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1권 -- >
“맞군요.”
이제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다. 내 추측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정변이 일어난 지가 두 달. 황자이든 이의방의 소생이든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제 인내심은 한계가 있습니다. 확답을 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사람으로 하지 못할 짓을 할지도 모릅니다.”
“네, 네 이놈!”
무비가 내게 소리를 쳤다.
“그러니 말씀해 주십시오. 저입니까?”
난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제 문제의 답을 알겠느냐?”
쿵!심장이 내려앉고 현기증이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내가 왜 강인번을 들어야 했는지 그리고 왜 그리 팔려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숨겨진 거였다. 누구도 모르게 숨겨진 거였다.‘내, 내 진정 무슨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당신이 내 부친을!다시 환청이 다시 들렸다. 하지만 내가 지금 환청에게 답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내가 이 몸에 들어와 있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내 부친이나 다름이 없으니 내가 참으로 참담한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다시 한 번 알고 치를 떨었다.
“불충이 먼저냐? 불효가 먼저였느냐?”
무비는 내게 조롱을 하듯 말했다. 하지만 난 무비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가 다시 뇌성벽력을 맞고 살아난 날 이후로 두 달간 나는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왜, 왜 그러셨습니까?”
“너의 이름을 기억 못하는 거군. 이름을 불러줬는데도 모르니 말이다.”
“이름이라고요?”
“너를 견구라고 불렀지.”
“견, 견구!”
“그래. 견구야! 너는 견구다. 물론 몇 가지 다른 이름이 있었을 것이다. 정말 기억을 못하는 것이구나! 갑산 관노로 팔렸고 정읍 사노비로 팔리기도 했지. 탄광에도 있어봤을 것이고 끝내 벽란도에도 팔려 왔었지. 그리고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라고 불렀는데 일이 그렇게 됐구나!”
끝없는 조롱이었다. 그리고 끝내 내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내가 본다고 알겠소? 폐하가 내 부친인 것을!”
“피는 서로를 당기는 법이지.”
역시 조롱이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고를 봤을 때 아니 이제는 외숙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외숙을 봤을 때 없이 않아 정이 간다는 것을 느꼈다. 내게 뜬금없이 환청으로 자신의 존재를 미약하게 알리고 있던 것이 그렇게 나를 이끌었던 거였다.
“끝까지 나를 조롱해 보시오. 내 어찌 하는지.”
“조롱! 너의 세상이 되었는데 조롱은 무슨 조롱을 받는 것은 이제 나인 것이지.”
무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왜 그런 것이야? 왜? 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에게 그런 모진 짓을 한 것이야!”
난 당장이라도 베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 그렇게 한 것이냐? 왜? 강보에 쌓인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것이야!”
“너는 모를 것이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을?”
이 정도의 모진 짓을 하려면 분명 무비에게도 나에 대한 아니 내 어미에 대한 원한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이세요.다시 환청이 들렸다. 그 환청 역시 나만큼 분노하고 있었다.
“닥쳐!”
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무비가 놀라 나를 떨리는 눈동자로 봤다. 또한 내 외침에 놀란 별초들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옵니까? 주군!”
“물러나 있어라!”
내 목소리에 살기가 감도는 것을 느끼고 별초들은 두말도 하지 않고 멀리 물러났다. 그리고 난 다시 무비를 노려봤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과 그대의 죄악을 같이 말하려는 것이냐?”
“그래. 세상이 변했고 나도 변했으니 이제 말을 아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 말해주지.”
“말해! 다시 복중 태아를 잃고 싶지 않다면.”
그 순간 무비의 눈동자가 떨렸다.
“나에 대해 아는군!”
“그래 안다. 알고 있다. 그것이 나와 관계된 일이라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앉아. 계집 하나를 베는데 그리 열을 올려서야 되겠나?”
모든 것이 밝혀지는 순간 무비는 무척이나 담담해 보였다. 누군가를 수도 없이 미워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을 이제 끝내려는 무비니 담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담담해지지 못했다.
“말해. 너의 말처럼 계집하나 베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 충분히 그대를 베어버릴 수 있다.”
“나에게도 이리 하는 것은 효경의 불효이지 않나?”
“뭐라고?”
“앉아!”
난 자리에 앉으며 무비를 노려봤다.
“너의 어미는 짐작대로 이고의 누이인 상궁이었다. 이름이 춘심이었지.”
“내, 내 숙, 숙부가 진정 이고 대장군이더냐?”
“그래. 너의 외숙이 이고지. 그렇게 찾아 헤매더니 끝내는 찾았구나.”
“왜 그런 것이지? 왜 그렇게 모질게 그런 짓을 한 거야?”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이 그랬다고?”
“뭐라고?”
“너의 어미는 태후전 상궁이었다. 해월이라는 상궁과 친하게 지냈지. 너의 어미는 해월에게도 어미 같은 존재였지.”
왜 혜월과 무비가 그렇게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나와 태후와 사이가 좋지 않는 것은 너도 알 것이다.”
“알, 알고 있다.”
