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54화 (254/620)

< -- 간웅 13권 -- >김보당과 그의 일파들은 심난한 마음으로 퇴궐을 했다. 무신들이 정권을 잡는 그 순간부터 또 무신들의 거두로 자리 잡았던 김돈중이 사라진 후부터 자신들은 끈 떨어진 연의 형국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막상 현실로 닥치니 답답하기 그지없는 그들이었다.

“이러다가 가병들까지 다 빼앗기고 뒤통수를 맞고 숙청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요?”

답답한 마음에 장순석이 옆에서 말을 타고 이동을 하는 김보당에게 말했다.

“가병을 빼앗기는 것은 기정사실이겠으나 숙청까지 당할 수는 없지요.”

김보당은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 투로 말했다.

“방법이 있습니까? 김대부!”

“지금은 없는 방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입니다.”

“그렇기는 하나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병을 두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유사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나 지금 가병의 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김보당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리고 김보당은 지금 자신이 표적이 된 것은 너무 많은 가병을 두었기에 그리된 거라 여기고 있었다.

“허나 저희만 가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소. 그런데 말이요. 가병을 많이 거느린 문신들이 모두 가병을 절반 이상 빼앗기다시피 했소.”

“그렇지요. 이 모든 것이 간악한 위위경의 계략에 말린 것입니다.”

“위위경의 계략이라,,,,,,.”

김보당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번 계략은 위위경이 꾸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여튼 일이 급하게 되었습니다.”

장순석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일이 급하게 되었습니다. 이럴수록 움직임에 있어 느림의 미학도 괜찮을 겁니다.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무부들에게 우리를 숙청시킬 빌미를 줄 뿐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힘을 잃어가다 말라비틀어지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저번에 말씀하신 것을 행하시는 것이,,,,,,,.”

장순석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그럼 언제가 때입니까?”

“황제폐하가 진정 누구의 편인지 결정이 될 때 그때가 때가 될 것입니다.”

“유약하신 황제폐하를 아직도 믿으신다는 말씀입니까? 금나라에 조공을 하고 원군까지 파병하겠다고 선포 아닌 선포를 하신 황제이십니다.”

“그러니 확인을 해 봐야지요.”

김보당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무엇을 확인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황상께서는 절대 유약하지 않습니다. 무서운 분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겁니다.”

“대부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저를 믿어주세요. 잘 하면 빛이 보일 것 같소.”

“빛이라고요?”

“예. 빛입니다. 금나라 사신이 온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빛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보당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그때 말을 타고 가던 그들의 옆에 어린 아이들의 무리가 놀듯 뛰며 참요를 부르며 지나갔고 그 참요를 들은 김보당이 기겁을 하며 말머리를 돌려 아이들을 보다가 씩 웃었다.

‘그래! 그것이 방법이겠군.’김보당은 뭔가 계략이 떠오르는 듯 했다.공예태후의 내실.공예태후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없이 부르르 손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영화공주는 영문을 몰라 묻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의 모후를 보고만 있었다.

“황, 황상께서 끝내 일을 벌이시겠다는 말씀이시지.”

공예태후는 회생을 통해 어떻게든 지금 일을 꾸미고 있는 대령후까지 살리려고 했다. 한 마디로 열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것이 어미의 마음일 거다.그런데 현 황제인 명종은 자신의 옥좌를 지키기 위해 태후의 장자를 시해하겠다고 당당히 선포를 하고 나갔으니 배신감이 치미는 공예태후였다.

“왜 그러세요? 어마마마!”

“영화야!”

“예. 어마마마!”

“조정에 피바람이 불 것 같다.”

공예태후의 말에 영화공주는 기겁했다.

“피, 피바람이라니요?”

“자리를 지키려는 동생이 끝내 형을 노리는구나!”

바드득!공예태후는 영화공주에게 바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했다. 허나 영화공주는 무척이나 영특한 여자였고 지금 공예태후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 어마마마!”

“이제 어찌 한단 말이냐? 황실에서 골육상쟁이 벌어지면 황권이 땅에 떨어질 것이다.”

“어찌하옵니까?”

“방법을 찾아야지. 방법을.”

“허나 방법이,,,,,,,,.”

방법을 찾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공예태후도 영화공주도 참으로 잘 알고 있었다.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해월이 공예태후를 봤다.

“부마도위를 부르시는 것이 옳지 않겠사옵니까?”

“회생을?”

“그렇사옵니다. 이번 일을 처리할 분은 부마도위입니다.”

해월은 이미 이고에게 들어 의종이 회생의 부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회생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해월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나서야 하는 것은 회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회생이란 말인가?”

“방법이 없사옵니다. 어마마마!”

영화공주도 자신의 낭군이 될 회생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내 어찌 사위를 본단 말인가? 아들들의 일로 이리 사위가 움직여야 하다니 이 늙은 것이 너무 오래 산 것인가?”

공예태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어찌 하오리까? 태후마마!”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금나라 사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급하다.”

역시 여장부 공예태후였다.아들을 살리는 것보다 황실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공예태후였다.

“예. 마마!”

“지금은 분명 아니야!”

공예태후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대전!명종황제는 요즘 들어 홀로 있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최준이 어느 순간부터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누구에게 일을 맡긴단 말인가?”

