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50화 (250/620)

< -- 간웅 13권 -- >2. 오판들이 시작되다.참지정사 강일천의 사택.사택 내실에는 참지정사 강일천이 차분히 앉아 있고 그의 앞에 이고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 둘은 이회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의기투합해 있는 상태였다. 물론 아직까지 참지정사 강일천은 회생의 진짜 신분을 모르고 있었으나 그를 사위로 여기고 있었고 그를 통해 많은 것을 이루고자 했다.

또한 회생의 외숙이 되는 이고의 마음속에는 누군가 말했던 용손십이지 십팔자위왕이라는 도설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문신들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 참지정사와 가까이 하고자 하는 거였다.

“오늘 대전회의에서 아주 굴욕적인 일이 벌어질 것이요.”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참지정사였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황상폐하께서는 너무나 유약하십니다. 또한 내심 무신들을 경계하고 계십니다.”

“옳은 말이네. 내 황상의 마음을 잘 알지. 황상은 질투심이 많은 분이시네.”

“질투심이라고 하시면?”

이고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위위경이 속고 있는 것이지. 절대 위위경의 뒤에 숨어 황제의 자리를 지키실 분이 아니라는 것이지. 홀로 돋보이고 싶어 하시던 분이셨지.”

“그 말씀은?”

“이번 금나라 사신의 일이 잘 마무리가 된다면 토사구팽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지. 그 토사구팽에 내 사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회생이 말이옵니까?”

“그렇다네. 진심으로 황상께서 시기하는 존재는 위위경이 아닌 회생일 것이야.”

“그럼 큰일이지 않사옵니까?”

“허나 흐르는 물을 돌릴 수는 없지. 황상께서는 금나라를 등에 업으시려고 하시네. 그것은 굴욕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야! 또한 조정에 권력쟁투가 다시 일어나게 되는 결과를 만들 것이네.”

“권력쟁투라니요? 어찌 황제와 신하가 권력을 가지고 쟁투를 한단 말입니까?”

“지금까지 역사가 다 그렇게 흘러왔네. 황권을 강화시키려는 황제와 신권을 강화해서 권력을 쥐려는 권신들의 힘겨루기가 이루어졌지. 이제 그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야. 그럼 조정은 분열될 것이고 국력은 분산될 것이네. 진정 금나라 사신이 원하는 것은 그것인지도 모르지.”

참지정사 강일천이 나직이 말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겠나? 때를 기다릴 뿐이지.”

“때를 기다리라고 하시는 것은?”

이고가 참지정사를 뚫어지게 봤다.그런 이고를 참지정사가 잠시 봤다. 그리고 뭔가 할 말이 있는 눈빛으로 보다가 다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눈빛을 보였다.

“그저 지금은 노망든 노인네들이 준동하지 않게 잘 감시를 해야 할 것이네.”

“이소응 대장군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이소응은 척준경의 부장이었지. 그건 금나라라면 아주 치를 떤다는 거고.”

참지정사 강일천은 이소응이 척준경의 부장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설마 이대장군께서?”

이고는 놀라 참지정사를 다시 봤다.

“그건 모르는 일이네. 이소응이 노망난 노인네이기는 하지만 금이라면 치를 떨고 굴욕적인 외교를 하려는 황상에게 반기를 들 수가 있네.”

“반기를 든다는 것은 역모입니다.”

“역모라?”

“밝혀져야 역모인 것이지. 만약 금나라 사신이 귀향길에 무슨 변이라고 생긴다면 어찌 되겠나?”

참지정사의 말에 이고는 기겁을 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내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지금 권력을 잡은 무신들을 탐탁하게 보지 않는 존재들이 많네. 또한 가소롭게 보는 문신들도 많고 또 지방 토호들은 한낱 무신들도 가진 권력을 자신들이 가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할 것이네.”

틀린 말은 분명 아니었다.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이의방만 해도 겨우 견룡군 산원에 불과했다.

