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45화 (245/620)

< -- 간웅 12권. -- >감찰어사대 장졸들이 뇌옥에서 나간 후 조필지가 급한 듯 나를 봤다.

“이제 우리는 어찌 되는 겁니까?”

“일을 이 따위로 처리 했는데 그것을 내게 묻는 겁니까?”

나 역시 조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일이 이렇게 됐소. 어찌하면 되겠소.”

나를 보고 있는 조필지의 눈빛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 모두 내가 꾸민 일이 아닐까 하는 의심과 함께 내가 아니면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눈빛이 교차하고 있었다.‘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난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어찌한다. 나야 내 내자가 되실 분과 장모가 되실 분이 구명해주겠으나 당신이 어찌될지는 나 역시 모르겠소.”

내 말에 절망하는 눈빛이 된 조필지였다.

“그리 된다면 나 역시 혼자 죽을 수는 없소이다.”

조필지는 이 상황에서 나를 위협하려고 했다.

“혼자 죽지 않는다면?”

난 무섭게 조필지를 노려봤다.

“이 모든 거래에 당신도 개입되어 있다고 고변할 것이요.”

“그래서 달라지는 것이 뭐지?”

타인의 위협을 위협으로 받아드린다면 하수다. 이럴 때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좋다.

“같이 죽게 되는 것이지.”

“내가 과연 같이 죽을까?”

난 조필지를 보며 씩 웃었다.

“내 반드시 그렇게 되게 고변을 할 것이요.”

“이 멍청한 작자를 봤나! 그리 해 봐야 황실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어.”

“뭐라고?”

조필지가 나를 노려봤다.

“거래 대금 은자 200만 냥에 인삼 2만근이면 황실에서는 남는 장사지. 부마야 다시 얻으면 되고 같이 죽자면 죽어주지.”

난 무섭게 조필지를 노려봤다.나도 죽겠다는데 더 할 말이 없는 조필지 일 거다. 또한 절대 내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조필지이기도 했다. 내가 말한 은자 200만 냥과 인삼 2만근은 어떻게 보면 나로 인해 황실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니 나를 죽일 이유가 절대 없다는 것을 조필지는 지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같이 구명될 방법을 찾으십시다. 이공.”

급한 놈이 굽히게 되어 있다.

“같이 살 방법?”

“그렇소이다. 내 비록 상인이기는 하나 나도 조씨! 송황실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조필지는 살기 위해 괜한 소리까지 내게 말했다.

“그럼 조씨는 다 송황실인가?”

“허나 내가 이 뇌옥에서 죽는다면 송과의 외교적 마찰이 될 수도 있소.”

“그렇기도 하겠지.”

“그러니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씀이요.”

“방법이야 있지.”

난 조필지를 보며 씩 웃었다.

“무엇이든 하겠소. 그러니 우리 같이 살아 봅시다.”

조 필지가 다급하게 내게 말했다.

“살고 싶다면 셈을 잘 치루면 될 것이오.”

“셈이라고 하셨소?”

“어떻게 되었던 송황실에서 필요한 인삼이니 가지고 가야 하지 않겠소.”

내 말에 조 필지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그러니 방법을 일러주시오.”

“60만 냥만 더 내놓으면 해결된 문제이오.”

내 말에 조 필지가 기겁했다.

“60만, 60만 냥이라고 하셨소?”

“그렇소. 착복하려던 세액으로 50만 냥을 헌납한다고 하시오. 그렇게 된다면,,,,,,.”

난 조 필지를 보며 씩 웃었다.이 웃음은 60만 냥만 더 내놓으면 인삼 2만근도 송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웃음이었다.

“세액은 1할이지 않소.”

“그건 착복 전의 세액이지.”

내 말에 조 필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 순간 60만 냥만 털어먹는다면 내가 아닌 거다.

“또 위위경에게 청탁을 할 자금도 필요하오.”

“위위경에게 청탁이라니요?”

“지금 황실의 진노를 무마시킬 수 있는 위인이 누구겠소. 내 장인 위위경뿐이요.”

내 말에 조 필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얼, 얼마면 되겠소.”

“절대 거부할 수 없을 만큼은 되어야 하지요.”

“그게 얼마요?”

“50만 냥은 되어야 할 것이요.”

