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55화 (255/620)

< -- 간웅 13권 -- >고달기의 내실.고달기는 할타를 보며 야릇하게 웃고 있었고 할타는 고달기를 보며 기겁했다.

“뭐라고 하셨소?”

“금을 위해서 아니 대인과 할타 장군을 위해서 회생이라는 자를 척살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자신이 모시는 야율강이 고달기를 귀하게 여기기에 할타 역시 고달기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회생이라는 자는 이 고려의 부마도위로 알고 있소. 그런 자를 척살하게 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소?”

“죽은 자는 말이 없지요. 사실 장군께서도 유심히 회생을 살피고 계시지 않습니까?”

다시 고달기가 야릇하게 웃었다.

“으음,,,,,,,,.”

사실 할타는 야율강의 지시에 의해 회생을 관찰하고 있었다. 또한 제거를 위해 기회를 보고 있기도 했다. 물론 그 제거는 할타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무장인 자신에게 검을 빼앗은 자이기에 모욕감이 들었고 그 모욕감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고달기가 간파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운 할타였다.

“그것은,,,,,,,.”

“진정 대인에게 해가 되는 인물이고 장군께도 해가 될 자입니다.”

“그렇게 느끼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은밀히 제거를 해야 합니다.”

이 순간 고달기는 마치 천리지망을 깔듯 회생을 죽이기 위해 다각도로 일을 꾸미고 있었다.

“허나 문제가 될 수도 있소.”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것이야 말로 만고의 진리일 거다.

“그렇습니다. 장군! 회생을 죽일 기회는 총 3번 있을 것입니다.”

“총 3번?”

회생을 제거할 기회가 3번 있다는 말에 놀라는 할타였다.

“한 번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또 한 번은 고려에서 만들어 줄 것이고 마지막은 대인께서 만드실 것입니다.”

“무슨 말이시오?”

“스스로 만들어야 할 기회가 지금이지 않습니까?”

“지금?”

순간 놀랍기만 한 할타였다.

“모,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겁니까?”

할타는 고달기를 보며 기겁했다. 물론 지금 고달기가 알고 있는 은밀한 계획은 모두 다 할타의 부하무장들이 공녀와 동침을 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들이었다.

“궁금하십니까?”

고달기가 야릇하게 웃었다.

“알려주시면 고맙겠소.”

“무장에게 무거워야 하는 것은 검뿐이지는 않습니다.”

“그 말씀은?”

할타는 고달기의 말에 인상을 붉혔다.

“장차 대인을 도와 큰일을 하실 분이시니 잘 아실 것입니다.”

“으음,,,,,,,.”

깊게 신음을 하는 할타였다.

“사르켄이옵니다.”

내실 밖에서 무장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

“예. 장군!”

사르켄이 바로 들어와 머리를 조아렸다.

“무슨 일이지?”

“표적이 망에 걸렸습니다.”

표적이라 함은 회생을 말하는 거였다.

“그런가?”

할타가 사르켄을 노려봤다.

“예. 장군!”

“사르켄!”

“예. 장군!”

“간밤에 고려 공녀를 품었는가?”

뜬금없는 질문에 사르켄이 힐끗 할타를 봤다.

“왜 그러시옵니까?”

“묻고 있다.”

매서운 어투로 변한 할타였다.

“그렇사옵니다. 장군!”

“내가 너의 목을 베어 주는 것이 좋겠느냐? 아니면 네가 스스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혀를 베어내는 것이 좋겠느냐?”

“예?”

“정해라 어서!”

할타가 순간 검을 뽑아들었고 사르켄은 주저 없이 허리에 차고 있는 단검을 뽑아 자신의 혀를 잘랐다.서억!

“허억!”

입에서 뿜어지는 붉은 피가 고달기의 처소 바닥을 적셨다.

“혀를 함부로 놀린 대가다.”

“으윽!”

혀가 잘려 아무 말도 못하는 사르켄이었지만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할타가 고달기를 봤다.

“내 부하의 죄는 내가 징치를 했소. 그럼 이제 그 공녀 년의 목은 내가 돌아온 후에 치겠소.”

“그리는 아니 될 것입니다.”

“뭐라고요?”

“나에게는 충실한 부하이니까요. 호호호!”

순간 분위기가 사나워줬다. 하지만 고달기는 야율강이 아끼는 계집이라는 생각이 들어 할타는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섰다.오직 이 치욕을 회생을 척살하는 것으로 돌리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대전.갑작스럽게 김보당이 은밀히 독대를 청해왔다. 물론 그 은밀함이라는 것은 김보당과 명종황제의 입장에서의 은밀함일 것이다.

