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2권. -- >
“안 되겠다. 부마도위를 부르라.”
공예태후가 결심이라도 한 듯 해월에게 명을 내렸다.
“예. 태후마마.”
그렇게 다시 태후는 공예태후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대전.명종황제와 위위경인 이의방이 독대를 하고 있었다.
“위위경!”
명종황제가 나직이 위위경을 불렀다.
“예. 황제폐하! 하명 하시옵소서.”
“금나라 사신이 왜 고려에 은밀히 왔다고 생각을 하는가?”
“소신은 아둔하여 무어라 말씀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위위경인 이의방은 이미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대가 모르면 짐은 누구를 의지한단 말인가?”
이 명종의 말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짐이 만약 금황제의 책봉 칙서를 받지 못한다면 그대의 사위인 태자 역시 후일 용상에 오르지 못하게 될 것이네. 또한 이 고려는 금나라 군대에 의해 사직이 위태롭게 될 것이네. 짐이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외척인 위위경일뿐이네.”
명종황제의 말에 그제야 위위경인 이의방은 속으로 씩 웃었다.
“황공하나이다. 황제폐하.”
“말씀해 보세요. 사돈.”
이제 명종황제는 대놓고 위위경인 이의방을 사돈이라고 불렀다.
“신 위위경! 황제폐하께 신의 짧은 생각을 아뢰겠나이다.”
“그래요. 말해 보세요.”
“분명 금나라 사신이 은밀히 온 것은 고려 황실을 압박하기 위함일 것이옵니다.”
“짐을 압박한다?”
“그러하옵니다. 또한 누군가 분명 고려 황실과 조정의 사정을 말해 준 자가 있을 것이옵니다.”
위위경인 이의방의 말에 명종황제가 인상을 찡그렸다.
“무어라 했소? 누가 금황제에게 고려의 사정을 알렸단 말이요?”
“불충하오나 황제폐하께서 칙서를 받지 못하게 되면 득이 될 자들이 저지른 짓일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득이 될 자?”
“그렇사옵니다.”
“그게 누구란 말인가?”
“우선은 강화에 유폐 되다시피 한 상황제가 폐하가 있사옵니다.”
의종이 거론되자 명종황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형님폐하께서? 허나 형님폐하는 철저하게 감시를 당하고 있지 않소?”
“그렇사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옵니다. 허나 종적이 묘연한 대령후도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대령후?”
“그렇사옵니다. 대령후 전하도 서열상으로는,,,,,,,.”
“그래요. 짐의 위이지요.”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럼 어떻게 조치를 하면 좋겠소?”
“우선은 금나라 사신을 잘 다독거려서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라진 대령후를 찾아야 할 것이옵니다.”
위위경의 말에 명종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 말이요. 역시 믿을 것은 위위경뿐이요.”
“불충하오나 한 말씀 더 올려도 되겠나이까?”
“해 보시오. 짐이 믿을 분은 오직 짐의 외척인 그대뿐이요.”
“대령후를 찾아 어떤 방향이라도 처리를 하셔야 하옵니다.”
“처리?”
“분란을 야기 시킬 씨앗을 잘라 내는 것이 옳은 일인 줄 아옵니다.”
위위경의 말에 명종황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분란의 씨앗이라?”
“그러하옵니다.”
“옳은 말이요.”
순간 명종황제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리고 명종황제의 머릿속에는 대령후의 얼굴이 아닌 의종황제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황제가 있는데 상황제라 아니 될 일이지.’명종 황제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위위경을 빤히 봤다.
“짐은 오직 외척인 그대만 믿겠소.”
“황공하나이다. 황제폐하!”
“그대는 짐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고려의 사직을 반석위에 올려놔 주세요. 후일 태자가 보위에 올라도 흔들리지 않게 말입니다.”
명종 황제는 위위경이 듣기 좋은 말만 했다. 그리고 위위경도 지금 황제가 자신에게 아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 위위경! 분골쇄신하여 황제폐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위위경인 이의방이 허리를 숙여 대답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더 이상 황제에 대한 경외심도 존경심도 사라진지 오래였다.‘저잣거리에 괴설인 용손 십이지 십팔자위왕이 떠돌더니 진정 용손인 왕 씨의 기운이 다된 것인가?’위위경인 이의방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심 자신도 이 씨라는 생각이 들었다.‘십팔자 위왕이라,,, 조비라,,, 조비라,,,,,,.’이의방은 며칠 전 이광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신관에 위치한 야율강의 처소.고달기가 도도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야율강이 고달기를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고려를 장악하고 있는 자가 이의방이라는 무장이란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대인.”
“무장이 정권을 잡았다. 옛 고구려의 연개소문과 같은 자란 말인가?”
삼한의 역사에 두 번의 막부정권이 있었다. 그 처음이 바로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연 막부였다.
“연개소문을 아시옵니까?”
고달기의 물음에 야율강이 조금은 놀라 고달기를 봤다.
