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65화 (265/620)

< -- 간웅 13권 -- >6. 드디어 들어난 백화의 무서움!

“용손십이진 십팔자위왕을 말이네.”

이의방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난 엄청난 역심을 이제야 알게 됐다.‘역심이다.

’놀랍고도 무서운 순간이었다. 내가 이의방을 안 세월이 겨우 6개월뿐이기는 하나 이의방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내가 이의방을 잘 컨트롤 한다면 그는 이 고려의 권력자가 되더라고 역신은 되지 않을 것이라 내 스스로 장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6개월 동안 내게도 숨겼던 마음을 이의방이 보였다.

그리고 내게 답을 원하고 있었다.이 순간 난 많은 생각을 해야 했고 그 생각이 이의방의 내심과 일치해야 했다.

‘내가 100프로 믿지 않듯 그도 나를 100프로 믿지 않을 것이다.’이럴 때는 참으로 그 언사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제 생각을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내 되물음에 이의방이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사위는 내게 같은 배를 탔다고 말하고 내 의중을 떠 보는 건가?”

이의방이 나를 다시 사위라 불렀다.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그럼 말을 해 보시게.”

“뜻을 품으셨다면 참으로 조심하고 또 참으로 오래 인내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또한 제가 말씀드린 그 참요 용손십이진 십팔자위왕은 도참의 정기인 예언이 될 수도 있고 장인과 저의 목을 베는 요설이 될 수도 있사옵니다.”

“내가 뜻을 새웠다면 인내해라?”

“그렇사옵니다. 장인!”

“이 고려가 겨우 권력을 잡은 하찮은 무부 따위에게 내게 무너질까?”

또 한 번 그 위중이 파악되지 않는 말을 하는 이의방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무부 따위라 했다.

“무부 따위라 말씀하시면 이 고려가 너무 하찮지 않겠습니까.”

“이 고려가 하찮다. 하찮다? 그래. 아주 혹하는 말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내 그 말에 아예 현혹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겠네. 아니 그리 해 볼 생각도 했지.”

자신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들어내고 있는 이의방이었다. 이것은 뭔가 내게 원하는 것이 있기에 그리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서는 그것이 무엇일까를 파악하는 것이 내게 중요했다.

“그렇사옵니까?”

“그래. 지금이라면 그리고 자네가 나를 돕는다면 어쩌면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야. 허나!”

이의방이 잠시 스스로 말을 끊고 인상을 찡그렸다.

“허나 내가 왕이 된들 무엇을 하겠는가? 내 자식 놈이 내가 봐도 참으로 어리석은데.”

이 말을 통해 이의방이 역심을 한동안 품었고 무척이나 고민을 했다는 것을 난 알게 됐다.

“내가 이 고려를 얻는다고 해도 다음에 또 누가 뒤집을 것이 분명할 것이네. 그렇게 되면 이 고려에 내 혈족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 앞날이 뻔히 보이는데 그길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자들만이 하는 짓이지.”

이것을 통해 이의방은 자신이 품었던 역심을 접었다는 것을 난 알았다. 허나 그 역심이 다시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옳으신 생각이시옵니다.”

“그리고 말이야! 내가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사위인 자네가 있기 때문이었네.”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네. 아무리 좋은 꽃도 10일을 가지 못하고 또한 아무리 강력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하는 법이지. 난 그 10년 후가 두렵네.”

이것만으로도 이의방은 어리석은 무부 따위는 분명 아닐 것이다. 물론 내가 지속적으로 이의방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제가 무엇을 했기에,,,,,,.”

“내가 만약 이 고려를 뒤집고 왕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이의방이 자신의 말을 스스로 끊고 나를 봤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한다면 나를 제일 먼저 베겠다는 눈빛이다.’난 섬뜩했다. 아니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저를 제일 먼저 베시겠지요.”

“그래. 그래야겠지. 그리고 후대에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모두 베고 기초를 잡겠지. 그럼 나는 많은 피를 봐야하네. 물론 그따위 피를 본다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내 아들보다 오래 살지는 못한다는 것이지.”

자신이 스스로 역천을 한다면 강화에 계신 내 생부 의종처럼 스스로 상황이 되어 새로운 왕조의 틀을 잡겠다고 말하는 이의방이었고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려 이후인 조선의 왕 태종이 떠올랐다.태종은 스스로 자신의 아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되었다. 그리고 상왕이 되면서 자신의 아들에게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모든 인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생의 마지막을 불태웠다. 그리고 끝내 500년 조선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런 생각까지 했다는 것은 이의방이 진심으로 고뇌하며 역천을 꿈꿨다는 거다. 그리고 자신의 역천의 대망을 접은 것이 바로 우매한 자신의 아들이라는 거였다.