진정 명종황제는 더 이상 시비가 생기지 않기 위해 의종을 제거하려는 마음을 완벽하게 먹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번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구든 이번 일을 하게 되는 자는 황제를 죽인 대역 죄인이라는 불도장을 이마에 찍고 살아야 했다. 그러니 쉽게 누구도 나설 수 없는 일이고 또 누구에게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명종황제였다.

“그냥 둘 수는 없음이야! 금이 또는 송이 계속 이런 일로 짐을 압박하게 될 것이야!”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명종황제였다.허나 자신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명종황제였다.

물론 외척인 이의방이 있기는 했으나 이런 일을 시켰을 때 반응이 걱정이 되는 명종이었다.원래 어디든 오래 같이 갈 인물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하는 법이 없고 그것을 이의방도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명종황제였다.

“적임자가 있기는 한데,,,,,,,.”

명종황제는 회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허나 분명한 것은 회생은 자신의 신하이기보다 모후의 신하일 것 같았다.

“누구를 선택한단 말인가?”

정말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명종황제였다. 저잣거리.사택으로 향하던 김보당이 급히 말머리를 돌렸고 그 모습에 장순석이 김보당을 빤히 보며 물었다.

“어디로 말머리를 돌리시는 것입니까?”

“빛이 보였소. 방법을 찾았으니 움직이는 것이요.”

급히 움직일 것이 없다고 한 김보당이 갑자기 움직이겠다는 말에 장순석이 영문을 몰라 했다.

“빛이 보이다니요?”

“나는 황제폐하를 선택했소.”

“예?”

지금까지 이들은 은밀히 의종 복위를 꾸미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생각을 접고 지금의 유약한 황제를 선택하겠다고 하니 더욱 놀랍기만 한 장순석이었다.

“현 황제께서는 시기심이 많으신 분이시지요.”

“그렇습니다.”

“또한 자신의 옥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실 분입니다.”

김보당의 말처럼 명종은 자신의 옥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럼없이 금나라에게까지 조공하고 병력까지 파병하려 일을 꾸미고 있었다.

“그래서요?”

“그렇다면 그 지키고자 하는 옥좌를 탐하는 자가 생기면 어찌 할 것 같습니까?”

“누가 옥좌를 탐한다는 겁니까?”

“용손이지 십팔자위왕!”

김보당은 나직이 말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장순석에게 보였다.

“예?”

“저는 다시 입궐을 해야겠소.”

“입궐이라고요?”

“그렇소. 그대는 저기 뛰어노는 아이들을 은밀히 데리고 입궐을 해서 내전전각으로 오시오.”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내가 진정 황제폐하에게 필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일 것이요.”

계속 뜻을 알지 못하는 말만 계속하는 김보당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랴!”

김보당은 급한 마음에 타고 있던 말에 박차를 가했다.히이잉!놀란 말이 급히 앞으로 달렸고 그 만큼 김보당은 이번에야 말로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의방도 이 씨고 이 회생도 이 씨이니 이번 참요의 덫에 빠지게 될 것이다.’바드득!김보당은 말을 달리며 급하게 대궐로 향했다.

사신관.야율강이 머물고 있는 내실로 문하시중 조영인과 염신약이 조심히 들어섰다.

“지내시는 것에 불편이 없사옵니까?”

조심히 문하시중 조영인이 야율강에게 물었다.

“불편이 없소? 그런데 무슨 일이요?”

“황제폐하께서 순문사를 위무하시기 위해 연회를 연다하시었습니다.”

“연회라? 대전회의에서 중론이 모아진 모양입니다.”

역시 야율강은 예리했다.

“그렇사옵니다.”

“어찌 중론이 모였습니까?”

야율강의 물음에 난처한 표정을 짖는 조영인이었다.

“폐하께서 직접 교지를 내리실 것이옵니다.”

“교지라?”

“그렇사옵니다. 허나 고려와 금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될 교지가 될 것입니다.”

조영인의 말에 야율강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내일 기쁜 마음으로 연회에 참가하면 되겠습니다. 하하하!”

“예. 순문사!”

“알겠습니다.”

조영인이 짧게 대답을 하다가 옆에 차분히 앉아 있는 여인을 어디선가 봤다는 듯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오?”

“아니옵니다. 내일은 성대한 연회가 열릴 것이옵니다. 황실의 종친들과 모든 문무백관들이 순문사를 위무하기 위해 모일 것입니다.”

“그 자리에 부마도위도 오는 겁입니까?”

차분히 앉아 있던 여인이 조영인에게 물었다.

“그렇소.”

“알겠습니다.”

물론 그 여인은 고달기였다.

“내 기쁜 마음으로 갈 것이요.”

“예. 순문사! 그럼 저희들은 물러가겠습니다.”

조영인과 염약신이 물러났다.

“왜 그것을 물은 것이요?”

“연회가 벌어지면 흥이 생기는 법이지 않습니까.”

“그렇소.”

“그런 흥에 검무라도 이루어지면 꽤 좋을 것 같아 그럽니다.”

“검무라?”

“예. 할타 대장군께서 금의 최고 무장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오.”

“고려의 무장들 앞에서 금의 최고 무장의 위용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순간 야율강은 고달기가 누군가를 노리기 위해 검무를 제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노리라는 것이요?”

“당연히 대인의 적을 노려야하겠지요.”

“나의 적?”

“예. 우리의 적!”

고달기가 야릇하게 웃었다. 그리고 야율강은 우리의 적이 회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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