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56화 (256/620)

< -- 간웅 13권 -- >챙! 챙!검과 검이 부딪히고 요란한 마찰음이 들렸다.쉬웅!검이 바람을 가르는 순간 자객의 목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일제히 별초들이 자객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거의 대부분의 자객들이 목이 잘려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이제 살아남은 자객은 두 명에 불과했다. 정말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별초들의 무의는 참으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검을 버리면 살려줄 것이다.”

난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리고 내 외침에 자객 둘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검을 버리지 않으면 뵐 것이다.”

난 다시 한 번 우렁차게 외쳤고 그제야 주눅이 든 자객 하나가 검을 버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다른 자객도 검을 버리는 듯 하나가 찰나의 순간이지만 어두운 저편 한 곳을 잠시 보고나서 급히 검을 고쳐 잡고 무릎을 꿇은 자객을 목을 베었다.서억!

“으악!”

검을 맞은 자객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분명 고도로 훈련을 받은 놈이 분명할 거다.

“저놈을 죽게 해서는 안 된다.”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두운 저편에서 한 발의 화살이 날았다.쉬웅!그 화살이 노린 것은 다름 아닌 자객의 심장이었다.퍽!

“으윽!”

자객은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죽었다.

“활을 든 자가 있다. 주군을 보호하라!”

별초 하나의 외침에 일제히 별초들과 내 사병들은 인간방폐가 되어 나를 보호했다.‘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있다.’난 화살이 날아온 방향에서 발자국소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흥선이 달려와 내게 물었다.

“어찌 된 것이야?”

“낮부터 수장한 자들이 있어서 대기를 했습니다.”

“수상한 자들?”

“그렇습니다. 형님!”

역시 흥선이 대단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상한 자들이 있다고 대기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

“요즘 들어 형님에게 적이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는 난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그리고 난 다시 쓰러진 자객을 봤다.

“복면을 벗겨라.”

“중입니다.”

별초 하나가 벗겨진 복면을 보고 중이라고 내게 말했다.

“중이라?”

하지만 아무리 봐도 중들이 나를 노릴 이유가 없었다.

“중이 아니다.”

“예?”

“금나라의 무장이 분명할 거다.”

중간 머리를 남기고 나머지 머리카락을 삭발하는 자들이 꽤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모를 실패를 대비해서 바꿀 수 있는 모습은 오직 남은 머리를 잘라내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금나라의 무장이 왜?”

별초 하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내게 물었다. 물론 나 역시 그 이유가 참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유가 부족한데.’내가 대전에서 야율강과 대립했다고 하나 나는 고려의 부마도위다. 그런데 나를 이렇게 참살하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분명 나를 죽이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인데 말이다.

‘뭘까?’순간 난 의문이 생겼다.대전.어좌에 앉아 있는 명종황제의 표정은 분노의 끝을 보이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하게 번져 있었다.

“이것이 무언인가? 김대부!”

명종황제의 어투는 떨리고 있었다.

“용손십이지 십팔자위왕이라는 참요이옵니다.”

“참요?”

명종황제도 이 참요의 뜻을 아는 듯 했다. 그렇기에 그가 분노하고 있는 걸 거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이 참요가 왜 저잣거리에 떠돈다는 것인가?”

“위왕이 되고자 하는 자가 퍼트린 것이 분명하옵니다.”

“위왕이 되고자 하는 자?”

“그렇사옵니다.”

“그게 누구란 말인가?”

“용손인 왕씨가 힘을 잃고 이씨가 왕이 된다는 참요이옵니다. 이씨 중 하나가 퍼트린 참요가 분명하옵니다.”

“이씨 중 하나가?”

“예. 폐하!”

사실 따지고 본다면 지금이 아니라도 이 용손이지 십팔자위왕의 참요는 많이도 떠돌았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이씨가 흥하는 것을 경계한 자들이 계략에 의해 퍼트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씨를 숙청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음모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김보당이 위위경인 이의방과 이회생을 잡기 위해 이 참요를 황제에게 고하고 있는 거였다.

“이씨라 하면?”

“누가 있겠사옵니까?”

김보당은 우선 위위경 이의방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지만 명종황제는 위위경 이의방이 아닌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이것이 시기심의 발효일 거다.

“큰 존재로는 위위경이 있을 것이고 그 아래 대장군 이고가 있겠지. 그리고 그 둘과 교분이 있고 간이 점점 커지고 있는 내 매제 회생이 있겠지.”

“그렇습니다. 폐하! 그들이 바로 난신적자이옵니다.”

무척이나 설득력이 없는 말이기는 했으나 그것을 받아드리는 명종의 뇌리에 충분히 박히고도 남을 말이기도 했다.또한 이 순간 명종은 자신의 밑에 둘 세력을 정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이것을 고하는 그대는 짐의 충신이겠지?”

“그러하옵니다. 저는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하이옵니다.”

“그래. 짐의 충성스러운 신하지. 그런데 이대부!”

“예 황제폐하!”

“지금 금나라 사신이 왜 짐을 이토록 압박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순간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명종황제였고 김보당은 왜 명종황제가 이 순간 금나라 사신의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명종황제를 잘 알고 있는 김보당이었다. 그러기에 지금 명종황제가 하고자 하는 말의 숨은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은 금 황제와 상황제폐하의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옵니다.”

“옳다. 그리고?”

