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49화 (249/620)

< -- 간웅 13권 -- >이 순간 내 장인이 될 수도 있는 이의방도 선택의 순간이지만 나 역시 선택의 순간이었다. 이 극변하는 고려 정국에서 이의방과 같이 의기투합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또 한 번의 반전과 새로운 정국을 위해 이의방을 속이고 새롭게 시작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었다.

정말 고민스러운 순간이었다.‘어찌 한단 말인가?’난 다시 이의방을 봤다.

지금 이의방이 나를 부른 것은 나를 믿기 때문일 거다. 그 마음을 배신해야 할지 아니면 내 판단을 통해 이의방을 이끌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래! 내 스스로 뱀이 될 수는 없지.’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장인!”

난 무겁게 이의방을 불렀다.

“말하시게 사위!”

“저를 부르신 것은 제가 사위이기 때문이지 않사옵니까?”

“그렇지. 내가 무너지면 곧 사위도 무너지게 되어 있네.”

틀린 말은 분명 아니다.순망치한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다.

‘무엇일까?’스스로 문제를 만든 것은 아닐 것 같았다.시초는 야율강일 거다. 하지만 그 뒤에는 내 숙부가 되는 명종이 있다.

지금 명종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명종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금의 힘을 등에 업는 내 숙부라면 다음 목표는 무신의 몰락이다.’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결정을 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힘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힘이 있어야 한다?”

“그렇사옵니다. 비록 장인께서 국부가 되시겠지만 그 국부의 자리는 황제께서 내려주시는 것이 아니라 장인께서 스스로 가지실 힘이 있어야 합니다.”

난 이 순간 공예태후에게 했던 말을 반대로 이의방에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분명 배신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공예태후에게는 분명 배신행위가 분명했다. 누구하나에게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또 누군가를 배신해야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사옵니다. 얼마 전까지 무부라 괄시를 하던 황실이었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렇지. 무부라 무시를 하며 천대를 했지.”

이의방은 과거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권력을 쥐고 계시고 곧 국부가 되실 위치에 올라 있습니다. 그 자리를 황제께서 주신 것입니까? 전 아니라고 봅니다.”

“아니다?”

“그렇습니다. 스스로 쟁취하신 것입니다. 지금 황제의 뜻대로 움직이신다면 후일 분명 후회하실 것입니다.”

“내가 후회를 한다? 외척으로 황제의 뜻을 따른다면 후회를 한다?”

“그렇습니다. 하나를 내어주면 계속 내어줘야 합니다. 무엇을 황제께서 줄 것인지는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베푸셔야 할 것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베풀어야 한다?”

“그렇사옵니다. 분명 황제께서는 금의 칙서를 받고자 하실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군량을 내놓아야 하고 또한 군사를 보내야 합니다. 그 군사들이 누구이옵니까? 그 군사들은 고려의 백성이고 고려의 무장들이옵니다. 그들이 누구를 원망하겠사옵니까?”

백성은 어리석다.그 어리석은 백성은 분명 금으로 가게 되는 이유와 책임을 황제가 아닌 이의방과 현 무신정권에 돌릴 것이 분명했다.‘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야! 일석이조를 바라고 있다.’난 명종황제의 숨겨진 의도를 간파했다.

“대전.홀로 명종황제가 옥좌에 앉아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짐은 두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명종 황제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차갑게 웃었다.

“이제 얻고자 하는 것이 곧 얻어질 것이다. 금의 칙서를 받고 백성들의 원망을 무부들에게 돌릴 것이다. 그리고 이 조정에 짐의 사람으로 채울 것이다.”

명종 황제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대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짐이 곧 힘을 얻게 된다면 형님 폐하를 아주 편히 쉬게 해 줄 것이야! 우선은 이의방이다. 이의방의 힘을 약화 시킬 것이다.”

바드득!명종황제는 이의방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모든 원망을 내가 듣는다?”

이의방은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비록 지금 처제께서 태자비이시오나 그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자리이옵니다.”

난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공예태후와 의종황제에게 말했다.황실이 힘을 가지고 무부들이 축출이 되면 채원의 딸이든 이의방의 딸이든 폐서인으로 만들어 궁에서 축출하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바뀔 수도 있다?”