내 말에 조 필지는 나를 노려봤다.

“그렇게 되면 310만 냥으로 인삼 2만 근을 사는 것이 되오.”

“그럼 그냥 200만 냥 치의 인삼을 버리시던가. 목숨과 함께.”

“으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순간일 거다.

“또한 태후마마께 30만 냥 정도는 헌납하셔야 할 것이요.”

“태후께도?”

“그렇소. 두루두루 뇌물을 써야 일이 수월하게 되는 거 아니겠소.”

“그렇게 되면 내 상단은,,,,,,,.”

조필지는 나를 보며 엄살을 부리듯 말했다.

“고려 인삼이 그대의 손에 있는데 송으로 가져가면 몇 배는 더 받지 않겠소.”

내 말에 조 필지는 나를 뚫어지게 봤다.

“결정하시오. 난 지금 200만 냥을 다 잃게 생겼소.”

“그, 그 말씀은,,,,,,,.”

“내가 살려면 200만 냥을 내어 놓아야 할 것 같소.”

난 이미 200만 냥을 내어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온전히 다 손해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위위경에게 50만냥 그리고 태후에게 30만냥을 줘야 한다고 조필지에게 말하고 있는 거였다.물론 그 대부분의 은자는 내 수중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고 내가 내어놓는 200만 냥으로 황실과 위위경이 사이좋게 나누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겠소?”

“내어놓으리다.”

드디어 조 필지가 내 계략에 걸린 거였다.

“좋소이다. 그럼 내가 이곳을 나서는 순간 일을 도모하겠소.”

“그렇게 해 주시오.”

“은자는 어디서 받으면 되겠소?”

“내 상단으로 가서 받으면 될 것이요.”

조 필지는 옆에 있는 행수를 봤다. 만적과 거래를 하던 그 행수였다.

“이 행수도 데리고 나가면 은자를 받게 될 것이요.”

난 조 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내 손해는 어찌 하실 참이요?”

내 말에 조 필지가 나를 노려봤다.

“그, 그대의 손해라니,,,,,,.”

“나 역시 다 잃게 생겼으니 조금 생각해 주셔야 하지 않겠소.”

“얼, 얼마면 되겠소?”

“20만 냥이면 될 것 같은데.”

정말 탈탈 털어먹겠다는 마음이 아니면 절대 이럴 수가 없었다.

“20. 20만냥이라고 하셨소?”

“그렇소. 그 대신 내 향후 그대와만 인삼 거래를 할 것이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야 하는 법이다.내 말에 조필지는 한참을 생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조필지였다.

“좋소이다. 그리 하겠소.”

내게 그렇게 말하고 조필지는 옆에 있는 행수를 봤다.

“들은 것처럼 내어드리면 될 것이다.”

“허나 상단에는 그만큼의 은자가 없사옵니다.”

행수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벽란도의 상전을 셈을 해서 내어드리면 될 것이 아니냐?”

“하오나 그리 되면 벽란도의 상권을 잃게 됩니다.”

“그건 다시 회수하면 된다. 또한,,,,,,,.”

조 필지가 내 눈치를 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행수를 봤다.

“송상에게 가서 변통을 해라.”

“예. 알겠사옵니다.”

정말 하나의 계략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는 나와 고려황실 그리고 위위경 이의방이 될 것이다.영화공주의 전각.

“뭐라 했느냐?”

영화공주는 그 아름다운 얼굴로 눈에는 살기까지 띄우며 무릎을 꿇고 있는 장졸에게 소리를 쳤다.

“다시 말해 보아라. 무어라 했느냐?”

“부마께서 감찰어사대의 뇌옥에 갇혀 있사옵니다.”

“뭐라? 누가 감히 황실의 외척을 가둔단 말이냐?”

“그, 그것이 감찰어사이신 최, 최철호어사께서,,,,,,,.”

“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영화공주가 자리를 박차가 일어났다.

“앞장을 서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영화공주가 소리를 질렀다.

“예. 마마!”

그렇게 영화공주는 감찰어사대의 뇌옥으로 향했다. 뇌옥!

“문을 열어라!”

앙칼진 영화공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난 조필지를 보며 씩 웃었다.

“내 나가면 그대를 구명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요.”

