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60화 (260/620)

< -- 간웅 13권 -- >그 깨문 입술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자 했던 이의민의 부월무는 이 순간 나를 향해 날아올지도 모를 할타의 검을 막는데 쓰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난 상석에 앉아 나를 지켜 볼 야율강을 봤다.

그 순간 야율강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이것은 일종의 기싸움이 분명했다. 하지만 의문스러운 것은 그가 왜 이리도 나를 노리냐는 거였다.

‘너무도 집요하게 나를 노리고 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명종황제의 얼굴이 내 눈동자에 가득 담겼다.

‘설마!’순간 오해가 쌓여 앙금이 되어 갔다. 하지만 분명 이것은 내 억측일 것이다. 아무리 명종황제의 그릇이 작다고 해도 오랑캐의 칼을 빌려서까지 나를 베기에는 체통이 서지 않았다.

‘뭘까?’또 다시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야율강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나를 노리고 있다는 거였다. 어쩌면 내가 그를 비범한 인물로 파악을 했듯 그도 나를 그리 파악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나와 야율강이 많은 것을 숨기고 내포한 기싸움이 이어지는 순간 연회장 중앙에서는 할타와 이의민의 기싸움이 한창 펼쳐지고 있었다.

서로를 노려보는 것이 당장이라도 서로를 향해 검과 부월을 휘두를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 할타가 노리는 것은 나일 것이다. 그러니 저 기싸움도 곧 나를 향해 날아들 것이다. ‘마치 비호와 맹호 같다.

’분명 저들은 무서운 호랑이가 분명할 거다. 하지만 할타가 날렵한 비호라면 부월을 들고 있는 이의민은 묵직한 위용을 자랑하는 맹호 같아 보였다.‘참으로 볼만 하겠군.’내 목을 노리는 것도 잊을 만큼 기대되는 검무와 부월무일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할타가 먼저 들고 있던 검을 고쳐 잡고 나를 봤다. 그리고 그의 시선과 함께 그의 검이 내게로 향했고 내게로 향한 검은 내 바로 앞까지 빠르게 왔다가 다시 물러났다. 마치 검 자체가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것이 놀라 뒤로 자빠지기에 충분할 정도의 강함과 빠름이 느껴졌다.

‘겁을 먹어서는 안 되겠지.’내 앞까지 날아든 검을 난 뚫어지게 노려봤다. 지금 당장 겁을 먹는다면 치욕스러운 날에 또 한 번의 치욕이 분명할 거다.

이의민이 부월을 들고 할타를 상대한다면 나는 이렇게 자리에 소나무처럼 앉아 할타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와와와! 와와와!여기저기 할타의 예리하고 날렵한 검사위에 탄성이 터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이의민의 부월이 하늘을 향했다.

마치 적군을 베어내듯 힘 있는 이의민의 부월이 바람소리를 윙윙 내며 현란하고 힘차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또 한 번 연회석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고 이것이 고려 무장의 기개라는 듯 더욱 함성이 커졌다.그것도 잠시 거대한 부월로 허공을 가르던 이의민이 상석에 앉아 있는 야율강을 쏘아봤다. 그리고 마치 그를 향해 달려 들 듯 힘껏 뛰어 가까이 다가가 마치 달리며 거대한 부월을 던지듯 앞으로 부월을 뻗었다.

순간 나를 노려보며 검무를 취고 있던 할타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의민이 마지막 순간 앞으로 던지듯 뻗어진 부월의 끝 자루를 잡지 않았다면 그 부월은 야율강을 향해 날아가 그의 머리통을 박살 내였을 테니 말이다.

“정말 대단하군!”

