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2권. -- >7. 적의 숨통을 조렸다면 원하는 것을 취하는 법.황궁 외곽에 마련되어 있는 감찰어사대의 별관.내가 감찰어사대의 기능을 부활시켰을 때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조사원과 감찰어사대의 직속 무장들을 배속시키는 거였다. 또한 이렇게 황궁 외곽에 감찰어사대의 별관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난 선견지명이라는 것이 분명 있었다.
나는 조 필지와 내 가신인 왕준명이 감찰어사인 최철호에게 포박이 되어 이곳으로 끌려오는 것을 보며 유유자적 별관으로 들어섰다.별관 앞을 지키는 무장들이 나를 보고 군례를 했다.
“감찰어사님을 뵈옵니다.”
“잘 지냈나?”
“예. 그렇습니다.”
“별관 옥사에 죄수들이 꽤 잡혀 왔지?”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찌 아십니까?”
별관을 지키는 수문장이 놀라 나를 빤히 봤다.
“그냥 아는 수가 있지.”
난 씩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아마 이미 감찰어사 최철호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제 멋진 연극을 다시 한 판 벌려 볼까.”
난 전각을 보며 씩 웃었다.벽란도 외곽.만적은 1만 근이나 되는 인삼을 실고 벽란도 외곽에 위치한 포구로 갔고 이미 그곳에서는 신라방 총행수인 김승주가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누구처럼 회생이 오지 않고 어린 만적이 온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라방 총방주님이십니까?”
어리지만 딱 부러지는 면이 있는 만적이기에 이 엄청난 거래에서도 기가 죽지 않고 먼저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는 김승주에게 물었다.이미 서로 표시한대로 서로의 신분을 확인한 상태였기에 더욱 놀라는 김승주였다.
“그렇기는 한데 회생 공께서는 오시지 않으셨나?”
“바쁜 일이 있다 하셨습니다.”
“바쁜 일이?”
더욱 놀랍기만 한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였다. 1만근이나 되는 인삼을 거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바쁜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김승주였다.
“그렇습니다.”
만적은 짧게 대답을 하고 옆에 있는 벽란도 감찰 관원을 봤다.
“이 분은 이번 거래의 세액을 확인하시고 징수할 아전이십니다.”
회생은 조 필지를 음모에 빠트리기 위해 밀거래를 하자고 했지만 신라방 상단과의 거래에서는 정식적으로 세액을 납부하는 거래를 택했다.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만적이 데리고 온 관원 역시 회생이 지금까지 뒤를 봐준 관원이니 회생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는 거래를 확인하고 세액을 징수할 것이니 거래를 하시면 됩니다.”
관원은 그렇게 말하고 뒤로 물러났다.
“누구와 거래를 하면 되는 것이냐?”
김승주는 어린 만적에게 물었다. 여전히 김승주는 자신과 거래할 사람이 만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저와 하는 것이지요.”
“너와?”
점점 더 믿을 수 없고 놀랍기만 한 신라방 총방주였다.
“그렇습니다. 제 주군이신 회생 공께서는 저에게 이번 거래에 대한 전권을 주셨습니다. 물론 이미 가격의 조율은 끝이 난 것으로 압니다.”
“정말 너와 하는 것인가?”
“제가 비록 어리다고는 하나 이 거래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대는 저의 주군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만적의 당돌한 말에 김승주는 만적이 어리기는 하나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네. 그럼 인삼을 좀 확인하겠네.”
“그러시지요.”
정식적인 거래라 김승주는 만적이 가지고 온 인삼을 찬찬히 살폈다.
“보시지 않아도 이 개경에서 나는 인삼 중에서도 상품만을 가지고 왔습니다. 도합 1만 200근입니다.”
“으음,,,,,,,.”
이미 1만 근을 거래하기로 했지만 다시 들어도 신음이 나올 만큼 놀랍기만 물량이었다.
“정말 대단하군.”
“무엇으로 대금을 지급하시겠습니까?”
만적의 물음에 김승주는 만적을 빤히 봤다.
“환이네.”
“신라방이 지급을 보증하는 환이옵니까?”
사실 따지고 본다면 신라방의 환은 그렇게 크게 대접을 받는 환은 절대 아니었다. 조 필지 상단의 압박에 의해 신라방 상단의 상세가 급격하게 기울었기 때문에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그렇다네.”
“예 알겠습니다.”
만적의 대답에 김승주는 옆에 있던 아나스타샤를 봤다.
“또한 이 아이를 회생 공에게 맡길 생각이네.”
만적은 회생에게 이미 무엇으로 대금을 지불하든 군말하지 말고 받아오라고 했기에 앞으로 조심히 나선 아나스타샤를 봤다.
“이 여자도 거래 대금입니까?”
“당분간은 그렇게 될 것이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금자 100만 냥에 달하는 거래가 종이 쪼가리 한 장과 금발의 아나스타샤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하여튼 그대의 주군은 참으로 대단하네.”
