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39화 (239/620)

< -- 간웅 12권. -- >조 필지 상단.조 필지는 행수 따위에게 맡겨 놔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신이 대령후와 함께 악비군의 일원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악비군은 비밀결사의 조직이었고 또한 악비군의 군자금을 대기 위해서는 송황실과의 친분을 유지하면서 송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비록 회생이라는 자가 인삼으로 자신을 압박하고 있으니 그 인삼만 확보하면 엄청난 이문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탕제에 고려 인삼이 들어가지 않으면 약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지.”

조 필지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기는 합니다. 상단이 확보한 물량이 없어 지금 송에서는 고려 인삼이 씨가 말랐습니다.”

“그럴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다고 해도 필요한 약재니 송에 가지고 가면 2배 이상의 이문을 남길 수 있다.”

조 필지는 지금이 자신의 상단에 위기이기도 하지만 큰 이문을 남길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습니다. 허나 삼밭이 불타고 더욱 고려 인삼의 씨가 마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간악한 놈이 저희 상단에 앙심을 품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대인!”

“돈은 귀신도 부린다고 했다. 아무리 내게 앙심을 품고 있다고는 해도 몇 곱으로 돈을 준다면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

“허나 그렇게 하다가,,,,,,,,.”

옆에 있던 행수는 혹시나 몇 배나 더 주고 고려 인삼을 쌌다가 팔로라도 막히게 되면 큰 낭패를 본다는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팔로가 막힌다면 큰 낭패를 보지.”

“그렇습니다. 대인!”

“허나 팔로가 막힐 이유가 없지 않느냐? 고려 인삼을 거래하는 상단은 송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그리고 그 비싼 고려 인삼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단도 우리뿐이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대인.”

“내 직접 그 회생이라는 자와 담판을 지어야겠다.”

“만나나 주겠습니까?”

자신이 갔을 때도 어린 아이를 내보냈다는 것을 떠올린 행수였다.

“잔챙이는 오지 말고 내가 직접 오라는 거겠지.”

조 필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직접 회생이란 자를 만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직접 만나야겠다. 그리고 담판을 지어야겠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법이다. 아무리 벽란도를 장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벽란도는 우리의 두 번째 수입원이다. 가장 중요한 곳은 송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신임을 잃게 된다면 우린 더 큰 타격을 입는다.”

“허나,,,,,,,.”

“송상이 가만히 있지도 않겠지.”

“그렇사옵니다. 벽란도를 장악하고 있으나 그것은 송상과 연합을 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교역품인 인삼도 확보하지 못하는 것들은 더 옆에 둔다고 해도 도움이 될 것은 없다.”

“그 말씀은,,,,,,,.”

행수는 놀라 조 필지를 봤다.

“송상이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회생이라는 자가 뒤를 봐주고 있는 상단과 거래를 해야겠지.”

“송상을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버린다? 후후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쥐만 잡아준다면 흰 고양이도 검은 고양이도 나는 상관이 없다는 거다.”

백묘흑묘의 전략이 여기서 나오고 있었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가자! 내 오늘을 넘기지 않고 담판을 지어야겠다.”

조 필지 상단은 이제는 담판을 지으려 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요.”

김승주는 내 말에 놀라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다시 차분해져서 나를 봤다.

“이번 일로 신라방은 큰 이문을 얻게 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한 번에 두 가지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김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인삼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도 안 되고 이 큰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 다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나는 조 필지 상단에 인삼 한 근을 금자 4냥에 팔 것이요.”

“금, 금자 4냥이라고 하셨소?”

“물론이요.”

“허나 시세는 은자 70냥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허나 고려 인삼이 다 내 수중에 있으니 썩어 문드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 이하로는 팔지 않을 겁니다.”

내 말에 김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들에게는?”

“금자 1냥을 받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기존 시세보다는 3할이나 비싼 금액이었다. 허나 신라방의 적인 조 필지 상단에게는 내가 금자 4냥을 받겠다고 했으니 신라방에게는 무척이나 싸게 파는 거였다.

“그리고 신라방은 확보한 고려 인삼을 송에 푸는 겁니다. 금자 2냥을 받는다면 2배가 남는 장사이니 손해가 될 게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적는 4배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니 신라방 입장에서는 8배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겁니다.”

내 말에 김승주가 날 빤히 봤다.

“왜 친분도 없는 저희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시는 겁니까?”

원래 이유 없는 친절과 적선은 없는 법이라는 것을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는 잘 아는 것 같았다.

“적의 적은 아군이지요. 그리고 난 벽란도와 신라방의 정보력이 필요합니다.”

“벽, 벽란도와 신라방의 정보력이라 하셨소?”