대취한 이의방이 이의민의 부월무를 보며 감탄했다. 비록 그가 대취한 것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그의 눈매는 매처럼 예리하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들지도 모를 부월을 보고 야율강은 나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부월무를 추는 이의민을 찬찬히 보고 있었다.‘서로 목숨을 내놓고 기싸움을 하고 있군.’난 야율강도 나처럼 자신의 기세를 나에게 보이고자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순간 분명한 것은 할타든 아니면 이의민이든 마음만 먹으면 그들이 노린 자들의 목을 취할 수 있다는 거였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누구의 배포가 더 큰지가 중요했다. 또한 그 누군가가 나와 야율강이 아닌 할타와 이의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누구든 스스로 추는 검무와 부월무의 춤세를 바꾸고 상대를 막아서서 검무를 하듯 부월무를 춘다면 이것이 바로 패자가 되는 거였다.

조금 전 이의민이 한 번 야율강을 위협했고 그것을 힐끗 본 할타는 지지 않겠다는 듯 탁자 위에 올려 있는 술잔을 검으로 들어 올려 그 술잔과 함께 나를 향해 뿜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안위가 걱정되는 이의민이 힐끗 나를 봤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부월은 야율강을 향하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탄성을 지르며 검무와 부월무에 흥겨워하던 고려의 문무백관들과 금나라 사신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까지 함부로 내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이 연회장 안에는 두 무장의 강한 살기가 가득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살기를 감지한 명종황제가 인상을 찡그렸다.

쉬웅!그 순간 다시 한 번 이의민의 부월이 자신의 손을 떠나 마치 공중제비를 돌듯 하늘에서 회전했다고 다시 이의민의 손으로 들어왔다.정말 방향만 바꾼다면 다시 한 번 야율강의 노리기 충분할 정도의 기세였다. 그리고 그런 이의민을 명종황제가 유심히 봤고 그 명종황제를 살피고 있던 김보당도 이의민을 보는 듯 했다.

‘김보당이 이의민을 보고 있다.’난 김보당의 시선을 감지했다.

순간 바뀌고 있는 역사의 물고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사에서는 이의민이 황제를 시해했어.’그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고 여전히 나를 보고 있는 야율강의 눈동자에 내 표정이 감지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 생각처럼 야율강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졌다.‘이겼다고 생각을 하겠지.’나도 모르게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지난 새벽 김보당과 명종황제가 무슨 밀담을 나눴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다행이군! 이의민이 내 수중에 있으니,,,,,,.’이래서 역사를 안다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 힘이 되고 있었다.내가 그런 생각을 할 동안 여전히 할타는 나를 노린 검무를 이의민은 야율강을 위협하는 부월무를 추고 있었다.

그때 찰나의 순간이지만 할타의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했다.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매서운 검이 뿜어졌다.

챙!나를 향해 뿜어졌던 할타의 검이 거대한 이의민의 부월에 막혀 요란한 소리를 냈고 할타는 이의민을 노려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소장이 재주가 부족하여 대장군의 검무를 방해했사옵니다.”

바로 허리를 숙이는 이의민이기에 할타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하하하! 그렇군.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대의 부월무는 하늘을 가르고 땅을 진동시키기에 충분한 부월무였네. 어떤가? 이 좁은 고려에서 자네의 재주를 썩히지 말고 나와 함께 금으로 가는 것이.”

“짐승도 쟤 태어난 곳에서 죽어야 편한 법이라 들었사옵니다.”

“그런가?”

부드러운 말투에 살기가 서로 담겨 있었다.

“우리 허망한 부월무는 접고 비무를 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순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비무라 하셨사옵니까?”

“그렇다네.”

“이 흥겨운 연회에 피를 볼까 두렵사옵니다.”

한 치도 지지 않는 이의민이었다. 그리고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할타였고 할타는 바로 황제와 야율강이 있는 상성을 봤다.

“황제폐하! 야율강 대인! 허락하신다면 소장이 고려의 무장과 비무를 해 보고 싶사옵니다.”

“비무라 했나?”

명종황제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무장의 진정한 흥은 검을 겨누고 겨루는 것이라 아옵니다.”

할타의 말에 명종황제가 야율강을 봤다.

