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62화 (262/620)

< -- 간웅 13권 -- >5. 명종과 야율강의 은밀한 거래.역사가 스스로 흐르고자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나는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김보당이 일어나 이의민을 포박하라고 소리를 지르자 탁자를 내려치며 일어섰던 야율강도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았고 명종은 김보당을 보면서 마치 이심전심이라는 마음으로 김보당을 보고 다시 한 번 이의민을 봤다.

“무엇을 하는 것이야? 저 무부를 추포해라.”

다시 한 번 김보당이 소리를 질렀고 김보당의 명령에 순간 당황한 견룡들은 내 눈치를 봤다. 내 명령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이 순간 내가 막는다면 일이 커지는 거다.

“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야!”

김보당이 다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를 보고 있는 견룡군들을 노려봤다. 또한 그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나를 노려봤다.

“견룡행수! 이 황궁에서 이리 참담한 일이 일어났는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요?”

견룡행수란다.이 연회를 참석할 때는 부마도위라며 부마도위의 관복을 입으라고 했던 그가 이제는 나를 견룡행수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참 어이가 없는 순간었다.

“으음,,,,,,,,.”

난 김보당에게 대답 대신에 신음을 했다.

“왜 대답이 없는 것이요? 그대의 직분을 잊은 것이요?”

김보당이 나를 압박하자 야율강이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보다가 피식 웃고 다시 명종황제를 봤다. 원래 사악하고 영악한 자이니 분명 이 상황에 대해 머릿속으로는 분석하고 있을 것이고 이 고려에 나와 황제 그리고 문신들과 미묘하지만 분명한 악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되었는지 명종을 한 번 보다가 나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저 웃음은 뭔가 일을 꾸미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쾅!난 탁자를 내려치며 벌떡 일어나 김보당을 노려봤다.‘원한다면 보여주지. 이 고려가 얼마나 분열하고 있는지.’난 야율강에게 보여주기 위해 분노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어라 하셨소? 김대부!”

내 우렁찬 외침에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고려의 백관들과 금나라의 사신 일행들이 일제히 나를 봤다. 아마 피를 부른 비무보다 금나라 사신 일행들에게는 이렇게 나와 고려의 문신들이 대립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일 것이다.‘보여주면 되는 것이지.’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김보당을 노려봤다.

“고려의 무장에게 정당한 비무에서 이긴 고려의 무장을 그것도 부마도위의 위급을 구한 충성스러운 무장을 견룡행수라는 직분이라 하여 포박하라는 것이요? 그대는 누구의 신하요? 금의 신하와 아니면 고려의 신하요?”

내 외침에 김보당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어라 하셨소?”

“귀에 못이 박힌 것인가? 그래서 듣지 못한 것인가?”

난 김보당을 의도적으로 도발했다. 물론 이 역시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이 보라고 한 소리다.

“뭐라? 귀에 못이 박혀?”

“아니었소?”

나와 김보당이 극명하게 대립을 했다. 참 아무 것도 모른다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분명할 것이고 다시 한 번 고려를 조롱할만한 일이 분명했다.

“나는 견룡행수의 본분을 다하라고 말한 것이요?”

김보당도 지지 않겠다는 듯 날 노려보며 소리를 쳤다. 그가 이 순간에도 나를 무시하듯 조롱하듯 견룡행수라고 말하는 것은 나를 부마도위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황실에 대항을 하는 것이 되는 거다. 또한 황족의 최고 어른인 공예태후와 척을 지겠다는 것이 되기에 이렇게 의도적으로 부마도위라 하지 않고 견룡행수라 소리치고 있는 거였다.

물론 내심 명종황제의 심기를 삼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리 내가 명종황제의 숨겨진 정적이라고 예상하고 있기는 해도 분명한 것은 내가 황족의 일원이라는 거니까 말이다.

‘간사한 놈! 간신의 표본이 되기 충분하다.’원래 좋지 않은 감정이었기에 난 속으로 스스럼없이 김보당을 간신의 표상이라고 했다. 또한 내 마음에 기록되어 있는 살생부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본분! 본분이라고 했소?”

“그렇소. 그대의 본분을 다 하셔야 할 것이요.”

