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3권 -- >야율강이 머물고 있는 사신관의 내실.할타가 야율강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야율강은 물끄러미 할타를 내려 보고 있었다.
“소장이 어리석은 판단을 해서 황제폐하의 무장 20명을 잃었사옵니다.”
결국 회생을 공격한 것은 할타의 단독행동이었다.
“20명의 금나라 무장들이 그것도 최고의 무위를 자랑하는 발해의 혼들이 거침없이 당했다?”
회생의 참살하는 것에 실패한 것보다 야율강은 발행의 혼이라는 무장들이 거침없이 죽어나간 것에 주목했다.
“예. 대인!”
“발해의 혼이라면 금나라 최고의 무사집단이다.”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겨우 부마도위를 호위하는 자들에게 당했단 말인가?”
송에 비밀결사 조직인 악비군이 있다면 금나라에는 발해출신들의 무장단체인 발해의 혼이 있었다. 이것만 봐도 금나라의 지배세력 중 하나가 발해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결과였다.
금나라의 중심세력은 분명 말갈족일 거다. 또한 황족 역시 말갈족이었다. 그에 반해 발해후손들 중에서 황비들이 많이 나왔고 그것이 발해후손들이 금에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또한 이렇게 발해의 혼이라는 무장단체를 만들어낸 초석이 되었다.
“송구하옵니다.”
“내 원로대신들에게 들었지만 이토록 고려 무장들이 강하단 말인가?”
야율강은 인상을 찡그렸다.뭐 사실 야율강이 말할 원로대신들은 아마도 척준경에게 혼쭐이 난 금나라의 무장들이 분명할 거다.
원래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고 했고 그런 경험을 한 원로대신들은 고려의 무장이라면 치를 떨었을 것이 분명했다.지금 이 순간 과거의 영화가 고려를 구하고 있는 거였다.
물론 회생을 호위하는 자들이 고려 최고의 무장이며 자객이기도한 별초라는 것을 야율강은 모르고 있었다.
“빠른 것이 비호와 같았사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발해의 혼이다.”
야율강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거란인이다. 하지만 그의 반쪽은 발해인 이기도 했다. 또한 그의 아내 역시 발해인 이었기에 발해의 혼이라는 무장 세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송구하오나 당했사옵니다.”
“자라는 싹은 밟아야겠지.”
야율강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하옵니다.”
“할타장군!”
“예. 대인.”
“내일 나를 위한 연회가 펼쳐진다고 한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 연회에서 금나라 장수 하나가 대취를 하게 될 것이다.”
“대취라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아예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취를 하게 될 것이야.”
“예. 그리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금나라 무장의 위용을 보이며 검무를 추게 될 것이다.”
“예. 분명 출 것이옵니다.”
누가 대취를 할 것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주인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대취한 금나라 무장의 검에 아쉽게도 고려의 부마가 상하게 될 것이야!”
고려의 부마의 존재는 오직 회생뿐이었다.
“예. 대인!”
“그리되면 죄인의 몸으로 금으로 압송이 될 것이다.”
야율강은 야릇하게 웃었다.
“예. 그리 알고 있겠사옵니다.”
“검을 갈아두시게. 싹이라면 밟아야 할 것이다. 완벽하게.”
고달기가 할타에게 회생을 죽일 기회가 3번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기회가 할타에게 펼쳐지는 순간이었다.내 사택의 내실.난 사택 안에 모인 걸인들의 모습과 백화의 모습이 여전히 겹쳐지고 있었다.
사람이 세월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할 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 변화에는 이유가 있고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백화가 분명 변하고 있어.’이것은 또 다른 나에 대한 압박이 분명했고 내가 애써 억누르고 있는 욕망을 끄집어내기 충분했다.
‘내 여자가 원하고 있어.’난 그런 생각을 하며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참으로 지금 생각이 위험하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내가 만약 대망을 꿈꾼다면?’스스로 거부하고 있지만 내 마음속 내면 한 구석에는 여전히 불타고 있는 야망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난 지금 소처럼 그것을 곱씹고 있었다.
‘참지정사 강일천공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우선 걱정이 되는 것은 참지정사 강일천이었다. 그는 고려의 충신이며 태후마마의 충신이기도 했다. 또한 태후는 고려황실을 지켜내는 여장부였다. 그러니 내가 대망을 꿈꾼다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강일천의 도움을 받든 그게 아니라면 베고 가야 할 존재였다.그 다음이 또 한명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위위경 이의방이다.
그는 고려의 무장이다. 지금 권력을 휘두름에 있어 그 행위를 만끽하고 있는 존재가 분명했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는 고려의 무장이라는 거였다.‘그분도 베어야 하나?’내가 이 고려를 가지기에는 베고 가야 할 존재들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을 하면 나를 도와줄 위인들도 바로 그 둘이었다.
물론 내 외숙인 이고대장군은 나를 도울 것이 분명했다.‘정규군 5천이 나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섬도 있다.
’따지고 본다면 거병만 성공을 하고 조비처럼 움직인다면 내가 이 고려의 이름을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었다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그 누구처럼 말이다.
‘허나 쉽지 않다. 성공을 하면 주인이 되지만 실패를 하면 멸문을 하게 된다.