“내가 더 놀랍군. 어찌 연개소문을 그대가 알지?”
“어떤 이는 만고의 역적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고구려의 기둥이라 하지요.”
“불세출의 영웅이지.”
야율강은 연개소문을 영웅이라 칭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 이의방이 그런 인물이라면 금나라에게도 좋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하옵니다.”
고달기의 말에 야율강이 고달기를 빤히 봤다.
“영웅이 아니다?”
“범인은 분명 아니오나 영웅이 되기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인복이 좋아 간악한 자를 옆에 두어 승승장구를 하고 있으나 책사노릇을 하는 자를 떼어놓는다면 한낱 무장에 불과하게 될 것이옵니다.”
“간악한 자가 책사라?”
“그러하옵니다.”
“그 책사라는 자에게 그대가 원한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사옵니다.”
고달기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럼 이의방의 책사라는 자가 누군가?”
“이미 만나보지 않으셨사옵니까?”
고달기의 말에 야율강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이의방의 책사를 만났다?”
“그러하옵니다. 대인.”
“내가 봤다? 내가 봤다!”
순간 야율강이 고달기를 빤히 봤다.
“설마 부마도위가 이의방이라는 무장의 책사란 말인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렇사옵니다. 무신들의 모든 계략과 진행되는 일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보면 될 것이옵니다.”
“어찌 그대가 그리 잘 알고 있는가?”
“짐작이옵니다.”
“짐작?”
“그렇사옵니다. 제 아비의 죽음을 만들어낸 자도 바로 그 자이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부마도위인 그가 꾸몄다고 단정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10여명의 계집과 10명의 검을 든 환관으로 황궁의 수비를 담당하는 대장군을 참살한 자가 바로 회생이라는 자입니다. 더 설명이 필요하옵니까?”
“회생?”
“그렇사옵니다. 분명 멀지 않는 미래에 금나라의 위협이 될 인물이 될 것입니다.”
드디어 채원의 딸인 고달기가 회생에게 마각을 들어내고 있었다. 이래서 모질게 움직여야 할 때는 모질게 움직여야 하는 법이다.그리고 후환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한낱 작은 소국의 부마가 대금제국의 위협이 된다? 하하하! 위협이 된다.”
야율강은 웃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마상에서 봤던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범상치 않았음이야!’야율강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고달기를 봤다.
“참으로 그대는 독부이다.”
“제 독기는 오직 고려를 향할 것이옵니다.”
이렇게 야율강과 고달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복도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할타이옵니다. 야율강 대인!”
“들어오시게.”
야율강의 말에 할타가 조심히 방안으로 들어섰다.
“가신 일은 잘 되었는가?”
야율강은 할타의 표정을 살폈고 할타는 고달기를 힐끗 봤다.
“괜찮소. 고달기는 이제는 고려의 여인이 아니라 금의 여인이 될 것이오.”
“그렇사옵니까?”
“그러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오.”
야율강의 말에 고달기가 할타를 봤다.
“고달기라 하옵니다. 할타 장군.”
고달기가 일어나 예를 갖췄지만 할타는 본채도 하지 않고 야율강을 봤다.
“표정이 다급한 것을 보니 우리가 생각한 이상인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야율강 대인.”
“어느 정도입니까?”
“용호군을 살폈는데 그 군세가 1만이 넘는 듯 합니다. 또한 병사들의 훈련 상태가 대국인 금군과 비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1만이라 하셨소?”
“그렇습니다. 대인!”
할타의 말에 야율강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만히 야율강과 할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달기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어찌 군부의 일을 여인이 아는 듯 말하는가?”
할타는 아직 고달기가 어떤 여인인지 모르고 있었다.
“제 아비가 고려 황궁을 수호하는 대장군이셨소.”
고달기의 말에 할타가 놀라 고달기를 봤다.
“무엇이라? 대장군의 여식이 사신들의 밤시중을 드는 계집이 되었다는 말인가?”
할타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할타 장군께서는 저를 온전히 다 하시게 되면 정말 놀라 토끼눈이 되실 것이옵니다. 호호호!”
이 순간 고달기는 여유를 부렸다.
“각설하고 내 정탐이 틀렸다는 것에 대해 말해 보시게.”
할타가 진정 궁금한 것은 이거였다.
“고려는 2군과 6위로 되어 있습니다. 2군 중 용호군은 1만의 군세라고 하나 평시에는 5천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응양군은 2만을 보유하는 것이 원칙이나 부역을 기피하는 자들 때문에 평시에 1만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고달기의 설명에 할타가 놀라 고달기를 빤히 봤다.
“그것을 어찌 아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제 부친이 고려의 대장군이었다고.”
“허나 지게 본 군세는 분명 1만에 가까웠습니다.”
“용호군을 보셨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할타가 고달기를 봤다.
“용호군의 대장군은 이고라는 자입니다. 위위경인 이의방과는 막역한 사이지만 권려이라는 것이 항상 벗을 적으로 돌리게 하는 법이지요.”
