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17화 (217/620)

< -- 간웅 11권 -- >

“알, 알겠사옵니다. 주군!”

“다녀와라. 나는 송악산 산채에서 기다리겠다.”

2천의 가병을 얻은 그 산채로 무비를 보쌈 해 오라고 지시했다.

“예. 주군!”

“절대 실수가 없어야 할 것이다.”

“예. 주군!”

“부탁하마! 내 목숨과 백화의 목숨이 달렸다.”

“예. 주군!”

“가라!”

내 말과 동시에 다섯의 별초들이 이의방의 사택으로 뛰어들었다. 아마 그들은 이상 없이 무비를 내게 데려 올 것이다.난 잠시 이의방을 사택을 봤다. 그리고 잠시 후 이의방의 사택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아예 무비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 참이군.”

난 역시 별초라 일처리가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말머리를 돌려 송악산 산채로 향했다.

“내 진정 이고를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야!”

난 백화를 볼모로 잡은 이고를 용서하지 않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다.용호군 군막.이고와 백화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저와 할 말이 있지 않을 것인데 왜 보자 하셨습니까?”

백화의 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너는 참으로 멋진 아이구나.”

“그런 말을 주고받을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백화의 눈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백화가 마음만 먹는다면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당장이라도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 이 군영을 빠져 나간 회생이 위험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노려만 보고 있는 백화였다.

“역시 근본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저의 근본을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참지정사께서 그대의 부친이 아니신가?”

이고의 말에 백화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것을 아시며 저를 이리 겁박하시고 회생 공을 궁지에 모셨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까.”

“예?”

백화는 이고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이번 일이 나 홀로 꾸며지는 일인 것으로 보이는가?”

“예?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대의 부친과 내가 의기투합을 했네.”

순간 백화는 놀라 눈동자가 커졌다.

“참지정사께서,,,,,,.”

“역시 부친이라고 하지 않는군.”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틀린 말을 하고 살지는 않았네.”

그리고 이고는 참지정사와 나눴던 이야기를 더함도 뺌도 없이 백화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이고의 이야기를 들은 백화는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래서 회생 공에게 하루를 주신 것이옵니까?”

“그렇다네.”

이제야 왜 이고가 갑자기 돌변했는지 알고 안심이 되는 백화였다.

“그나저나 회생공이 걱정이옵니다.”

“걱정하지 마시게. 이제 이틀이 남았을 뿐이네. 이틀이 지나면 틀어졌던 모든 것이 바로 잡힐 것이네. 그리고 또 회생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네. 만약 천운으로 회생이 내 조카의 위치를 알아낸다면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의방과 동귀어진을 해서라도 회생이 원하는 것으로 보내주겠네. 그러니 걱정 마시게.”

“하지만 위위경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옵니다.”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인물도 도모하지 않았는가. 회생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네.”

“그렇지만,,,,,,,.”

“그래서 내 그대에게 부탁이 있네.”

“부탁이라니요?”

“회생이 만일 내 가여운 조카를 찾았지만 이의방을 도모하는 일이 틀어진다면 내 조카를 부탁하네.”

“예?”

“내 말하지 않았는가? 일이 틀어지면 내 목숨을 걸고 이의방과 동귀어진을 할 것이라고.”

이고는 다짐을 하듯 말했다.이것은 백화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고는 지금 백화를 통해 회생에게 부탁을 하는 거였다.

“대장군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고맙네.”

“정말 이전투구가 저는 무서울 뿐이옵니다.”

“그렇지. 모든 것이 다 그런 것이지.”

“권력이란 참으로 괴물이옵니다.”

“그것을 쫒는 사람이 괴물이지.”

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황궁에 있는 이의방의 장군방.

“뭐라?”

이의방은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 사택에 불이 났다고?”

“그렇사옵니다. 전각 하나를 모두 태웠다고 하옵니다.”

“전각 하나가 모두 타? 가솔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이의방은 놀라 다시 물었다.

“다른 분들은 모두 무탈하다하옵니다.”

보고를 하고 있는 무장의 말에 이의방은 그제야 안심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게 다 내가 사택에 자주 들리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내 가솔도 챙기지 못하는데 무슨 권력이란 말이냐.”

“송구하옵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사람이 상하지 않아서. 그런데 어떤 전각이 탄 것이냐?”

그제야 이의방은 타버린 전각을 궁금한 듯 물었다.

“그것이,,,,,,.”

“그것이 무엇이냐?”

“무비를 감금한 전각이라 하옵니다.”

“뭐? 무비를 감금한 전각?”

“그렇사옵니다. 주군!”

이의방은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지그시 인상을 찡그렸다. ‘무비의 전각이라고?’이의방은 혼잣말을 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고 그 순간 회상에 빠져 들었다.