’뭐 멸문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거느린 식솔들의 수가 너무나 작았다. 아니 아직 이 고려에는 냉철하게 따진다면 나 혼자 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곧 백화와 혼례를 치르게 될 것이고 또한 이미 영화공주와 국혼이 준비되고 있고 또 조만간 위위경의 장녀와 혼례를 치러야하는 나지만 말이다.‘으음,,, 모든 것이 쉽지 않다.
’난 점점 더 내 망상에 빠져들었다.-주군! 이의민 별장이 주군을 뵙고자 하십니다.
번을 서고 있는 홍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의민이 왔다.‘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가듯 버선발로 뛰어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의민의 앞에 섰다.
“형님! 이 깊은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동생을 보려고 왔어.”
역시 내가 보낸 물품들이 흡족했던 것 같았다.
“들어가시지요.”
난 이의민에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홍련을 봤다.
“주안상을 내와라.”
“예. 주군!”
홍련이 짧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난 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아나스타샤를 봤다.‘으음,,, 저 여자도 있었지.’그러고 보니 너무 많은 여자들이 나만 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나스타샤!그녀는 신라방 방주의 딸이다.그러니 그녀 역시 꽤나 실력이 있는 존재가 무게감이 있는 존재가 분명할 것 같았다.
‘왜 왔지?’난 이 깊은 밤에 왜 아나스타샤가 나를 찾았는지 의문이 생겼다. 만약 지금 이의민이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나스타샤를 상대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상대라는 것이 야릇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 사택에 여전히 처녀의 몸으로 나만 보고 있는 백화가 있는데 야릇한 생각을 하고 또 행동을 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걸 거다.
“앉으시지요.”
난 내실로 들어서자말자 이의민에게 상석을 권했다.
“그곳은 동생의 자리지.”
이의민은 그렇게 말하고 상석이 아닌 자리에 앉았다.
“형님과 저 사이에 정해진 자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내 말에 이의민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담을 수 있는 품이 다른데 어찌 자리가 정해지지 않겠는가?”
“예?”
“자네가 비록 나를 형으로 여기고 있지만 자네의 품은 내 품보다 크고 넓다는 것을 나도 아네.”
“하하하!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저는 아직도 형님을 처음 뵈었을 때가 떠오릅니다. 군막 앞에서 오늘 밤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저를 걱정해주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물론 이것은 아첨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걸 아직 기억하는가?”
뭐 시간으로 따지면 몇 개월 전일이니 기억 못할 것도 없었다.
“예. 형님! 그런데 어쩐 일이시옵니까?”
“내 자네에게 의탁하기 위해 왔네.”
“의탁이라니요?”
“나라는 위인이 모자란 면이 많아 무신혁명에 선두에 서고도 여전히 별장이네. 내가 모신 위위경께서는 정무가 바쁘셔서 나를 잊으신 것 같고 나는 여전히 별장으로 군사들의 훈련을 담당하고 있네.”
이건 다시 말해 내게 청탁을 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뭐 사실 자네가 힘을 써줘서 중량장이 될 기회가 있기는 했으나 금나라 사신이 행차를 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고 점점 더 내 존재가 잊히는 것 같네.”
아무리 내게 인사 청탁을 하기위해 온 것이 분명했지만 뭔가 마음이 변했기에 이렇게 온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난 조심히 이의민에게 물었다.
“동생도 알다시피 내게는 못난 아들 둘이 있네.”
“예. 알고 있습니다. 잘생긴 조카들이지요.”
내 말에 이의민이 피식 웃었다. 원래 부모라는 존재는 자기 자식을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그것들이 오늘 자네가 보낸 쌀과 고기를 잔뜩 먹고 급체를 해서 토사광란을 일으켰네.”
“예?”
난 놀란 척을 했다.
“겨우 의원을 불러 살렸지.”
이의민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겨우 고깃점을 주워 먹고 토사광란을 하는 새끼들을 보고 결심했네. 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출세를 하겠다고 그래서 동생을 찾아왔네.”
예전 난 이의민에게 중량장으로 품계를 높여주고 사신을 따라 금에 다녀오면 장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의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견룡행수의 직위에만 오르면 원이 없다고 내게 말했었다.
“형님 마음 이해합니다.”
“도와주시겠는가? 아우님.”
“예. 제가 도울 것입니다.”
“내 그렇게만 해 주면 진심으로 아우님을 주인으로 섬길 것이야!”
이의민의 말에 난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인이라니요. 그런 말을 하시면 동생이 부끄럽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이의민을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이의민의 얼굴에서 나를 보며 웃었던 야율강이 떠올랐다.
“형님!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네. 아우님!”
“그럼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탁?”
“그렇습니다.”
“뭔가?”
“내일 금나라 사신을 위무하는 연회가 황궁에서 열립니다.”
“그런가?”
“그때 멋들어진 부월무를 한 번 추워 주시겠습니까?”
순간 내 눈동자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연회에서 부월무를?”
“그렇사옵니다.”
“누구를 위한 부월무인가?”
이 순간 나와 같이 이의민의 눈빛도 차갑게 변했다.
“금나라 사신을 위한 부월무가 될 것이옵니다.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 정도면 될 것입니다.”
“알았네. 그리 하지.”
이 순간 이의민은 믿을 존재는 나밖에는 없다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이의민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내게 스스로 몸을 의탁했다.마치 여포가 동탁에게 몸을 의탁하듯 말이다. 물론 나는 어리석은 동탁이 아닐 것이고 이의민 역시 표리부동한 여포는 아닐 것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되지 않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