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37화 (237/620)

< -- 간웅 12권. -- >

“너는 중원에 흩어져 있는 모든 신라인의 희망이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 아버님!”

“덕현아! 네가 진정 계림의 황룡이 되기 위해서는 큰 연못을 만나야 할 것이다. 이 고려에 온 이상 영웅이 될 조짐을 보이는 자들과 교분을 쌓고 너의 편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 아버님!”

덕현은 짧게 대답을 했다.

“우리가 계림을 다시 열고자 한다고 해서 열리는 것이 분명 아닐 것이다. 진정한 계림은 하늘이 여는 것이고 하늘로 승천할 용의 길을 열어주실 것이다.

하늘이 허락지 않는다면 계림은 열리지 않을 것이니 스스로 준비하지 않고 헛된 욕망만 가진다면 거짓 계림이 열린들 중원에서 고통 받고 있는 신라인들에게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가 계림의 황룡이 아니라면 너는 이 아비를 도와 진정한 계림의 황룡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계림은 신라를 의미한다.그리고 이들은 신라 부흥을 꿈꾸는 자들이 분명했다. 허나 이들을 이끄는 김승주라는 자는 자신이나 자신의 아들이 반드시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 했다.

“예. 아버님!”

“절대 사사로이 우리가 계림을 여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 대인!”

“하여튼 우선은 조 필지 상단을 상대한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벽란도에 터를 잡으려고 준비 중입니다.”

“쉽지 않을 것이네. 이 벽란이 고려에 있기는 해도 그 중심에는 조필지 상단과 송상이 움직이고 있지. 우리에게 절대 터를 내어줄 조 필지 상단이 아니네.”

“그렇기에 이렇게 몸을 숨기고 움직이는 것 아닙니까?”

“그래. 하여튼 최준이 엄청난 거래가 있다고 했으니 기다려 볼 수밖에.”

김승주는 최준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사실 김승주는 최준과 꽤나 친분이 있었다. 이건 다시 말해 최준이 무척이나 발이 넓다는 반증이기도 했다.최준의 방.이미 연락을 취해 놓은 상태였기에 최준 스승은 방에 와 있었고 나는 최준을 보며 자리에 앉았다.

“회생아! 너의 넘치는 기개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황제폐하에게 반감을 사는 행동은 피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낮에 야율강에게 했던 일이 떠올라 나를 걱정하기에 하는 말이 분명했다.

“어느 정도로 행동할지 알기 위해 한 일이옵니다.”

“알고 있다. 허나 황제폐하께서는 너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

“그 역시 알고 있습니다. 원래 충신을 가까이 할 황제폐하는 아니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최준이 피식 웃었다.

“며칠 못 보던 사이에 넉살이 늘었구나.”

“하하하! 그렇사옵니까?”

“그런데 무슨 일이냐?”

“전에 말씀하셨던 신라방을 만나고자 합니다.”

내 말에 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벽란도를 장악한 송상과 조필지 상단을 깨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신라방과 연대를 해 볼 생각이옵니다.”

“잘 생각했다. 비록 신라방이 지금 세를 잃어 겨우 명맥만 유지하지만 신라방만큼 정보력이 뛰어난 상단도 없을 것이다. 특히 총 신라방 방주 김승주는 호걸이지.”

김승주가 최준을 잘 알듯 최준도 김승주를 잘 아는 듯 했다.

“호걸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10만 신라방 신라인들의 기둥이기도 하지. 나라 없는 백성을 그 정도까지 응집시킬 수 있는 인물은 영웅일 것이다.”

“신라방 총방주를 잘 아십니까?”

“그래. 예전 몇 번 본적이 있다.”

“예. 그렇군요.”

“마침 잘되었다. 그가 지금 벽란도에 있으니 만나 보거라.”

“예. 스승님!”

“그런데 무엇으로 조필지 상단을 상대할 것이냐?”

이것이 최준 스승이 궁금한 거였다.

“인삼입니다.”

“인삼?”

“그렇습니다. 조필지 상단은 인삼을 통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회생 네가 하는 일이니 틀림이 없겠지만 조필지 상단의 재력은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일 거다.”

“많이 가지고 있다면 빼앗을 것도 많으니 좋은 일입니다.”

내 말에 최준은 역시 나라는 눈빛으로 보였다.

“하여튼 몽한정 이라는 여관에 묵고 있다.”

“예. 스승님!”

난 그렇게 말하고 뭔가 마려운 강아지처럼 최준 스승을 봤다. 황족의 눈치를 보며 산 것이 수십 년이니 내가 왜 이런 눈빛을 보이는지 잘 알 것이다.

“요즘 제법 재물이 쓰일 것이다.”

