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28화 (228/620)

< -- 간웅 12권. --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용호군은 위위경의 군대도 무신의 군대도 아닌 황실의 군대라는 것만 기억하면 되는 겁니다.”

“예. 대장군.”

“그건 그렇고 금나라의 사신들과 함께 금나라의 장수들도 사신들을 따라 왔다고 들었소?”

“그렇습니다. 할타라는 금나라 장군이 야율강을 따라 왔다 하오이다.”

“할타?”

“그렇습니다. 마상창검은 금나라에서도 따를 자가 없다 하옵니다. 또한 그의 철갑대는 송과과의 전투에서 백전백승이라 하옵니다.”

“마상창검이라? 그리고 철갑대라?”

“그렇습니다. 보통 금의 기마대는 철갑을 두르지 않으나 이상하게 할타의 기마대만 철갑대라 하옵니다.”

“그렇다면 그가 금인이 아닐 수도 있겠군.”

“예?”

“금나라에는 거란에 의해 패망한 발해의 무장들이 꽤나 많이 귀부를 했다고 들었소.”

“발해의 무장이라 하셨습니까? 하오나 이름이 할타라 하옵니다.”

“예?”

“금나라에는 거란에 의해 패망한 발해의 무장들이 꽤나 많이 귀부를 했다고 들었소.”

“발해의 무장이라 하셨습니까? 하오나 이름이 할타라 하옵니다.”

전존걸의 말에 이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할타라? 내가 괜한 생각을 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분명 거란인 이 분명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야율강이라는 사신과 가까이 하는 걸 겁니다.”

“그럴지도. 하여튼 그들이 왔다면 분명 우리의 군세를 파악하기 위해 간자를 이용할 것이요. 우리의 군세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많게 보여야 할 것이오.”

“크고 많게 말입니까?”

“그렇소. 때로는 손바닥으로도 해를 가리는 법이오.”

이고는 그렇게 말하며 회생이 예전 공예태후와 죽은 정중부의 사이를 이간질한 것을 떠올렸다.

“알겠사옵니다.”

“우리의 군세가 크다고 생각을 하면 그들은 쉽게 오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고는 배운 것이 없지만 어리석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어리석지 않기에 점점 더 야망을 키우고 있는 거였다.‘회생이 마음만 다진다면 이 고려는 회생의 것이 되는 것이야!’이고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뼈를 깎는 훈련을 하는 용호군 장졸들을 흐뭇하게 봤다.

그때 찰나의 순간이지만 이고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고 그 모습을 전존걸도 감지했는지 이고를 봤다.

“왜 그러시옵니까? 대장군.”

전존걸의 물음에 이고가 차갑게 웃었다.

“스스로 대국이라고 칭하는 것들이 쥐새끼를 선봉으로 새우나 봅니다.”

“쥐새끼라니요?”

“이 분지 앞에 있는 야산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소.”

“반짝이는 것이라고요?”

전존걸도 조심히 용호군 주둔 군막 앞에 있는 야산을 봤다.

“내 잘못 보지 않았다면 분명 쥐새끼일 것이요.”

이고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리고 지금 보이고 있는 허장성세가 먹히는 순간이고도 했다. 물론 용호군을 훈련시키는 것은 허장성세만은 분명 아닐 것이다.

“금나라의 간자라는 말입니까?”

“이번 사신단은 참으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하하하!”

그랬다.지금 할타와 함께 금나라의 무장들이 각각 흩어져서 용호군과 응양군의 군세를 정탐하고 있었다.

“이 고려가 운이 나쁘다면 곧 전란에 휩싸일지도 모르겠소.”

“전란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송의 편에 서서 금을 치든 금의 편에 서서 송을 치든 노선을 정해야 할 것 같소.”

“전란이라,,,,,,.”

전존걸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이고의 예리한 통찰력에 전존걸은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대전.명종 황제와 위위경인 이의방을 비롯한 무신들과 조영인과 강일천을 비롯한 문신들이 대전에 모여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신단의 일 때문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견룡행수! 사신들은 사신관으로 잘 안내를 했는가?”

명종황제가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알았네.”

명종황제는 내게 짧게 말하고 난색을 보이고 있는 조정신료들을 봤다.

“어찌 그들을 대하면 좋겠는가? 또한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 나가면 좋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어떤 트집을 잡을 것 같은가? 짐은 어떻게 해야겠는가?”

명종황제는 다급한 마음 때문인지 끝없이 질문을 했고 누구하나 답을 하는 신료들은 없었다. 그리고 난 힐끗 위위경인 이의방의 눈치를 봤다. 내 눈빛에 위위경인 이의방은 지금은 잠자코 있어야 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조정과 문신들이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것을 보려는 것이야.’위위경인 이의방은 역시 무장이지만 뛰어난 책략가이면서도 모사가였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하면 빛을 발하는지 잘 아는 그런 위인이기도 했다. 난 위위경인 이의방의 눈빛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들은 좀 말을 해 보시게.”