“그렇소. 이번 일로 벽란도를 장악하고 있는 조 필지 상단에게 큰 타격을 주고 또한 신라방을 통해 송의 내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또한 송의 내륙 상권을 어느 정도 장악하고 싶소.”

“겨우 수천 근의 인삼으로 벽란도와 송의 내륙 상권을 장악하실 수 있겠소?”

김승주는 회의적인 눈빛으로 나를 봤다.

“당장은 어렵겠지요. 허나!”

난 김승주를 뚫어지게 봤다.

“허나?”

“허나 시작이 반이지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의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참으로 꿀 같이 달고 단 제안이 분명합니다.”

“하시겠소?”

“마다할 이유는 없소.”

“비밀이 우선입니다.”

“허나 조 필지 상단의 자금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조 필지 상단에 몇 근의 인삼을 파실 생각이십니까?”

“4천근 전부를 팔 생각입니다.”

내 말에 신라방 방주는 날 빤히 봤다.

“그렇다면 가진 인삼의 전부이지 않소?”

“내가 보유한 삼밭의 인삼은 곧 출하가 될 것입니다. 그 삼밭에서 최소 1만 근의 인삼이 생산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남변을 제외한 삼밭에서 출하되는 인삼을 말하는 거였다.‘남변에서 생산될 인삼은 3만 근 모두 홍삼이 될 것이다.’난 여전히 당황스러워하는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를 보며 씩 웃었다.

“1만근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내 말에 신라방 총 방주 김승주는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 상단은,,,,,,,.”

저런 표정은 거래할 대금이 부족하다는 표정이 분명할 거다.사실 1근에 금자 1냥을 받는다고 해도 금자 만 냥이다. 그건 다시 말해 은자로 해서 은자 100만 냥에 해당되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거래 대금이 없으십니까?”

“으음,,,,,,.”

옛 명성은 다 어디로 가고 거래 대금이 부족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소. 신라방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소.”

“대금은 후납으로 받지요.”

내 말에 신라방 총방주는 놀란 눈으로 날 보다가 다시 날 노려봤다.

“무엇을 믿고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까?”

“나를 믿지요. 난 내 눈을 믿고 내 의지를 믿고 내 결심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신라방의 신용을 믿어볼 참입니다.”

“이건 거래가 아니요. 적선이지.”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는 자존심이 상하는 듯 했다.

“적선이라? 그리 생각하십니까?”

“아니었습니까?”

“거절이십니까?”

“으음,,,,,,.”

다시 신라방 총방주는 나를 빤히 봤다.

“분명 말씀 드렸습니다. 저의 적이 그대의 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신라방에게는 천운이 되었습니다.”

“알겠소. 그리고 고맙소.”

“제가 필요한 것은 남송의 상권입니다. 신라방은 그것을 제게 주시면 되는 것입니다.”

“상권은 이해가 되는데 정보는 왜?”

“남송의 정보 없이 어찌 돈을 벌겠습니까.”

“알겠소. 내 그대와 연합을 하겠소.”

이렇게 난 신라방과 연합을 했다. 물론 그 첫 번째 목표는 조 필지 상단이다. 그리고 그 조 필지 상단을 벽란도에서 축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 목적의 전부라면 나는 신라방과 연합하지 않았다.

내 진정한 목적은 딴 곳에 있었다.‘송나라의 내수시장은 내게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어줄 것이다.

’깊은 밤. 은밀히 개경을 떠난 대장군 이 소응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있는 망건을 따라서 한성 북악산 기슬로 말을 달려 도천밀교의 한성지부의 장졸들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장정들을 모울 수 있는 것이 놀랍기만 하군.”

대장군 이 소응은 모인 장정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것이 대장군이신 주군의 높으신 덕망이 있기에 가능했사옵니다.”

“나의 덕망?”

“그렇사옵니다. 대장군께서 뜻을 펼친다고 하시니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망건은 이소응의 눈치를 보며 아부를 계속했다.

“허허! 이 사람이,,,,,,,.”

“아니옵니다. 모든 것이 다 대장군의 덕이시옵니다.”

“하여튼 저 정도의 병력이라면 충분히 쥐새끼 같은 오랑캐 순문사를 처단할 수 있을 것이야.”

“그렇사옵니다.”

사실 이 소응은 대령후에게 금나라 순문사를 척살하라는 밀명을 받은 상태였다. 그 일만 성공을 하게 된다면 대노한 금나라의 황제가 대국의 군사를 이끌고 고려로 진군할 것이고 지금의 황제를 폐위하고 대령후인 자신을 황제에 등극시킬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이 소응 자신이 벽상공신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

그것을 지금 도천밀교의 한성지부의 지부장인 망건이 이용하고 있는 거였다. 이렇게 세상은 위급하고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여튼 장관이라면 장관이군. 하하하!”