물론 무신정변을 일으킨 자들 중에 상장군 정중부와 대장군들이 있기는 했으나 그들의 공적은 미미했고 결국 권력을 잡은 것은 고작 산원이었던 이의방이었다.그런 이의방이 지금은 위위경이 되어 있고 태자의 장인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누구든 힘을 가진다면 권력을 쫒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현실적으로 많은 이들이 호시탐탐 권력을 쫒고 있었고 그 대표적인 인물이 대령후와 서경 유수였다.또한 황도에서는 노망난 노친네 이소응이 허파에 바람을 넣고 있었다.

“그리 된다면 정말 국력이 분열됩니다.”

“분열이라,,, 뭔가 무너져야 새로운 것이 생기는 법이지.”

참지정사 강일천은 야릇한 말을 했다.

“예?”

“자네 저잣거리에서 떠도는 참요를 들었나?”

“저잣거리에서 떠도는 참요라니요?”

물론 이고도 떠도는 참요를 잘 알고 있었다.용손십이지 십팔자위왕~이 참요를 지금 참지정사 강일천이 말하고 있는 거였다.

“용손십이지,,, 십팔자위왕이라고,,,,,,,.”

참지정사 강일천이 뚫어지게 이고를 봤다.

“그, 그 말씀은,,,,,,,,.”

“자네도 이씨지.”

참지정사 강일천의 말에 이고가 놀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십팔자위왕은 파자이네. 결국 이씨의 세상이 열린다는 참요인 거지.”

물론 이고도 알고 있었다.또한 이고의 마음에도 지금 활활 십팔자위왕이 불타고 있었다.

물론 그 십팔자위왕은 자신의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조카인 회생을 위한 거였다.

어찌 보면 딱 맞는 표현일 거다.용의 후손이 힘을 잃어가니 이씨가 왕이 된다.

여기에 숨겨진 뜻은 용의 후손 중에서도 이 씨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물론 그것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직 이고만이 그리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참지정사 강일천이 갑자기 저잣거리에 떠도는 참요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였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이고는 놀란 눈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그래야 할 것이네. 참요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 이 씨를 표적에 두고 있다는 말이네.”

“누군가요?”

“그래. 용손이지 십팔자위왕의 참요가 돌 때마다 수많은 이씨들이 역도로 몰려 죽임을 당했네.”

“그 말씀은?”

“지금 누구를 목표로 하고 있냐는 것이지? 이의방인가? 아니면 이고 자네인가? 그것도 아니면 누굴까?”

참지정사의 마음에는 회생이 있었다. 하지만 애써 회생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저는 하찮은 무장일 뿐입니다.”

“그렇지. 자네나 이의방은 그저 무장일 뿐이지. 허나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지.”

참지정사 강일천의 말에 이고가 잠시 그를 봤다.

“그럼 참지정사의 사위가 될 수도 있는 회생은 어떻습니까? 회생도 이 씨이지 않습니까.”

이제 드디어 숨긴 속내를 아주 조금 보이는 이고였다.

“그렇군. 회생도 이 씨군. 이 사실을 황상이 아시게 되면 어찌 될까?”

“예?”

“말하지 않았나? 질투심이 많으신 분이라고.”

참지정사 강일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쉽겠나? 누군가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을 하겠지.”

“기회라 하시면?”

“아첨을 하는 자는 여전히 궁에 가득하네. 또한 나처럼 황상의 의중을 파악하는 자들도 가득하고.”

“그 말씀은,,,,,,,.”

“비록 회생이 곧 부마도위가 될 신분이나 그것은 모르는 일이지. 그러니 어찌해야 할 것인가가 걱정이네.”

“소장이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이고의 말에 강일천이 피식 웃었다.

“자네가 나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것인가?”

이미 이고는 참지정사와 한번 같이 뜻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을 통해 회생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됐다.

“이미 같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같이하고 있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참지정사 강일천이 이고에게 가까이 다가앉았다.

“예. 참지정사.”

“자네도 알다시피 이 세상에는 이 씨들이 많지 않는가?”

“예?”

“금나라 사신이라면 치를 떠는 이 씨도 있고.”

“이대장군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분명 그 자는 뭔가 일을 꾸밀 것이네.”

“막아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막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까?”