“비록 네 어미는 모르고 저지른 일이지만 태후 전에서 보낸 탕약에 복중 태아를 지우는 약이 들어 있었다. 태후는 내 회임이 다른 자와의 통정으로 이뤄졌다고 생각을 했지.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내가 미웠을까?”
무비도 지금까지 그게 의문인 듯 내게 말했다.
“또한 간신잡배들이 더욱 부추겼고 귀도 어두워지더니 마음까지 어두워지더구나.”
난 순간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황손을 그렇게 태후라고 해도 지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것도 용종의 할미 되는 태후에 의해서 말이다.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리야? 황손이고 용종이다.”
“왜 안 된다는 거지? 구중궁궐에 살면 모두가 미치지. 그렇게 너의 부친도 끝내 미치지 않았더냐? 많은 첩실 중에 내 복중의 용종 하나 내 부친이 모르는 상태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대에게는 고려를 움직이는 힘이 있었잖아.”
“처음부터 내가 무비이지는 않았지. 무희로 비까지 오르기 위해 내 얼마나 독해야 했는지 아느냐? 그런 내가 표독하다 욕을 하는 태후를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그래서,,,,,,.”
“나는 그렇게 아이를 잃었다.”
“그래서 복수를 한 것이냐? 내 어미를 죽이고 강보에 쌓인 나를 그렇게 숨긴 것이냐?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 한 것이야?”
“내가 잃은 용종을 너의 어미는 끝내 낳았지.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미천한 무희의 몸에서 잉태된 용종이라고 해서 그렇게 버려졌다. 내가 받아드릴 수 있는 이유는 그게 전부다. 말이 되느냐? 말이!”
지금도 무비는 왜 태후가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 든다는 듯 내게 앙칼지게 소리쳤다.
“내 가여운 아가는 통정이라는 누명과 함께 빛도 보지 못하고 죽었다. 그런데 상궁이 뭐가 다를 것이냐? 그저 네 어미와 해월이 숨기고 또 숨겨 낳아진 너다. 나는 반쯤 미쳐 있었고 복수의 대상이 필요했다.”
“내, 내가 진정 황, 황자라는 말이냐?”
“황자? 이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황제도 모르고 태후도 모르는 것을 나와 해월만이 아는 일이다. 또한 너의 불효와 불충으로 이미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았느냐? 이제 황자라는 신분은 너를 속박할 뿐이다.”
“내 어미가 무슨 죄가 있더냐? 태후께서 시킨 일이고 그저 탕약을 들고 간 것이 죄더냐?”
“미친 궁궐이라고 하지 않았나? 미친 궁궐! 아아아악!”
무비는 발악을 하듯 내게 소리를 쳤다.그 순간 난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지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 내 앞에 발악을 하는 계집처럼 미치고 싶지 않았다.
이 순간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은 내가 저지른 불효, 불충이었다. ‘내 부친께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지. 막을 수도 있었는데,,,, 막을 수 있었는데!’무신정변을 난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침착해야 했다.
동요해서는 안 되고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빠르게 난 차가워졌다.이것이 나의 한계일 것이다.
몸과 생각이 다른 존재이니 내 분노는 나를 미치게 하지는 않았다. 내 몸의 생물학적 부친에게 저지른 불효와 불충이지만 그것이 내 이성과는 또 역시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도 알고 싶었던 것을 아는 순간 허무함마저 들었다.
-죽이라니까. 제발!다시 환청이 내게 미친 듯 소리쳤다. 이 송악산 산중에 미쳐버릴 수 있는 3개의 존재가 있는 거였다.
‘닥치라고! 닥쳐!’차갑기로 마음먹었기에 차가워졌다. 이것이 나의 장점이고 단점이었다. 하지만 심연에서 피어나는 무비에 대한 분노는 사실 여전했다.
어떻게 되었던 이 몸뚱이는 내 몸이니 말이다.
“모든 것을 알았으니 이제 나를 어떻게 할 것이냐?”
순간 입장이 바뀌었다. 무비가 이제 내게 부탁을 해야 하는 거였다.
“베는 것이 옳겠지요.”
난 차갑게 말했다.
“나를 벤, 벤다고?”
“그래야 후환이 없을 겁니다.”
“말투가 변했군. 그렇게 빠르게 분노가 통제 되는 것이냐?”
“아마도. 그게 아니라면 나를 이렇게 차갑게 강하게 키웠겠지요.”
난 무섭게 무비를 노려봤다. 뜨겁던 내 심장도 이미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이것은 내 장점이며 단점일 것이다. 몸의 존재와 이성의 존재가 다르다는 것은 나를 이렇게 이런 상황에서 냉혈한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마음 한 구석 먹먹함은 나도 어찌 통제를 해야 할지 몰랐다.
아는 것이 병이요. 모르는 것이 약일 때도 있는 법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난 찬찬히 무비를 봤다. 그 역시 이 세상 누구보다 가여운 여자일지도 몰랐다.
이것은 내 머리의 입장일 거다. 뜨거운 심장은 다른 것을 원할 것이다.
“내, 내 아이를 두 번 잃지 않게 해 다오.”