“대립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인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야율강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인! 실질적으로 위위경인 이의방에게는 친위군이 없습니다. 하지만 응양군을 장악한 한섬이라는 장군을 휘하에 두고 있기에 누구도 대적하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정말 여인이지만 너무나 많을 것을 알고 있는 고달기였다.물론 이것은 채원이 대장군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고달기가 원래부터 병서를 즐겨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정말 평탄한 삶을 살았다면 고려의 여걸이 되기에 충분한 여자가 바로 죽은 채원의 딸 고달기였다.
“2군과 6위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소.”
“그렇지요. 모른다면 대국의 장군이라 할 수 없지요.”
이제는 고달기가 할타를 가지고 놀았다.
“으음,,,,,,.”
“6위는 지방군으로 각각 1만의 군세입니다. 허나 다른 대장군들 역시 5천의 군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가들은 사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꽤나 많은 병력들이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용호군은 1만의 군세가 아니라는 겁니다.”
점점 더 진가를 보이고 있는 고달기였다.
“금제국의 복인가? 고려의 화인가? 하하하!”
야율강은 고달기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과찬이시옵니다. 대인!”
“고려의 대장군이라는 이고라는 자가 우리의 방문을 감지한 모양이군.”
“그런 듯 합니다.”
할타도 순순히 고달기의 말을 인정한다는 듯 대답했다.
“허나 분명 군사들의 훈련 상태는 강군에 비견될 것 같습니다.”
“옳은 말이야! 지금 그들이 비록 약해져 있다고는 하나 태조폐하와 같은 뿌리이니 그 강대함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지.”
야율강은 거란인이다. 하지만 금황실은 그 뿌리가 예맥이었고 그것은 고려와 같은 뿌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한 군대이니 고려 황실을 겁박해서 송과 결전에 앞에 새운다면 이로울 것입니다.”
“그렇지. 아주 좋은 기회지. 아주 좋은!”
야율강도 할타의 말에 동의 했다.
“흔들고 겁박하고 내분을 야기 시킨다면 고려도 어쩔 수 없이 군대를 파병할 수밖에 없을 것이야.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송의 편에 서지 못하게 하면 그만인 것이야.”
“그렇사옵니다. 대인!”
“송을 멸망시키고 나면 바로 고려인 거지.”
야율강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허나 황제폐하께서는 그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대인!”
할타가 놀라 야율강에게 말했다.
“나도 고려를 칠 생각은 없었어. 허나 갑주라는 곳의 지세를 보고나서는 반드시 쳐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
“갑주의 지세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그곳의 지세가 용을 품고 있어.”
야율강이 인상을 찡그렸다.내가 명종황제의 명에 의해 대전에서 쫓겨나 듯 나왔을 때 급하게 나인 하나가 빠르게 내게로 다가왔다.
‘태후마마의 전각 나인이군.’난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이제 공예태후는 나를 무슨 해결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이번 일도 어떻게든 처리하라고 명을 내리기 위해 부르려는 것이 분명할 것 같았다.
“견룡행수를 뵈옵니다.”
나인이 경건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맙네. 부마도위라고 안 해 줘서.”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쇤네가 실수를 한 것이옵니까?”
“하하하! 아니야. 그런데 무슨 일인가?”
난 알면서도 나인에게 물었다.
“태후마마께서 뵙고자 하옵니다.”
“태후마마께서?”
“그렇사옵니다. 견룡행수님!”
“내 알아서 처리 할 것이니 걱정하시 마시고 옥체나 잘 챙기시라고 전해 주시게.”
내 불손한 말에 나인은 놀라 날 멍하니 봤다.
“견룡행수님,,,,,,.”
“사위가 그리 말씀 올렸다고 하면 될 것이네.”
“그리 전하면 되는 것이옵니까?”
“그래. 그렇게 말씀 올려도 날 찾으시면 오랑캐가 아무리 조정을 겁박해도 끝내 내 겁박에 이겨내지 못할 거라고 말하면 될 것이네.”
“알겠사옵니다.”
내 말에 나인은 이해를 한 듯 안 한듯 한 표정을 해서 내게 예를 갖추고 사라졌다.그리고 난 멀어지는 나인을 보면서 야율강의 모습을 떠올렸다.
“적이라? 적이란 말이지!”
난 야율강의 얼굴이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야율강 그자가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원하지 않는 시간에 담판을 지을 것이야.”
난 이미 대전에서 모든 계획을 구상해 둔 상태였다.
“겨우 오랑캐 주제에!”
바드득!
“다 죽었어.”
난 사신관이 있는 쪽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작품 후기 ============================글의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는 절대 리메이크는 없을 겁니다. 안심^^하루에 한편은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곧 광활한 만주벌판으로 나가게 될 겁니다. 또한 중원을 넘어 초원 그리고 사막까지 향하게 될 것입니다.조금씩 페이스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기다려 주신 독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자정에 한 편 그리고 오후에 한 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