“그렇사옵니다. 지금까지 왜 외척이 항상 황실과 가까우면서도 먼 자리에 서 있었겠습니까? 모두 다 그것을 염두 해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힘을 잃으면 태자비께서 폐서인이 된다?”

“그렇습니다. 그러시니 황제께 끌려 다니시면 아니 되옵니다.”

“내가 황제에게 끌려 다닌다?”

“그렇습니다. 분명 이번 일을 황제의 뜻대로 해 준다면 끌려 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이것이 이의방의 입장에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었다.

“물론이옵니다. 그러니 황제의 뜻을 꺾지 않고 백성에게도 신망을 잃지 않는 방법을 택하셔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다.분명 내 입으로 말을 했지만 어려운 일이 분명했다.

“쉬운 일이 아니네.”

“물론이옵니다. 그러니 제가 온 것 아닙니까?”

“방법이 있는가?”

“우선은 황제의 뜻을 따라주어야 할 것입니다.”

“황제의 뜻을 따라준다?”

“그렇사옵니다. 장인께서 황제의 면을 새워주시는 것입니다.”

“어떻게?”

“군량을 내어준다 하십시오.”

“이 장인이 무슨 재물이 있어서?”

“그 재물은 이 사위가 준비해 놨습니다.”

난 이의방을 봤다.

“자네가?”

“그렇습니다.”

“은자 100만 냥이면 되겠사옵니까?”

내 말에 이의방이 놀라 날 빤히 봤다.

“은자, 은자 100만 냥이라고 했나?”

“그렇사옵니다.”

물론 내가 내놓을 은자는 모두 조 필지에게서 강탈한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100만 냥까지는 필요 없지. 50만 냥이면 될 것이네.”

“그렇사옵니다. 그 정도를 내어놓고 나머지는 모두 다른 대장군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시는 것입니다.”

“군사는 대장군들이 내놓게 하라?”

“또한 문신들의 사병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내 말에 이의방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군. 그래!”

이것 역시 일석이조의 계략이다.재물은 또 채우면 된다. 하지만 사병은 충원하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난 금으로 보낼 군사의 대부분의 문신들의 사병과 또 대장군의 사병이나 군사로 채워야 한다고 이의방에게 말하니 저렇게 표정이 밝아지는 거였다.

“중요한 것은 절대 앞으로 명종황제의 뜻을 다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장인께서 힘을 잃으시면 우선은 제가 크게 위축이 될 것이고 그 다음이 태자비마마께 축출 될 것이옵니다.”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내 그리 하지.”

“그렇습니다. 분명 황제의 속내는 무신들의 힘을 줄이고자 할 것입니다.”

“맞아! 옳은 말이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장인께서는 저만 믿어야 할 것입니다.”

“내 그렇게 하지. 그럼 오늘 대전에서는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대전 회의는 황제께 외척의 모습을 아주 크게 보이셔야 할 것입니다.”

“따르는 척을 해라?”

“물론이옵니다. 우선 먼저 내놓을 것을 내놓고 다른 대장군들과 문신들을 압박하시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를 생각해야 했다.‘경진의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

’역사적으로라면 이의방은 죽게 된다. 그 다음이 정중부인데 정중부 역시 경진의 아들 경대승의 결사대에 죽임을 당하고 경대승의 시대가 열리는 거였다. 그러니 경대승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대장군이 되어 있는 경진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경진을 말하기 전에 경대승을 알아야 한다.경대승은 본관(本貫)은 청주(淸州)이며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를 지낸 경진(慶珍)의 아들이다.

15세에 음서(蔭敍)로 교위(校尉)가 되고, 뒤에 장군의 지위에 올랐다. 아버지인 경진(慶珍)이 권세를 이용해 남의 전지(田地)를 많이 빼앗았는데, 아버지가 죽은 뒤 부정한 재산이라며 전지 문서를 모두 선군도감(選軍都監)에 헌납하고, 청렴한 생활을 하였다.