본분까지 말을 하니 내가 더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난 이 순간까지 나를 보고 있는 무인들을 의식했기에 이렇게 김보당과 대립을 한 것이다.

김보당을 비록한 문신들 그리고 저 상석에 앉아 있는 명종황제까지 나를 부마도위가 아닌 견룡행수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무장으로 봐야 하는 고려의 무신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황실의 일원이 부마도위로 보기 시작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고려의 권력자인 이의방의 사위로 보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이 순간에 바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난 이리도 김보당과 대립을 하고 있는 거였다.

“내 본분을 다 하라?”

“그렇소.”

“어쩔 수 없이 내 직위가 견룡행수라 하여 저기 서 있는 무장 이의민을 포박하여 하옥시켜야 한다면 난 이 자리에서 견룡행수의 직을 내려 놓겟소.”

내 말에 순간 피로 물든 연회장이 술렁거렸다.

“뭐라고요?”

김보당이 나를 노려봤다. 내가 이렇게 까지 나올 줄은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리고 난 그런 표정도 관심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상석에 여전히 여유롭게 앉아 있는 명종황제를 봤다.

“황제폐하! 신 부마도위 이회생 아뢰옵니다.”

우렁차다 못해 처절하게 난 소리를 질렀다.

“부마도위!”

명종황제는 자신이 생각한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짐짓 놀란 눈빛으로 날 봤다.

“폐하! 신이 비록 부마도위이며 견룡행수이기는 하나 신 역시 무장이고 목숨을 빚진 자를 포박할 수는 없사옵니다. 신의 신의와 고충을 헤아려주시옵소서. 폐하!”

이제 김보당이 나를 위한 압박을 난 명종을 압박하는데 이용했다.

“부마도위의 신의라?”

“그렇사옵니다. 신까지 하옥시켜 주시옵소서.”

난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연회장이 웅성거리기 시작을 했다. 여전히 이의민은 연회장 중앙에 당당히 서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고려의 무신들은 나와 이의민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하옥? 짐이 그대를 하옥시켜야 하는 것인가?”

“신은 못하옵니다. 신이 견룡행수의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황실의 위급을 보위하고 또한 사직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정당한 비무에서 일어난 다소의 불상사 때문에 또한 그 불상사에 금나라 순문사의 눈치를 보느라 고려의 위상을 높인 무장을 하옥시킬 수는 없사옵니다.”

“부, 부마도위 무어라 했나?”

난 이 순간 명종황제와도 대립을 했다. 고려의 지존과 이 순간 대립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의민을 구명하겠다는 행동으로 고려 무신들에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진정 이 순간 내가 원한 것은 그거였다.‘내 이름대로 살 것이다. 내 이름대로!’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폐하! 또한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 대인께서도 처음은 금의 대장군이 유명을 달리 한 것에 놀라 옳지 못한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사료되옵니다. 정당한 비무였사옵니다. 그러니 금나라 순문사 대인도 더는 이번 일을 거론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난 야율강을 대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명종황제에게 물었다.

“듣기 싫다. 무엇을 하느냐? 견룡행수가 그 직을 스스로 물렸다. 이제 누가 있어 저 앞에 서서 신성한 비무에 피를 뿌린 무장을 포박할 것인가?”

명종황제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소리쳤다. 이것은 끝내 나와 명종황제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서로 넘어섰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덜어놓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것인가?”

명종황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이 황성을 수비하며 연회장을 경계를 서고 있던 조원장이 앞으로 나섰다.

“견룡은 무엇을 하는가? 어서 이의민 별장을 포박하라.”

그의 외침에 이제는 견룡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의민의 앞에 섰다.

“이 별장!"견룡군 교위 하나가 침울한 표정으로 이의민을 불렀다.

“부월을 주시오.”

교위의 말에 이의민은 여전히 들고 있는 부월을 한 번 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다시 김보당과 명종황제를 다시 봤다.

“제가 이 자리에서 고려의 무장을 포박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가우나 지금 그대가 순순히 하옥되지 않는다면 그대를 구명하려하는 부마도위께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실 것입니다.”

교위의 말에 이의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는 건가?”

“그렇소이다. 시간이 더 지체가 되면 부마도위께서 아니 견룡행수께서 더욱 위급해지십니다.”