“상황제폐하께서 여전히 강화에 계시니 금나라 칙서를 황제폐하께서 받지 못하신다면 딴 마음을 먹는 자들이 생겨날 수도 있기에 고려조정의 분란을 조장하기 위함이라 사료되옵니다.”

“옳다. 그럼 이제 어찌 해야 하는가?”

이 마지막 질문에 김보당은 숨이 턱하고 막혔다.

“하, 하오시면?”

“그대가 짐의 신하이면 짐의 고충을 덜어줘야 할 것이네.”

명종황제의 말에 김보당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왜 어려운 것인가? 상황제를 시해했다는 불도장이 두려운 것인가?”

“그것이 아니옵니다.”

“아니다? 그럼 할 수 있겠는가?”

“저보다 무장 하나를 고르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무장 하나를?”

“그렇사옵니다. 무장들이 몰아낸 상황제이옵니다. 그러니 무장들이 시해를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

김보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명종황제였다.

“누가 좋겠는가?”

“최소한 이의방과 이회생의 사람이 아닌 자이어야 할 것이옵니다.”

“누가 있을까?”

“소신이 알아보겠나이다.”

“알았다. 짐은 그대만 믿을 것이다.”

명종황제는 그렇게 말했지만 누구도 믿지 못하는 그라는 것을 김보당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렇기에 김보당은 명종황제의 총애를 받을 수 있는 의종시해 계획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거였다.‘역사에 황제를 죽인 대역 죄인이라는 것을 후손에게 남겨줄 수는 없지.’김보당은 머리를 조아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 분명한 것은 의종황제를 제거할 계획이 꾸며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은 회생과 반드시 척을 지는 일이라는 거였다.

4. 부월무와 검무의 대결!각자 파란만장한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난 내 사택으로 돌아와 나를 걱정하는 백화의 눈빛을 한동안 받아야 했다.

“호위 별초의 수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백화는 나를 호위하던 별초에게 다부지게 말했다.

“그렇게 할 것이옵니다. 마님!”

“또한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내어서 응징해야 할 것입니다.”

백화는 나를 척살하기 위해 자객을 보낸 자들의 배후를 알아내라고 별초에게 지시를 했다.

“예. 마님!”

그렇게 백화가 다부지게 지시를 할 동안 난 내 사택 주변을 둘러봤다.예전과 익숙했던 모습들이 내 사택에서 펼쳐지고 있는 거였다.

예전 흥선이 밥을 지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적선을 한 것보다 더 크게 내 사택에서는 그런 구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백화인가?’난 지난 밤 백화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백화는 내가 가진 재물로 굶주린 백성을 구율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리고 난 그리해도 된다고 말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시작을 할 줄은 나 역시 몰랐다.

“왜 그러시옵니까? 상공.”

“백화가 백성들이 참으로 가여운 모양이야!”

흥선과는 다르게 이번 일을 풀어야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백화는 내 첫 번째 아내이니 말이다.

“예. 상공. 백성들이 참으로 가엽습니다.”

“허나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

“알고 있습니다. 나라님은 구제하지 못하셔도 저의 상공은 하실 수 있습니다.”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백화였다.하지만 난 속으로 이번 백화의 구율이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백화가 이고 외숙의 군영을 다녀온 후부터 달라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사람은 변하는 거다. 그리고 백화도 역시 사람이었다.

‘욕심이 생기는 건가?’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그리고 그 민심을 받고자하는 자는 이렇게 구율을 하는 법이다.

허나 이런 구율은 위험하다. 그리고 나처럼 적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위험한 법이었다. 지금 백화는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백화가 안다면 백화는 더욱 나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 같았다.

‘모든 왕들의 아내들이 그랬지.’난 속으로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백화가 나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왕들의 아내들이 백화처럼 했다.또한 자신의 상공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독려를 하고 박차를 가했다.

유방의 아내인 여태후가 그랬고 또 이방원의 아내인 민씨가 그랬다. 그러니 내가 백화의 의도를 안다는 것을 알게 한다면 더욱 나를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 것 같았다.‘민심이 천심이기는 하지만 조석으로 변하는 것도 민심이지.’난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굶주린 백성들을 봤다.

‘또한 용포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다고 했어.’난 백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 외숙과 장인께서도 백화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뭐든 하늘이 주지 않은 것을 욕심낸다면 화가 미치는 법이니 말이다.

‘으음,,,,,,,.’내가 그런 근심에 빠져 있을 때 게걸스럽게 내 쌀을 축낸 굶주린 거지 하나가 내 앞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하옵니다. 정말 감사하옵니다. 이 초겨울에 목피로 연명하는 저희들에게 이렇게 푸짐한 쌀을 내려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진정 미륵이십니다.”

쌀 몇톨에 미륵까지 나오는 것을 봐서 이들이 참으로 오래 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 세상이 미륵을 찾아야 할 만큼 각박해졌다는 생각도 드는 순간이었다.

“내가 미륵이라고?”

“그렇사옵니다. 미륵이십니다. 누구도 저희 같은 천것들을 구율해주지 않사옵니다. 미륵이십니다.”

“난 아니야!”

난 퉁명스럽게 말했다.

“예?”

“내 내자가 미륵일지도.”

난 힐끗 백화를 봤다. 그리고 다시 거지를 봤다.

“많이 드시고 가시게. 그리고 입 꾹 다물고.”

“예?”

내 말에 거지가 놀라 날 빤히 봤다.

“아니네. 아니야!”

난 그렇게 말하며 내 사택 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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