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15화 (215/620)

< -- 간웅 11권 -- >한발만 잘못 걸으면 절벽일 것이고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목이 베일 것이다. 물론 별초 다섯이 이 군막 안에 있으나 나를 향해 뽑아든 이고의 검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급히 움직인 것에 대한 실책이 이곳에서 나오는 거였다. 내가 정신을 잃은 그 며칠이 날 이렇게 곤경에 빠트린 거였다.

‘실책이다. 정말 실책이다.’난 후회를 했지만 후회는 항상 늦은 법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호군을 공격했다는 것은 반역인 거였다. 그리고 이고도 다 알고 있었다.정말 이보다 위기의 순간은 내게 없었다.

“왜 말을 못하는 것이냐? 무슨 배포로 용호군 100명을 죽일 생각을 한 것이냐? 2천의 가병이 그리도 필요했더냐?”

이고는 나를 질책하듯 무섭게 말했다.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고민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고민 할 틈도 없다. 지금 당장 대답을 하지 않으면 검이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백화를 데리고 온 것 역시 잘못했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정말 결정의 순간이었고 난 이 고려 개경이 몸서리치도록 싫어졌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이것은 일종의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항상 앞으로만 전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러설 때는 과감하게 물러서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내게 뭔가를 원하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더욱 불안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너도 알 것이다.”

“무비이옵니까? 그렇게 개인적인 복수에 목을 매십니까?”

내 물음에 이고가 나를 노려봤다. 또한 본능적인 살기를 뿜어냈다. 물론 그의 손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에 가는 것은 당연했다.

“너를 베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말아라! 난 누구든 벨 수 있고 너라고 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고는 벨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추상적으로 말했다. 그게 난 더 무서웠다. 지금 이고가 무슨 일을 할지는 자신도 모른다는 뜻이니 말이다.

“물론입니다.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무비 때문이옵니까?”

난 다시 한 번 다부지게 물었다. 물러설 때도 비굴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다음이 있는 것이다.

“그랬었지.”

이건 이제는 아니라는 소리다. 무비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제 이고도 권력의 전면에 뛰어드려는 거였다.‘권력이다.

이전투구의 권력이다. 젠장!’난 이고만은 변하지 말았으면 했다.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정이 가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무장이라고 여긴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고도 지금 내게 권력을 달라고 또 만들어내라고 말하고 있는 거였다.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분명 잃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것이다.

나는 이 순간 무엇을 잃고 있는지 고민이 됐다.이고가 왜 마음이 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고는 권력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내게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

다른 것을 얻게 되면 당연히 복수도 따라올 것이다. 생각이 바뀐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왜 그런지가 중요했다.

“그럼 무엇입니까?”

“의심이 귀신을 만드는 법이다. 나는 지금 의심받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이 의심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의방으로부터 의심을 받는다는 걸 거다. ‘벗이라고 했다. 그런데 의심을 한다. 권력이 이만큼 무섭다.’난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의심이라니요? 누가 의심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내 벗이 나를 의심하지. 그것은 후일 나를 향한 검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나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목을 빼놓고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 나는 아직 복수도 하지 못했고 또,,,,,,.”

“위위경께서 의심을 하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네가 만든 것이지 않느냐? 물론 나의 실책도 있었다면 이것은 너의 행동에서 파생된 일이다.”

2천의 가병을 살리기 위해 용호군을 내가 농락한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국 내 행동이 이고와 이의방을 갈라놓은 거였다.

이고의 판단은 옳을 것이다. 의심은 없는 귀신도 만들어내는 법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고는 결단을 내린 걸 거다.

그런 와중에 내가 걸려든 것이다. 아마 이거다! 라고 무릎을 탁 쳤을 것이다. 그리고 이의방의 칼로 쓰이는 나를 이용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수는 없는데,,,,,,.’내가 살자고 이의방을 내 스스로 배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또 배신하지 않고 이곳에서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든 이고를 설득하거나 이 사지에서 벗어나야 했다.

‘나를 보는 눈은 다행히 아직은 그대로다.’자애로운 눈빛은 그대로라는 것을 나는 느꼈다.

“진정 위위경과 맞서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냥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

“정말 권력이라는 이전투구의 진흙탕에 뛰어드실 참이시옵니까? 진흙탕에서 뛰어들면,,,,,,.”

“개가 되는 것이지. 권력을 물어뜯는 개가 되는 거지.”

“그러신데 꼭 그러셔야 하옵니까? 대장군!”

난 거듭 물었다.

“오냐? 그럴 참이다.”

“그러다가 화를 당하실 수 있습니다.”

“나를 걱정할 때가 아닐 것이다. 이곳은 용호군 군막이다. 내 명령 하나면 너와 백화라는 그 아이까지 무사히 이곳을 걸어 나갈 수 없다. 무장이 결심을 하고 검을 뽑아들었다면 앞으로 나갈 뿐이다.”

“대장군!”

“나는 이미 검집을 버렸다.”

