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53화 (253/620)

< -- 간웅 13권 -- >이의민은 무신정변의 주축인 이의방의 직속이면서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무장 중 하나였다. 악공의 자식이며 천출이기도 한 조원정이 장군이 되고 정중부의 심복이었다고 이의방에게 돌아선 한섬도 대장군이 된 이 마당에 처음부터 이의방을 따랐던 이의민이지만 이렇게 무신정변 성공에 대한 혜택에는 소외되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회생에 의해 은밀히 주도된 거였다. 어찌 보면 회생의 입장에서는 김보당을 비롯한 서경에 있는 서경유수 그리고 경대승만큼 요주시해야 할 인물이라 철저하게 권력에서 소외시키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면서도 회생은 이의민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리 보면 이 회생이 이의민의 무력을 높게 여기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또한 회생의 꿈이 고려를 넘어 북변을 가지고 중원으로 가려하기 때문에 여포의 용력을 가진 이의민이 누구보다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여튼 이의민은 이의방에게 버려진 듯 소외됐고 그의 삶은 무신정변 이전보다 더 궁핍해지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다.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듯 이의민은 주변 인물들이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넋을 놓고 지켜봐야 했고 그런 이유에 더욱 스스로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인지 더욱 회생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듯 이의민은 주변 인물들이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넋을 놓고 지켜봐야 했고 그런 이유에 더욱 스스로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인지 더욱 회생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강했다.

그리고 회생 역시 그것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었다.

“이곳이군! 어서들 내리시게.”

왕준명이 선두에 섰고 그 뒤에 소가 끄는 수레에 수십 섬의 쌀과 비단을 비롯한 각종 물목들이 실려 허름한 초가 앞에 섰다.

“누시오?”

갑작스러운 방문에 초가를 지키고 있는 아낙이 놀라 왕준명에게 물었다.

“이곳이 이의민 별장의 사택입니까?”

왕준명이 정중히 물었다.

“사택이 뭔데요?”

아낙은 사택의 뜻을 모르는 듯 했다. 초라한 듯 수수하고 수수한 듯 비루해 보이는 것이 영락없는 촌부의 아낙 같았다.

“아! 이곳이 이의민 별장의 집입니까?”

“그런데요?”

“이의민 별장 계십니까?”

“이녁은 군영에 갔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예요?”

“아 그렇습니까?”

이녁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봐서 이 아낙이 바로 이의민의 처인 듯 했다.

“무엇을 하는가? 어서 안으로 들이지 않고.”

왕준명은 바로 사람들에게 가지고 온 물품들을 안으로 들이라고 지시를 했고 바로 분주하게 초가로 수많은 물목들이 들어갔다.

“뭐에요?”

아낙은 놀라 왕준명에게 물었다.

“의제께서 보내신 거라고 하시면 아신다고 하십니다.”

“의제요? 그건 뭔데요?”

역시 일자무식 촌부의 아내 같았다.

“동생입니다. 회생공이 보내신 겁니다.”

“회생요?”

“예. 그렇습니다. 마나님!”

아마 이의민의 처는 처음으로 마나님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거다.

“제가요?”

“예. 회생공의 형님의 내자분이시니 그리 불리셔도 되는 것입니다.”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의 초가에 수십 십의 쌀섬과 비단을 비롯한 고기와 값나가는 물목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는 아낙의 표정을 밝기만 했다.

“그런데 왜 주시는 거예요?”

“회생공께서 형님이 궁핍하신 것이 걱정되셔서 보내셨습니다.”

사실 이의민의 초가의 쌀독에는 쌀이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런데 지금 수년을 먹고도 남을 쌀이 들어오자 놀라면서도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의민의 처였다.

“받아도 되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회생공의 사택으로 연통을 해 주시면 뭐든 보내드릴 것입니다.”

“정말요?”

“예. 마나님!”

“호호호! 이게 무슨 영문이래?”

그때 군영에서 퇴영을 하던 이의민이 지친 기색으로 초가에 들어섰다. 군영의 훈련이 힘든 것은 아니었으나 의욕을 잃고 자기비하가 늘어난 이의민이라 더욱 자신이 초라했고 그렇게 힘이 들어 표정에 표현되고 있는 거였다.

“누구신가?”

자신의 초가 앞에 길게 늘어선 수레를 보고 이의민이 물었다. 그 순간 왕준명이 바로 최대한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왕준명이라 하옵니다.”