수백의 장졸들이 대오를 이루고 수박희를 겨루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또한 횃불에 비친 그들의 구릿빛 몸에서는 피 같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그 옆에는 실전처럼 창검을 들고 대련을 하고 있는 장졸들의 모습도 장관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 소응이었다.

“제 주군이신 대장군께서 위무하기기 위해 온다는 말에 군졸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하고 말고 저들은 나를 도와 새롭게 창건될 고려황실의 충성스러운 군사가 될 것이네. 이번 거사만 잘 처리된다면 저들은 공신이 될 것이고 귀족이 될 것이네.”

이 소응은 무척이나 군사들을 보고 만족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망건이 속으로 아무런 의심도 없는 이 소응을 조롱했다.

“그러하옵니다.”

“대령후께서 황제가 되시는 날이면 나는 벽상공신이 될 것이고 자네도 공신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네.”

“감사하옵니다. 주군.”

“그래. 저 정도의 병력이면 충분히 금나라 사신 야율강을 척살하여 금황제의 분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야.”

“그렇사옵니다. 저들은 대장군에게 목숨을 바칠 충성스러운 군대가 될 것입니다.”

“하하하! 내게 충성을 다하는 군데?”

“그렇사옵니다.”

“이 모습을 왕거 대인도 봐야 했는데 왜 데리고 오지말자고 한 것인가?”

“다 그럴 이유가 있사옵니다.”

“이유가 있다?”

“그렇사옵니다.”

“무언가?”

이소응은 망건을 봤다.

“산채로 들어가시면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망건은 이소응을 뚫어지게 봤다.

“알았네.”

“저쪽이옵니다.”

망건은 대장군이 이소응을 산채로 안내했다.‘큰 비가 내리고 돌풍이 몰아쳐야 새로운 아침은 더욱 빛나는 법이다.’이렇게 망건은 망건대로 딴 마음을 먹고 있었다.내가 벽란도 외곽에 있는 유곽 몽한정에서 신라방 총방중인 김승주와 담판을 하고 내 사택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만적이었다.

“오셨습니까? 주군.”

“나를 기다린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누가 왔나보군.”

난 이미 지금쯤이면 몸이 닳을 조필지가 직접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주군. 조필지가 왔습니다.”

“왔군.”

난 만적을 보며 씩 웃었다.

“그렇사옵니다.”

“가자! 내게 돈을 바치려 왔으니 융숭하게 대접을 해야지.”

내 의도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조 필지는 자신의 파멸로 한 걸음 다가가고 있었다.내가 전각으로 들어서자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조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회생공입니까?”

조 필지는 괜한 것을 묻고 있었다.

“이 야심한 밤에 어인일이십니까?”

“나를 직접 오라고 하셨으면서 어인일이라니요?”

조 필지는 내 의중을 파악하고 있었던 거였다. 사실 만적을 조 필지 상단의 행수를 만나게 한 것은 조 필지 스스로 오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하하! 그런가요. 앉으시지요.”

난 조 필지에게 자리를 권하며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조 필지는 다급했는지 자리에 앉아말자 나를 빤히 노려봤다.

“얼마면 되겠소?”

“무엇을 말입니까?”

“얼마면 가지고 계신 인삼을 우리 상단에 넘겨주겠소?”

“차도 들기 전에 바로 일 이야기부터 하시는 것을 봐서 꽤나 급하신 모양입니다.”

조 필지는 이 순간 다급했고 난 여유로웠다. 이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거래가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였다.

“내 예전 일은 사과하리다.”

수세에 몰리니 예전 내게 타격을 주려했던 일부터 사과를 하는 조 필지였다.

“지난 일이라 크게 계념치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와 거래를 합시다.”

“거래요?”

“그렇소. 이 고려에서 나는 인삼의 대부분을 회생공이 가지고 계신 것을 압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벽란도에서 장사를 하려고 했는데 할 수 없게 되어 남는 재물을 쓸 곳이 없어 인삼을 매입해 두었습니다.”

지금의 분란 모두를 조필지의 책임으로 돌리는 나였다.

“그렇습니까?”

분명 속에서는 부글부글 끌어오를 조 필지나 약자의 입장이 되어 있는 조필지이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왜 인삼이 필요하십니까?”

“그렇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얼마면 파시겠소?”

이렇게 거래를 할 때 먼저 금액을 말하면 하수다. 그리고 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필지의 애가 더 타게 진을 빼야 내게 더 큰 이문이 된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다.

“송에서는 탕제에 고려 인삼이 들어가지 않으면 약이 아니라는 소리가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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