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211화 (211/620)

< -- 간웅 11권 -- >

“물론이지. 그 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 또 내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 그게 난 괘씸해.”

이의방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그뿐인가? 이 경기도만 내려가면 무법천지야! 어린 백성들의 땅을 빼앗고 노비로 삼고 패악을 일삼고 있어. 그들이 누구 욕을 하겠는가?”

“그야,,,,,,.”

“황제폐하지. 그리고 나고.”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백성은 어리석네. 그리고 솔직하고.”

“그렇사옵니까?”

“그래. 이번 일만 잘 정리가 되면 내 변방에도 신경을 쓸 참이네.”

이의방은 다음에 할 일을 장군 한 섬에게 말하고 있었다.

“우선 가장 시끄러운 북변부터 정리를 좀 하고 그 다음은 남변이 될 것이야.”

정말 이미 이의방은 모든 계획을 짜놓은 것 같았다.

“대단하시옵니다.”

“권력이 천년만년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네. 하지만 내 말년에 난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아. 내게 뭐가 있나? 그저 명분 하나뿐이지. 백성이 내게 등을 돌리면 그 명분도 사라지는 것이야!”

이 회생을 의심하는 이의방이지만 백성들에게는 잘해주고 싶기도 한 이의방이었다. 물론 그 모든 이유가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함이기는 했다.하지만 지금 초심이 이렇다고 해도 후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소장은 아둔하여 그저 따를 뿐이옵니다.”

장군 한 섬의 말에 이의방은 피식 웃었다.

“아둔하기는, 자네는 내가 변했다고 생각을 하지 않나?”

“예?”

장군 한 섬은 속내가 들켜 놀랐다.

“맞는 모양이군. 그렇게 놀라는 것을 보니.”

“송구하옵니다.”

“변했지. 암 사람은 다 변하네. 그래서 내 사위를 지켜보는 거네. 내가 멀리 보내도 되는지 잘 지켜보려는 것이야!”

그 순간 장군 한 섬은 이의방이 회생을 북변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북변으로 보내시려는 것인가?’이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거였다.가장 믿을 수 있기에 보내고 가장 두렵기에 보내고 가장 자신을 위협하기에 보내는 아주 복잡 미묘한 거였다.

“설마 회생을 북변으로 보낼 생각이시옵니까?”

장군 한 섬의 질문에 이의방은 대답 대신에 씩 웃었다.

“진정이시옵니까? 그렇게 버리시는 것이옵니까?”

이것이 장군 한 섬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버린다? 과연 그게 버리는 것일까? 아니지. 아닐 것이네. 회생도 아니라고 생각을 할 것이고.”

이의방은 그렇게 말 하며 예전 회생과 이야기를 했던 때를 떠올렸다. 북변에 가서 가병을 양성해라.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이의방은 말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가?”

“아, 아니옵니까?”

“그야 모르는 일이지.”

이의방은 그리 말하고 잠시 회생의 얼굴을 떠올렸다.‘이 고려 조정은 나 하나로도 충분해! 못이 작아! 내 사위가 뛰어놀 못이!’이 순간 이의방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이 의심이든 믿음이든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을 꾸미고 있는 이의방도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진정 모르고 있었다.

“이번 일만 잘 끝이 나면 이 정권은 안정기로 접어들 것이야!”

이의방은 다시 한 번 채원을 도모하는 일과 두 제국의 사신이 온 일을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그 이유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천리장성 너머 갑주.금나라 사신 야율강은 100의 금군들을 이끌고 당당히 천리장성을 넘기 위해 갑주에 지나고 있었다. 100인의 금군과 그에 상응하는 사신단이었다 사실 따지고 든다면 이 갑주를 비롯한 북변 여러 곳은 고려의 영토도 금의 영토도 아닌 완충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진이면서도 금에 속하지 않는 부족들이 대부족의 형태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고 고려는 그것을 자신의 영향력 권에 둔 영토라고 여기고 금도 고려와 다를 것이 없었다.다시 말해 고려 황실이 그리고 이의방이 회생에게 내린 북변 갑산 식읍은 진정 따진다면 고려의 영토도 금의 영토도 아닌 거였다.

다시 말해 생색내기였던 거였다. 물론 그곳에 고려민이 살고 있었고 고려 조정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백성의 이주를 장려했다.

이주를 하면 면천을 시켜주겠다는 것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완충지대는 무법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의 사신 야율 강은 마상에서 주변을 살피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곳 역시 금의 영토이거늘 사는 자들은 고려민이 더 많으니 문제로다.”

“이곳은 제국의 변방이라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제국의 변방이라? 어찌 그리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이곳이 제국의 변방이라고 생각을 하니 문제인 것이다. 이러니 서요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이다. 중원만이 땅이 아니란 말이다. 이곳도 위대한 금 황제 폐하의 땅이란 말이다.”