이미 김보당이 독대를 신청한 것을 최준이 알게 됐고 그 사실을 급히 퇴청을 한 회생에게 전달하기 위해 검을 찬 환관 하나가 급히 달리고 있었다.

“짐이 그대의 뜻대로 모든 환관들까지 물렸노라.”

요즘 들어 명종황제는 이 대전 내실의 환관들을 전각 밖으로 물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상선 최준은 이제 명종황제가 자신까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감사하옵니다. 황제폐하!”

“환관까지 전각 밖으로 물리기는 했으나 짐은 대부의 독대가 당황스럽다.”

명종황제는 혹시나 대전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김보당이 불가하다는 간언을 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 김보당의 독대 신청이 반갑지 않았다. 그렇게 반갑지 않은 독대신청에도 명종황제가 응한 것은 지금 자신의 형인 의종을 제거할 세력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런 참에 김보당이 은밀히 독대를 신청했기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거였다.

“급한 일이 있기에 등청하였사옵니다.”

“급한 일?”

“그렇사옵니다. 폐하!”

“무슨 일인가?”

명종황제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김보당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김보당 역시 꽤나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문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 세력이 거의 대부분 자신이 제거하고자 하는 의종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또한 그런 사람들이기에 철저히 힘을 잃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명종황제였다.

“폐하! 폐하께서는 소신을 어찌 생각하시옵니까?”

김보당이 뜬금없는 질문을 명종황제에게 던졌다.

“짐이 그대를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등청을 한 것인가?”

이 순간 괘씸한 생각이 드는 명종이었다.

“새로운 치세가 열렸사옵니다. 그러나 황제폐하의 새로운 치세에 저는 여전히 구신이옵니까? 아니면 새로운 치세를 누리고 황제폐하를 따르는 신하이옵니까?”

아주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 분명할 거다.

“그대는 짐의 충성스러운 신하이지.”

“그렇사옵니다. 저는 상황제의 신하가 아니라 황제폐하의 신하옵니다.”

명종황제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낸 김보당이었다. 그렇기에 김보당은 위험한 인물 중 하나일 거다. 그리고 그가 난을 일으킨 것은 명종황제의 마음에서 자신이 멀어졌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기 때문에 불만이 생겨 난까지 일으킨 거였다.

“그 말을 짐에게 하는 연유가 무엇인가?”

“황제폐하께서 난신들에게 속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난신들에게 속고 있다?”

“그렇사옵니다.”

김보당은 그렇게 말하고 살짝 고개를 돌려 내전 밖 복도를 봤다.

“무엇을 기다리는가?”

“황제폐하께서 속고 계신 이유를 기다리옵니다.”

“짐이 속고 있다? 누구에게?”

“당연히 난신적자인 이의방과 그의 하수인인 부마도위 이 회생에게 이옵니다.”

“내 외척과 내 매제에게 짐이 속고 있다?”

명종 황제는 의도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요놈을 이용하면 자신이 얻고자 하는 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드는 명종황제였다.권력에 가까이 하려는 자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법이고 먼 훗날의 오명보다는 오늘의 권세를 쫒은 법이라는 것을 명종황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무슨 연유로 그리 말하는 것인가?”

“보시면 아옵니다. 밖에 장녹사 있는가? 들이시게.”

김보당의 말에 장순석이 저잣거리에서 본 어린 아이들 몇을 데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들어섰다.

“지금 무엇을 하자는 건가?”

비루하고 가엽게 보이는 아이들을 보자 명종황제가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치세에 저린 가여운 아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명종황제인 것 같았다. 그건 다시 말해 자신이 보지 않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는 그런 뜻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부르는 참요를 들어보시면 소신이 왜 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참요를 들으라.”

“그렇사옵니다.”

“그래 어디 들어보지.”

명종황제는 김보당을 노려봤다.저잣거리를 지내 회생의 사택 사이에 있는 공터.난 원거리 경호를 하고 있는 별초들의 경호를 받으며 저잣거리와 내 사택 사이에 있는 공터를 지나고 있었다.

이런 곳에 거대한 공터가 있는 것은 모두 사라진 김돈중의 아비 김부식 때문일 거다. 그는 신라계로 묘청을 필두로 한 서경의 계파를 몰아내고 지금의 이의방처럼 아니 그보다 더 크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의 사택을 증축함에 있어 다른 권력자들보다 더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사택 주변에 있는 백성들의 가옥 200호를 허물고 자신의 사택을 증축한 거였다.

