은 상궁은 깊은 신음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고 홍련은 차마 늙은 상궁의 죽음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등을 돌려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천기를 누설한 것은 나의 죄이고 이것이 너에 대한 나의 복수다.’그리고 늙은 상궁은 천천히 죽어가며 백화의 얼굴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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