“알았네.”

이의민이 견룡군 교위에게 무거운 부월을 내밀었다. 부월에는 여전히 식지 않은 할타의 피가 묻어 있었다.그렇게 이의민이 견룡군 교위에게 부월을 내밀고 나서 몸을 돌려 명종황제를 봤다. 그리고 그에게 가겠다는 듯 성큼 앞으로 걸었다. 그 순간 견룡군 교위가 앞을 막았다.

“아니 되십니다.”

“무장으로 황제폐하께 군례는 올려야 하지 않겠나?”

이의민의 말에 견룡군 교위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의민은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가 명종황제가 앉아 있는 상석 앞에 섰다.

“황제폐하! 신 별장 이의민 물러가겠나이다.”

당당한 외침이었다.

“으음,,,,,,,.”

이의민의 말에 명종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이의민을 유심히 보는 듯 했고 그 표정을 야율강이 관찰하고 있었다.

“물러가라!”

그리고 명종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의민이 짧게 군례를 올리고 돌아섰다.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향해 걸어와 내 앞에 섰다.

“괜한 일을 버렸습니다.”

사실 그는 이의방과 내 지시를 받아 한 일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죄인이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고생하시면 됩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이의민이 그렇게 말하고 내게도 명종황제에게 올렸던 똑같은 군례를 올렸다. 허나 정중함이 명종황제에게 올렸던 군례와는 사뭇 달랐다, 그 모습을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보고 있던 이의방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봤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비록 그가 내 장인이기는 했으나 또한 명종황제의 외척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나설 수 없을 것이다.

‘역시 자리가 사람의 행동을 정하는 거군.’마음속으로는 다소 서운함이 있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이의방이 나의 편이 되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대비를 이의민에게 말해 줘야 하는 거였다.

“이 별장!”

사적으로는 형이라 부르기로 했지만 공적으로는 난 이의민의 상관이었다. 그렇기 담담하면서도 침울한 어투로 이의민을 불렀다.

“예. 부마도위! 하명 하십시오.”

“순리를 역행하는 일이 생겨야 한다면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저의 두 조카를 생각하십시오.”

내 말에 이의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날 봤다. 참 많은 것을 담은 말이 분명할 거다.

“예?”

“순리대로 사셔야 합니다.”

“순리대로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차디찬 옥에서 잘 생각하시면 답이 나오실 겁니다.”

“예.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분명 며칠 안에 김보당이 은밀히 명종황제의 명을 받아 옥에 하옥된 이의민을 찾을 것이 분명했다. 난 이 순간 그 순간을 대비하고 있는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이별장의 뒤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 역시 알고 있사옵니다.”

“이런 치욕을 보시게 해 송구합니다.”

난 내 직위를 무시하고 이의민에게 목례를 했다. 그 목례에 이 자리에 모여 있는 하급 무관들이 날 봤다.

물론 이 역시 그들이 보라고 내가 한 행동이었다. 천리마보다 더 빠르고 황소보다 더 힘센 것이 바로 발 없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스스로 다짐한 미래를 준비하는 거였다.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이의민이 내게 목례를 하고 당당히 돌아섰다. 그가 돌아서는 순간 시리게 파랗기만 했던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저 하늘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 듯 붉게 물드는구나!’난 그런 생각을 하며 붉게 물든 붉은 하늘을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고려무장의 기개를 높인 이의민은 스스로 당당히 연회장을 걸어 나갔다.그 모습을 본 야율강이 나를 힐끗 보며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가 명종황제를 봤다.

“황제폐하!”

“미안하게 되었구려! 순문사!”

“연회의 흥이 깨진 것 같사옵니다.”

“그렇소. 짐이 참으로 황망하여 순문사를 볼 면목이 없소.”

명종황제는 한없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순문사 야율강의 눈치를 봤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이러지 말고 대전으로 가 짐과 차를 한잔 하시겠소?”

명종황제는 야율강을 마음을 다독이려는 듯 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리고 야율강도 이때를 기다렸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런데 그 눈빛이 참으로 사악하게 보였다.‘뭔가 있다!’난 야율강의 눈빛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뱀처럼 사악한 자가 분명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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