“그렇습니다. 이 세상 누구도 이 종이 한 장인 환과 수 백 만 냥에 달하는 인삼을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도 알고 있네. 이 인삼을 송에 팔아 내 바로 환을 회수하기 위해 오겠네.”
“그러시지요.”
만적은 어리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힐끗 김승주를 봤다.
“어르신!”
“왜 그러시는가?”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사적인 질문인가?”
“때로는 그렇습니다.”
“때로는?”
“예.”
“물어보시게.”
“저 여자는 제 주군을 위한 선물입니까?”
어리기는 하지만 이미 노예거래까지 해본 만적이기에 알 것은 다 아는 만적이었다.
“이 세상 그 어떤 아비도 딸을 남에게 선물로 주는 법은 없네.”
“딸이라고요?”
“그렇다네. 우리 상단이 지금 궁핍하여 회생공의 은혜를 입었지만 자존심 하나는 중원 어디에도 뒤지지 않고 신용 하나는 잃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하네.”
“그러십니까?”
“그렇다네. 회생공의 도움에 의한 담보라고 해 두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만적의 말에 김승주는 잠시 만적을 봤다.
“왜 제 주군께 전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그대가 어려 잘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앵무처럼 똑똑히 전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그렇다면 비록 담보이기는 하나 취하고 싶을 때는 취해도 된다고 전해 주시게.”
김승주의 말에 만적이 씩 웃었다.
“그건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렵다?”
“그렇습니다. 그런 일에는 워낙 소질이 없으신 분입니다. 제 주군이.”
“소질이 없다?”
“그렇사옵니다. 사택에 계신 정실 마님도 아직,,, 제가 괜한 소리를 했습니다.”
만적은 능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힐끗 아나스타샤를 봤다. 그리고 어리지만 만적도 사내기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하여튼 그대의 주군께 전해주시게.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다고.”
“예. 주군께서는 은혜를 잊지 않는 것보다 환이 은자로 빨리 바뀌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이것은 압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알겠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만적이 물러서고 나서 만적이 뒤에 있던 관원이 앞으로 나섰다. 이미 관원은 만적에게 이번 거래의 대금이 얼마인지 들은 상태였다.
“은자 100만 냥의 거래가 믿어지지 않지만 그렇게 표명했으니 각각 상단의 납부할 세액은 은자 10만 냥 씩 입니다.”
“알았네.”
고려 조정에 내야 할 세액을 환으로 낼 수 없기에 김승주는 고개를 돌려 상단의 행수를 봤다.
“가지고 오시게.”
그의 명령에 의해 행수가 낑낑거리며 묵직한 궤짝 하나를 가지고 왔다.
“금자 천 냥이네.”
김승주의 말에 행수가 궤짝을 열어봤고 그 궤짝 안에는 금자 10냥짜리 금자가 100개 들어 있었다.
“예. 확인했습니다.”
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부에 기록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만적을 봤다.
“만적 상단은 어찌 하실 것입니까?”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납부를 하지요.”
“예. 알겠습니다. 기록을 해 두겠습니다.”
“기록을 해 두어도 상부에 보고는 한참 나중에 하라 시는 주군의 명이십니다.”
“그 정도의 편의는 봐 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적과 신라방 총방주의 거래는 끝이 났고 만적이 가지고 온 1만 근의 인삼은 고스란히 김승주가 미리 정박해 둔 무역선에 실렸다. 그리고 바로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는 회생의 인삼을 송의 내륙에 팔기 위해 벽란도를 떠났다.무역선 위의 갑판.
“아버님! 소자는 여전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김승주의 아들이 김승주에게 물었다.
“나도 아직 믿어지지 않는다.”
“제가 몽한정에서 회생이라는 분을 봤을 때 그 기운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아들의 말에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가 인상을 찡그렸다.
“으음,,,,,,.”
“소자가 비록 관상을 정확하게 보지는 못하오나 분명 용의 상이었습니다.”
“그것이 참으로 문제다.”
“역시 용의 상이지요. 아버님!”
“그렇다. 용의 상이다. 그것도 황룡의 상이다.”
황룡의 상이라는 것은 황제가 될 상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의 적이지 않습니까?”
아들의 말에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가 인상을 찡그렸다.
“네가 너에게 사사로움을 위해 계림의 황룡이 되라고 했더냐?”
“그것은 아니옵니다.”
“모든 것이 중원에서 떠도는 신라와 고구려 그리고 백제의 유민을 위해 계림의 황룡이 되라고 한 것이다.”
“소자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그들을 진정 구해줄 수 있는 자가 계림의 황룡인 것이다.”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의 말에 그의 아들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님!”
“허나 참으로 아쉽구나.”
“무엇이 아쉽다는 말씀이십니까?”
“천기는 너와 내가 아는데 또 하나의 용의 상이 나왔으니 말이다.”
“이제 어찌 하면 되는 것입니까?”
“지켜봐야겠지.”
“지켜보시다가 진정한 계림의 황룡이라면 따르실 참이십니까?”