금의 사신 야율 강은 금 수도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우선 금의 바로 턱밑에 요의 잔당들이 세운 서요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거였다.

요나라!거란이 세운 나라이며 발해를 멸망시킨 나라였다. 금은 발해를 상국으로 내심 여기고 있었기에 요를 지독하게도 미워하여 끝내 멸망을 시켰다.

물론 그것은 비슷한 지역에서 팽창하고 있었기에 둘 중 하나는 멸망의 길을 걸어야 했지만 내심 마음속에서 복수라는 것을 했다고 금 황실은 생각하고 있었다.요나라가 어떤 나라인가?요나라는 10~12세기에 거란족이 중국 북방의 네이멍구 지역을 중심으로 세운 왕조로서, 916년 건국 당시의 명칭은 거란 국이었지만, 938년 연운16주를 획득한 뒤 나라 명칭을 요라 하였다.

그와 함께 발해를 멸망시켰고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하는데 성공을 했다. 하지만 1125년 여진에 세운 금에 멸망되었지만, 야율대석이 중앙아시아에 서요를 건국하여 1218년 칭기즈칸의 몽골에 병합될 때까지 존속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야율 이라는 성이다.

지금 금나라 사신의 수장으로 오고 있는 야율 강도 야율 이라는 성을 썼다. 다시 말해 야율 이라는 성은 거란족의 최고 명문 족장의 성이라는 거였다.

야율 강의 조상들은 요가 금에 멸망을 하면서 금제국에 귀부를 해 이렇게 신하가 된 거였다.또한 거란은 이른바 동호계 유목민인 선비의 한 갈래로서, 그 명칭은 4세기 전반부터 사서에 나타난다.

이들은 네이멍구 자치구의 시라무렌 강 유역에서 유목 생활을 했으며, 8개의 주요 부족들로 나뉘어 있었다. 9세기 후반 당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거란의 세력이 강성해졌으며, 907년 질라부의 야율아보기가 거란의 여러 부족을 통합하여 카간이 되었다.

그는 자신에 반대하는 귀족들의 반란을 진압한 뒤 916년 스스로를 천황제라 부르며 거란국을 세우게 된 것이다. 야율아보기는 920년에는 거란문자를 창제해 보급하여 민족 자주에 힘을 쏟았으며 그리고 탕구트와 위구르 등의 부족들을 제압하여 외몽골에서 동투르키스탄에 이르는 지역을 확보하였고, 926년에는 발해를 끝내 멸망시켜 만주 전역을 장악하였다.

다시 말해 동북아 지역의 맹주로 거듭나고 있던 요였던 거였다. 그렇기에 고려와 부단히도 전쟁을 벌인 나라이기도 했다.993년 소손녕에게 고려를 침략케 하여 배후를 다진 뒤, 1004년에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송을 공격하여 유리한 조건으로 화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송과 요는 전연에서 화약을 체결하여 이를 전연지맹이라고 하는데, 송은 매년 요에 은(銀) 십만 냥과 비단 이십 만필을 세폐로 바쳐야 했다. 화약(和約) 이후 요는 송으로부터 획득한 세폐로 재정이 풍족해졌고, 송과의 무역으로 경제와 문화가 크게 발달하였다.

성종은 친정을 한 뒤에도 정치와 군사 부문의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여 중앙집권적 체제를 강화하였다. 이로써 요는 만주와 화북의 일부를 차지하고 고려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정복왕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흥함이 있으면 망함이 있는 법이고 신흥 제국인 여진족이 세운 금에 의해 1125년에 끝내 멸망을 했고 겨우 서요로 명명만 이어오고 있었던 거였다.

그것을 야율 강이 걱정을 하고 있는 거였다.이런 걱정하는 야율 강은 젊었다. 그리고 패기가 상당했다. 또한 젊기에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오나 거란 것들이 너무 드세서 어찌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다른 사신이 눈치 없이 말을 가려 하지 못했고 그 순간 야율 강은 다른 사신을 노려봤다.

“거란 것이라고 했느냐? 나도 근본은 거란 것이지 않느냐?”

“송, 송구하옵니다.”

“거란이 드세다면 품에 앉아야지. 그래야 큰 제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우리 금이 중원 본토를 차지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느냐!”

정말 큰 야망을 가진 야율 강일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서요는 그렇다고 쳐도 어찌 고려가 금의 땅에 백성을 보내 땅을 마구 차지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오늘 길에 갑산이라는 곳을 지나지 않았느냐?”

“그렇사옵니다.”

“그곳 역시 절반 이상이 고려 백성이다. 백성이 살면 땅은 고려의 것이 되는 것이야!”

“그곳은 서요보다 더 변방이지 않사옵니까?”

“또 그런 소리를 한다.”

야율 강은 다른 사신에게 질책을 했다.

“송구하옵니다.”

“내 고려에서 고려왕을 만나서는 분명히 따질 것이다.”