이것은 죽음을 각오했다는 의미다. 무장이 검집을 버렸다는 것은 이미 돌아서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용호군을 진정 장악했다고 생각하십니까? 5천의 용호군으로 이 고려의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내 물음에 이고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이제 내가 소나기 같은 질문은 그만하고 결정을 해라. 너는 결정을 해야 할 때다. 5천의 용호군으로도 안 되는 것이겠지만 너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가 만약 거부를 한다면 어찌 하실 것이옵니까?”

나 역시 이고를 노려봤다.

“나는 우선 백화라는 여자를 죽일 것이다. 그럼 너는 슬퍼하겠지.”

순간 이고가 차갑게 변했다. 그리고 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내 주변을 이미 파악한 것이 분명했다.

“처음 뵈실 때보다 많이도 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무장이셨으나 지금은,,,,,,,.”

“지금은 권력을 쫒는 무부겠지.”

“그렇사옵니다.”

나 역시 무섭게 이고를 노려봤다. 난 지금 절벽 끝까지 몰리고 있는 상태다. 이럴 때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옳다.

“원래 사람은 변한다. 회생아! 이제 결정을 해라.”

이고가 내게 재촉을 했다.

“나는 너를 베고 싶지 않다. 너만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나를 따라라. 그럼 내 너에게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저를 믿으실 수 있으십니까?”

“예전에는 믿으려 했지. 허나 지금은 나 역시 간사해 지는구나.”

“그, 그 말씀은,,,,,,.”

난 나도 모르게 이고를 노려봤다. 정말 이 순간 나의 패착이었다. ‘백화를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어.’

“이틀 후 누군가는 죽는다. 그 죽는 자에 위위경을 포함시키면 그만이다.”

이미 이고는 계획까지 짜놓은 듯 했다.물론 그 작전은 내 작전에 위위경을 끼워 넣는 거였다. 채원을 도모하는 그 작전에 말이다.

“너무 쉽게 생각을 하십니다.”

“너는 권력을 쥐었던 상장군 정중부도 도모를 했다. 위위경이 그보다 더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나는 역사라는 것은 어떻게든 원래 흐르던 방향대로 흐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물줄기인 것이다.

사실 이고는 권력을 가지려다가 위위경 이의방에게 척살을 당하게 된다. 물론 그때 채원도 같이 죽게 된다.

이것이 역사였다.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 다르게 이고는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는 달라지지 않고 지금 이렇게 흐르는 거였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까? 그럼 너는 백화라는 계집을 잃게 될 것이다. 참! 백화가 참지정사 강일천의 어르신의 딸이라는 것으로 나를 겁박하려고 하지는 말아라!”

이고의 말에 난 다시 한 번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고인 것이다.

“또한 네가 이룬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내게 거짓 약조를 하고 북변으로 도망을 친다면 당분간은 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화라는 계집을 잃게 될 것이다. 또한 용호군을 비롯한 응양군까지 너를 토포하기 위해 진격을 시작할 것이다. 그럼 수천이 죽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바라는 것이냐?”

이고는 나를 강하게 압박을 했다.

“거부하면 거부하지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전투구의 장에 뛰어드시는 대장군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냐?”

이고는 여전히 담담했다.

“결정을 해라.”

내게 결정을 하라고 말을 하지만 결정은 처음부터 없었다. 요직 강요만이 있는 거였다.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난 이고를 노려봤다.

“좋다. 너와 세상을 나누마!”

이고는 기도 차지 않는 소리를 했다. ‘어떻게 권력을 나눈단 말인가? 거짓말이야!’

“저를 믿으십니까?”

“너는 북변으로 갈 것이 아니더냐? 나는 개경에 남을 것이고 무비를 통해 내가 얻어야 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이고는 권력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 진정 이고가 원하는 것이 권력은 아니라는 말인 것이다.

“진정 무엇을 원하는 것이옵니까?”

난 측은이 이고를 봤다. 내 눈빛의 뜻을 이고도 아는 듯 했다.

“궁금하냐?”

“그렇사옵니다. 무엇이옵니까? 이렇게 대장군을 변하게 한 것이 무엇이옵니까?”

난 따지듯 물었다.

“내가 가여운 조카가 하나 있다.”

처음으로 이고의 눈빛이 변했다.

“아니 있는 줄도 몰랐지. 하지만 있더구나. 어린 강보에 쌓여 노예로 팔리고 관노로 휘돌려지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산 그런 가여운 아이가 있다. 지금 아무 탈 없이 성장을 했다면 너 정도는 될 것이다.”

이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 눈빛을 내게 보였구나!’난 이제야 이고가 왜 나를 그렇게 봤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요?”

“그 아이의 행방을 무비가 안다.”

“예?”

순간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겨우 산원이었던 자의 조카의 행방을 얼마 전까지 권력을 휘두르던 무비가 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내가 누군지 역시 무비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때 번뜩 예전 벽란도 포구에서 백화가 내게 해 줬던 춘심이라는 상궁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떻게든 연관이 분명 있다.’난 순간 나도 놀라 이고를 노려봤다.

“나와 무비가 같은 하늘을 보며 살수 없다는 것은 너도 알 것이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 누이와 가여운 조카 때문이다. 죽임을 당한 누이야 어떻게 하겠느냐? 세상사 억울함도 있는 것이지.”