“우선은 지켜보자꾸나. 관상은 변하는 법. 지금 황룡의 상이기는 하나 세월에 의해 때로는 용의 상도 변하게 하는 법이다.”
“예. 아버님!”
“허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회생 공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아들의 말에 김승주는 어두운 밤바다를 물끄러미 봤다.‘진정 회생공이 계림 황룡의 상이란 말인가?’
“이제 어찌 하면 좋겠나?”
지금까지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한 감찰어사 최철호가 내게 물었다.
“여죄를 추궁하고 뽑아낼 수 있을 때까지 뽑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죄?”
“그렇습니다. 분명 이번 거래 말고도 조정에 납부할 세액을 무수히 착복했을 것입니다.”
“허나 이미 그것은 조사를 했지만 들어난 것이 없네.”
“들어나게 해야지요.”
내 말에 감찰어사 최철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를 빤히 봤다.
“항상 송상과 거리를 했습니다.”
“그렇지.”
“그러니 조 필지 상단이 감찰어사대에 감금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송상은 분명 제발을 저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그럼 그 움직임을 포착하겠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고신에 남아날 장사는 없습니다.”
내 사악한 말에 감찰어사 최철호는 인상을 찡그렸다.
“고신?”
“그렇습니다. 선배님!”
“그러다가 자네의 이름을 거명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제가 밖에 있어야 자신들을 구명해 줄 거라고 믿을 것입니다.”
“자네가 저들을 구명한다?”
“그렇습니다. 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 고려 황실의 부마도위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으음! 알겠네.”
“그럼 우선 저도 심문을 받아야할 것입니다.”
내 말에 감찰어사 최철호도 씩 웃었다.
“괘나 거칠게 나오겠군.”
“하하하!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후배가 꽤 무례할 것이나 저의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아셔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지. 내 자네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건 그렇게 어찌 할 참인가?”
“60만 냥 정도의 세액을 받아내 볼 참입니다.”
“그 말은 압수한 인삼을 조 필지 그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말인가?”
감찰어사 최철호는 놀라 나를 봤다. 마치 이미 압수한 것을 왜 돌려 주냐는 눈빛이었다.
“돌려주는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그렇다네.”
“조 필지 상단은 송황실의 비호를 받고 있습니다. 은자 200만 냥과 4천근의 인삼을 모두 잃게 되면 조 필지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황실을 압박하려 할 것입니다.”
그제야 감찰어사 최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자네의 손해가 더 크군.”
조 필지는 끝내 60만 냥 정도를 더 내고 4천근의 인삼을 가지고 방면 되겠지만 난 은자 200만 냥을 고스란히 내탕고에 넣고 왕준명을 살려야 했다.‘내 가신의 목숨 값이 은자 200만 냥은 되어야지.’난 씩 웃어버렸다.
“송에 도착하면 조필지의 인삼은 도라지보다 못하게 될 것입니다.”
“뭐?”
“그런 것이 있습니다.”
“하하하! 난 도통 자네가 하는 일은 놀랍고 겁이 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네.”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그럼 이제 저를 옥사에 넣어주십시오.”
“좀 고초가 있을 것이네.”
“고초야 선배님께서 겪게 되실 것입니다.”
“내가?”
“이 여자의 등살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실 것입니다.”
“여자라면,,,,,,,.”
“태후마마와 공주마마께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군.”
감찰어사 최철호가 인상을 찡그렸다.감찰어사대의 별관 지하에 마련된 뇌옥.조필지 상단의 인원들과 왕준명과 상단 무사로 위장을 한 별초들은 각각 따른 옥에 갇혀 있었고 왕준명은 당장이라도 죽을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물끄러미 조 필지가 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대인!”
여전히 포박이 되어 있는 행수 하나가 다급하게 조 필지에게 물었다.
“당장 무슨 수를 써야겠지.”
“그렇습니다. 대인! 밀거래를 하다 발각이 되면 목이 잘리는 것이 보통이옵니다.”
“고려 조정이 내 목을 쉽게 자르지는 못하지.”
조 필지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기는 하오나 은자 200만 냥에 달하는 인삼을 압수당했으니,,,,,,,.”
행수가 조 필지의 눈치를 보며 죽을상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방법이 있을 것이야? 아니 그런가?”
조 필지는 큰 소리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왕준명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제야 왕준명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지요. 어떤 고신이 있어도 아시지요.”
왕준명은 절대 회생의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아 말했다.
“알지. 그나저나 어찌 감찰어사대가 알았을까?”
조 필지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머리에서는 절대 그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누가 은자 200만 냥을 버리면서 스스로 자신의 살을 베려고 하겠는가.
그것은 오직 회생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렇게 조필지가 감찰어사대가 들이닥친 것을 떠올리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뇌옥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놔라!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나는 견룡행수이며 부마도위다.이건 회생의 목소리였다.
“제 주군의 목소리입니다.”
왕준명이 기겁을 해서 조 필지를 보며 말했다.
“옥사에 갇히는 일은 없겠지. 그래도 부마도위이니.”
조 필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