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2권. -- >
“그렇습니다. 그저 영광된 징벌에 참여시키고자 하시는 대국 황제폐하의 깊으신 뜻입니다. 어디 고려의 병사들이 가여워 전장의 앞에 새우겠습니까.”
이건 조롱이었다. 난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먼 과거가 아니라 인종 초기만 해도 고려의 강병들만 보면 벌벌 떨던 금나라였는데 이제는 우리를 이렇게 무시하는 상황이 된 거였다. 이 모든 것이 무신들을 천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
“짐이 신료들과 깊게 상론한 후에 알려 주겠소.”
“예. 황제폐하.”
정말 얻을 것은 다 얻고 있는 야율강인 거다. 만약 명종황제가 병력을 파병하겠다고 결정을 한다면 괜한 전쟁에 피를 보는 것이 되었다.
허나 절대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허세가 하늘을 찌르는군.’사실 전쟁은 절대 갑자기 일어날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나려면 징후가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징후를 가장 빠르게 아는 것은 상인들이다.벽란도에 들어오는 타국 상인들 중에 금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또 금이나 송에서 들어오는 물품에서도 전쟁징후가 없었다. 중원 남방에서 생산되는 곡물들이 여전히 벽란도를 통해 고려로 들어와 왜로 넘어가고 있었고 또한 안남국의 쌀도 여전히 벽란도를 통해 왜나 금으로 가고 있었다.
‘전쟁의 징후가 있다면 안남국의 쌀은 송으로 가야 한다.’난 이것을 통해 야율강이 그저 고려를 압박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추측에 불과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금은 기병 위주의 군대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것은 아직 초원의 맹주인 몽고가 나타나기 전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말총도 아직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전쟁을 준비한다면 말총이 이렇게 고려에 유입될 이유가 없었다.
‘전격전을 한다면 모를까? 절대 그렇지 않고서는 금은 송을 치지 않는다.’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마대에 의해 속도전 및 전격전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고려에게 군량미를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북변 갑산을 어떻게 하지?’난 속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그곳에 들어간 재물만 해도 내탕고를 10번은 채우고 남을 재물이었다.그런데 지금 금에 의해 내 백성들의 터전이 소거될 판이었다.
‘정말 천기누설을 해서라도 담판을 지어야겠군.’난 야율강과 어떻게든 담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금나라 순문사인 야율강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얻고 명종황제의 알현을 끝냈다.‘까딱 잘못하면 천리장성 이북과 엄청난 군량을 빼앗길 판이군.’정말 답답한 노릇이 분명했다.
허나 명종황제는 겨우 순문사인 야율강이 자신을 황제폐하라 불러주는 것에 만족하는 듯 했다.뭐 어찌 보면 고려 조정에서 북변 갑산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땅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쓸모없는 땅을 내게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내렸으니 말이다.‘일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여튼 그렇게 순문사의 명종황제 알현은 끝이 났다. ‘그냥 죽게 만들어?’난 순간 대령후의 두 번째 음모를 모른 체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그렇게 된다면 전란에 휩싸이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소탐대실 할 수는 없지.’정말 짜증만 밀려드는 하루가 분명했다.
4. 고려가 아무리 급해도 우선 내 이익부터.공여태후의 전각에 있는 내실.
“뭐라 했는가? 지금 그 많은 문무백관들이 겨우 금의 오랑캐인 그것도 거란출신인 순문사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했는가?”
대전에서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온 해월에게 공예태후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해월은 마지 대전에서 일어난 일이 모두 자신의 잘못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더욱 금의 전쟁에 고려가 군량을 데라는 말에 황상이 신료들과 상론한다고 말했단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순문사의 작태가 고려사직과 황실을,,,,,,.”
해월은 더 말하지 못했다.
“깔보는 것이지. 선황제께서 계실 때는 이런 일은 없었는데,,,,,,,.”
선황제는 의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종을 말하는 거였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렇게 순문사가 작태를 보이는데 조정신료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참지정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또 외척인 위위경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또한 내게 아무 알도 없을 거라던 부마도위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부마도위께서는 처음 검을 차고 들어서는 금의 무장들을 당당히 막아 고려 무장의 기개를 보였으나 문신들과 무신들이 금황제의 기세를 등에 업은 순문사를 감당하지 못했다 하옵니다.”
해월은 회생의 외숙모답게 회생은 돋보이게 하고 문신들과 무신들을 깎아 내렸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황제폐하께서 이미,,,,,,.”
“칙서를 받고자 몸을 낮췄겠지.”
공예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또한 부마도위의 식읍을 가지고 순문사가 금의 병력을 파병하겠다는 소리까지 했다고 하옵니다.”
“뭐라?”
순간 회생의 일이라 공예태후의 진노는 더욱 커졌다.