“우선은 금의 사신들이 왜 은밀히 왔는지부터 알아내야 할 것이옵니다.”

김보당이 문신들의 거두인 문하시중 조영인과 참지정사 강일천의 눈치를 보다가 명종황제를 우러러 보며 입을 열었다.

“은밀히 알아낸다? 어찌 알아낸단 말인가? 김대부!”

“나인들이 있지 않사옵니까?”

“나인들?”

명종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알아낼 수 있겠는가?”

“예. 황제폐하!”

난 이 순간 어이가 없었다. 뻔 한 것을 알아내겠다는 김보당과 그것을 알아내라는 명종황제를 보내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위위경인 이의방도 피식 웃는 것을 난 봤다.

“그건 그렇고 사신들의 수장인 야율강을 어떻게 환대를 하면 좋겠는가?”

“우선은 요식행사이기는 하나 고려의 관직을 주고 북변 인근의 식읍을 내려 환심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관직과 식읍을 준다?”

“그렇사옵니다. 비록 그가 금황제의 신하이기는 하나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식읍을 주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 하옵고 그 명분으로 고려의 관직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하시중 조영인의 말에 난 속으로 인상을 찡그렸다.‘아주 한없이 굽실거리려고 작정을 했군.’속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어떤 벼슬이 좋겠는가?”

“관록대부가 좋을 것 같사옵니다.”

문신들 중 하나가 뚫린 입이라고 나불거렸다.

“그렇사옵니다. 관록대부의 위를 내려 고려 황실의 포용의 덕을 보여주시고 위엄을 보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다시 문신들 중 하나가 나불거렸다. 그리고 난 이쯤 되면 우리의 대쪽 스승이 나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문극겸을 봤다. 허나 문극겸을 입술을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아직 분노게이지 폭발 전이군.’하지만 곧 목을 빼어 내놓고 간언을 할 것이 분명했다.

“황제폐하께서 관록대부의 위를 내리시고 또한 북변지역의 초산 부근의 식읍을 사사로이 하사하신다면 비록 야율강이 금황제의 신하이기는 하나 고려 황실에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옵니다.”

문신들의 말에 명종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소.”

하지만 난 속으로 구역질이 날판이었다. 사실 난 북변 갑산으로 가게 된다면 제일 먼저 갑주와 초산을 장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금나라 오랑캐 야율강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북변 초산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이 썩은 고려 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했다.

“불가하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 대쪽 스승이 나섰다.

“신! 문극겸 문신들이 주청 드린 일들은 모두 불가하옵니다.”

문극겸이 나서자 명종황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불가하다니?”

“북변 초산이 비록 변방이라고는 하나 고려의 무장들이 피를 뿌려 얻은 고토이옵니다. 그것을 금나라 오랑캐에게 순순히 내어줄 수는 없사옵니다.”

역시 시원하게 지르는 것은 문극겸 스승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문극겸의 간언에 위위경인 이의방도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허나 지금 이 고려가 전란에 휩싸이느냐 마느냐하는 문제에 놓여 있소.”

염약신이 문극겸을 보며 말했다.

“일어날 전란이라면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소. 그러니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원하지도 않는데 내어준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요구할지 모릅니다.”

문극겸도 지지 않겠다는 듯 다부지게 말했다.

“우선은 정식적으로 금나라 사신이 황제폐하를 알현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그들이 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이의방이 나섰다.

“옳은 말이요.”

참지정사 강일천도 이의방의 말에 동의를 했다. 그 순간 위위경이 나를 봤다. 이제는 나보고 나설 때라는 신호였다.

“황제폐하! 송구하오나 신 견룡행수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견룡행수도 할 말이 있는가?”

“예. 폐하!”

“무엇인가?”

“제가 금의 사신을 마중 나갔을 때 금나라 사신이 무엄하게도 태자마마를 후의 장자라 하였사옵니다.”

내 말에 명종황제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뭐, 뭐라? 후의 장자?”

“그러하옵니다.”

“그, 그 말은,,,,,,,.”

“견룡행수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왜 은밀히 왔는지는 명쾌하게 답이 나온 것 같사옵니다.”

위위경의 말에 명종황제는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이제 어찌 하면 좋겠는가?”

“요식 행사의 앞과 뒤가 바뀌었을 뿐 달라질 것은 없사옵니다.”

참지정사가 무겁게 말했다.

“달라질 것이 없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그러니 심려 거두십시오.”