“관복을 보니 소장보다는 품계가 위이신 듯 합니다.”

“하하하! 품계가 무엇이 중요합니까? 저는 이의민 별장의 동생 되시는 회생공의 가신이옵니다. 그러니 저에게 말씀을 낮추셔도 됩니다.”

“회생, 아니 견룡행수님의 가신이라고요?”

비공식적으로 회생과 이의민이 있을 때는 이의민은 회생에게 말을 놨다. 하지만 이제는 부마도위까지 된 이회생이고 공식적으로 이렇게 말을 놓을 수는 없는 이의민이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말씀 놓으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품계가 있는데,,,,,,,.”

“괜찮사옵니다. 주군께서 주군을 대하듯 이의민 별장을 대하라 하셨습니다.”

“회생이요?”

이의민이 자신도 모르게 회생이라 불렀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무엇입니까?”

“주군께서 무척이나 송구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무얼?”

“형님의 가세가 이리 궁핍한 것을 몰랐다고 하셨사옵니다. 또한 아는 이상 그냥 둘 수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하하하! 그랬소?”

“예. 지금은 비록 하찮은 물품을 보냈으나 곧 사택을 마련할 거라 하셨습니다.”

사택이라는 말에 아낙이 기겁을 했다.

“집까지 준다는 겁니까?”

이의민의 처가 나서자 이의민이 처를 노려봤다. 사내들이 하는 일에 왜 나서냐는 그런 눈빛이고 바로 이의민의 처는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회생이 그렇게 말했소?”

“예. 그렇습니다. 혹여 불편한 것이 없으시다면 같이 지내시는 것도 어떠냐고 여쭈라 하셨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회생은 이의민을 품으려 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택에 두어 강한 무장 하나를 얻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적이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적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이것이 회생의 지론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같이 지내자?”

“그렇습니다. 동기끼리 같이 지내는 것은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동기라,,,,,,,.”

이의민은 속으로 눈물이 날판이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자신을 이렇게 대접해 준 자는 없었다.

10여년을 모신 이의방도 권력 때문에 자신을 잊었고 또 악공의 자식인 주제에 장군이 된 조원정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무시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지금 이의방 다음으로 이 고려의 권력을 쥐고 있다는 회생이 이렇게 각별히 자신을 대하니 그저 고맙고 이제야 마음이 풀리는 이의민이었다.

“그렇습니다. 소장이 어찌 전하면 되겠습니까?”

“분명 같이 지내자고 했소?”

“물론이옵니다. 주군께서는 금나라 사신이 온 일 때문에 입궐을 하셔서 오시지 못한 것을 참으로 송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동생이야 한 없이 바쁘지.”

“어찌 전하면 되겠습니까?”

“내 깊이 생각을 해 보지.”

벌써 마음은 보따리를 싸고 있는 이의민이지만 그래도 형이라고 불렸기에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이의민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눈빛은 회생이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그때 피골이 상접해 있는 이의민의 장자가 밖으로 쪼르륵 나왔다.

“쌀이다!”

얼마나 배를 주렸으면 집으로 들어서는 쌀섬을 보고 쌀이라고 좋아 외치나 싶어 마음이 착잡해지는 이의민이었다.

“어무이! 오늘은 이밥을 먹는 거요?”

어린 이의민의 아들이 어미에게 소리쳤고 그것이 민망한 이의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먹자! 아부지의 동생분이 보내셨다.”

“아부지에게 동생이 있었소?”

사실 이의민은 막내다. 그 형 둘이 옥에 갇혀 옥사를 했고 살아남은 것이 이의민 혼자뿐이었다.

“있다는 구나! 있어. 있으니 이렇게 쌀을 보내 온 거지.”

이의민의 처도 좋아 죽는 표정이었다.

“알겠으니 내 곧 회생을 찾는다고 하시오.”

“예. 대인!”

왕준명은 이의민을 대인이라고 불렀다. 말로 하는 것이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자신의 주군인 회생이 깊게 신경을 쓰는 인물이라 그렇게 부른 거였다.

“대인이라,,,,,,,.”

“그만 물러가겠나이다.”

“그러시오.”