1178년 충주(忠州) 사람으로 개경(開京)에 적(籍)을 두고 살다가 청주(淸州)로 내려온 사람과 청주(淸州) 토착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사상자(死傷者)가 발생하자, 청주(淸州)의 사심관(事審官)으로 그 일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책임으로 박순필(朴純弼)과 함께 파면되기도 하였다. 무신정변으로 권력을 장악한 무신(武臣)들이 횡포와 비리에 분개하여 정중부(鄭仲夫)와 그의 아들인 정균(鄭筠)을 제거하려 했다.

1179년(명종 9) 9월 허승(許升), 김광립(金光立) 등 무사 30여 명과 함께 정중부(鄭仲夫)와 그의 아들 정균(鄭筠), 사위인 송유인(宋有仁) 등을 죽이고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명종(明宗, 1131~1202)은 정균(鄭筠)이 차지하고 있던 승선(承宣)의 벼슬을 주려 하였으나 경대승(慶大升)은 문관(文官)이 맡아야 한다며 이를 사양하였다. 그리고 무신정변 세력을 제거하여 중방(重房)을 무력화시키고, 무신정변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문관(文官)과 무관(武官)을 고루 등용하였다.

신변 보호를 위해 도방(都房)을 설치하였고, 무신(武臣)의 동정을 감시하고, 유언비어(流言蜚語)를 엄격히 단속하였다.정중부(鄭仲夫) 일당을 제거하는 데 공을 세운 허승(許升)과 김광립(金光立)이 폐단을 일으키자 1180년 이들을 제거하였고, 문관(文官)과 무관(武官)을 가리지 않고 비리를 저지르는 자를 처벌하며 조정의 질서를 회복하려 했다. 하지만 1183년 30살의 나이로 병사(病死)하였고, 그가 죽은 뒤 도방(都房)은 해체되고 경주로 내려가 있던 이의민(李義旼, ?~1196)이 개경으로 올라와 실권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대장군 중 그 부대 하나를 전체를 금으로 파견시키는 것입니다.”

“대장군의 부대라면 사병이 아니라 정규군이네.”

이의방은 놀라서 날 봤다.

“그렇습니다. 그래야 황제께서 장인이 완벽한 외척이 되셨다고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럼 누구를 보내나?”

“경대장군이옵니다.”

난 미리 화근이 될 존재를 제거하고자 했다.

“경대장군?”

“그렇사옵니다. 경대장군은 민심을 잃었습니다. 백성들의 전답을 빼앗고 착복하였으니 이번 일을 통해 장인께서는 경대장군이 착복한 지역 백성들의 지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경대장군이 착복한 지역이면,,,,,,,,."

“충주이옵니다. 이 개경과 멀지 않는 곳입니다.”

“그렇지.”

“또한 그의 아들인 경교위를 경대장군의 부장으로 같이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의 아들까지?”

“그렇사옵니다. 보내면 적이 될 것인데 화근을 두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네.”

이것으로 난 화근의 씨앗이 될 존재까지 제거하려고 했다.

“또한 문신들의 사병을 많이 보내셔야 할 것입니다.”

“많이 보낸다?”

“그렇습니다. 특히 김보당을 비롯한 핵심 문신들의 사병을 많이 보내야 할 것입니다.”

“사위의 말대로라면 완벽한 친 금이 되는 것이군.”

“그렇사옵니다. 완벽한 친 금이옵니다. 분명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뭔가?”

“금은 고려 무장을 두려워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원군을 빌미로 고려무장의 힘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은 금 사신에게 장인께서 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등청을 하기 전에 우선 금나라 사신을 만나야겠군.”

“그렇습니다. 주는 것이 많으니 생색을 내야 할 것입니다.”

“하하하! 생색이라?”

“그렇습니다. 그리고 더 얻어야 할 것입니다.”

“얻는다? 무엇을?”

“북변 갑산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아전인수인 거다. 북변 갑산은 내 식읍이다. 그러니 많이 내어주고 내 것을 지키는 거였다.

“옳다. 사위도 가자.”

“예.”

이것으로 이의방과의 조율은 끝이 났다. 그럼 이제 야율강이 원하는 것처럼 행동해주면 되는 것이다.그리고 그 일을 통해 난 일석삼조를 얻으면 되는 것이다.‘굴욕은 잠시뿐이다.’난 야율강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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