“그러니 사위 자네를 귀하게 여기는 거네.”

“잘 알고 있사옵니다. 장인어른.”

“내 사후에 내 어리석은 아들을 잘 부탁하네.”

일이 묘하게 돌아갔다.

“당연한 것을 부탁까지 할 것이 없사옵니다.”

“왕이 아니더라도 누대에 걸쳐 권력을 잡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겠나.”

이것이 바로 이의방이 바라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자신의 아들을 도와 자신의 아들의 권력을 공고하게 해 달라고 말하는 거였다.역시 화무십일홍이라는 진리를 알면서도 이의방은 권력을 끝까지 놓지 않고 싶어 했다. 아마 인간이라면 다 그럴 것이다.

“제가 처남을 도울 것입니다. 장인!”

그래도 참 다행이다. 이의방이 역심을 품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 현재로써 말이다.

“만약 아예 그 그릇이 되지 못하면 자네가 내 뒤를 이어주고 내 아들에게는 살길을 잘 마련해주게.”

진정 이의방이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내게 북변을 주면서 했던 그 말이 진정한 뜻이 바로 이것이었다. 북변에 가서 힘을 키우고 그 힘으로 자신의 노후와 그리 부족하지 않다면 자신의 아들이 차후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도우라는 뜻이었던 거였다.

그런 면에서 이의방에게 북변은 나만큼 중요한 곳이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장인!”

“그건 그렇고 황제께서 참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시고 계시니 큰일이군.”

이의방은 자신의 부탁을 빠르게 뒤로 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옵니다.”

“그래! 대비를 해야지.”

이의방이 인상을 찡그렸다. 대전 내실.

“그러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군.”

야율강을 보고 있던 명종황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것만 봐도 명종황제와 야율강의 사이에는 엄청난 밀약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그러니,,,,,,,.”

“그 답례로 일이 처리되면 짐과 고려는 송과의 모든 외교를 단절할 것이네.”

“감사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리고 그대와 금황상께서 원하시는 북변의 국경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를 하겠네. 비록 지금 짐이 북변 일대인 갑주인근을 부마도위에게 내렸으나 짐이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네.”

명종황제는 스스럼없이 금에게 북변을 내어주겠다는 투로 말했다. 어쩌면 진정 야율강이 원하는 것은 북변을 금의 영토로 확인을 받아내는 걸 거다. 그리고 자신이 둘러보았던 갑주에 흐르는 군왕지지의 기운을 소멸시키는 거였다.

또한 지금 이 순간 명종황제는 자신의 이기심과 시기심에 의해 스스로 오랑캐와 내통하여 고려의 열성조들이 피로 지켜낸 북방을 내주려는 참담한 우를 범하려 했다.

“무, 무어라 하셨습니까? 폐하!”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순문사!”

“갑주인근이 누구의 식읍이라고 하신 것이옵니까?”

야율강은 자신의 귀로 듣고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명종황제에게 되물었다.

“무신혁명이 있은 후 많은 논공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을 새웠던 지금의 부마도위에게 갑산 인근을 식읍으로 내렸네.”

“그리 된 것이군요.”

그제야 야율강은 왜 그리도 자신이 이회생을 경계하고 죽음의 수렁에 밀어 넣으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결국 그것이었단 말이지. 군왕지지의 기운의 주인이 될 인물이 바로 회생 그자였단 말이지?’절로 인상을 찡그리는 야율강이었다. 그리고 그런 야율강을 보며 의구심을 가지는 명종황제였다.

“왜 그러는가?”

명종황제의 물음에 야율강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허나 이미 밀약까지 맺은 상태이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해줘도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폐하! 놀라지 마십시오.”

“짐이 지금 더 놀랄 일이 남았는가?”

“그렇사옵니다. 반드시 북변일대는 고려의 영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옵니다. 만약 고려가 금의 영토인 북변을 탐한다면 끝내 패망하게 될 것이옵니다.”

“내 이미 허락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아무 염려하지 말게.”

“염려 때문이 아니옵니다. 제가 이 고려에 올 때 갑주인근을 지나왔사옵니다.”

“그런가?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제가 지나온 갑주인근에서 군왕지지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군왕지지?”

순간 명종황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군왕지지!쉽게 말해 왕이 날 터를 말하는 거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갑주인근 그 자체의 땅으로만은 군왕지지가 될 수 없었사옵니다.”