이의민이 짧게 말하자 왕준명이 돌아섰다. 이렇게 회생은 이의민을 자신의 편으로 얻고자 했다. 또 그런 마음이 회생에게 든 것은 역사적으로 끝내 의종을 시해하는 것이 이의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고 또 많은 것을 처리해야 하는 회생이었다.3. 명종의 엄청난 음모!대전으로 경대승이 들어섰다.

“경대승이라 하옵니다.”

이의방은 경대승을 보며 기골이 장대한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경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경진은 자신과 같이 사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가야 할 경대승의 미래를 아는 듯 했다. 허나 지금 그에게 달리 방법은 없을 것이다.

“기골이 장대한 것이 진정 고려의 무장이군.”

이의방은 경대승을 칭찬했다. 원래 사지로 보낼 인물이니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은 당연할 거다.

“송구하옵니다. 위위경!”

짧게 대답을 했지만 경대승의 말투에는 존경심이나 두려움 따위는 없는 듯 했다.‘역시 거침이 없고 두려움이 없다.’난 유심히 경대승을 보고 있었다.

“소장을 이 대전까지 부르신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다부진 것이 어릴 적 경대장군 같소이다.”

참지정사 강일천이 경대승을 칭찬하듯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경대장군은 마지못해 말했다.

“그대를 부른 것은 그대가 중신들의 가병들 중 금으로 파병한 파병 군을 선별할 소임을 맡기고자 함이네.”

위위경의 말에 경대승이 인상을 찡그렸다.

“가병들이 비록 고려의 정규군이 아니긴 하나 고려의 무장인데 왜 오랑캐를 지원하는 파병 군으로 보내시려는 것입니까?”

경대승이 차갑게 말하며 뚫어지게 이의방을 봤고 그 순간 경대장군이 기겁해 놀라 위위경인 이의방의 눈치를 살폈다.

“제가 틀린 것을 여쭈는 것이옵니까?”

다시 한 번 힘이 실린 어투로 경대승이 위위경인 이의방에게 물었고 그 순간 대전분위기는 차갑다 못해 얼어붙는 듯 했다.‘역시 대장부의 기운이 느껴진다.

’난 경대승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그러니 내가 돌린 역사 이전에 이의방을 척살한 정중부와 그의 아들 정균을 겨우 300의 군사로 척살하고 이 고려의 정권을 장악했을 것이다.

“틀린 것을 묻는다고 했나?”

위위경의 말투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더욱 경진대장군이 놀라 눈동자가 커졌다.

“위위경! 아직 어려서 정세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제가 답을 하겠습니다.”

위위경 이의방이 경진 대장군을 노려봤다. 그리고 다시 경대승을 뚫어지게 봤다. 아마도 경진 대장군은 지금 심장이 얼어붙고 있을 것이다.나 역시 이의방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졌다.

“경대승이라고 했나?”

“그렇사옵니다. 위위경!”

“그대의 질문에 답을 하지.”

“예. 위위경!”

“그대의 질문은 옳다.”

“그러시면 어찌 오랑캐를 도울 생각을 하십니까?”

“고려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보내지 않는다면 고려 백성이 수도 없이 죽어나가는 전란이 닥칠 것이라 그렇다.”

“구차한 변명 아니시옵니까?”

경대승은 이의방의 대답을 구차한 변명이라고 했다.

“구차하다? 구차하다!”

위위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습니다. 구차하옵니다.”

“그래 구차하다. 고려의 무장이 힘이 없어 구차하다. 그러니 이리 보내야 하는 것이다. 힘은 생각만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의기만으로도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젊은 혈기에 옳은 길을 가는 것은 너무나 쉬우나 가야할 길을 가는 것이 이리도 어렵다는 것을 후일 알게 될 것이다.”

난 이의방의 말이 참으로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그런 생각을 할 동안 경대승이 뚫어지게 이의방을 봤다.

“소장! 무례하였습니다. 위위경이 주신 소임 충실히 수행할 것이옵니다.”

지금까지 이의방이 한 말이 구차한 변명일수는 있으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 역시 경대승도 느낀 거였다.

“하하하! 요즘 젊은 무장 같지 않군. 그대에게 아주 막중한 소임을 맡길 것이야!”

이의방은 경대승이 마음에 드는 듯 했다. 하지만 이의방과 경대승은 분명 상극일 것이다. 그리고 나와도 상극이 될 소지가 다분한 인물이었다.그러니 내가 이렇게 고려조정에서 쳐내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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