“어찌 하면 좋겠소?”

“나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리고 바로 뜻하지 않은 진검 비무가 펼쳐질 판이었다.

“아무리 비무라고 하나 진검으로 행해지는 비무에 술 한 잔이 없어야 되겠사옵니까?”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검무와 부월무를 지켜보고 있던 위위경 이의방이 대취한 척을 해 소리쳤다.

“이리 오시게! 이 별장! 내술 한잔 받으시게.”

이의방이 부르자 이의민이 이의방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할타도 자신의 자리로 가 탁자 위의 잔에 술을 부어 들이켰다.

“예. 위위경!”

이의민이 다부지게 대답을 하며 이의방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이의방의 취한 눈빛이 번뜩였고 그 눈빛은 이의민의 몸에 가려 나만 볼 수 있었다.

“저 기고만장한 오랑캐의 목을 따온다면 내 그대에게 장군의 인장을 내리지.”

이의방의 말에 놀라 난 이의방을 봤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말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의방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역시 진정한 무장이다.’하지만 내심 이의방의 말을 반기기는 해도 겉으로 그것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

“장인어른!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사위도 바라지 않나?”

이의방이 나직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예? 제가 바라다니요.”

“내 사위가 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왜 그러는 건가?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자가 내 사위를 노렸음이야.”

“하오나 금나라의 무장이옵니다.”

“그러니 더욱 목을 베어와야지.”

“하오나,,,,,,.”

순간 역시 내 장인이 될 이의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오나 뭐? 사위는 내심 치욕스럽게 내어주는 것이 많으니 저 오랑캐 무부의 목 하나는 취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제는 더는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사옵니다. 야율강이 대노한다면 쌀섬을 더 언 저주면 될 것이옵니다.”

“하하하! 적선을 하듯?”

작게 흐르는 웃음이지만 통쾌한 웃음이기도 했다.

“그렇사옵니다.”

난 이의방에게 짧게 대답을 하고 이의민을 봤다.

“할 수 있으시겠소?”

내 물음에 이의민이 잠시 나를 보다가 다시 이의방을 봤다.

“위위경의 말씀을 따를 것이옵니다.”

“여차하면 목이 잘릴 수도 있어.”

위위경의 말처럼 쌀섬을 줘도 야율강의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목을 내놔야 할 일이었다.

“비무도 진검의 승부이옵니다. 무장이 검을 드는 순간 전장이옵니다. 전장에서 죽는 것은 무장의 영광인줄 아옵니다.”

이의민이 기개있게 말했다.

“옳다. 하하하! 내 왜 이 별장을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군.”

물론 그가 이의민을 잊고 있었던 이유는 모두 내가 이의민을 꽁꽁 숨겼기 때문이었다.

“이 술 받으시고 가시게.”

“예. 위위경.”

이의민은 이의방이 내민 술을 단숨에 마시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고려 무장의 강인한 기개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때 야율강의 뒤에 있던 금나라 사신 하나가 야율강에게 뭔가 지시를 받고 할타를 향하는 것이 내 눈에 포착됐다.‘이제는 비무가 아니라 혈전이 되겠군.’난 이의방이 이의민에게 지시한 것처럼 야율강도 할타에게 이의민의 목을 베라는 지시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인께서 전하라 하시었사옵니다.”

난 금나라 사신이 할타에게 하는 말이 너무나 잘 들렸다. 이것이 향상된 내 능력중 하나일 거다. 거의 시력과 청력은 초인적인 수준으로 향상해 있는 나였다.

“무엇을?”

“할타공의 검을 막아선 고려 무장의 목을 베어 연회의 흥을 더하라 하셨습니다.”

사신의 말에 할타가 이의민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나 역시 바라는 거였다.”

바드득!다짐을 하듯 할타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당당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 작품 후기 ============================부끄럽지만 T스토어에 간웅 전자책이 1,2,3권이 출간되었습니다. ^^드디어 나왔네요.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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