“그렇게만 해 주시면 내 은혜는 잊지 않겠소.”

조 필지는 마지못해 말했다.그리고 그 순간 영화공주가 뇌옥에 들어섰고 장졸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감히 부마도위를 황실의 허락도 없이 가둔단 말이더냐? 최철호라고 했더냐? 겨우 5품 감찰어사가 그리했단 말이더냐?”

“송, 송구하옵니다. 마마!”

“어서 문을 열어라!”

진노한 영화공주의 불호령에 장졸들은 마지못해 문을 열었다.그리고 끝내 영화공주가 뇌옥으로 들어서서 내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괜찮으시옵니까?”

한없이 나를 걱정하는 눈빛을 한 영화공주였다.

“이런 모습을 보고 괜찮아 보이시오. 이렇게 부마가 핍박을 당하는 것은 황실이 그만큼 힘을 잃었다는 반증일 것이요.”

난 괜히 영화공주에게 짜증을 부리듯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영화공주는 내게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장졸을 노려봤다.

“어서 문을 열라!”

“하, 하오나,,,,,,,.”

“진정 목이 잘리고 싶은 것이냐?”

영화공주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 될 수는 없사옵니다.”

그때 뇌옥 입구에서 최철호 어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당당히 영화공주 앞에 섰다.

“무어라 했느냐?”

“부마도위는 세액을 착복한 혐의로 취조를 해야 하옵니다.”

그 순간 여자가 뿜어낼 수 있는 가장 독한 눈빛으로 영화공주가 최철호 어사를 노려봤다.

“뭐라고? 겨우 5품 감찰어사가 이 공주를 능멸하려는 것이냐?”

“그래도 아니 되는 것은 아니 되는 것이옵니다.”

당당히 맞서는 감찰어사였다.쫙!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모진 따귀일 거다.

“으윽!”

“내 감히 공주를 능멸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공, 공주마마!”

“죄가 있다면 황실에서 처벌할 것이다. 감히 하찮은 죄인들을 취조하는 이런 뇌옥에 감금하다니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하오나,,,,,,,.”

“어서 문을 열지 못할까?”

정말 일촉즉발의 순간처럼 보였다. 그와 동시에 영화공주가 감찰어사 최철호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빠르게 뽑아들었다. 난 영화공주의 빠른 행동을 보고 놀랐다.‘무예를 할 줄 아는 건가?’무예를 할 줄 모르면 저렇게 빠르게 검을 뽑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검으로 너의 목을 치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다시 앙칼진 외침이 뇌옥에 울렸다.

“마, 마마,,,,,,,.”

“어서 문을 열어라.”

이제 어쩔 수 없이 문이 열려야 할 상황인 거다. 그 모습을 조 필지가 다급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문을 열어라.”

최철호 어사도 마지못해 문을 열라고 말했다.‘연기력 탁월하고.’난 속으로 씩 웃었다.그리고 끝내 문이 열렸다. 난 밖으로 나오자말자 최철호 감찰어사를 노려봤다.

“내 이번 수모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요.”

난 최철호 어사에게 그렇게 다짐을 하듯 말하며 조필지가 갇혀있는 뇌옥을 봤다.

“저 뇌옥의 문도 열어.”

“그건 아니 됩니다. 부마도위!”

이번에도 최철호 감찰어사가 소리쳤다.

“아니 된다? 목이 열 개라도 아니 된다?”

“그렇소. 내 목에 공주마마께서 들고 계신 검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 죄수만은 아니 됩니다.”

“왜 안 된다는 거지?”

“그는 송의 상인! 벽란도를 통해 도주할 수 있소.”

난 최철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의 하인이라도 데리고 가야겠다.”

“하인을 데리고 가서 무엇을 하실 참이시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지.”

“무엇을 말하는 거요?”

최철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내게 되물었다.

“내가 부마로 하찮은 감찰어사에게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는 건가.”

내 말에 최철호 감찰어사가 나를 죽일 듯 노려봤고 그 모습을 조 필지가 찬찬히 지켜보고 있었다.

“으음,,,,,,,.”

최철호 어사는 신음을 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난 끝내 조 필지가 말한 행수를 데리고 나왔다. 이제 드디어 탈탈 털어먹는 계획의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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