이미 내가 온다는 것을 통보 받았을 때부터 준비한 듯 최준 스승은 묵직한 보합을 탁자 위에 올렸다.

“무엇이옵니까?”

“환관의 탐욕이면서 전부다.”

최준 스승님은 내게 무겁게 말했다.

“예?”

“환관은 사내의 그것이 없기에 재물을 모으는 것에 열중한다. 이것은 환관들이 너를 위해 추렴한 것이다. 아무런 대가가 없이 추렴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라.”

“예, 알고 있습니다.”

“환관을 가까이 하는 것이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 스승님!”

“이 많은 재물을 내놓은 것은 후일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알고 있습니다.”

최준 스승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

“10만 냥은 될 것이니 우선은 급한 곳에 써라.”

이미 최준 스승은 내가 북변 갑산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이제 현대적 표현으로 과부 달러 빚 보다 더 무섭다는 환관의 재물까지 얻었으니 김승주라는 신라방 총방주를 만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럼 저는 이만 몽한정으로 가보겠습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목례를 했다. 사신관 야율강의 내실.내실에는 금나라 순문사인 야율강과 무장인 할타 그리고 고달기가 앉아 있었다.

꽤나 성공적으로 고려 명종황제를 압박하고 돌아온 터라 탁자 위에는 술과 안주가 올려 있었다. 허나 야율강은 황궁에서 자신과 짧기만 오래 기억이 남을 이야기를 나눈 회생을 떠올리며 쉽게 술잔을 들지 못했다. 또한 야율강의 뒤를 따라 검을 차고 의도적으로 고려 대전으로 들어갔던 할타 역시 회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분을 삭이지 못해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각각 야율강과 할타가 다른 반응을 보이자 야릇하게 보고 있는 고달기였다.

“그 회생이라는 놈을 요절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할타가 분을 참지 못한 듯 야율강에게 말했고 그 순간 고달기의 눈빛에서 살기가 담겼다.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고 제가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할타공.”

고달기는 옥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디찬 검과 같은 살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금의 무장 그놈도 고려의 무장. 검무를 핑계 삼아 요절을 내면 그만이오.”

“그 검무장에 나설 만큼 어리석은 자가 아닙니다. 영악한 것이 뱀과 같고 암계를 꾸미는 것이 여우같습니다.”

“그도 나쁘지 않군.”

야율강은 그렇게 말하고 술잔을 들었다. 그 순간 술잔에 담긴 야율강의 눈동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긴 듯 했다.살기와 두려움!야율강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술을 들이켰다.

“기회만 만들어진다면 소장이 그자의 목을 베겠습니다. 대국에 화가 될 인물이 분명합니다.”

“옳은 말이네! 내가 어떻게 나올지 그 엄청난 분위기에서 스스럼없이 나를 떠 봤어. 대단해.”

“그러니 더욱 제거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제거를 할 방법은 여러 가지지. 자네의 말처럼 검무장에서도 벨 수 있고 대국으로 끌고 가서 죽일 수도 있고. 방법은 많지.”

야율강은 회생을 죽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검무를 통해서 제거하겠습니다.”

“기회를 만들어보겠네.”

사실 내일에 명종 황제가 여는 연회가 있었다. 그때 야율강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회생을 제거하려고 했다.‘용의 상이야!’야율강이 회생을 제거할 결심을 한 것은 바로 회생에게서 용의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할타나 고달기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예. 대인 금의 무장의 긍지를 높이겠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죽일 수는 없지. 그래도 고려의 부마도위니 말일세.”

“처음에는 살살하고 실수로 검이 깨어지는 것처럼 꾸며 베겠습니다.”

“파검의 술을 쓰겠다?”

“예. 대인!”

할타는 검무에서 사고를 통해 회생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과연 검무에 응하겠습니까? 저는 그가 검을 뽑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대인!”

고달기가 조심히 말했다.

“황제를 지키는 무장이 검을 뽑은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회생의 검술 실력은 거의 병졸 수준에 가까웠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수련을 했기에 그 정도로 발전한 거였다.

“상황이 검무에 응하게 만들어야겠지.”

야율강은 사악하게 웃었다.

“하하하! 술 한 잔이 들어가니 초재가 보고 싶군.”

야율강은 고려의 사신으로 오기위해 자신의 장자인 초재가 태어나는 것도 보지 못하고 왔다. 초재?야율강이 초재라고 부르는 아이는 바로 후일 칭기즈칸의 신하가 되는 야율초재였다. 허나 그것은 역사의 기록일 뿐이었다. 회생이 등장한 이상 그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소공장의 탄생도 보지 못하고 오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었군.”

“대인을 닮았다면 분명 뛰어난 인재가 될 것입니다.”

“그래주면 고맙지.”

“제가 도울 것입니다.”