사실 이의방은 거사를 성공한 후 새롭게 마련된 자신의 사택에 발걸음을 하지 않은 듯 했지만 종종 은밀히 궁을 빠져 나가 사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향한 것은 무비의 처소였다.처음 그가 무비를 찾은 이유는 옥새 때문이었다.

한 순간 정중부가 득세를 하고 또 자신의 입지가 좁아졌을 때 그것을 극복할 방법은 오직 고려의 상징인 옥새뿐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옥새는 어디에 있습니까? 마마!”

이의방은 그때도 무비를 마마라 불렀다.

“자주 오십니다.”

무비는 이의방을 보며 야릇하게 물었다.

“옥새의 행방을 말씀하시지 않으시니 이러는 것이지 않사옵니까?”

“진정 옥새 때문에 저를 찾는 겁니까?”

“예?”

이의방은 당황했다. 사실 이의방은 무비를 협박하기 위해 태자의 일부터 황제가 곧 폐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했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하지만 당당하면서도 야릇한 무비이기는 했지만 이의방을 극도로 경계하는 무비이기도 했다.

“저는 옥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오.”

“그것을 모르시면 이고에게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황상께서 그리 되셨는데 내가 살아 무엇을 하겠소.”

순간 당당해지는 무비고 난처한 이의방이었다. 그리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의방이었다. ‘대화로 안 된다면 힘으로 불게 해야지.’이게 남자의 편협한 생각일 거다.

그저 위협만 할 생각의 이의방이었다. 그것도 차마 사내로 무장으로 해서는 안 되는 그런 짓을 하는 척만 해서 옥새의 행방을 알고자한 이의방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내 악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무장의 피는 뜨겁다. 그리고 거친 피는 앞을 순간 생각하게 하지 못했고 위협만 하려고 했던 것은 실행이 되고 현실이 되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는 무비와 이성을 찾은 순간 벗은 몸으로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는 무비를 보며 이의방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다.

“으음,,,,,,.”

이의방은 후회스러운 신음을 하며 일어났고 구릿빛 건장한 몸이 촛불에 보였다. 그리고 빠르게 관복을 고쳐 입고 무비에게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무비가 감금된 전각에서 나와 버렸다.무슨 말을 할 상황이 아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이의방이었다.

“내가 패악을 쌓는구나! 하늘이 벌을 줄 것이다.”

작게 중얼거림을 통해 이의방은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으음,,,,,,.”

그리고 신음 한번과 함께 회상에서 깨어났다.

“전각이 모두 불탔다고 했느냐?”

“그렇사옵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타버렸사옵니다.”

“안에 있는 무비는?”

“잿더미에 가려 시체도 찾을 수 없사옵니다.”

이의방은 순간 참담한 일이 분명하였으나 자신의 죄악이 전각과 함께 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자신의 패악을 알기는 하겠지만 이 세상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의방이었다.

‘하늘이 나를 한 번 더 용서하신 것인가?’사람은 이렇게 모든 상황을 자신을 위해 해석하는 버릇이 있고 이의방도 이 순간 그랬다.

“그게 말이 되느냐?”

“송구하옵니다. 주군!”

“이게 무슨 일인지. 이게!”

이고는 자신의 사택에 불이 난 것도 이상하지만 무비의 전각이라는 것이 더욱 이상했다. 하지만 패악이 씻어지는 일이라 화재는 그냥 접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체는 찾아보았느냐?”

“전각이 남김없이 전소를 하여 무비의 시신 역시 재가 된 것 같사옵니다.”

“시체의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사옵니다. 보시면 아실 것이옵니다. 남은 것이 하나도 없사옵니다.”

“가복들은 무엇을 하였단 말이냐? 불이 붙었는데 무엇을 하였단 말이냐?”

이의방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워낙 타는 것이 맹렬하여 어쩔 수 없었사옵니다.”

“으음,,,,,,,.”

이의방은 신음소리를 냈다. 이 신음은 무비도 사라졌지만 옥새도 사라졌기에 나오는 신음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옥새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야!’고려 조정의 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이기에 옥새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어진 옥새라면 다시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만들 것이야! 다시.’이의방은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저지른 패악을 백성들의 안락으로 씻을 것이다.

’이의방은 이 순간 굳게 다짐했고 하급 무장을 봤다.

“알았다. 정리되어야 할 것은 정리가 된 것이다. 나가 봐라.”

“예. 주군!”

무장은 짧게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무장이 밖으로 나가자 이의방은 그때서야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해지는 것인지,,,,,,.’한없이 불안하기만 한 이의방이고 그것은 패악에 대한 징벌이 비처럼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비는 우산이 없는 모든 자의 옷을 적시듯 징벌 역시 그렇게 비처럼 모든 죄악을 지은 자에 대해 공평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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