“짐이 어찌 심려를 거둔단 말인가? 금나라는 큰 대국이네. 또한 금의 황제의 칙서를 받아 황제가 된 상황제를 밀어내고 내가 옥좌에 올랐네. 분명 금나라 황제는 그것을 질책하여 군사를 일으킬 것이야. 이를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위급할 때가 되면 사람의 그릇이 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명종황제의 그릇이 생각 이상으로 작다는 것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작다.

종지보다 더 작다.’난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본 위위경의 눈빛이 찰나의 순간이지만 사납게 변했다.

‘황제가 우습게 보이면 역신이 생기는 법인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우선은 금나라 사신을 만나보는 것이 옳을 것이옵니다.”

사실 공식적인 행사는 내일부터였다. 그런데 지금 고려 조정은 이렇게 설레발을 치는 거였다.‘내일 참 볼만 하겠군.’난 분명 내일 대전에서 눈을 뜨고는 보지 못할 광경을 볼 것 같았다. 그리고 문뜩 나도 모르게 조영인 옆에 있는 김보당을 봤다. 그런데 그 순간 김보당은 위위경인 이의방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저런 눈깔을 뭔가 꾸미는 눈깔인데,,,,,,.’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그리고 다시 그렇게 몇 번의 분란과 문신들과 무신들의 대립이 오고가고 또 문극겸과 김보당을 비롯한 나약한 문신들의 언쟁이 오고갔지만 대전회의는 좀처럼 끝이 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탁상공론의 전행이다.’이것이 바로 고려가 썩었다는 증거일 것이고 또한 고려가 약해졌다는 증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명종황제도 답답한 눈빛으로 그저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정신료들을 쭉 한 번 봤다.

“모두 다 그만들 하시오.”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조정 신료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대신들은 모두 물러가 금나라 사신의 접견을 준비하시오. 또한 그들이 사신관에 머무는 것에 한 치의 불편함도 없도록 챙기시오.”

“예. 황제폐하!”

“그리고 위위경은 잠시 남으시오.”

명종황제의 말에 난 조심스럽게 명종황제와 위위경인 이의방을 봤다.‘믿을 것은 이제 외척뿐이라는 건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정대신들은 대전에서 물러났다. 이제 남은 것은 명종황제와 위위경인 이의방 그리고 황제의 옆에서 항상 지켜야 하는 견룡행수인 나만이 이 대전에 남았다.

“견룡행수도 잠깐 물러나 있게.”

명종 황제는 나까지 이 대전에서 물리려 했다.‘역시 외척뿐이라는 건가?’난 그런 생각을 했다.

“예. 명을 따르겠나이다. 황제폐하!”

공예태후의 전각.

“지금 뭐라고 했는가?”

공예태후가 해월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 해월은 공예태후에게 대전 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아뢰고 있는 중이었고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공예태후는 진노하여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정하시옵소서! 태후마마!”

해월은 진노한 공예태후가 혹시나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기탱천한 것이 금방이라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 같았다.

“태자를 보고 후의 장자라 했단 말이지? 그 오랑캐 놈이 말이야!”

우선 공예태후가 분개한 것은 바로 태자인 자신의 손자를 후의 장자로 격하시킨 것에 대한 분노였다. 그건 다시 말해 명종을 황제로 받아드리지 않겠다는 조롱에서 나온 말이 분명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 고려조정에 자중지란을 야기 시키려는 것을 공예태후는 잘 알고 있었다.

“송구하오나 그렇다고 하옵니다.”

“어떤 무장이 수행을 했기에 그 망언을 듣고만 있었다고 하는가?”

공예태후의 물음에 해월이 눈치를 봤다.

“내가 누구냐고 물었다. 내 요절을 낼 것이다.”

“아뢰옵기 는 송구하오나 부마도위가 태자마마를 호종했다고 하옵니다.”

“뭐? 부마도위가?”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

“그런 상황에서 절대 부마도위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데?”

이것은 무한한 신뢰에서 비롯되는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부마도위께서 일침을 가하시자 그제야 야율강이라는 오랑캐가 태자마마라 부르셨다 하옵니다.”

“그래. 그래야 내 사위지. 암! 그래야 하고말고. 무장이고 장부면 그래야하지. 그런데 대전에서는 그 많은 중신들이 모여서 겨우 한다는 소리가 오랑캐에게 초산을 주고 관록대부의 벼슬을 주자는 것이란 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

공예태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허나 문극겸 공께서 불가하다고 주청을 드렸다고 합니다. 태후마마!”

해월의 말에 공예태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이 현 황상에게 명분이 없기 때문이고 또한 스스로 정통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임이야.”

“송구하옵니다. 태후마마!”

“쯔쯔쯔! 왜 그렇게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것인지,,,,,,.”

태후가 말한 주변이라는 것은 고려와 송 그리고 금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을 말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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