“무슨 말인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진정 하나가 되어야 진정한 군왕지지가 되는 것이옵니다.”

이것만 봐도 야율강은 금나라의 오랑캐라고 하기에는 천문과 풍수에 너무나 밝았다. 그리고 그것이 야율강 스스로에게 화가 되고 또한 금나라에게 큰 재앙이 되었다.

“하늘과 땅과 사, 사람,,,,,,,,.”

순간 명종은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말할 때 이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또한 김보당이 자신에게 고한 참요가 떠올랐다.용손십이진 십팔자위왕!정말 이제야 모든 것이 착착 맞아지고 말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 분명한 것은 야율강의 말 때문이라도 명종황제은 회생을 더욱 경계하고 제거하려 들 것이 분명했다.누구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가 있다면 절대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속 좁은 명종황제이니 말이다.

또한 야율강에게 한없이 놀아나고 있는 명종황제이기도 했다.

“그렇사옵니다. 사람! 그 갑주인근의 주인이 바로 이 회생이라면 그곳은 군왕지지가 되는 것이옵니다. 하지만 이제 아무 염려 마시옵소서! 제가 폐하의 모든 근심을 약조 드린 것처럼 해결해 드리겠사옵니다.”

“알았소. 순문사!”

명종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내일 대전에서 모든 근심을 덜어드리겠나이다.”

“고맙소. 순문사!”

공예태후의 처소.

“뭐라? 연회장에서 또 한 번 부마와 황상이 반목을 했다고?”

공예태후는 인상을 찡그리며 해월에게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연회의 흥을 더하기 위해 고려의 무장과 금나라 오랑캐의 장수가 진검 비무를 했는데 금나라 오랑캐의 장수가 대취하여 갑작스럽게 부마도위께 검을 휘둘렀다고 하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본 고려무장이 어쩔 수 없이 오랑캐 장수를 척살했다고 하옵니다.”

“연회장이 발칵 뒤집혔겠군.”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 그런 와중에 금나라 오랑캐 장수가 죽었고 김보당을 비롯한 자존감 없는 무신들이 고려 무장을 하옥하라고 고성을 지르던 과정에서 부마도위께서 젊은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김보당과 설전을 버리던 과정에서 그리 되었다고 하옵니다.”

“뭐라? 부마도위의 목숨을 구한 무장에게 상은 주지 못하고 하옥을 시켰다고?”

“그렇사옵니다. 비록 연회장이라고는 해도 모든 문무백관들이 금나라 오랑캐들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고 하옵니다. 또한 황상폐하께서도,,,,,,,.”

해월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공예태후의 눈치를 봤다.

“되었다. 내 황상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황상 역시 그리 했겠지.”

“송구하옵니다.”

“오직 고려 무장과 함께 부마도위만이 고려 남아의 기개를 보였다고 하옵니다.”

정말 사실을 근거로 하는 보고이지만 너무나 회생에게 유리하게 하는 보고가 분명했다.

“지금 황상께서 실책을 보이고 계심이야!”

공예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미 그녀의 마음에 자신의 셋째 아들 명종은 없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또한 장자인 의종을 끝내 죽이겠다는 뜻이 담긴 말을 하고 갔으니 말이다.

“이제 어찌 해야 하옵니까?”

“어찌 해야 할까?”

공예태후는 깊은 근심을 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자신의 장자가 끝내 외로이 강화에서 참살을 당할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셋째 아들과 반목을 하자니 자신의 힘이 너무도 미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공예태후였다. 그리고 이 순간 공예태후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이 회생뿐이었다.

“결국 이번 일도 해결할 위인은 내 사위뿐이군.”

“그렇사옵니까?”

“어찌 하면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부마도위를 부르옵니까?”

“아직은 아니네. 아직은,,,,,,,.”

공예태후는 자신이 결심을 하고 움직이는 순간 또 한 번 고려황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진퇴양란이 분명하구나.”

공예태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작품 후기 ============================감사한 마음에 한 편 더 올립니다.

^^처음 간웅을 보셨을 때 백화가 나무 빨리 회생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의견을 주신 독자님들이 많습니다. 그것에 대한 답이 이번 편에 나오는 것입니다.

당장은 의문스럽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반드시 있는 간웅이 되겠습니다.아마도 이렇기에 어떤 독자님들은 간웅을 간웅을 대작이라고까지 말씀해주시는 영광을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간웅은 건너 뛰어 보면 뭐야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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