“부마도위의 식읍은 고려의 영토인데 어찌 금이 내정을 간섭하겠다고 하는가?”
“황제폐하께서 천리장성 이북은 고려의 영토가 아니라고 하였기에,,,,,,.”
의도적으로 해월은 명종황제의 실언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이리 유약하셔서 어찌 조정신료들을 아우르신단 말인가.”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그럼 이제 어찌 한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금황제의 책봉 칙서를 받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야 황상폐하께서도 어찌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사옵니다.”
“이리도 주변국의 정세를 보지 못한단 말인가? 금은 절대 홀로 송을 치지 못하고 송은 금을 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럼 모든 것은 고려의 의지에 결정이 되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아둔한 신하들과 유약한 황제가 고려 황실의 위신을 깎아내리는구나.”
분명 공예태후는 여걸이었다.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
“그건 그렇고 어찌 부마도위는 안심하고 있으라고 내게 말한 것인가? 안 되겠다. 부마도위를 부르라.”
“믿어보시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믿으라.”
“그러하옵니다. 부마도위께서는 한 번도 태후마마의 기대를 저버리신 적이 없지 않사옵니까?”
“그렇기는 해도 고려의 장졸들을 오랑캐의 땅에서 죽게 할 수 없다.”
“분명 그것을 부마도위가 막을 것이옵니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태후마마 부마도위 들었습니다.나인의 보고에 공예태후는 문 쪽을 봤다.
“어서 드리라.”
조필지 상단 본전 방.조필지는 어두운 표정으로 회생의 사택을 다녀온 행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금자 3냥으로도 없다 했단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시세가 급등한 것을 알고 팔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망할 놈들!”
바드득!조필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사실 조필지는 송 황실에 인삼을 구해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 역시 악비군의 인원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것은 숨겨진 신분이었고 어찌 되었던 지금은 송황실에 물품을 데는 송나라에서 제일 큰 상단주였다.
“황실에서 어떻게든 인삼을 구해 진상하라 했단 말이다. 또한 고관대작들의 압력도 상단한데 인삼을 이렇게 구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다.”
“알고는 있사오나 팔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 했사옵니다. 허나,,,,,,,.”
“허나 무엇인가?”
“아예 팔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 듯 합니다.”
“가격을 더 올려 받겠다는 건가?”
“그렇사옵니다. 어린 아이의 말이기는 하나 분명 회생이라는 자의 뜻인 듯 합니다.”
“뭐라? 그럼 회생이라는 자도 못 만나고 어린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왔단 말인가? 송의 제일 상단 행수라는 자가 말이야!”
조 필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기세가 워낙 등등해서 어쩔 수 없었사옵니다. 또한 예전 일로 우리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예전 일이라니?”
“벽란도에 점포를 마련하고 장사를 하려는 것을 저희가 송상과 연합해서 막지 않았습니까?”
“으음,,,,,,.”
“하지만 그 위세도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곧 인삼이 출하되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행수가 조필지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허나 그때까지 시간이 없으니 말이다.”
“우선의 왜의 인삼을 구해서 보내는 것은 어떠합니까?”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다. 허나 고려 인삼과 왜의 인삼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거였다. 사실 고려의 도라지도 왜의 산삼보다 좋다는 말이 있으니 말이다.
“약효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는 것을 모르나?”
“허나 누가 알겠습니까?”
행수가 씩 웃었다.
“허나 황제폐하가 드실 것이다. 또한 황실 태의들은 고려 인삼과 왜의 인삼을 구별할 것이다. 괜히 허튼 수를 잘못 쓰다가는 황실을 기망했다는 죄로 목이 잘릴 수도 있다.”
조필지의 말에 행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소인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할 수 없지. 내 어떻게는 황실에게 사정을 하는 수밖에 금자 3냥도 엄청난 출현인데 더 이상을 줄 수는 없음이야.”
“그러하옵니다. 대인.”
“보름이면 인삼이 출하될 것이다. 비록 남변이 멀어 이곳까지 오는데 한 달이 더 걸리는 그것을 구입할 수는 없지만 개경 인근의 인삼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대인! 이미 개경 인근에 있는 삼밭에 사람을 보냈습니다.”
행수의 입장에서는 빠른 조치가 분명할 거다. 허나 회생의 조치가 떠 빨랐다.
“대인! 대인!”
그때 본전 방 복도에 급히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벌컥!그리고 들어가겠다는 말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왔다.
“웬 소란인가?”
놀란 행수가 소리를 질렀다.
“불, 불이 났습니다.”
“불이라니? 상단 창고에 불이 났단 말이냐?”
사내의 말에 놀란 조필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그게 아니옵고,,,,,,,.”
“자네는 삼밭 매입을 위해 보낸 자가 아닌가?”
행수가 놀라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삼밭에 불이 났습니다.”