“불씨는 누군가 던져야 하지 않겠나?”

“불씨라면,,,,,,,.”

“우선 그 망령든 도참부터 잠재워야 할 것이네. 큰 불을 끄기 위해서는 맞불을 놓는 것이지.”

“맞불이라,,,,,,,,.”

“그래. 맞불! 이소응을 주시하게. 그자가 하는 짓을 지켜보세.”

“그러다가 만약 금나라 사신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리 된다면 전쟁이지. 허나 금나라에서도 쉽게 전쟁을 하지는 못할 것이네. 우선은 도참의 망령부터 잠재우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참지정사.”

이 순간 참지정사 강일천은 뭔가 일을 꾸미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것 같았다. 세상이 바뀌려면 거친 풍랑이 쳐야 하고 또 비바람이 불어야 하며 큰 변화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서 시대의 영웅이 나와야 하는 법이고.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불씨를 마른 들판에 던져야 한다는 것을 참지정사 강일천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이소응 대장군의 사택.사택 내실 상석에 이소응 대장군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 책사격인 망건이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충성스럽게 무릎을 꿇은 30여명의 장정들이 이소응 대장군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이들은 도천밀교 한성지부의 군사들이었다. 또한 망건은 한성지부의 수장이었고 그는 지금 이소응을 이용하고자 했다.

“이들인가?”

이소응이 짧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장군! 이들이 대장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 초석을 다져줄 것이옵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 초석이라?”

“그렇사옵니다. 대령후를 따르는 척을 하면서 그를 밟고 또 이 고려를 밟고 가시는 것이옵니다.”

이미 허망한 탐욕이 가득한 이소응의 귀는 오직 망건이 하는 말이 참처럼 들리고 있었다.

“그래. 대령후를 따르는 척을 하는 것이야. 그리고 금나라 오랑캐를 척살하고 이 고려에 풍파를 만든 후에 내가 수습을 하는 것이지.”

“옳습니다.”

“우선 어찌 하면 좋을까?”

이소응이 망건에게 물었다.

“돌아가는 길에 척살을 하는 것보다 사냥터에서 척살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사냥터에서?”

“그렇사옵니다. 황제가 주관하는 사냥터에서 척살을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모두 황제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럼 절대 황제는 금나라 황제에게 등극 칙서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폐위까지 논의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대령후가 거론 될 것입니다”

“대령후가 거론이 된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대령후가 대장군께 금나라 사신을 척살하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군. 그래!”

“그럼 이 고려는 어찌 되겠습니까?”

모든 답을 말한 망건이지만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되면 내란이지.”

만약 대령후의 생각되로 일이 진행이 된다면 이 자체는 고려의 위기가 분명했다. 또한 금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했다.내란으로 국력이 약해진 고려를 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는 자는 몇 되지 않았다.오직 회생만이 그것을 걱정하고 있는 거였다.

“또한 그 내란이 대령후가 승리하는 것으로 종식이 된다면?”

“그럼 난 일등공신이 되겠군.”

“그렇사옵니다.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을 때 타산지석의 교훈을 삼고 움직이시는 것입니다.”

“타산지석의 교훈이라면 후후후.”

이소응 대장군은 무신정변을 생각했다.모두가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그 순간 거사를 도모한다면 너무나 쉽게 일이 진행될 것 같았다.

“맞다. 그래. 사냥터에서 금나라 오랑캐를 척살하고 황제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 첫 번째다.”

“예. 대장군.”

“그럼 저렇게 충성스러운 무장들이 몇이나 되는 것인가?”

“사택에 100이 있고 한성 북한산에 300이 더 있습니다.”

“그럼 내 사병들까지 포함한다면 일천 강군이군.”

“예. 대장군.”

“좋아! 오늘 대전회의에서 진행되는 일을 보고 내 일을 꾸며보지.”

이소응 역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진정 이소응을 부추기는 망건이 꿈꾸는 것이 뭔지 의문스러울 뿐이다.그가 자신의 장정들에게 말한 것처럼 새로운 미륵을 강림하기 위한 아수라의 장을 만들려는 것만이 그의 목적은 분명 아닐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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