이 순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회생의 식읍인 북변 갑산은 고려와 금제국 그리고 서요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분쟁지역 이었던 거였다.물론 고려의 입장에서는 단 한 치의 의심 없이 북변 갑산의 고려의 땅이라 여기고 있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것이냐?”

“이제 곧 천리장성이옵니다.”

“천리장성?”

“그렇사옵니다.”

“봐라! 고려 놈들도 자기들의 영토를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느냐? 장성을 세워 경계를 하였으면서도 이런 작태를 보이고 있었단 말이지. 내 고려왕에게 단단히 따질 것이다.”

“예. 대인!”

“그리고 우습다. 참으로 우습다. 하하하! 천리장성이라 중원인들이 만리장성을 새워놓으니 그것을 따라 한단 말이지. 참으로 어이가 없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러시옵니까?”

“장성이라는 것이 뚫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한 축을 뚫고 지나가는 일은 염소를 모는 일보다 쉬울 것이다. 그런데 멍청하게 중원 인들이 하는 짓을 따라했구나. 참으로 고려는 우습다. 고구려의 기상은 어디다 버리고 발해의 혁신은 또 어디다 차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야율 강은 고려 자체를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중원의 많은 제국들은 만리장성을 축조하고 보수하는데 힘을 쏟았지만 고구려는 자체적인 별성을 쌓아서 군사적 요충으로 삼았다.

그 성들로 하여튼 자체적이 방비가 되었고 사방으로 퍼져 있는 별성 때문에 놓치고 가면 후방이 타격받는 일을 만들게 했다.이것이 중원 장성과 고구려의 별성의 차이였다.

“반도에 사는 것들이 어디 그 사실을 알겠사옵니까?”

사신은 아부를 하려했고 야율 강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무시할 것이 아니다. 내 지나온 갑산의 지세가 이상했다.”

“지세라고요?”

“그래. 지세가 아주 이상했다.”

“어떻게 말이옵니까?”

야율 강은 문신이었으나 주역에도 해박했기에 미래를 예견함에 있어 틀림이 없었다.

“내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그곳의 지세가 참으로 묘하더구나. 마치 승천의 기운이 있는 듯 했다.”

“승천의 기운이라고요?”

“그래. 승천의 기운! 후대에 그곳에 황제가 날 것이 분명하다.”

야율 강의 말에 따르는 다른 사신은 숨이 턱하고 막혔다.그리고 야율 강의 예언은 아예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성계가 그 지역에서 세력을 키워 왕이 되었고 누르하치가 또 후금을 새운 곳이 바로 고려 북변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 그곳이 이 회생이라는 자의 식읍이라는 것을 야율 강은 모르고 있었다.또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탁월한 야율 강이었지만 갑산부터 그를 미행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래서 점쟁이는 자기 점은 못 본다는 말이 있는 걸 거다.지금 야율 강을 따르는 무리는 대령후의 직속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수 정예 악비군 이었다.

“그나저나 아드님이 보고 싶어 어떻게 하옵니까?”

사신 하나가 기회가 날 때마다 아부를 하려 했다. 원래 아부는 끝없이 핀잔을 받아도 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보고 싶기는 하구나! 젖먹이를 두고 오니 눈에 밟히기는 하다.”

야율강은 막 태어난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후일 그가 바로 야율초재의 아버지가 되는 아기였다.

“그럴 것이옵니다. 딱 좋을 때이옵니다.”

“또 내가 그대에게 말려들었군.”

“하하하! 그렇사옵니까?”

“하여튼 내 금으로 돌아가 이 일을 크게 문제 삼아야겠다. 우리의 땅에 다른 것들이 살게 둘 수는 없지.”

“우리 땅에 살면 우리 백성이지 않겠사옵니까?”

사신의 말에 야율 강도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지. 하지만 저 고려 것들은 그리 생각을 하지 않으니 문제다. 땅을 내어주면 후일은 자기의 땅이라 우길 것이고 여차하면 번국을 새울지도 모른다.”

“번, 번국이라니요?”

“왜 어려울 것 같으냐?”

“어렵지 않사옵니까. 만약 그곳에 번국을 세운다면 고려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금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게 두려우면 그런 생각도 못하겠지. 하지만 항상 두려움을 모르는 자들이 있지. 성공을 하면 왕이 되고 황제가 되지 하지만 실패를 하면 역적이 되는 차이일 뿐이지.”

“그렇기는 하옵니다. 하지만 번국은 너무 멀리 크게 보신 것 같사옵니다.”

“과연 그럴까?”

야율 강은 자신이 지나온 갑산을 떠올려 봤다. 갑산은 개마고원일대였다.

그곳이라면 충분히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해서 충분히 힘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그곳에 우리랑 같이 하지 않는 속말말갈을 잘 이용만 하면 아예 길이 없지는 않을 것이야!’역시 어디에든 대인은 있고 영웅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영웅이 오래 산다고는 말 할 수 없는 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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