“뭐라?”
순간 조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삼밭이 불이 난 것이냐?”
“그건 모르겠으나 제 눈앞에서 불길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으음,,,,,,.”
조필지는 신음을 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상심할 것 없사옵니다. 개경 인근에 삼밭이 그곳 뿐은 아니지 않습니까? 웃돈을 더 올려준다면 저희에게 팔 것입니다.”
행수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니 네놈이 그저 행수만 하는 것이다.”
“예?”
“정말 간악하고 대담한 자가 분명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인!”
“삼밭에 불이 괜히 났다고 생각을 하는가?”
조필지의 말을 두 사내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회생의 짓이다. 다른 삼밭도 모두 불을 지를 것이 분명할 것이다.”
이래서 큰 상단의 상단주는 달라도 다른 법이었다.
“정, 정말이옵니까?”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젠장! 이제는 영락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회생 그자의 것을 사야겠구나.”
조필지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금자 3냥을 준다고 해도 쉬이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금자 5냥을 주더라도 전량 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부를 황실에 봉납하고 나머지는 더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다.”
바드득!상인은 절대 밑지고는 팔지 않는 법이다.
“금자 5냥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금자 5냥이다. 그 이상을 주더라도 구해야 할 것이다. 송에서 고려 인삼이 들어가지 않고 어디 약이라고 부르더냐?”
“그렇기는 하옵니다.”
“진정 모질게도 매점매석을 하는 자가 분명하다. 또한 정보가 무척이나 빠른 자이기도 하다.”
“그러하옵니다.”
“이러다가 우리 상단이 황실의 신뢰를 잃게 되면 겨우 밟아버린 신라방이 다시 꿈틀 거리게 된다.”
조필지가 진정 걱정하는 것은 신라방 상인들이었다.
“신, 신라방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그것들은 잡초다. 틈이 보이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티 우는 놈들이다. 만약 그놈들이 이 사정을 알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니 회생이라는 놈이 절대 신라방의 존재를 몰라야 한다.”
하지만 이미 회생은 자신의 스승인 최준에게서 신라방의 존재를 들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렇게 삼밭을 태우는 짓을 할 수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이번 인삼 매점을 통해 자신을 엿 먹인 조필지 상단에게 복수를 생각하고 있는 회생이기도 했다.
“부마도위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소.”
오직 믿을 것은 회생뿐이지만 태후는 회생을 질책하듯 말했다.
“부마도위이기는 하지만 견룡행수라 쉽게 나설 수는 없었사옵니다. 또 나설 필요도 없었습니다.”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렇사옵니다. 꼬리를 내린 신료들의 틈에서 제가 아무리 당당히 따져든다고 해도 얻을 것은 없을 것 같사옵니다. 또한 저는 이미 야율강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사옵니다.”
“간파했다. 허나 순문사는 고려에게 병사와 군량을 요구했네. 유약한 황상은 금나라 황제의 칙서를 받기 위해서라도 순문사의 말을 들어줄 것이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절대 금은 당분간 송과 전쟁을 하지 못합니다.”
“절대 못한다?”
“그렇사옵니다. 금이 전쟁을 할 징후를 보인다면 분명 송도 그것을 간파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벽란도에 안남국의 쌀이 들어올 수가 없사옵니다. 송이 당장 군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어찌 벽란도에 안남국의 쌀을 팔게 하겠사옵니까?”
내 말에 공예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금의 말총이 여전히 북변을 통해 들어오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일부이기는 하나 말들도 유입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위해서 가장 중요시 관리 되어야 할 것이 말인데 말이 고려로 들어온다는 것은 전쟁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금이 이리 고려를 압박 하는 것인가?”
“자중지란을 만들어 다시는 줄타기 외교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당장 금의 편에 서지 않더라도 송의 편에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천리장성 이후의 땅을 금의 영토로 공고히 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그 역시 문제이지 않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인종폐하께서 개척해 놓은 북변을 금의 오랑캐에게 내어줄 수는 없다.”
“물론이옵니다. 그곳은 저의 식읍이기도 합니다. 제가 곧 은밀히 금의 순문사를 만나 단판을 지을 것입니다.”
“무엇을 생각하는가? 부마도위!”
“잘만 한다면 갑주 이북의 땅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갑주 이북의 땅이라고 하셨소?”
내 말에 공예태후는 놀라 빤히 봤다.
“그렇사옵니다. 원래 계획 했던 것이나 조금 당길 뿐이옵니다.”
============================ 작품 후기 ============================어제 예약을 걸어놓고 잤는데 오늘 퇴근해 보니 연재가 안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올립니다.고려가 금과 대등하지는 못해도 이렇게 굴욕적인 외교관계를 유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소설의 진행상 약간 역사적 오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어야 금을 깨고 송을 깰 때 더 통쾌한 법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