“살려주면 이의방에게 갈 것입니까?”
내 물음에 무비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이의방에게는 가지 마십시오.”
“무, 무슨 소리냐?”
“3년 안에 이의방은 죽게 될 것입니다.”
“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제가 뇌성벽력을 맞았다고 말씀 드렸소.”
“그래! 그랬다.”
“그래서 보이지 말아야 할 미래가 보이지요. 장대의 목이 걸린 이의방이 보였습니다. 아이를 지키고 싶으면 이의방에게서 멀어지십시오.”
“살, 살려주는 것이냐?”
“같이 미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찮은 미물도 새끼를 밴 것은 쫒지도 죽이지도 않는 법입니다.”
“너, 너는 내가, 내가 밉지도 않느냐?”
내 말에 당황하는 무비였다.
“지나간 일을 어찌 하오리까? 더 늦지 않은 것도 다행이지요.”
“더 늦지 않았다니?”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인다 하였습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넌 도대체 무엇이냐?”
무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예전에는 견구라 불렸고 지금은 회생이라 불렸으며 앞으로는 뭐라 불릴지 모르겠소. 가시오. 마음이 변하기 전에.”
난 그렇게 무비에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별초 있느냐?”
“예. 주군!”
우렁찬 대답과 함께 별초 다섯이 내 앞에 섰다.
“너희 둘은 무비 마마를 모셔라!”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주군!”
“가시고자 하는 곳은 어디든 모셔라. 또한 당분간 보호를 해 드려라.”
난 무비를 보내기로 마음은 먹었으니 잊지는 않기로 했다.
“예. 주군!”
“그래도 무비시다. 상황제의 비이시다. 신하된 자로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내 깍듯함에 무비는 치를 떠는 것 같았다. 역경과 고난 속에서 개망나니가 되어 있어야 속이 시원할 것이 분명할 것이다.하지만 난 이렇게 차갑기만 했다. 이것이 복수라면 복수일 것이다.
“예. 주군!”
난 무비를 다시 봤다.
“가십시오.”
난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17년간의 자신의 죄악이 부끄러운 듯 날 물끄러미 보다가 내게 사죄를 하듯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아무런 답도 없이 고개를 돌렸고 무비는 처음으로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서 넋이 나간 듯 앞으로 걸었다.
그런 무비를 두 명의 별초가 따랐다. 그리고 난 그런 무비를 잠시 물끄러미 봤다.-내가 살려줬잖아요. 죽여요. 죽여!다시 환청이 내게 소리를 쳤다.
진정 영혼의 존재가 있다면 이 순간 내가 한 없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울 것이다.‘죄를 죄로 갚을 수는 없다.
’이 순간 내가 왜 이리 대인군자처럼 말하는지 나도 모르겠다.-그럼 살려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은.다시 환청이 내게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왜 자기 몸이 아니라서 이러는 거야? 이제는 너의 몸이고 저년은 너의 원수라고? 넌 고려의 숨겨진 황자라고. 어머니의 죽음이 원망스럽지 않아? 너라고 너! 이 몸은 너라고.환청이 내게 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 이제 이 몸이 나다?’-그래. 너! 너라고. 제발 저년을 죽여!환청이 발악했다.‘그럼 사라질 것인가?’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 몸이 진짜 이제는 나라면 나 혼자 온전히 가져야지.’난 환청에게도 담판을 지으려 했다. 순간 환청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게 다시 환청이 들렸다.
-그래. 사라진다. 그러니 내 어머니와 내 복수를 해줘.이래서 죄를 짓고 또 패악을 저지르면 징벌이 내리는 걸 거다. 난 그 생각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별초!”
“예. 주군!”
별초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무비가 아이를 낳거든,,,,,,.”
난 이 순간까지 차마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너를 미치게 만들 것이야! 한 없이 소리를 쳐서 미치게.환청이 나를 압박했다.
“무비가 아이를 낳거든 아이를 빼앗고 베라.”
순간 내 명령에 별초는 놀라 나를 멍하니 봤다.
“베, 베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베라!”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옵니까?”
난 아이는 무슨 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화근을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덕망 있는 스님을 찾아 맡겨라. 그리고 넌 그 모든 기억을 그곳에 두고 와라.”
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예. 주군!”
이제 모든 것이 결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가라! 은밀히 움직여라!”
“예. 주군! 후일 뵙겠사옵니다.”
별초가 목례를 하고 사라졌다.‘이 순간 모든 원한의 고리가 끊어지게 하소서!’난 이 고려에 와 처음으로 기도라는 것을 간절히 했다.
‘내가 진정 황자란 말이지.’정말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고께서 나의 숙부란 말이지. 외숙이란 말이지.’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미친 개경에 한 순간도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끌어 올랐다.
‘떠난다. 이곳을 떠난다. 고려가 어떻게 되던 말든 이제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북변으로 갈 것이다.
’난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다. ‘내가 고려의 황자였단 말이지. 이제 되었느냐? 이제 나타나지마!’난 환청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래요. 알았으니 되었습니다. 작별을 고하지요.환청이 그렇게 내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