“하하하! 무예스승은 이미 구했군.”

“제가 영광입니다.”

“어디 자네만 영광이겠는가? 발해 최고의 무장인 한타가 초재의 무예스승이 되는데 어찌 나에게도 영광이 아니겠는가?”

한타?할타의 본명은 한타였다. 허나 그는 스스로 발해 인이라는 것을 숨겼다.

금이 비록 발해출신은 멸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관료가 된 후에는 최고의 단계까지 오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한타는 스스로 여진족의 이름인 할타로 개명을 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야율강의 식객이 되었다.물론 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몰랐다.

망국의 유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타는 한 거였다.

“곧 돌아가시면 소공자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황제폐하를 보필하여 할 일이 내게 참으로 많네.”

“예. 그렇습니다. 대인!”

“그리고 지금 가장 급한 것은 회생이라는 그 자를 제거 하는 것이야!”

야율강은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용의 기운을 가진 자가 만약 용혈을 만난다면 그 기운에서 일어난 금의 기운이 제일 먼저 쇠하게 될 것이야,,,,,,.’그런 걱정을 하는 야율강은 모르고 있었다.

스스로 용혈이라고 말한 북변 갑산이 회생의 식읍이라는 것을.그리고 점점 더 회생을 위한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이 소응의 사택.이소응의 사택에는 왕거가 와 있었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렇게 노망이 난 두 늙은이가 만났으니 무슨 사단이 나도 날 것이 분명했고 그들의 옆에 망건이 차가운 눈빛으로 두 늙은이를 보고 있었다.사실 이 자리는 이소응이 왕거를 청한 자리였다.

“이대장군께서 저를 왜 보자고 하신 것입니까?”

왕거가 물었다.

“대전에서 왕거 대인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저와 뜻이 같다고 여겨 모셨습니다.”

“뜻이 같다?”

“그렇습니다. 저는 척상장군의 부장이었습니다. 척상장군이 작금의 사태를 아신다면 지하에서 통곡을 하실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오. 형님폐하만 계셨다면 그런 망극하고 황망한 일은 조정에서 일어날 수도 없소.”

왕거는 승하한 인종의 사촌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순간 이소응의 눈빛이 변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요?”

“사득한 금나라 오랑캐를 곱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

드디어 노망의 시작이었다. 허나 이 일은 이소응이 생각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처음 이 생각을 꾸민 것은 망건이었다. 하지만 서경에 웅크리고 있는 대령후의 지시가 내려온 것을 보고 망건은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사신이 참살을 당하면 고려가 휘청거린다.

’이것이 진정 이소응의 부장 노릇을 하는 망건이 바라는 거였다. ‘굳은 비가 내리지 않고 새롭고 밝은 하늘이 열리지 않는 법이지.’망건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대령후가 엄청난 지시를 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곱게 보내지 않겠다니요?”

왕거는 놀라 이소응을 봤다.

“지금의 황제폐하께서는 너무나 유약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소응의 말에 왕거는 기겁을 했다.

“이 늙은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겁니까? 이대장군!”

“승하하신 인종폐하를 가장 밟은 분이 바로 대령후입니다.”

이미 대령후와 손을 잡은 이소응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소응을 감시하고 있는 회생이기도 했다.사실 이소응이 이렇게 왕거에게 대령후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정말 인종을 가장 많이 닮은 황자가 대령후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승하한 인종이 꽤나 아낀 황자가 바로 왕거였다. 그러니 왕거는 인종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경외심이 대령후에게 쏠렸다는 것을 이소응이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런 지시를 내린 것도 대령후였다.

“지, 지금 역모를 말하는 겁니까?”

“역모라니요. 잘못된 사직을 바로잡자는 겁니다.”

“대령후께서는 어디에 계신지도 모릅니다.”

“서경에 계시옵니다.”

“서경이라고요?”

“예. 이미 대령후께서는 마음을 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왕거공과 뜻을 같이 하고자 하십니다.”

왕거를 끌어드리려는 것은 그가 황실이 관리하는 염전을 상당히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거사에는 재물이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허나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하셔야 후일 크게 인정을 받으실 것입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망건이 나섰다.

“그런가?”

왕거는 망건의 이야기를 들으며 골똘히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이소응은 자신에게 반역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객사를 할 것 같았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왕거공.”

“승하하신 인종폐하를 위해서라도 거사에 동참하겠소.”

원래 머리가 없는 것들이 결정은 빠른 법이다.

“그런데 어떻게 금나라 오랑캐를 도모하면 되겠소?”

“소장이 용력이 출중한 자를 몇 아옵니다.”

망건이 차분하게 말했다.

“실패를 하더라도 대장군과 왕거공을 알지 못할 것이옵니다. 물론 저 역시도 알지 못하옵니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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