17년의 세월이 지나서 그런지 이고는 누이의 일을 잊으려한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강보에 쌓였던 아이가 무슨 죄가 있더냐? 그 아이를 난 찾아야겠다. 그래서 권력도 필요하고 무비도 필요한 것이다. 내 무비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위위경과 상의를 하면 되지 않사옵니까?”

“이의방은 나를 의심하다. 내 누이가 상궁이었다는 것을 너도 알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않느냐.”

순간 난 숨이 턱하고 막혔다.‘살, 살아 있다면 의종의 아들이다.’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그 말씀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보니 너도 짐작을 하는 모양이구나.”

“그렇사옵니다.”

“그래. 존귀한 존재지. 허나 난 그 아이가 그런 존재이기에 찾으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찾게 되시면 욕심이 생기지 않겠사옵니까?”

“그건 후일의 일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위위경과 상의할 수가 없는 겁니다. 지금도 욕심을 부리고 계십니다.”

내 말에 이고가 나를 부며 눈동자를 부라렸다.

“아직은 아니라고 했다.”

“확실합니다. 그래서 위위경에게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

“의방은 지금 권력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러니 분명 후일 자신이 의심한 나를 저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러는 것이다.”

“구차하십니다.”

“구차해도 어쩔 수 없다. 내게는 너는 양날의 검이 있다. 그 검이 너지. 이제 나를 찌르던 이의방을 찌르던 너는 찔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북변으로 가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으음,,,,,,.”

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이건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난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 이고였다. 백화가 이 용호군 군영 안에 있으니 말이다.

“조카를 찾으시면 어떻게 하실 것이옵니까?”

“우선은 무비를 참해야겠지.”

“그리하시고요?”

“낙향 같은 것을 하면 좋으련만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고는 여전히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권력은 무서운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고는 자신의 말처럼 낙향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지금 내게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지금 조카를 찾으시면 무비를 그냥 두시겠사옵니까?”

“왜 무비와 담판이라도 지어볼 참이냐? 참으로 너다운 생각이다.”

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봤다.

“위위경은 그리 쉬운 인물이 아니옵니다.”

“나도 안다. 모진 면이 많다. 아마 지금쯤이면 너도 의심을 하겠지. 너는 감시를 당하지 않을 거라고 보느냐?”

이고의 말에 난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그리고 예전 나를 용이면 어떻게 하겠냐고 말할 때가 떠올랐다. 나 역시 이의방이 나를 감시하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까지 이용하려는 이고였다.

“그러니 차선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내 말에 이고는 잠시 나를 봤다.

“낙향을 하는 벗을 찾아가 참할 정도로 위위경께서 모질지는 않으실 것이옵니다.”

내 말에 이고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권력에 가까이 있으면서 아직 권력이란 놈을 제대로 모르는구나. 티끌의 후환이라도 있다면 북변이 아니라 지옥 끝까지 따라갈 이의방이다. 모질지 참으로 모질고 치밀한 성격의 이의방이지.”

“제가 후환이 안 되게 하겠습니다.”

“네가?”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난 뚫어지게 이고를 봤다.

“하루를 주지. 그 하루에 찾아야 할 것이다. 내 조카를 찾아내는 것에 하루를 주지. 그래. 무비와 담판을 지어보아라. 그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고가 단 하루를 내게 준다고 말한 것은 이틀 후에 채원을 도모할 태자비 간택 날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고의 조카의 행방을 알아낸다고 해도, 이고는 권력을 향해 달려갈 것이 분명했다.

또한 내가 만약 그 하루에 채원의 조카를 찾아낸다면 그 태자비 간택일은 또 다른 피의 광풍이 불 것 같았다.‘난제다.

난제!’머리가 순간 터질 것 같았다. 내가 이고의 조카를 찾는다면 황궁에 피바람이 불 것이고 찾지 않는다면 백화를 내가 잃을 것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모를 만인의 목숨보다 백화 그 사람 하나의 목숨이었다.

“좋습니다. 해 보겠습니다.”

“그 안에 찾지 못한다면 너는 나와 이의방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

“저는 이 고려의 권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난 다부지게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고는 내게 조소를 보냈다.

“너는 너를 속이고 있을 뿐이다. 어디 두고 보자. 어디!”

“좋습니다. 두고 보시지요.”

난 당장 무비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이 순간 이고가 소리를 쳤고 부장 전존걸이 안으로 들어섰다.

“예. 대장군!”

“백화를 데리고 와라.”

“예. 대장군!”

그리고 부장 전존걸이 급하게 밖으로 나가 백화를 데리고 왔다.

“하루다. 네가 너에게 주는 시간은 하루다. 그 동안 백화는 이 군막에 있을 것이다.”

이고의 말에 백화는 놀라 나를 봤다.

“무슨 일이옵니까? 상공.”

“일이 좀 생겼다.”

난 최대한 편안 말로 백화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 눈빛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백화도 아는 듯 했다.

“저는 상공을 믿을 것이옵니다.”

백화는 영문도 모르게 나를 믿는다고 말했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내 말에 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전존걸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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