어쩌면 내 사택은 백성의 눈물로 지어진 걸 거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 내가 지나는 공터가 만들어진 거였다.

“주군! 이상하옵니다.”

옆에서 나를 경호하는 3명의 별초들이 내게 살짝 속삭였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사실 난 얼마 전부터 누군가 나를 쫒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그 발자국소리가 담고 있는 살기가 느끼지고 있는 나였다.

번개를 맞은 후 내게 바뀐 것은 무척이나 감각이 발달했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렇게 내게 뭔가를 지속적으로 암시해주고 있었다.‘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살기가 담겼다.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미행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누군가?”

난 그렇게 말하며 살짝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라면 누군가를 척살하기 딱 좋은 곳일 거다. 인적이 드물고 넓은 공터이니 충분히 누군가를 척살할 수 있는 곳이 분명했다. 또한 난 적이 많다.

정중부의 일파가 모두 참살을 당했다고는 해도 그를 따르는 자가 여전히 존재할 거다. 뭐 따지고 보면 아직 그의 사위인 송유인을 잡지 못한 것도 화근의 씨앗이라고 할 것이다.

그 다음이 채원일 거다. 물론 채원을 추중하는 세력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가 깡그리 밟아놓은 조 필지가 자객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난 참 적도 많았다.

“몇 이나 될까?”

난 순간 긴장이 됐다. 비록 내가 요즘 들어 시간을 내 검수련을 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그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르겠사옵니다.”

“분명 누군가가 오고 있다.”

“그렇사옵니다.”

“나를 회위하는 별초가 몇이나 되지?”

“10여명이옵니다.”

난 별초의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10여명의 별초라면 고려 무장 100명과 맞먹을 수 있는 실력이었다.

나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 자객을 그것도 고려 무장 100명에 상당하는 자객을 모을 수 있는 자는 이 고려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내 장인이거나 황제폐하이거나 그게 아니면 악비군을 가진 대령후 정도겠지.’그들 모두 후일 내 적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이니 지금 그들이 내게 자객을 보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심이 되도 여전히 불안한 것은 나도 사람이기 때문일 거다.

“앞이옵니다.”

순간 별초가 내 머리를 잡고 급하게 앞으로 숙였다.쉬웅!그와 동시에 찰나의 순간이지만 한 발의 화살이 내 머리 위를 지나 날아가 땅에 박혔다.

“누구냐?”

별초가 검을 뽑아들고 주변을 살폈다.

“오른쪽이다.”

난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20여명이나 되는 복면을 쓴 자객들이 검을 뽑아들고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라!”

순간 나를 향해 달려드는 자객들은 오직 나 하나만을 죽이고자 달려드는 것 같았다.

“보폭이 고려의 무장이 아니옵니다.”

나를 구한 별초가 소리를 질렀다.

“고려의 무장이 아니다?”

순간 난 야율강이 떠올랐다.‘이 망할놈의 오랑캐!’바득 이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저기 있다. 저놈을 죽여라!”

20여명의 자객들이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고 나를 호위하던 3명의 별초들이 검을 뽑아들고 내 앞에 섰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니 난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놀라는 것은 자객들이었다.나를 원거리 경호를 하고 있던 10여명의 별초들이 자객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그것만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내 사택 저 멀리서 50여명의 넘는 무인들이 일제히 내 사택 정문을 열고 횃불과 함께 검을 뽑아들고 달려오고 있는 거였다.

“뭐지?”

나는 그저 의구심이 들뿐이지만 20여명의 자객들은 거의 기겁을 하는 눈빛이었다. 어두운 밤이지만 떨리는 눈동자가 내게 느껴지니 말이다.

“자객이다. 배후가 누구인지 파악을 해야 한다. 포위를 해라!”

그 순간 앙칼지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흥선아!”

50의 무인들을 더 정확하게 말해 일부의 별초들과 내 사병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은 흥선이었다.

“예. 도련님!”

일제히 검을 뽑아든 내 사병들이 자객들을 포위했다. 정말 날 노린 자객들이 일순간에 독에 갇힌 생쥐 꼴이 되는 순간이었다.

“젠장! 피해라!”

“퇴로가 막혔습니다.”

자객 하나가 다급하듯 소리를 쳤다.

“그럼 뚫고 갈 것이다.”

자객이 검을 휘두르며 약해 보이는 곳을 공격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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